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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22 - 정의의 시작,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해가 지면 어머니가 멀리서 부른다. 어서 집에 들어와 저녁 먹으라고. 아이는 배고픈줄도 모르고 놀았다. 어머니가 부르지 않았다면 아마 날 새는 줄도 모르고 놀지 모른다. 아이들의 놀이는 그렇게 끝이 없다.

아이들은 영웅 이야기를 좋아한다. 정의의 사도가 되어서 악당을 물리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이 만화는 이런 꿈이 실제로 현실화 돼 지구멸망을 꿈꾸는 '친구'라는 조직과 그것을 막으려는 친구들의 싸움으로 펼쳐진다. 끝도 없이 말이다.

그런데 그 싸움의 밑바탕은 켄지라는 소꿉친구에게의 라이벌 의식과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로 인한 끈질긴 복수를 꿈꾼 '친구'의 장난에 다름아닌 것이었을지 모른다. 소위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왕따를 당한 아이의 복수가, 그리고 잘난 척 또는 친구들을 이끌었던 대장 녀석이 자기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허무함이 사건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공상 또는 장난이 실제 현실에서 힘을 얻는데는 전적으로 어른들의 전체주의가 한몫한다.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흐름에 따라 또는 명령에 따라 흘러가버리는 것이다. '친구'라는 집단의 복수보다도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런 전체주의적 사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전체주의는 공포심에서 더욱 집단화된다. 지구 멸망이라는 극단적 공포가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한편으론 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감소가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반응하는 집단도 나오고,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쩃든 모두가 전체주의에서 벗어나려는 동작을 취하지는 못한다.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는 법이니까.

라는 말은 이런 인간의 모습을 잘 비쳐주는 말이 아닐까. 사람은 먹는 것에 의해 휘둘리기도 할만큼 위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다. 하지만 배가 고프다고 해서 모든 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배 고파도 잊고 무엇인가를 행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배고픈 건 참기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때론 생각도 잊는다.

그래도 배고픔을 잊고 뭔가를 한 집단들이 바로 이 만화의 주인공들이다. 켄지를 비롯한 이 집단은 실제론 겁이 많다. 그러나 이 겁이 바로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만화 속 주인공 신령님은 말한다.

강하다는 것은 약함을 아는 것
약하다는 것은 겁을 내는 것
겁을 내는 것은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친구'라는 악당도 맘 편했을까.

악당이 되는 건 힘들어.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게 훨씬 편하다고

실은 그럴지도 모른다. 악과 선이 모호할 때는 더욱 그럴 수도 있다. 지구멸망이라는 그의 꿈은 어렸을 적 장난이 계속된 것 뿐이다. 그 장난은 앞에 말했듯 복수심이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아픔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만화 속 오쵸는

뭐가 악이고 뭐가 선인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원인은 우리에게 있다는 정도다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절망을 이길 방법은 없다. 단지 걸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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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2010-01-1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라사와 나오키팬이라....그의 만화책은 모두 즐겨보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하루살이 님은 만화책 후기도 철학적이셔요.
 
영화야 놀자
강풀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는 한편이지만 그것에 대한 글은 과장일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만 100편,  일반인들의 평까지 가세한다면 몇만편은 될 것이다. 이처럼 영화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영화를 보게 만드는 매력일 것이다.

클래식이라고 말하는 고전음악이나, 발레와 같은 무용, 명화 등에 대해서는 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했다가는 낭패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또는 그것을 보고 나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어렸을 적 우리가 한번도 또는 쉽게 그것들을 접하지 못했다는 것과,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겠다. 아무튼 문화에 대한 편향적 소비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에 각설하고, 이 책 <영화야 놀자>를 말해보겠다.

