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소바면을 뽑는 자격증이 있다고 한다. 뭐, 이런 것에도 자격증이 필요하나? 라는 생각이 들법도 한데, 곰곰히 따져보니 그럴 법도 하다. 자신들의 전통을 중시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니 말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것만 박제하듯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에서조차 일정한 틀을 유지하고픈 마음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 자격증엔 급수가 있다고 한다. 1단에서 5단까지. 우리나라의 기능사, 기사, 마스터나 명인 같은 그런 종류인 셈이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최고의 실력자가 되기 위해선 단순히 경력이나 연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공헌 경력이 있어야지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소바면을 뽑는 기술과 사회공헌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감동을 주는 정말 필요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디 음식을 만드는 기쁨이란 남에게 베푸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음식을 먹는 사람이 행복할 때 그것을 만든 사람도 더불어 행복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공헌 경력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음식을 나눌 줄 아는 요리사라면 이미 최고의 요리사이지 않을까 싶다. 항상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게 될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하는 요리사. 그런 요리사가 우리 사회 곳곳에 가득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을시민으로 사는 법 - 농촌, 귀농 컨설턴트 정기석의
정기석 지음 / 소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농이란 농촌으로 가서 먹고 살겠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농사를 짓는 행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농사짓기는 경험이 재산인 경우가 많다보니 도시에서 쌓아온 경력은 거의 쓸모가 없어진다. 또한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동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단절을 통한 재탄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이 농촌에서의 삶의 방식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귀농은 어렵고도 힘든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밖에도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삶의 행태나 교육, 의료, 문화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도 결정을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귀농이 꼭 농사만 짓고 살아가는 방식이어야만 할까. 농촌도 하나의 마을이라면 그 마을을 구성하는 사람들 모두가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지않을까. 즉 마을에서 마을시민으로 사는 것은 다양한 직업들로 구성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어우러지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런 고민이 이 책 <마을시민으로 사는 법>을 관통하고 있다.

 

한씨는 귀농이 아니라 귀촌을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장난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은퇴자들의 전원생활을 뜻하는 그런 의미의 귀촌도 아니다. 귀농이 단순히 낭만적이고 추상적인 마음 자세로 농부가 되는 것을 뜻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농사짓지 않는 귀농인, 농촌공동체 재건에 소용이 될 만한 지식과 기술을 가진 전문인력들이 농촌공동체 곳곳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178쪽

 

즉 도시에서 쌓아왔던 기술과 경력을 사장시키지 말고 그 능력을 살리는 귀촌의 방식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런 가능성이 있는 24가지 생활형 귀농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안학교 교사, 농산촌유학 활동가, 교육농장 교사, 문화예술인, 공예가, 작가, 농업회사원, 농식품가공 사업자, 농산물유통상, 마을사무장, 마을조사원, 마을컨설턴트, 시민사회단체활동가, 풀판 언론인, 농정공무원, 생태마을 운동가, 농촌사회복지사, 마을 성직자, 농촌형 사회적 기업가, 로컬푸드 사업자, 도농교류 사업자, 생태건축가, 대안기술자, 생태쉼터 운영자 등등이다.

물론 이런 형태의 귀농이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규모가 이루어진 곳이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또한 공공단체와 원거주자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수많은 갈등들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만 한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가 이런 생활형 귀농자들을 환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생활형 귀농이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분명 도시에서의 수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지속가능할지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철저한 준비와 마음자세,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생활형 귀농 또한 사람농사이기 때문이다.

농자천하지대본. 그 본이 된다는 것은 보람차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님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마을을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할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BS 현장21>에서 김호철 감독과 문경은 감독의 리더십을 다뤘다. 프로배구와 농구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 팀의 감독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끌었다. 더군다나 모래알같은 조직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이런 성과를 이루었는지 관심이 갔다. 특히 '버락' 김호철 감독이 어떻게 얼굴에 웃음을 띠며 선수들을 지휘하게 됐는지 '미소' 김호철로의 변신 과정이 사뭇 궁금했다.

