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 아이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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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겨울엔 이불 돌돌 말고 추리 소설 읽는 게 꿀잼!
담백한 문체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조이고 푸는
이야기꾼 기욤 뮈소의 신작
『미로 속 아이』

이탈리아 기업가의 상속녀이자 그 자신도 종군기자, 출판업자로 이름을 날린 오리아나 디 페이트로가 자신의 요트에서 쇠꼬챙이로 참혹하게 폭행당해 사망한다. 의심의 화살은 갈등이 있었다는 남편 아드리앙에게로 향하지만, 1년이 넘게 수사는 답보 상태. 사건은 의문의 제보로 오리아나의 혈흔과 머리카락이 붙은 쇠꼬챙이가 발견되며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결백을 주장하는 아드리앙과 그가 범인이라 확신하는 니스 경찰청 강력반. 그러나 심문이 이어질수록 쥐스틴 팀장의 확신에는 균열이 가는데…

그 무엇도 허투루 보지 말 것.
스쳐 지나가는 인물,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단서다.
각 장을 시작하는 인용구가 의미심장하다.

죄책감은 현실을 어디까지 어그러뜨릴 수 있나. 불과 일곱 살에 일어난 사고의 트라우마는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오랜 기간의 치료 끝에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오리아나. 그러나 일곱 살 소녀의 죄책감은 집요하게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하나의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건 얼마나 허황된 환상에 지나지 않는지. 얽히고설킨 관계와 겹겹이 쌓인 베일 속에서 숨겨진 이야기들이 풀어져 나온다. 개개인은 정직했지만, 뒤엉킨 현실 속에서 진실은 자취를 감춘다. 진실이 드러난들,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진실을 외면한다.

무료한 주말 오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펼 수 있는 책이다. 단 중간에 끊기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해질 수 있으니 두 시간 정도는 확보하고 시작하기를.

#기욤뮈소 #소설신간 #책추천 #소설추천 #미로속아이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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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 - 초조함 없이 평온한 뇌를 만드는 ‘자극 금식’의 기술
크리스 베일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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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음미하다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키워드가 있다. 생산성, 평온함, 번아웃, 스트레스, 도파민, 디지털, 아날로그… 그중에 음미하다를 택한 건 불안한 마음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이 한 단어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디지털 세상이 무한으로 제공하는 자극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 성취 지향적, ‘더 많이’의 사고방식을 으뜸가는 가치로 여기며 너도나도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한다. 놓치고 있는 무언가(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때문에 늘 불안해한다.

책의 저자 크리스 베일리는 생산성 전문가다. 생산성 프로젝트를 통해 온갖 자기계발 실험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강연 중 공황을 겪으며 번아웃에 빠진다. 스스로를 대상으로 평온함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크리스. 이 책은 그 실험의 결과물이다.

책의 요지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생산성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평온함을 유지하자.
우리는 흔히 생산성이라 하면 '더 많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진정한 생산성이란 양이 아닌 질의 문제이며, 의도성(목적) 있는 행동으로부터 온다. 생산성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라 하면, 평온함과 생산성은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삶이 평온할 때, 생산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고.

평온함이란 무엇일까?
평온함은 '주관적으로 긍정적인 상태로서, 낮은 각성 수준을 나타내며 불안이 없는 것'이다. 특성적으로 불안이 높을 수는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불안은 상태다. 상황에 따라 있고 없을 수 있고, 강해졌다 약해졌다 할 수 있는 것. 관건은 평온함과 불안함이라는 상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다.

몇 가지 착각을 바로잡기 위해 질문이 필요하다. ‘나는 진짜 바쁜가?'.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을 능력 있다고 본다. 분주한 자신의 모습에 내심 흡족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주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메일함과 SNS의 무의미한 새로고침... 우리는 생산성의 신기루에 속고 있다. 불행한 소식은 이러한 일들이 쉽게 도파민을 분비시켜, 의미 없이 번잡한 일에 점점 빠져든다는 점이다.

번아웃 탈출기의 큰 지분은 아날로그 세상에 있다. 디지털 방식은 효율이 필요한 활동에는 적합하지만, 우리 삶의 의미는 대체로 아날로그 방식에 담겨있다. 현실 세계에서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관계를 맺으며, 자연과 가까이(자연에서 온 먹거리를 먹는 등) 할수록 우리 삶은 더 의미로 가득 찬다.