책의 제목이 이야기하고 있듯, 이 책은 영화비평서가 아니다. 영화와 놀고 있는 이야기다. 영화로부터 추억을 끄집어내고, 영화가 아니라 그 영화를 보았을때 영화관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영화에 대한 별점이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별을 보고 추억이 떠오르듯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기에 더욱 친근한 이야기가 된다. 극장을 나오며 친구와 이야기를 하듯. 영화를 보게 된 사연도 너무도 솔직하다. 염정아의 가슴이 보고싶어 테러리스트를 보러갔다는 식으로 말이다. 아무튼 7080세대의 추억으로 인해 문화상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것처럼, 이 책 <영화야 놀자>는 소위 X세대라 불렸던 할리우드 키드들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무엇보다도 강풀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은 폼으로 보면 어떠냐는 거다. 영웅본색에서 주윤발이 이쑤시개를 꼬나문 모습, 천녀유혼에서 왕조현이 날아다니는 모습, 와호장룡에서의 대나무 신 등등. 나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한 장면 때문에 영화비가 전혀 아깝게 생각되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영화들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하면 이야기가 통하는 것이고, 남들이 시큰둥해도 뭐 어쩔 수 없지만. 나에게 있어 그런 폼나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옥상 위에서 꺼져가는 생명으로 고개를 푹 숙인 로봇 위로 하얀 비둘기가 빗속을 뚫고 날아가는 모습, <쥬라기 공원>에서 처음으로 공룡들을 만나는 모습 등등.

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그래서 영화는 수만가지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 그 이야기 중 하나인 강풀의 <영화야 놀자>는 말 그대로 영화와는 한바탕 놀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신나게 놀아야 이야기도 신날게 아닌가? 이 책 속에 나오는 강풀의 부모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를 사랑할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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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0 - 자반고등어 만들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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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정성이다. 누구나 다 안다. 손맛도 정성의 다른 표현이다. 식객 10권 또한 이런 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내식당 요리사의 사랑과, 콩나물을 기르는 아가씨의 첫 데이트, 치매에 걸린 교장선생님 남편과 아내의 애정 등등이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음식의 정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지 이것뿐이라면 식객의 10권은 시리즈 중의 한 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어리찜의 재료가 정어리인지, 멸치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취재하는 모습 속에서 만화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완성되는지를 알게된다. 요리뿐만 아니라 이 요리만화까지도 정성이 가득함으로써 그 맛이 한층 뛰어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0권이 주는 기쁨은 客처럼 살아가는 부부의 에피소드가 숨은 진주처럼 반짝이고 있다는데 있다. 여수로 정어리찜을 먹으로 가는 이들 부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모아둔 돈과 퇴직금으로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산다. 제 철, 계절에 어울리는 맛을 찾아 떠도는 삶은 유유자적하다. 집을 갖고 싶다거나, 땅을 가지거나, 재산이라는 물욕으로부터 벗어나, 필요하면 막노동과 밭일을 해가면서 맛따라 떠도는 삶. 어차피 인생이라는 것이 세상의 客으로 와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라면 이렇게 사는 것도 흥이 날듯 싶다.

식객을 통해 生客을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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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5-24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았어요. 허영만씨가 정말 대단해 보이고, 만화라는 장르가 좀더 수준 높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많이 권했답니다.

하루살이 2006-05-2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보다도 엄청난 자료조사에 감탄하게 됩니다.
 
기생 이야기 1
김동화 지음 / 행복한만화가게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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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과 버들이라는 아이가 기생으로 유명한 송도라는 곳에 온다. 한때 송도를 주름잡았지만 절개를 지키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초선이라는 老妓로부터 기생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다. 현금은 심성이 곱고 얼굴도 아름다우며 목소리도 뛰어난 재목감이다. 반면 버들은 누추한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성격만은 활달하여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씩씩함을 지녔다. 결국 가난이 주는 고통보다는 돈이 주는 힘과 편안함을 찾아 초연이라는 돈만 밝히는 기생밑으로 들어간다. 이야기는 이 현금과 버들이라는 두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나비가 꽃을 찾아 헤매듯, 사람은 사람의 향내를 찾아 돌아다니는듯 싶다. 그것이 꼭 이성간이 아니라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성간이라면 또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만화는 이상적인 사람의 향을 그려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옛날 옛적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듯. 아마도 황진이를 떠올리면 딱 맞을듯하다. 기생은 시 화 서 예 악을 두루 꿰뚫어야 하는데,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은 그리움이다. 즉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하겠는가? 그리움을 바탕으로 한 메마르지 않는 정. 이것은 단지 기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속에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인생의 은은한 향기다. 세상이 고달픈 태풍으로 불어닥쳤을때 끝끝내 놓치지 말아야 할 삶의 이유다.