전문가는 이 두 감독의 리더십을 가치와 욕망을 적절히 자극할 줄 아는 능력으로 보았다. 그것은 꿈을 제시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김호철 감독은 목표 제시가 뚜렷했다는 것, 문경은 감독은 규율과 자유를 잘 조절했다는 것이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런 원동력이 있게 하는데는 현실상황판단 능력이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드림식스팀은 모기업이 없는 상태다. 올해가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채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선수들은 나라도 잘해서 좋은 팀으로 스카우트 되어야 겠다는 욕망을 지닐수밖에 없다. 한데 김 감독은 개인이 아니라 팀 전체가 모기업을 찾아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뚜렷한 목표점이 생긴 것이다. 이 목표가 선수들을 움직였다. 그리고 의기소침한 선수들을 위해 호통보다는 미소로 다가갔다. 팀 색깔에 맞추어 자신의 지도 스타일도 색깔을 바꾼 것이다.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SK 나이츠는 10년 가까이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팀이면서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개개인이 뛰어난 만큼 개성도 강해 하나로 묶이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라 지적됐다. 이에 문 감독이 내놓은 해결책이 아침 7시 기상해서 모두가 자유투 100개씩 하고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한식구라는 느낌이 들게하려는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에서 공격은 자유롭게 하되 수비는 철저한 약속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약속을 어기면 호된 질책이 따른다. 개성을 살려주되 팀웍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계산인 셈이다.  

이 두 감독의 리더십은 조직의 문제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문제에서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특성이라 여겨진다. 개인이 처한 현실에 대한 상황을 적확하게 판단하고, 그 판단을 바탕으로 먼저 뚜렷한 목표를 정한 후, 개인의 성격과 특성에 맞추어 규율과 자유를 적절히 배합한 일과를 계획한다면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당당한 걸음걸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전라북도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연지 8개월 만에 50억이 넘는 매출을 거둬 화제다. 이곳의 물품 80%는 신선식품이고 20% 정도가 가공식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신선식품의 신선함을 위해 매일 매일 출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직매장에 대한 개념도 널리 알려져 있고, 또 실제로 직판매를 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 있지만 완주군의 성공이 이례적이라고 평가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리고 무엇이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끈 것일까. <SBS 현장 21>의 취재가 만족스럽게 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추론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줬다.

먼저 거론해볼 수 있는 것은 큰 도시와의 근접성이 아닐까. 전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농수산물을 소비할 주체인 소비자가 없다면 모든 것이 허사일테니까 말이다. 꼭 큰 도시가 없더라도 군의 중심지엔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이런 곳도 직매장이 성공할 수 있는 터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그래도 시골까지 사람들이 물건을 찾으러 오는 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것은 매일매일 농약품 잔류 검사를 한다는 것과 남은 물건을 수거해 감으로 인해 소비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는 데 있을 것 같다. 싱싱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믿음을 준 것이다. 이런 밑바탕에는 교육과 관리라는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여겨진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판매량을 즉각 즉각 지켜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게다가 착한 가격까지 더해졌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중간유통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거품이 낄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포장에서 진열, 가격 책정까지 모두 생산자가 책임진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직매장은 그저 판매 장소만 빌려주고 10%의 수수료만 챙긴다는 것이다. 물론 철저한 관리를 기본으로 한다. 자체 규율을 어기면 페널티를 주고 삼진아웃제까지 만들었다.

