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지 6월 10일 하루종일 쨍쨍 하우스 온도 43도

 

6월 8일 - 제월리, 삼방리 논에 우렁이 투입

6월 10일 -  방울토마토 곁순 자르기, 유인줄 매기

 

친환경 벼 재배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잘 알려진 것으로는 오리 농법과 우렁이 농법이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우렁이의 경우 겨울을 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추수 후엔 싹 잡아야 할 일이다. 어쨌든 우렁이 25킬로그램을 제월리와 삼방리에 나누어 던져넣었다. 100평당 1.5킬로그램 정도다. 물 위로 흙이 드러난 부분에 주로 던져넣었다. 우렁이가 깊은 물 속을 좋아한다고 하니 먼저 땅쪽으로 넣어줘 풀을 먹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우렁이가 토종은 아니다. 토종벼를 심어놓은 삼방리 논에 토종 우렁이가 아니라니 좀 아이러니하다. 토종 우렁이는 먹이활동이 활발하지 않아서란다. '토종은 좋은 것이여'라며 우길 일은 아닐성 싶다. 우리네 입맛이 변해온 것도 있지만 토종 종자가 꼭 맛이 좋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네 땅에 잘맞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외래종과의 교잡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확보해 갈 수 있는 유전자풀을 지니고 있다고 평할 수 있겠다. 다만 그 중에서도 발군의 장점을 지니고 있는 종이 있다면 잘 보존해서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어제 딸과 함께 과천의 동물원에 갔었다. 잠시 쉬려고 그늘에 앉아있을라 치면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의 외국어가 귓가에 들려온다. 우리말보다 더 자주 들을 정도였다. 안산에서 음성으로 버스를 타고 내려올때에도 버스 안에는 동남아인들이 태반이다. 단일민족에 대한 환상, 집착을 버려야 할 시대임을 절실히 느낀다. 토종에 대해서도 지킬 건 지키데 집착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블루베리도 커피도 이젠 우리나라 땅에서 버젓이 잘 자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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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3-06-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감자, 고구마, 옥수수, 토마토, 담배, 고추...다 토종이 아니네요.

하루살이 2013-06-1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우리나라에서 잘 적응된 외래종들. 이들도 토종과 다름없지 않을까요.
 

귀농일지 6월 7일 하루종일 햇볕 쨍쨍 하우스 최고 온도 41도

 

오늘 한 일 - 방울토마토 곁순 자르기 및 유인 작업, 토종상추 수확, 둥근마밭 풀 제거

 

둥근마밭에 풀이 무성하다. 시험삼아 뿌려놓은 데다 밭의 위치도 동떨어져 발길이 뜸한 것이 이유다. 보다못해 오늘은 풀을 뽑기로 했다.

 

하지만 한 두둑도 다 못해 급한 일이 생겼다. 당장 토종상추를 수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틀 사이 너무 커버려서 상품화하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따가기 시작했다. 포기상추로만 수확하다 찹찹이(낱상추)로 따려니 손놀림이 어색하다. 처음엔 깔끔하지도 못하고 자꾸 찢어먹다가 조금 익숙해지니 나아지는 모양새다. 손을 잘못 놀려 상처를 받았거나 너무 커서 쓸 수 없게 된 것들을 중간중간 입에다 집어넣었다.^^ 맛이 쌉싸름하면서도 달큼한 것이 괜찮다. 하지만 청상추는 조금 밋밋한 맛이었다. 어쨌든 요즘 같은 고온에도 끄떡없이 잘 커준 것이 대견하다. 비료 한 번 물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했지만 이렇게 자라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하우스 안에 방울토마토와 고추는 오늘 실컷 밥을 먹였는데.... 토마토엔 구아노와 마그네슘, 칼슘, 미리근 등의 미량요소가, 고추엔 칼슘이 투입됐다. 이것들도 쑥쑥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아니 무서울 정도다. 너무 쑥쓕 크는 바람에 유인줄도 다시 매야 했다.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 이렇게 손이 많이 갈수록 작물값은 비싸진다.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는 작물은 농부의 손길만큼 그 값어치도 커진다. 그렇다. 값어치란 단순히 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의 손길이 얼마나 자주 가느냐를 의미하는 것이다.

손길. 이렇게 무더운 날에도 따스한 손길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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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6 하루종일 햇빛 쨍쨍 하우스 최고 온도 41도 최저온도 12도

 

오늘 한 일 - 고추 하우스 풀 작업, 토종벼 전시모 만들기

 

숙소 맞은편엔 누추한 집이 한 채 있다.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 약간 치매 증상이 있다고 하신다. 하지만 아직 그런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인사라도 할라치면 90도로 허리를 숙여 답례를 하신다. 송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길가에선 인사를 해도 아는 체를 잘 안하신다. 그러던 할머니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마당을 거닐고 있을때 숙소로 다가오셨다. "참 깨끗하게 정돈 잘하고 사시네요" 뜻밖의 접근에 당황스러웠다. "네, 얼마 전에 예초작업을 했어요" "풀이란 놈은 참 신기해요. 비료같은 걸 안 줘도 이렇게 잘 자라니" "아, 네"

그렇다. 풀은 참 신기하다. 작물 근처엔 어김없이 풀이 자란다. 자신들에게 애정을 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지도 않으면서 꿋꿋하게 잘도 자란다. 오전엔 고추 하우스의 풀 작업을 하느라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그냥 놔두어도 될 것 같지만 이 풀을 매개체로 진딧물이 옮겨붙기도 하고, 고추에 들어갈 양분을 빼앗아 가기도 하니 어쩔 수 없이 뽑아야만 한다.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에겐 풀은 적군이다. 이제부턴 완전히 풀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렇게 풀을 뽑으면서 한가지 느낀 점이 있다. 바로 뿌리박기의 중요성이다. 똑같은 풀이라 하더라도 어떤 땅에 뿌리를 박고 있느냐에 따라 뽑히는 정도가 달랐다. 또 풀마다 뿌리박기의 양태가 달랐다. 뿌리는 비록 얕더라도 줄기가 쉽게 끊기면서 뿌리를 보호하는 풀이 있는가 하면 땅 속 깊숙이 뿌리를 박는 풀들도 있다.