“얼마나 가졌느냐와 관계없이 편안함, 평온함, 행복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손에 넣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삶에 존재하는 것을 음미하는 데서 얻어진다.”
_크리스 베일리,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

더 발전하고 성취하기 위한 노력, 좋다. 그러나 삶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지금-여기에 충실하기. 그렇게 얻은 평온함을 토대로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당신이 생산성을 발휘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부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다가 뒤늦게 후회하지 않기를. 우리 모두의 삶에 평온함이 깃들기를.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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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바쁘기만 하고 실속이 없을까 - 효율적인 인생을 위한 심리학자의 7가지 조언
황양밍 지음, 박소정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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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에 대한 새로운 정의.
노력 대비 높은 결과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치열하게 노력하고 담담하게 바라보라.

현대인이라면 이 제목에 한번쯤 움찔하지 않을까.

7시도 안돼 방으로 찾아온 아들과 침대 위에서 찰나의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고, 간단히 빵 등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씻고 옷 입고 가방 챙기고.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회사에서는 또 어떤가. 긴급하게 메일로 요청한 자료 찾아 작성하고 나면 금세 밥 먹을 시간이다. 다음 주 회의 준비, 사전 보고, 백업 데이터 준비… 그저 내일의 나에게 미룬 채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다. 급한 일 하나를 쳐낸들 그보다 빠르게 할 일이 쌓인다. 퇴근한다고 한숨 돌리는 것도 아니다. 저녁 먹고 잠깐 쉬다 집안일, 아들과 놀기…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열 시가 가볍게 지난다. 딱히 시원하게 뭔가 해낸 것도 없이, 하루가 참 허무하다.

인류사 어느 시대보다 바쁘게 살아가며 많은 일을 해내는 현대인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살아간다. 가성비와 고효율, 빠름이 미덕인 세상에서 우리는 숨 쉴 틈 없이 서로를,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효율의 사전적 정의는 들인 노력 대비 얻은 결과의 비율이다. 적은 노력으로 큰 결과를 얻을 때 우리는 만족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만족스러운 결과 앞에서 속수무책의 허무에 빠져버리는가. 저자 황양밍은 단순한 성과 중심의 효율성에서 벗어나기를 주장한다.

우리는 왜 효율적이고 싶어 할까? 시간과 돈을 아끼는 이유는, 그 자원들을 내가 진짜 사용하고 싶은 곳에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율에 목 매인 이들은 수단과 목적이 전도된 채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잃고 살아간다.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면 오히려 목적지와 멀어지는 법이다.

『나는 왜 바쁘기만 하고 실속이 없을까』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단 하나의 답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 책은 읽는 법 또한 독특하다. 서두의 짧은 질문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파트부터 읽도록 안내한다. 각 파트는 나를 찾는 시간, 내 삶을 계획하기,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적당히 포기하고 타협하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들로 나를 구성해가는 법을 전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굵직한 계획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삶의 많은 부분에는 강약 조절과 균형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실패와 좌절, 과정에서의 배움을 강조한다. 삶의 사소한 일화들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계속 나아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너의 답이 나의 답이란 보장 또한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만의 효율을 찾아내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사람은 충만한 기쁨과 함께 살아가리란 사실이다. 『나는 왜 바쁘기만 하고 실속이 없을까』는 그 힌트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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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박효은 옮김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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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철학의 실용적 쓸모를 고민하다.

『모든 삶은 흐른다』의 저자 로랑스 드빌레르의 신간 『철학의 쓸모』.
심리학과 의학 사이 어딘가에서, 삶의 고통에 대해 철학만이 내릴 수 있는 진단과 치료법을 전한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땐 조금 당황스러웠다. 철학가들의 아포리즘이 담긴 책인가 싶었는데, 난데없이 철학이 의학의 성격을 띤다니. 낯섦은 이내 끄덕임이 되었고, 꽤 자주 마음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긋기 위해 읽기를 멈춰야 했다.

저자는 머리말부터 쐐기를 박는다. 인간의 삶이란 만만치 않다고. 삶은 감당해야 하는 무엇이며, 자유란 적응, 즉 기존 환경 속에서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특별한 삶, 영웅적인 삶은 지속성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건 평범한 일상뿐이다. 단조롭고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를 피폐하게 만든다.

