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관련돼, 마지막으로 질문을 했던 사람입니다....ㅎㅎ
음, 정확히 얘기하자면 질문이라기 보다는 우려섞인 마음에서 무언가 확인을 하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철학강의라는 거,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 강의를 들어본 게 대체 몇년만인지... 15년 쯤 되었을까요?
극찬에 마지않던 후기 속 1강을 놓쳐버리고, 뒤늦게서야 자리하게 된 채운선생님의 두번째 강의, 좋았습니다.
차이의 사유에 대한 대목이 참 좋았고, 특히나 모네의 그림들과 곁들여 들려주신, 지금여기의 감각, 진실은 다만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고 호흡하고 감각하는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철저하게 지금 이 순간의 진실에 의지해, 현재형을 살아갈 뿐이다는 메시지는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듯한 서늘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지요.
후기를 올려주신 다른 분들의 글을 열심히 읽으며, 아, 지난번 내가 들었던 강의가 저토록 심오하고도 어려운 내용이었구나, 감탄하며 내 맘대로 편하고 쉽게 해석해버린 선생님의 메시지가 혹 왜곡된 게 아닐까 심하게 의심하면서도, 그래, 아무렴 어떠랴~ 내가 듣고 느끼고 깨닫는 것만이 진실일진대, 누가 내게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으랴 하는 배짱으로 스스로의 무지를 위로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날 시간이 없어 최대한 빨리 질문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말이 빨랐던가요? 화가 날 이유도 없고, 화가 나지도 않았는데, 화내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적이 당황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도 급하고 긴장도 하고 해서 다들 제가 화가 난 것처럼 느끼셨나봐요. (뭐, 프로이트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날 건 없었습니다.)
다만, 첫번째 질문자의 프로이트의 구순기/항문기/ 등등의 개념 또한 재현의 사유냐는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이 알쏭달쏭했던 건 사실입니다.
제 기억에 의하면, 그 역시 재현의 사유다라는 전제와 함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비판하셨는데, 그 비판의 근거를 짧은 선생님의 답변에서는 캐치해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기억나는 건, 강남에 줄줄이 걸려있는 신경정신과 간판들(자본에 잠식된 정신분석을 애기하시며)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 부모상에 관한 개념의 횡포(이렇게 이해했습니다), 아이들을 순식간에 착 가라앉게 만들어버리는 신경안정제의 남용들을 열거하시며 차라리 정신과에 가서 주저리주저리 하소연할 거면 친한 친구를 붙잡고 수다를 떠는 게 훨씬 더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의견을 피력해 주셨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요
이때부터 제 가슴이 불안정하게 뛰었습니다. 혼란스러웠거든요. 선생님의 저 얘기는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인가, 심리학에 대한 비판인가,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전반에 대한 비판인가, 신경정신 의학에 대한 비판인가 심리치료에 대한 비판인가. 지금도 사실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분명한 인상은, 아무튼 정신분석, 심리학 뭐 이런 것을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네,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요. 그런데도 납득할만한 근거를 도무지 찾아낼 수 없으니, 선생님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일순간 혼란스럽고 긴장되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결국,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그 여성의 질문에 이르러서는, 뭔가 가슴이 퍽 막혀왔습니다, 아니, 가슴이 퍽하니 아파왔다는 것이 맞을테지요. 만약 제가 질문하셨던 분의 상황이었다면, 저는 분명 분노했을 테니까요.
저는 그 여자분도 저와같은 혼란스러움 속에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하고 계신 상황에서, 선생님이 던져주신 짧은 단서들로는 도저히 내용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 봅니다.
이건 누군가 얘기한 것처럼, 프로이트를 신봉해서도 아니고 정신분석의 위력에 대한 반증도 아닙니다. 다만 선생님이 하신 그 코멘트의 근거를 알아채지 못하기에 혹 알지 못하기에 도대체 저게 뭔 소리인가, 그런 심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 당혹스러움을 달래줄 납득할만한 답을 얻고 싶었던 것일테지요. 순전 저의 투사일지는 모르지만 그날의 저는 그랬으니까요.
이제 와서 이렇게 구구절절 지난 일을 쓰는 이유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떤 점 때문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뻥'이 되었는지를 좀더 알고 싶어서입니다. 어느분 글 속에, 정신분석은 '뇌의 메커니즘'이 발견되면서 완전히 '뻥'이 되어버렸다고 한 거 같은데 혹 그 부분에 대한 책이나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알기로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정신과 의사에게 '정상/비정상'을 진단할 권리와 권위를 정신의들에게 이양함으로써 그 이후 정신분석이 자본주의적 권력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에 대해 비판이 있다는 점과 또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이론 또한 지난 시대의 기념비적 유물로써 기능할 뿐이라는 점, 사르트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을 핑게로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게 한다고 하여 비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모두 선생님이 강의에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서로다른 관점에서의 진실이라 봅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정신분석 비판은 이정도뿐이어서, 이것만으로는 선생님의 답변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 궁금증과 답답함을 풀어줄 무언가를 찾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요점은, 그날 마지막 질문시간에 나온 프로이트에 대한 얘기들을 누군가 정리해서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 번거로우시면 참고자료를 올려주시는 것도 환영이구요. 혹시 제가 뭔가를 톡톡히 오해하고 있는 거라면 그 부분에 대한 깨우침도 언제든 환영이구요..(무식한 건 죄가 아니잖아요...ㅜ.ㅜ) 많은 가르침 부탁드릴게요...꾸벅...^^
아, 그리고 마지막 한가지. 제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간관계상 선생님께서 서둘러 답변을 해주셨지요. 심리학이든 정신분석이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쪽을 활용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내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으면, 나는 지금 현재의 '장'을 바꾸겠다는 말씀. 그 말씀은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아는데, 제가 궁금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는 것과 때문에 제 질문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답을 해주셨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혹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선생님이 프로이트를 매도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선생님 입장이라면 나는 이렇게 하겠다, 이런 얘길 했을 뿐인데, 당신이 내용을 오해해서 화를 냈다 이런 식으로 오해!하시지는 마시길.
사실 선생님이 그렇게 답변하시는 통에, 막판에 정말 김이 샜다는. 이렇게 마무리를 할 거면, 처음부터 이렇게 얘기하셨으면 그 열띤...ㅎㅎ 프로이트에 관한 질문들은 없었을 테니까요. (아직도 그 질문을 프로이트에 관한 거라고 해야 할지도 의문이지만)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인데, 선생님의 '장'을 바꾼다는 방법은, 심리학 중 게슈탈트학파의 이론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제가 알기에 대부분 모든 심리학의 주요메시지는 '지금 여기'를 살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요......아무튼 귀중한 답변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