직매장은 처음 50곳의 농가가 참여했다가 지금은 300곳이 참가하고 있고, 300곳의 농가가 참여 희망을 내보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은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기업농이나 대규모 농장 위주로 생존 전략이 짜여져 있던 농촌에 고령농과 소농들의 활로가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로컬푸드는 에너지 절약적인 생태적 판매가 아니던가. 온라인 판매까지 연결된다면 더욱 생태적일 수 있겠다. 그러나 개별적 소농들로 이루어진 생산자이다 보니 상품의 다양성이라든가 품질의 균일화, 꾸준한 생산량 등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런 문제들은 더 많은 농가들의 참여와 이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대부분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전국 곳곳에 이런 로컬푸드 직매장이 생겨 생산자도 소비자도 함께 웃으며 농산어촌이 건강해지길 기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귀농에도 자격증이 있다 - 귀농 창업 농업인의 필독서
곽해묵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1995년 팔공산 자락으로 30대에 귀농해 신지식농업인이 된 한 농부의 해외농업연수기다. 뉴질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일본, 말레이시아 등의 연수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사이사이 자신이 귀농해서 지금까지 겪었던 생활을 풀어놓고 있다. 이 이야기들 속에서 현재 우리 농촌이 처한 환경과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조금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자립으로서의 귀농이 아니라 비즈니스로서의 귀농, 즉 농업을 통한 창업 또한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실감케 한다. 그리고 자립농이든 기업농이든 농촌에서 삶을 정착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관계에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먼저 글쓴이가 바라본 농업의 흐름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농업도 노동집약적인 농업에서 자본집약적인 농업으로 발전해가는 것을 느꼈다. 즉 경제소득 작물인 벼 재배는 70년대에 증산왕시대가 마감되고 80년대의 시설채소 등장, 90년대 기계화 영농에 이어 IMF 이후 축산농가의 규모화와 21세기 들어와 생산과 유통은 물론 관광농업을 포함한 비즈니스 농업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37쪽 

 

이는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뭇가뭇한 기억이지만 그는 농촌이 체험관광지로 변모해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예측대로 선진국의 농업형태는 많은 부분이 체험화, 관광화 되어 있다. 이책 <귀농에도 자격증이 있다> 내용 중 해외 연수부분은 체험관광 형태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상은 평야지대는 기계화 영농의 기업농으로, 그 외 지역은 생산, 가공, 유통, 관광농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84쪽

 

위에서 언급했듯 관광농업과 함께 농촌의 또다른 생존 대책으로 글쓴이는 기업농을 말하고 있다.

나는 세계화 시대에서 열악한 환경의 우리나라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가족 농을 단위조직으로 세분화 전문화로 연합된 기업농화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79쪽

가족노동력 중심의 한국농업은 작목반과 영농조합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산지유통센터로 규모화와 집단화, 그리고 효율화로 기업형 농업으로 발전하여야 희망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177쪽

현재 시장유통의 흐름이나 대형유통업체는 안전한 친환경 농산물의 산지규모화와 품질규격화, 상품의 균질화 및 유통단일화로 경쟁력 있는 친환경농산물산지유통센터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67쪽

 

글쓴이는 이와 같은 상황 판단으로 작목반과 영농조합 등을 만들고 산지유통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애써 왔다. 하지만 사람들간의 알력과 갈등이 발생하면서 끝내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루 20시간씩 일해오면서 구축해온 일들이 인간 사이의 균열로 인해 무너져내린 것이다. 뜨거운 열정과 헌신이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비즈니스라는, 경제적 이익을 놓고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소작농 형태의 자립농사를 위한 귀농인들은 이런 갈등으로부터 조금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많은 책들 또는 글을 통해서 공통적으로 충고하는 말이 있다. 바로 마을에 녹아들어라, 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되어라는 것이다. 결국 어떤 귀농의 형태가 되었든 그것이 생존 또는 생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귀농의 절망도 희망도 모두 사람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살이 2013-01-23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염원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과정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
언젠가 한 수 배우러 갈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아기는 역시 부모를 닮는 법(?)인가 봅니다. 고집이 얼마나 센지 ㅜㅜ

윤대권 2013-06-11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곽대표님 그렇게 좋은 책을 펴내사고 바쁘신 와중에보람있는큰일을 하셨네요 곽대표님 같은분이 계시기에 우리농업도 희망과 발전을 기대보 는것 아닌가 쉽네요. 그열정으로 못이룰일 무엇이겠습니까.용기 일치마시고. 원하시는바 꼭이루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