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양육의 재발견 - 미디어를 중독이 아닌 몰입의 경험으로 만드는
에얄 도론 지음, 이은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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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양육의 사전적 의미는 '아이를 보살펴서 자라게 함'이다. 양육의 주체는 부모, 대상이 아이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라떼가 통하지 않는다. 빠른 변화 앞에서 우물쭈물하는 어른보다 더 빠르게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익숙해지고 있다. AI 시대, 부모의 권위는 길을 잃었다. 우리 부모들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받아들이자. 우리는 더 이상 모든 걸 알고 해내는 슈퍼맨이 아니라는 현실을. 융통성 없는 규칙 운영자의 역할도 다소 내려두자. '원래 이런 것'은 이제 구닥다리다. 하나의 정답 대신 나만의 답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창의성과 독창성, 질문하는 능력이다. 양육은 달라져야 한다.

흔히 미디어 노출은 아이를 생각하지 않는 바보로 만들고, 폭력에 노출시킨다고 믿는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예외 없이 미디어 사용 시간을 두고 아이와 부모의 고성이 오간다. 저자 예얄 도론은 텔레비전과 게임에 대한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다. 나이에 맞는 적절한 영상과 게임은 아이들에게 몰입의 경험을 주며, 안전한 시행착오와 자발적 노력을 통한 성취감을 얻게 한다고 말한다. 게임을 허용하는 데서 나아가 부모가 함께 도전하고 피드백을 나누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아이는 주도권을 갖고 부모를 가르치는 입장에 서볼 수 있고, 부모는 힘을 빼고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실생활에서 따라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 과제들의 실례가 소개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모든 방법이 모든 가족에게 다 맞아떨어질 수는 없겠지만, 가치를 공유하는 방식이나 일상에서 써먹어볼 수 있는 소소한 아이디어들은 삶에 적용해 볼 만하다. 막연하다면 이 질문들에서 시작해 보자. 당신의 양육은 가치 중심적인가, 규칙 중심적인가? 우리 가족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가)?

『AI 시대, 양육의 재발견』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양육은 아이만 자라게 하는 일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것.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아무리 구구절절 설명한들 아이에게는 지루한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 도구는 태도와 행동이다. 아이에게는 생각하고 움직이라고 하면서, 부모 자신은 구태의연하게 머물러만 있다면 아이가 진정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부터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아이를 통해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신 안의 아이를 만난다. 양육은 자녀뿐 아니라 부모인 우리 자신을 자라게 하는 시간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 좋은 선례를 찾아보고 적용하는 건 좋다. 그러나 휘둘리지는 말자. 양육에 대한 수많은 혼란 속에서 지켜야 할 단 한 가지는 자신의 판단이다. 우리 가족과 자녀를 가장 잘 아는 이는 우리 자신이기에.

우리 아이가 AI 시대에서 살아남기를 원하는가?
창의적 양육은 어렵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깊이 고민하고, 우리에게 맞는 해답을 찾아가는 일, 이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해나가는 것이다. 그 시작은 부모인 '나'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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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가 헌법의 자리 2
박한철.신상준 지음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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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문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민주' '공화'의 의미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단순히 사전적 의미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국가, 한 시대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의 무게를 우리는 고작 다섯 글자로 뭉뚱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운 책이었다. 42개의 판례들은 읽을 만했지만, 3부 국가철학과 헌법 이론의 조명은 철학, 법학 등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다면 헤매기 딱 좋다. 일반 독자라면 다소 도전적일 수 있지만, 헌법에 담긴 가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며, 1부에서는 '헌법'의 역사와 개념, 2부에서는 40여 개 헌법 판례를 주제별로 나누어 보여준다. 3부는 헌법을 구성하는 주요 원리에 대한 역사적 이론을 간략히 소개하며, 4부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제언으로 마무리한다.

이미 우리는 12·3계엄으로 무관심과 무지의 쓴맛을 봤다. 이제는 민주 시민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제대로 알아야 한다. 더 이상 어렵다고, 귀찮다고 미뤄둘 일이 아니다. 우리의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와 민주, 공화'에 담긴 의미의 무거움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행정과 다르게 법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이다. 다수의 사람과 개별적 사안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그러나 삶은, 사회는 얼마나 복잡한가. 모두의 바람과 달리, 법도 행정의 결정도 심지어 그 근본이 되는 원리와 가치조차 고정된 정답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은 당대의 가장 첨예한 대립적 질문들의 기준이 된다. 그 결정들은 완벽하지 않고 때론 통일된 하나의 의견에 도달하지도 못하며 또 다른 논란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의 주요 판례들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는 사후라 할지라도 공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법치주의를 회복하고자 했고, 개인의 권리를 신장해왔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질적 평등을 만들어왔다.

