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21 | 222 | 223 | 224 | 2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는 갓난아기 - 소아과 의사가 신생아의 눈으로 쓴 행복한 육아서
마쓰다 미치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뜨인돌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아기가 종일 보챈다. 기저귀도 갈아줬고, 젖도 먹였는데도 불구하고 목청이 터져라 운다. 아무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가 보다. 특히 밤에 칭얼거리는 아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아가야, 왜 우니? 어디 아프니? 배도 부르고 엉덩이도 뽀송뽀송하고. 뭐가 문제인거야? 말좀 해다오, 아가야." 아기에게 물어봤자 대답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아빠도 엄마도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초보 엄마, 아빠의 답답함이 조금 가실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수십년 전 일본의 의사가 쓴 <나는 갓난아기>를 읽고나서 이 답답함이 조금 사라졌다. 아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때문이다. 이 책은 갓난아기 때부터 1년 6개월까지의 성장과정을 부모나 의사의 시선이 아닌 아기의 관점에서 쓰여진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책은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책을 읽고나면 "말좀 해다오, 아가야"라고 끝마쳤던 혼잣말이 "엄마, 아빠, 전 지금 더워서 그래요" 라거나 "그냥 엄마, 아빠 손길이 그리워서요"라고 아기처럼 말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기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재미있는 상상도 하고, 부부끼리 웃음도 주고 받는다.  

책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클릭 한번이면 접할 수 있는 세상의 수많은 육아정보나 책 속에 담긴 지식들에 사로잡혀 괜한 걱정을 할 시간을 덜 수 있다. 그것은 책이 아기들의 개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에게는 각자의 취향이 있다. 진한 맛을 좋아하는 아기들만 분유를 먹는 건 아니다. 나처럼 담백한 것을 즐기는 아이도 많은 것이다.... 인류의 진보는 인간의 개성을 인정해 주는 데서 이루어졌다. 개성은 인간의 몸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작용된다... 다양하게 시도해 본 뒤 제 아기의 개성과 성장 속도에 맞는 농도와 분량의 분유를 먹이는 것이 가장 좋다. 40쪽 

몇살엔 어느 정도 커야되고 몸무게는 어떻고, 그래서 그것에 맞춰 먹는 것은 이래야 한다라는 도그마에 빠질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육아서에 어떻게 적혀 있건 각자의 형펀에 맞지 않는 건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각자의 사정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아기를 키우고, 그렇게 해서 건강하게 자란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육아법이다.64쪽 

아이에게 언제부터 빵이나 밥을 먹일 것인가는 각자의 형편과 아이의 체질에 맞춰서 결정하면 돼. 꼭 관청의 지도를 받을 것도 없는 일이라는 거야. 198쪽 
 

또한 관심을 벗어난 과도한 애정에 대해서도 경계할 것을 말한다. 

어떤 아이나 손아래 형제에게 질투심을 품는 건 아니다.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아이가 질투심이라는 감정을 품는 것이다. ... 주위의 애정 과잉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서 느끼는 기쁨을 에미 누나에게서 앗아간 것이다. 45쪽 

그댁 형님댁도 아이가 가래가 좀 차더라도 할머니가 모르는 척, 별일 아닌 것처럼 해 주시지 않으면 낫지 않아요. ....아이를 너무 어르고 달래지 말아야 해요. 특히 외동아이일 경우가 함듭니다. 아파트단지에서 천식을 앓는 아이는 모두 외동아이에요. 앞으로 천식이 아주 많아질 겁닏. 다들 하나씩만 낳는 집이 많잖습니까. 214쪽  

다만 아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이 책은 별반 소용이 없을 것이다. 아마 책에서 밝히고 있는 정보를 한데 모으면 A4 용지 한 장 분량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예방접종, 장중첩증, 감기, 폐렴, 천식 등등 기술적 지식은 인터넷에 또는 병원에서 오히려 더 자세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분명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리 아기는 지금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소중한 생명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S 다큐프라임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가 이번주 방송됐다. 아토피에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치료과정 등을 보여주었는데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한 여지가 상당 부분 있다. 

다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토피의 원인인 가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은 현재로선 없지만, 가려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염은 스테로이드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양약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수많은 대체요법이 회자되고, 그 중엔 생명을 앗아갈만큼 위험한 것들도 있다는 점, 아토피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제작진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제작진은 정말 대단한 용기를 내어 스테로이드 사용을 제시했다.  

