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4일 날씨 맑음 29도

 

오늘 한 일 - 제월리 논 50평 모내기, 삼방리 논 모내기 작업 준비, 농장 연못 정비

 

어제에 이어 오늘 오전도 제월리에 있는 논에 모내기를 했다. 50평 정도를 세 명이 두 시간 가까이 걸려 마무리했다. 오후엔 내일 삼방리에서 진행할 토종벼 모내기 준비작업을 했다. 토종벼 27종을 800여평에 나누어 심어야 한다. 각 구획을 나누고 표시를 해 두었다. 해질녘 무렵엔 농장에 있는 연못 바닥을 시멘트로 바르는 작업을 했다. 연못이 물을 가두어 두지 못하고 자꾸 새기에 방책을 세운 것이다. 날이 저물어 다 끝내진 못하고 절반 정도 시멘트를 발랐다. 40키로그램 시멘트 10포대가 쓰였다.

9시쯤 작업이 끝나자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저녁 회식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하우스에 사용할 차광제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에서 차광제를 써서 토마토를 키우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국내에서도 개발이 이루어져 시험삼아 하우스 한두 개 동에 발라보라는 것이다. 만약 차광제가 성공한다면 한여름에도 상추나 토마토를 키우게 되면서 높은 가격에 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된다.

하우스라는 것은 변화무쌍한 외부환경의 제약을 극복한다는 취지와 함께 남들보다 빨리 또는 늦게 작물을 수확해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단 2주 정도의 차이만으로도 작물의 가격은 천지차이가 된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또는 늦게까지 어떤 작물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도 연결되어 있다. 효에 관한 옛날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 중엔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생선을 먹고 싶다는 부모를 위해 그것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자손들의 이야기가 있다. 제철이 아니어도 먹고 싶은 그런 욕망들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그것이 현재엔 기술의 발달로 하늘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제철을 잊은 채소나 과일에서도 영양과 맛이 풍부하게 존재할까. 이상 기온에 대비하기 위한 하우스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시기를 조절하고자 하는 욕망이 깃든 하우스에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질 수 있을까. 흔히들 종교의 교리에선 욕망의 불꽃을 끄라고들 말하는데, 현실은 욕망의 불꽃을 지피기 위해 장작을 팬다. 끄느냐, 패느냐. 삶의 풍요로움은 어디에서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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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월 3일 하루종일 맑음 29도

 

오늘 한 일 - 제월리 논 모내기

 

오늘은 제월리에 있는 논 1000여평에 모내기를 했다. 800평 정도는 이양기로 일반 벼를 심었다. 그야말로 뚝딱 해치웠다. 800평을 심는데 겨우 두시간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머지 200평은 일반벼 품종에 토종을 교잡시킨 종을 손으로 모내기했다. 이때 필수품은 고무장화와 막걸리. 물론 둘 다 꼬~옥 필요한 건 아니다. 맨발로 해도 되고 목마름은 물로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두가지가 있으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중간 중간 막걸리를 먹어가며 네명이 세시간 남짓 모내기를 한 것이 150평. 그러고 보면 기계와의 싸움은 바보같은 짓이다. 이런 중노동을 피하기 위해 기계는 발전해가고 있지만 그 댓가는 있다. 기계를 구입 또는 임대하기 위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땅이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돈도 필요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계는 또한 석유를 필요로 한다. 그것도 돈이다. 그러니 이제 농사는 사람이 짓는게 아니라 돈이 짓는것인가. 농기계의 딜레마다.

그렇다면 농사를 짓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인가, 온전한 삶을 위한 것인가. 이런 질문 자체가 너무 순진한 것일까. 귀농을 결심하게 된 온전한 삶에 대한 동경은 그야말로 몽상에 그치고 말것인가. 이양기를 보며 상념에 잠긴다.

모레엔 삼방리에 있는 800여평의 논에 손으로 모내기를 해야 한다. 25종 정도의 토종을 심어야 하기에 이양기를 쓸 순 없다. 그렇다 이양기를 쓸 순 없다고 나는 표현하고 있다. 농사는 중노동인 경우가 많고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남이 만들어주고 석유를 써야하는 기계에 의존한 순간 과연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 될련지 기계의 노예가 될련지 잘 모르겠다. 옛날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모내기를 한다면 조금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이제 농촌에서도 이런 풍경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될 수 있으면 값싸게 농기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고, 농기계가 벌어준 시간들을 농촌의 문화를 위한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본다. 이것이 기계를 사용하는 소중한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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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5월 31일 하루종일 쨍쨍 하우스 최고 38도

 

오늘 한 일 - 토마토 곁순 지르기 및 유인 작업, 고추 곁순 지르기

 

드디어 오늘 토마토 하우스 5동의 곁순을 모두 지르고 유인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마지막 동에서 잎굴파리의 흔적을 발견했다. 애벌레가 잎을 파먹는 모양새가 굴을 파들어가는듯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땅한 천적도 방제약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내놓은 처방이 찐득이다. ^^;

아직 큰 피해는 없고 달랑 잎 한장에서 발견된 것이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듯하다. 그래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어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 같다.

 

슬슬 모내기 준비도 다 되어가고 있다. 논의 배수관도 정비하고 생태연못과 덤벙도 자리를 잡았다.

모레쯤 물을 대고 로타리를 치고 나면 손으로 모내기를 시작할 듯싶다. 토종모 25종을 1000평에 나누어 심어야 한다. 아~ 생각만 해도 허리가 지끈지끈하다.