만화 속에서 스님이 현금을 아끼는 것도 이 떄문이리라. 사람을 그리워할줄 모르는 사람이 부처를 바라보며 자비심을 키워나갈 수 있겠는가? 고뇌가 되지 않는 사람사이의 그리움(이게 정말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마음. 그 애달픔을 가슴에 품을 줄 아는 사람이 고귀하고 아름답다. 세월로도 지워지지 않는, 사그라들지 않는 그리움. 우리네 인생은 바로 그 그리움을 쌓아가는 일일지도...

 

사족:사회제도적 불평등이나 남녀 억압이라는 것을 떠나 그냥 순수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는 동화책이나 교과서적인 내용같지만, 그래도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이런 책을 읽고싶어진다. 복잡한 생각없이. 찬바람이 뼈에 사무칠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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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11-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적인 사람의 향을 그려보이다니..퍽 어려운 것을 그렸군요.. 만화책인가 보네요~ ..

찬바람이 뼈에 사무칠 때면... 캬..

하루살이 2005-11-27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꼭 어떤 성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기다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 정도라고 하면 좋을것 같네요.
기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리워할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좋고요.
걸쭉한 성적 농담이 소위 해학적이라고 말하는 대사들로 간간히 채워져 있어 읽는 재미를 더 합니다.
 
식객 9 - 홍어를 찾아서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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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접시의 홍어회가 열 사공의 죽음을 떠올린다.

홍어는 피묻은 사공의 등골을 발라먹고, 사공은 혼신의 힘으로 홍어의 잔등에 작살을 박는다.

 이 상잔(相殘)! 우리들의 피안은 어디에 있는가

홍어를 생각하면 이 시가 먼저 떠오른다. 삶의 치열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엄숙함이나 경외감이 '헉' 숨을 멎게 하는 느낌마저 든다.

전라도에선 홍어가 올라오지 않으면 잔치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 전라도에선 자란 나이지만 홍어를 자주 구경한 것은 아니다. 또 홍어를 즐기는 편도 아니다. 그냥 먹을 줄은 안다는 정도. 톡 쏘는 맛과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독한 냄새 정도로만 기억되는 홍어. 시를 대하고 나면서부터는 음식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상 위에 올라올 수 있다는 생각에 함부로 대할수 없고, 절대 남길 수도 없다.

그 홍어도 이젠 수입산으로 가득 차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이제 홍어도 계급을 가질수밖에. 한국산인지, 흑산도 토박이인지에 따라 취급하는 손길이 달라진다. 나같이 아무거나 먹어대는 사람에겐 그 계급이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의 입은 간사해서 위로 올라간 혀는 절대로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 식객은 바로 위에 있는 혀를 만족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홍어잡이를 하는 어부와 마찬가지로 치열하다. 그러나 식객의 장점은 꼭 이런 치열함만 담아내지 않고 어머니의 사랑을 품고 있다는데 있겠다. 식객 1권에서부터 작가 허영만이 말했듯이 어머니의 손맛이 가져다 준 원초적 기억이 바로 최고의 맛으로 남는 것 아니겠는가? 이야기 곳곳에 숨겨 있는 이런 사랑의 손맛을 만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오는 식객은 그래서 단순히 요리 만화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것 같다. 무궁무진한 음식의 세계로의 초대. 그리고 말없이 다가오는 어머니의 사랑. 또다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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