아토피를 어렸을 때부터 앓아왔고, 현재도 완전히 낫지 못하고 몸에 지니고 있는 입장에서 다큐의 주장은 반쪽의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에서도 보여줬듯 아이의 아토피를 치유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가 황토집을 짓고 살아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진 못했다. 냉온욕, 풍욕을 비롯해 수많은 비법들을 실천해봐도 완전한 치유는 멀기만 하다. 물론 이런 요법들로 아토피로부터 해방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비법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사람들은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그 방법을 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방법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반면 이런 대체요법들로 인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에겐 차라리 스테로이드가 방법일 수 있다.  

제작진은 스테로이드에 대한 공포증을 이야기한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두려워한 나머지 아예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것이다. 일본이 1990년대 10년간 공포증에 휩싸여 대체요법 광풍이 불다 점차 스테로이드 요법으로 돌아섰다는 자료는 일견 동감되는 부분이다. 우리도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대체요법이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잘못된 민간요법으로부턴 멀어져야 한다. 물론 아이의 고통을 바라보는 부모의 입장에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부작용이 큰 요법을 떨쳐내는 것이 어렵게 된다. 아무튼 제작진은 사용법을 제대로만 익히고 쓴다면 스테로이드는 정말 마법의 특효약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맞다. 스테로이드는 정말 묘약이다. 피부가 문드러지고 진물이 나는 곳에도 스테로이드는 그 힘을 발휘한다. 연고를 바르고 2~3일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피부는 깨끗해진다. 하지만 피부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고 나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려움은 언젠가 다시 나타나고 염증은 다시 도진다. 그러면 다시 스테로이드를 쓰면 된다. 그렇게 평생을 살면 되는 것이다. 마치 여자들이 화장품을 평생 몸에 바르듯 그렇게 바르며 살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스테로이드를 바르다 보면 여드름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또는 코끼리 피부처럼 두꺼워지기도 한다. 얼굴에 자주 바르다보면 피부가 벌개진다. 또 쉽게 햇빛에 타 검게 그을리기도 한다. 그래도 밤에 잠못 이루고 피가 나도록 긁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행복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의 약효는 항상 일정하지가 않다. 다행히도 스테로이드를 써서 가려움이 가라앉은 상태로 어느 순간 아토피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건 정말 천운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아토피를 달고 살아야 한다면 어느 순간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1년에 스테로이드를 바를 정도로 심하게 악화되는 경우가 한두번 이던 것이 점차 간격을 좁혀간다. 계절마다 약을 쓰다 월마다 약을 써야 한다. 그리고 매주 약을 써야 하는 경우에 처한다. 이때가 되면 여드름과의 싸움에 지치고 벌개진 얼굴에 대인기피증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발라도 발라도 가려움을 가라앉지를 않는다. 스테로이드의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위기감이 양약을 끊고 식이요법으로 관심을 돌리도록 만들었다.  

스테로이드는 그저 대증요법인 것이다. 그것도 언젠가는 한계를 드러내는. 아토피의 원인인 가려움을 잡아내는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하다. 그것은 명상이 될 수 있고, 채식이 될 수도 있으며, 자연적 삶의 양식을 통해 가능할 수도 있다. 아직은 명확한 방법을 찾을 순 없지만 근본 치유를 하지 않고 대증요법만으로 사는 것은 불행을 잠시 유보하는 일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 다큐프라임은 절반의 설득력만 지니고 있는 것이다. 2차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서 대체 요법을 찾는 것은 안되지만, 근본 치유를 포기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는 마녀가 쓰는 마법의 약인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콩까리 2010-07-2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의 글에 완전 공감합니다. 아토피 환우들이 스테로이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생긴 요인 중 하나인 의사들의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처방에 대해서 좀 언급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피부과 의사들은 스테로이드를 좀 강하게 처방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무분별한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의료계에 먼저 뿌리내려야 일본과 같은 풍토가 자리잡힐 것이라 생각됩니다.
 

