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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한 남자가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거울! 이 영화에서 큰 의미를 함축하는 듯하다.

 

스파이 영화지만 화려한 액션 활극도 없고 007같은 화려함도 없다.  영화는 1957년의 세상을 고색창연하게 담았다. 한편의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품격이 느껴진다.

 

넹전시대, 세계는 핵무기의 위협에 직면했다. 미국과 소련은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길 것인지 긴장이 고조된 상태였고  서로의 비밀을 캐어내기 위해 스파이들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서로의 스파이를 잡아내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런던 중 루돌프 아벨이 FBI에 체포된다. 제대로된 재판 절차를 밟는다는 걸 보여주고싶었던 미국은 그에게 변호사를 선임해 주는데 그가 바로 톰 행크스가 연기한 제임스 도노반이다.

형식적으로만 변호할 것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은 황당해졌다. 아벨을 만나본 도노반은 그의 예술가적 기질과 인격에 마음이 흔들렸고 비록 적국의 스파이지만 직업윤리에 입각하여 그를 진심으로 변호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소련을 정찰하기 위해 전투기를 띄우고 조종하던 비행사가 소련에 추락하여 감옥에 수감된다. 그가 소련에서 재판받는 장면이 화면에 나오자 미국인들은 경악했다. 그는 만약의 경우 비행기를 폭파하고 자살하도록 훈련받았지만 죽지않고 살아있어서 미국 정부는 그가 비밀을 발설할까봐 스파이 맞교환을 계획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정부가 개입되는 것을 꺼려서 아벨을 변호했던 민간인 도노반을 내세워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그래서 도노반이 협상을 위해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던 동독으로 가게 된다.

 

자, 처음의 거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대립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정작 거울을 보는 것처럼 닮아있다. 상대방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서 국민들의 충성을 제물삼아 스파이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정작 스파이 맞교환을 성사하는 이유도 스파이들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비밀이 알려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전쟁과 핵무기의 공포를 조장하여 권력유지에 활용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거울을 보듯 닮아있다. 스필버그는 이런 모습들을 화면에 하나 하나 담았다. 영화를 보면서 울림을 주는 것은 그들 권력이 추구하는 신념이 아니라, 속옷 차림으로 체포되는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는 아벨의 인간적인 신념과 소신, 그리고 자기의 직업윤리와 가치관, 헌법정신에 충실하고자 하는 듬직한 도노반의 모습이다. 도노반은 인간에 대한 예의로 끝까지 아벨이 사형선고만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애를 썼고, 사실 그가 맡아야 할 임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벨의 맞교환을 성사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정부는 신경도 쓰지않는 또 한 명의 민간인 미국인 포로 프레드릭 프라이어를 같이 송환하려고 애를 쓴다. 물론 그도 베를린 장벽을 뛰어넘으려던 사람들이 무차별 총격을 받는 장면을 기차 창밖으로 보면서 놀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무력한 일개 시민일 뿐이지만 그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그 사회에 억류되어 있는 미국인 프레드릭을 꼭 같이 데려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최선을 다하는 절대 신념을 굽히지 않는 standing man이다. 이 영화에서 도노반 역은 정말 톰 행크스가 아니면 안될 것 같았고 아벨 역을 연기한 배우도 너무나 인상적이다.

결국 베를린의 글리니케 다리에서 스파이를 맞교환하는 장면에서는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만다. 끝까지 스파이가 송환되어서 안전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도노반과 마지막까지 품격을 잃지 않고 Would it help?라고 하던 아벨의 모습, 아벨이 차를 타고  떠날떄까지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도노반의 듬직한 모습은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영화를 보며 아벨이 송환된 즉시 처형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내 모습은 반공 교육의 잔재다. 이렇게 우린 한 시대를 살아왔던 것이다.

스필버그는 왜 이 시점에서 스파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는 1957년의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우리 사회를 보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냉전은 끝났지만 아직도 이념에 좌우되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닐까? 남의 아픔을 창밖으로 내다 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주호민 작가의 웹툰 영화 설명이 있길래 첨부해 봅니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contents_id=1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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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1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와 가슴을 채워주는 이야기`란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오로라님의 촉수! 오늘도 느끼고 갑니다. 저녁 맛있게 드세요^~^

살리미 2015-11-10 19:24   좋아요 1 | URL
영화 너무너무 좋았는데, 우리집앞 극장에선 벌써 내리나봐요. 아쉬워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는데.... ㅎㅎ

transient-guest 2015-11-11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너무 보고싶은 영화인데 더욱 기대가 됩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도 이 거울 같이 남-북의 지배층이 서로를 바라보며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냉전은 끝난지 오래이고 세계는 다극화 시대로 진입한지 오래인데, 우리 땅은 아직도 1950체제하에 있네요. 독재의 대가 김정은-박근혜로 이어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_-: 아프리카 어디의 정치현실 만도 못해서 지금도 가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살리미 2015-11-11 10:00   좋아요 1 | URL
정말 남북의 두 독재자가 거울을 보듯 똑같이 과거를 재현하고 있네요. 그렇게 닮은 둘이서 서로 비난을 하니 개그 아니겠습니까?? 정치는 안하고 코미디만 하고 있네요. 그나저나 영화는 호불호가 좀 있나본데, 저는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즐거운 감상이 되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