이렇게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철학은 마음의 위로 외에 어떤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니, 철학은 위로하지 않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고, 우리의 무지를 깨닫도록 이끈다. 더 괴로워지는 게 아니냐고? 수많은 철학가, 다양한 철학 이론이 전하는 철학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은 운명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 다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으로서,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는 방식만큼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언뜻 철학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듯 보이지만, 절벽 끝에서 우리는 질문과 대답을 오가며 진리에 한발 다가선다.

저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주어진 삶의 조건들이 산재함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철학의 쓸모에 의문을 표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철학의 쓸모』만의 매력이 드러난다.
정신적, 이상적인 대상을 다루는 철학과 실전에 바로 적용할 실용적인 조언들로 가득한 자기 계발은 언뜻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책은 그 경계를 오간다. 유수의 철학자와 그의 사유에,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자연스레 버무렸다.

어찌할 수 없는 건 받아들이고, 어떤 때는 도망치기도 하고, 때론 겉과 속을 다르게 하며, 나이가 들수록 가벼움과 즐거움을 장착한다. 뻔한 조언만 있지 않다. 삶이라는 질병에 대처하는 다양한 철학적 치료법을 함께 고민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철학과 달리 긍정적으로 희망을 북돋아 준다며, 영화 보기를 추천한 부분.

적당히 진지하고 실용적이며 주제별 글이 길지 않아, 철학 알레르기가 있어도 가볍게 입문용으로 읽기 좋다. 단호한 문체지만, 읽다 보면 사람에 대한 진심이 묻어 나와 슬며시 미소 짓게 되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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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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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에서 야한 장면을 찾아 본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일본 3대 여류 작가 중 한 명인 무라야마 유카의 작품으로, 10년 만에 재출간 된 작품인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은 도서관에서 특정 페이지가 너덜너덜하게 찢겨나간 책으로 입소문이 났었다 한다.

프로 서퍼를 꿈꾸는 미쓰히데는 껄렁한 농담을 달고 사는 남학생이다. 학생회 부회장인 에리는 반듯한 모범생의 전형이다. 접점이라고는 없던 두 청춘이 우연한 계기로 관계를 맺게 된다. 아슬하고 조금은 위험한 방식으로. 늦여름의 열기 속,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청춘의 이야기.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우리 자신을 어느 정도나 설명할 수 있을까. 모범생 에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다 위험한 결심을 하고,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해소해 나간다. 학교에서 가벼운 놈으로 통하는 미쓰히데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파도에 맞서며, 존엄사를 원하는 아버지의 바람 앞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고민한다. 에리의 동성 친구, 미쓰히데의 아버지와 어머니 등 소설 속 다른 인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양한 관계를 맺고,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해있다. 수많은 장면 속에서 나는 여러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 모든 것이 서로 다른 나이고 게다가 모두 똑같이 나인 것이다.’ 함부로 타인을 재단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뜻밖의 비밀 혹은 사건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얼마나 사려 깊고 다정하게 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불편한 마주침 후 다시 만난 페리 위에서 미쓰히데는 비밀을 지키겠단 다짐에 앞서 이렇게 말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부자연스러운 일도 막상 본인에게는 자연스럽다고 할까, 가장 마음 편한 일인 경우가 많아. 누구나 당사자밖에는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는 게 바로 그런 거겠지?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것 없어, 에리.”
소설 속 인물들은 서투르다. 무작정 저지르지만 이내 후회하고, 겁에 질려 지레 발을 빼기도 한다. 그러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진심을 꾹꾹 담아 전한다. 이 소설이 파격적이면서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건 자극 속에 숨겨진 진솔함 때문이리라.

‘두 개의 하귤이 파도 틈새에서 맞붙었다 떨어지기를 거듭하며 금빛 점이 되고, 이윽고 반짝이는 물거품과 구별이 되지 않’는 마지막 장면은 불쾌할 수도, 아플 수도 있을 이야기를 감내하고 읽어낸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과도 같다. 당신에게도 두 개의 하귤과 짙푸른 바다의 파도가 닿기를.

‘’, “” 안은 책 속 구절 인용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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