드디어 퇴원이다. 꼬박 두 달을 인큐베이터에서 보낸 아이. 이른둥이(미숙아, 조산아)들만 있던 중환자실에서 그래도 꽤 커보였던 우리 아기를 병원 밖에서 바라보니 그렇게 작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도 여린 아기를 아무런 방패막이도 없이 세상에 안고 나오니 눈물이 글썽였다. 물론 부모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워 가슴이 여미기도 했다. 어른 허벅지만한 아이. 겨우 2.61kg.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던 아이가 드디어 바깥공기를 마시게 된 것이다.  

퇴원 일주일 전만 해도 이렇게 빨리(?) 나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루에 서너번이던 무호흡이 열번을 넘기자 위기감이 감돌았다. 몇일 더 상황을 지켜보다 계속 무호흡이 지속되면 뇌파촬영을 할 예정이었다. 무호흡의 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무호흡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하루에 한두번 그것도 젖을 먹을 때 간혹 나타났다. 아직 삼키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이정도면 안심이다. 몸무게도 그럭저럭 잘 불어났다. 36주를 넘기니 호흡능력이 정상범위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시간이 약이었다. 기대한 대로, 바라는 대로, 빨리 되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할 필요는 없었다. 과일이 뜨거운 태양과 깨끗한 물을 먹고 하루하루 익어가듯, 아이는 시간이라는 약을 먹고 자라났다.  

시간은 변화를 통해 느낀다. 모든 게 정지된 곳이라면 시간도 찾아볼 수 없다. 변화는 또한 생명의 특징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면 생명은 성장하거나 퇴화한다. 하지만 반대로 성장하거나 퇴화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의 폐가 완성되어가고, 젖을 빠는 힘이 늘어가는 것. 시간의 힘이다. 그러나 그 시간의 힘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모유를 주고, 비타민을 먹이고, 사랑의 말을 건네고, 따뜻한 손으로 안아주는 행위를 통해 생겨났다. 시간이 약이 된 것은 사랑이라는 조제를 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기야, 사랑한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anca 2010-07-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기 건강하게 잘 자라나기를 기원합니다.

하루살이 2010-07-2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이 길어 보이는 이유는 아직 살이 안쪄서 랍니다. ㅋㅋ
아직 신경 부분에 성장이 덜 되서 계속 지켜봐야 한답니다. 하지만 이젠 좀 느긋해질 수 있겠지요. 건강하게 잘 키울게요. 고맙습니다.

gimssim 2010-07-2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시간이 약이고, 엄마는 힘이 세지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온 생명 축하드리고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기도할께요. 힘 내세요!

잉크냄새 2010-07-2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흐르면 더 건강해지리라 생각합니다.

하루살이 2010-07-22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의 힘은 너무 신비로워요. 여러분의 기도가 그 힘을 더욱 키워줍니다. 너무 고마워요 ^^
 

8만을 육박하던 아기의 백혈구 수치는 6만으로 떨어졌다 다시 7만으로 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혈액 성분을 검사해본 결과 악성을 띤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음번 혈액검사에서는 수치가 뚝 떨어져 2만 5000까지 내려왔다. 거의 정상치에 가까워졌다.  

1.39kg이던 몸무게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초반엔 더 떨어졌다. 1.2kg대의 몸무게는 그야말로 애처로웠다. 갈비뼈가 앙상한 채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도 차근차근 영양제와 모유를 먹으면서 살이 붙기 시작한다.  

손가락 발가락이 너무 길어보였던 아기가 살이 차 오르기 시작하자 이젠 도리어 짧게 보일 정도다. 손가락이 길어 피아노라도 가르쳐 볼까 하던 농담이 어느새 무색할 정도다. 처음엔 움직임이 너무 활발해 걱정이 되더니 요즘엔 잠만 청한다.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가 된다고 하던데. ㅋㅋ 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운동선수로 키울까 상상력을 키워본다. 믿거나 말거나 벌써 뒤집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백혈구 수치가 좋아지면서 마음이 놓이니 몽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조그만 움직임 하나에도 눈길이 쏠린다. 인공 호흡기를 떼고 산소를 주입하다가 떼보기를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다. 워낙 태어난 주수가 짧다 보니 무호흡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래도 하루에 대여섯번 하던 무호흡도 한두번으로 차츰 나아지고 있다.  