 

흙살림 농장 근처에 있는 논들은 모두 천수답이다. 예전엔 축복받은 땅이었다. 그런데 농지정리 이후 물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또 논이 밭으로 전환이 많이 되면서 천수답은 애물단지 비슷하게 처지가 바뀌었다. 과거엔 천수답 1평 가격으로 마른 논 대여섯평까지 구입이 가능할 정도였다지만 이젠 그 반대 신세가 된 것이다. 배수처리를 잘 하지 못하면 작물 키우는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치가 뒤바뀌는 또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세월의 변화에도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같이 하는 삶이 언제나 가치 있는 삶일 것이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점점 보리가 익어간다. 아침 햇살을 받은 누런 보리들이 너무 아름답다.

 

감자밭은 고랑에 풀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비온 뒤라 자라는 속도가 엄청나다. 한창 양분을 흡수해야 할 감자를 위해 예초작업을 해야 할 듯싶다. 이곳 감자밭엔 수미감자와 자주감자가 심겨 있는데 자주감자의 꽃은 분홍색을 넘어 자주색으로 선명하다.

이곳의 6월은 수확의 시기다. 감자와 고추, 토마토를 수확할 생각을 하니 뿌듯하다. 비록 몸이 고생스럽더라도 그 몸의 수고를 통해 수확의 기쁨을 온몸으로 맞이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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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5월 30일 오전 안개 짙음 오후 햇빛 쨍쨍

 

오늘 한 일 - 토마토 곁순 지르기 및 유인

 

오늘도 그제처럼 하루 종일 토마토의 곁순을 지르고 유인 작업을 했다. 이제는 나도 슬슬 농부가 되어 가는 것일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것과 반대로 날마다 보고 어루만지다 보니 토마토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사람의 변하기 쉬운 마음보다는 애정의 정도만큼 보답하는 동식물에게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그 심정을 이제야 조금 느낄 수 있을듯하다. 토마토가 쑥쑥 자라는 만큼 고추도 점점 그 몸집을 키워가기 시작한다.

 

오후에는 작업을 하면서 라디오를 틀어놓았다.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아 그냥 한 채널로 쭉이다. 허리가 아파와 일이 더디게 진행될 즈음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귀에는 익지만 잘 알고 있는 노래는 아니었다. 조항조의 '거짓말'이라는 곡. 사람보다 토마토가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오늘, 그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구슬프게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려온다.

 

사랑했다는 그말도 거짓말

돌아온다는 말도 거짓말

세상의 모든 거짓말 다 해놓고

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마음도 다칠까

너의 자리를 난 또 비워둔다

이젠 더 이상 속아선 않되지

이젠 더 이상 믿어선 않되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다시 한번만 더 나 너를 다시 한번만 더 너에게

나를 사랑할 기횔 주어본다

어떤 사랑으로 나의 용서를 답하런지

또 잠시 날 사랑하다 떠날 건지

마치 처음날 사랑하듯 가슴 뜨겁게 와있지만

난 왠지 그사랑이 두려워

오직 나만을 위한 그약속과

내곁에서 날 지켜준다는 말

이번만큼은 제발 변치않길

 

거짓말 없는 사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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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귀농일지 날씨 하루종일 비 오락가락

 

오늘 한 일 - 제월리 논 1200평에 유박 뿌림. 제월리 블루베리 밭 제초 및 부직포 걷기

 

모내기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일반 농가에선 대부분 모내기가 끝났지만 흙살림 농장은 조금 늦은 편이다. 일찍 모내기를 하면 물이 차가워 병충해에 잘 걸린다고 한다. 삼방리에 있는 농장의 논은 물대기를 시작했고, 제월리의 논은 시비를 했다. 6마지기 논에 유박 28포대를 골고루 뿌렸다. 이후엔 로타리를 친 후 물대기를 할 것이다.

 

 

 

논에 유박을 뿌린 후엔 근처 블루베리 밭으로 향했다. 풀을 억제하기 위해 부직포를 깔아두었는데 이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부직포를 깔고 블루베리를 키우면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곳에 심겨진 블루베리는 올해 4년생이다. 올해부턴 다소 수확이 가능하다.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 보기좋다.

 

 

 

부직포를 뜯어내기 위해 밭을 살펴보니 온통 풀천지다. 부직포를 뜯기전 제초작업부터 해야 했다.

 

 

항상 사진의 모델이 되어주시는 작업반장님.

 

뿌리를 내린 풀들이 부직포를 뚫고 자란 탓에 부직포를 걷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부직포를 재활용하기 위해 일일이 풀뿌리를 제거해야 하니 일은 더디게 진행됐다. 팔, 다리, 허리,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힘이 든 작업이었다. 이렇게 힘이 든 것은 풀의 지독한 생명력 때문이다. 풀이 잘 자라야 좋은 땅이라고는 하지만 제초작업을 하는 입장에선 여간 곤혹이 아니다. 풀을 제거하지 않고 작물과 같이 키우는 자연농법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다보니 자연농법의 비경제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힘을 줄인다는 경제적 편의성 이외에도 작물과 풀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도 자연농법에 애착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작물을 수확하는데 실패한다면 자연농법은 그저 자연이지 농법이라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곳 괴산 주변에서도 자연 농법을 시도한 농부들이 있는데 대부분 쓴 맛을 보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라고 할 수 있겠다. 차라리 우리나라가 겨울에도 풀이 잘 자라 소들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풍요롭다면 진정한 순환농법을 완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친농부의 순전한 기쁨>이라는 책의 저자처럼 말이다. 풀이 주는 딜레마다. 풀에 대한 고민을 좀더 해봐야겠다.

 

아무튼 온종일 풀과 씨름을 하다보니 허리 피는게 힘들 정도다. 1톤 트럭 가득 부직포를 실었다. 그리고 부직포와 꼭 붙어버린 풀과 흙들도.

 

 

풀은 자기를 죽이려하는 부직포마저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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