나는 지금 어떤 땅에 어떤 뿌리를 박으려 이렇게 홀씨의 몸으로 날아다니고 있는 것일까. 나의 뿌리가 강한 생명력으로 흙을 움켜쥐도록 오늘도 이렇게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직 내가 뿌리박을 땅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조급해하진 않으리라. 일찍 뿌리박기보다 더디더라도 확실히 뿌리박고 싶다.

 

오후엔 토종벼 전시모를 위해 화분만들기 작업을 했다.

이렇게 수많은 토종들이 단순히 박물관 속 박제들처럼 모셔지기보다 우리네 산천 곳곳에 뿌려져 자라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선 토종의 실리성을 키워야 할 터이다. 토종이 단순히 전시가 아니라 생활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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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월 5일 하루종일 맑음

 

오늘 한 일 - 삼방리 논 모내기, 연못 누수 정비

 

오늘은 삼방리에 있는 논에 모내기를 했다. 800평 정도의 논에 27종의 토종벼를 심었다. 이 논은 작년까지 밭으로 쓰던 것이라 사전에 손이 많이 갔다. 물을 적당히 채우고 로타리를 먼저 쳤다. 흙이 가라앉은 후 모내기를 해야한다는데 일정이 급해 그냥 모내기를 진행했다. 로타리를 친 후에는 평탄작업을 했다. 물길이 막히지 않고 골고루 퍼지도록 논을 고르는 작업이다.

 

 

드디어 모내기 시작이다. 흙살림 농장에 와서 일한 이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총 11명. 손은 물론 입도 함께 모내기를 하는 사람이 두 분이나 계시니 종일 재잘재잘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간간히 웃음이 터지면서 일도 빨리 진척됐다. 오후엔 점심 후 맥주와 치킨까지 배부르니 먹고 다시 모내기를 시작했다. 오전에 했던 모내기 속도보다 배는 빨라진듯한 느낌이다. 다들 알코올 기운이니, 닭 기운이니 하며 힘을 낸다.

혼자서 웃는 일은 드물다. 웃음이 건강에 좋다고 하니 일부러 웃는 연습도 하지만, 혼자서 웃는 모습은 실없어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웃음은 그 즐거움의 크기를 몇배로 키우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흥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흥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이요, 망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멀어진다는 뜻으로 해석해 봄직하다. 귀농의 선택이 흥하는 길로 가는 교두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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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지 6월 4일 날씨 맑음 29도

 

오늘 한 일 - 제월리 논 50평 모내기, 삼방리 논 모내기 작업 준비, 농장 연못 정비

 

어제에 이어 오늘 오전도 제월리에 있는 논에 모내기를 했다. 50평 정도를 세 명이 두 시간 가까이 걸려 마무리했다. 오후엔 내일 삼방리에서 진행할 토종벼 모내기 준비작업을 했다. 토종벼 27종을 800여평에 나누어 심어야 한다. 각 구획을 나누고 표시를 해 두었다. 해질녘 무렵엔 농장에 있는 연못 바닥을 시멘트로 바르는 작업을 했다. 연못이 물을 가두어 두지 못하고 자꾸 새기에 방책을 세운 것이다. 날이 저물어 다 끝내진 못하고 절반 정도 시멘트를 발랐다. 40키로그램 시멘트 10포대가 쓰였다.

9시쯤 작업이 끝나자 이태근 흙살림 회장이 저녁 회식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하우스에 사용할 차광제 이야기가 나왔다. 일본에서 차광제를 써서 토마토를 키우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국내에서도 개발이 이루어져 시험삼아 하우스 한두 개 동에 발라보라는 것이다. 만약 차광제가 성공한다면 한여름에도 상추나 토마토를 키우게 되면서 높은 가격에 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된다.

하우스라는 것은 변화무쌍한 외부환경의 제약을 극복한다는 취지와 함께 남들보다 빨리 또는 늦게 작물을 수확해서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도구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단 2주 정도의 차이만으로도 작물의 가격은 천지차이가 된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또는 늦게까지 어떤 작물을 먹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과도 연결되어 있다. 효에 관한 옛날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 중엔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생선을 먹고 싶다는 부모를 위해 그것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자손들의 이야기가 있다. 제철이 아니어도 먹고 싶은 그런 욕망들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그것이 현재엔 기술의 발달로 하늘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제철을 잊은 채소나 과일에서도 영양과 맛이 풍부하게 존재할까. 이상 기온에 대비하기 위한 하우스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시기를 조절하고자 하는 욕망이 깃든 하우스에는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질 수 있을까. 흔히들 종교의 교리에선 욕망의 불꽃을 끄라고들 말하는데, 현실은 욕망의 불꽃을 지피기 위해 장작을 팬다. 끄느냐, 패느냐. 삶의 풍요로움은 어디에서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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