무호흡이란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숨쉬는 건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근육을 움직여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미숙아들은 간혹 숨 쉬는 걸 잊어버린다. 하루에 몇 번이라는 숫자로만 듣던 무호흡. 그런데 아이를 보던 중 오르락내리락 하던 가슴이 움직이질 않는걸 직접 보니 내 가슴이 철컥 내려앉는다. 맥박은 계속 뛰고 있는데 호흡이 없다니... 간호사가 와서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가슴을 쓰다듬는다. 조그만 자극에도 아이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런 무호흡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있다면 아마 퇴원은 힘들 것이다. 하루 종일 아이만 쳐다보고 있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숨쉬기가 이렇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아이가 깨우쳐 준다.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스러운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아이는 천사다. 



인공호흡기는 뗐지만 아직 산소를 흡입하고 있는 우리 아기. 빨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없어 빨대로 위까지 모유나 영양제를 보내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0-06-15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10-06-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아이 얼굴의 미소 하나가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것 같아요. ^^
아이도 저도 아내도 모두 힘 낼게요.

손님1 2015-11-1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저희 아기도 미숙아인데 30주 5일에 태어났습니다.
현재 백혈구 수치가 5만인데 너무 걱정되네요.
며칠 정도만에 백혈구 수치가 떨어진지 알 수 있을까요?

하루살이 2015-11-1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일주일은 걸리지 않은듯 하네요.
하루하루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조마조마 할 거라 생각되네요.
힘내세요. 아이가 꼭 이겨낼거라 믿습니다.
 

1.39kg. 29주 만에 태어난 아이치고는 그래도 몸무게가 나간 편이다. 몸무게 만으로 봤을 땐 30주를 조금 넘긴 아이와 비슷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스런 부분이다. 아이의 얼굴엔 산소 호흡기가 달려 있고, 허벅지 쪽엔 주사기를 매단 채 사방으로 호스들이 연결 돼 있다. 숨도 제대로 못 가누는 아이에게 참 미안한 일이다. 갑자기 뜨거운 기운이 얼굴에 쏠리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아내는 아직 몸을 가누기도 힘들 뿐더러, 산소호흡기를 단 아기를 볼 용기를 차마 내지 못하겠다고 한다. 갑작스런 조산 소식에 양가 부모님이 시골에서 올라오셨지만 역시 아기를 볼 수는 없었다. 오직 부모에게만, 그것도 하루 1시간씩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아기를 보고 나서 담당 의사와 면담을 했다. 아, 그런데 이건 또 얼마나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인가. 

"아기의 백혈구 수치가 너무 높아요"  

"..." 

"미숙아들의 보통 수치가 1만 정도이고, 염증이 있더라도 2만에서 2만 5천 정도거든요. 그런데 아기 백혈구 수치가 8만이에요. 이런 경우가 별로 없어서 좀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 같아요."  

"백혈구 수치가 그렇게 높다는 건 무슨 뜻이죠." 

"혈액암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그리고 전해질도 다 깨져 있어서 수혈이 필요합니다."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 고비다.  

"혹시 아기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실 건가요. 그렇다면 아기 아빠한테만 경과를 말씀 드릴게요." 

아직 몸도 못 추스린 아내에겐 알리지 말아야 할까. 잠깐 망설였다. 하지만, 결혼 전 아내와 굳건히 약속한 게 있지 않은가. 절대 비밀을 갖지 않기. 무슨 일이든 다 털어놓기. 게다가 이번 일은 아기에 대한 일인데... 

"아니요, 그럴 필욘 없어요. 아내에게도 똑같이 알려주세요." 

아내가 누워 있는 병실로 돌아온 내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는가 보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신 후 아내가 물어왔다. 

"뭔가 숨기고 있지. 어서 말해." 

어차피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최대한 늦게 알리고 싶었다. 아내가 아기를 보러 가겠다고 결심을 하는 순간까지 미루고 싶었다.  

"잘 들어야 해. 아기 백혈구 수치가 좀 높데. 수혈도 하고 항생제도 놓고 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내 얼굴은 잔뜩 찌푸러 있었다. 그런데 용케도 아내는 잘 참아냈다. 나도 힘을 얻는다. '그래, 용기를 내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10-06-0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기 내시고 힘내세요.

비연 2010-06-0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잘 될 거에요...힘내세요, 하루살이님.

하루살이 2010-06-06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너무 고맙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힘내고 있어요.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의 염려가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좋은 소식을 꼭 전해드릴게요.

하루살이 2010-06-1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이 조금씩 오르고 있어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21 | 222 | 223 | 224 | 22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