19세기 근대 입헌주의 헌법은 자유와 인권을, 20세기 사회복지국가 헌법은 복지와 평등을 뿌리내리게 했다. 21세기 헌법은 이들 가치를 바탕으로 인간의 존엄과 인류 공동의 번영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헌법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사회가 제기하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정립해가는 과정이다.

『헌법은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가』는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들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민주 시민의 자세-비판적 사고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서의 참여와 연대-를 일깨운다.
헌법은 고리타분한 규칙이 아닌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약속과 다짐임을 되새길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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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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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이들의 추천사가 과장이 아니다. 모든 부모가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부모의 다정, 학교를 비롯한 어른들의 세심함이 아이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부모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 우리는 아이들로부터 불편과 고난을 빼앗지 말고,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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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아이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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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겨울엔 이불 돌돌 말고 추리 소설 읽는 게 꿀잼!
담백한 문체로
마지막까지 긴장을 조이고 푸는
이야기꾼 기욤 뮈소의 신작
『미로 속 아이』

이탈리아 기업가의 상속녀이자 그 자신도 종군기자, 출판업자로 이름을 날린 오리아나 디 페이트로가 자신의 요트에서 쇠꼬챙이로 참혹하게 폭행당해 사망한다. 의심의 화살은 갈등이 있었다는 남편 아드리앙에게로 향하지만, 1년이 넘게 수사는 답보 상태. 사건은 의문의 제보로 오리아나의 혈흔과 머리카락이 붙은 쇠꼬챙이가 발견되며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결백을 주장하는 아드리앙과 그가 범인이라 확신하는 니스 경찰청 강력반. 그러나 심문이 이어질수록 쥐스틴 팀장의 확신에는 균열이 가는데…

그 무엇도 허투루 보지 말 것.
스쳐 지나가는 인물,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단서다.
각 장을 시작하는 인용구가 의미심장하다.

죄책감은 현실을 어디까지 어그러뜨릴 수 있나. 불과 일곱 살에 일어난 사고의 트라우마는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오랜 기간의 치료 끝에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오리아나. 그러나 일곱 살 소녀의 죄책감은 집요하게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하나의 현실 속에 살고 있다는 건 얼마나 허황된 환상에 지나지 않는지. 얽히고설킨 관계와 겹겹이 쌓인 베일 속에서 숨겨진 이야기들이 풀어져 나온다. 개개인은 정직했지만, 뒤엉킨 현실 속에서 진실은 자취를 감춘다. 진실이 드러난들,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진실을 외면한다.

무료한 주말 오후에 가벼운 마음으로 펼 수 있는 책이다. 단 중간에 끊기엔 사건의 진상이 궁금해질 수 있으니 두 시간 정도는 확보하고 시작하기를.

#기욤뮈소 #소설신간 #책추천 #소설추천 #미로속아이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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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 - 초조함 없이 평온한 뇌를 만드는 ‘자극 금식’의 기술
크리스 베일리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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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음미하다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키워드가 있다. 생산성, 평온함, 번아웃, 스트레스, 도파민, 디지털, 아날로그… 그중에 음미하다를 택한 건 불안한 마음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이 한 단어에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도파민의 시대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디지털 세상이 무한으로 제공하는 자극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 성취 지향적, ‘더 많이’의 사고방식을 으뜸가는 가치로 여기며 너도나도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한다. 놓치고 있는 무언가(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때문에 늘 불안해한다.

책의 저자 크리스 베일리는 생산성 전문가다. 생산성 프로젝트를 통해 온갖 자기계발 실험을 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강연 중 공황을 겪으며 번아웃에 빠진다. 스스로를 대상으로 평온함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더 나은 삶을 살게 된 크리스. 이 책은 그 실험의 결과물이다.

책의 요지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생산성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평온함을 유지하자.
우리는 흔히 생산성이라 하면 '더 많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진정한 생산성이란 양이 아닌 질의 문제이며, 의도성(목적) 있는 행동으로부터 온다. 생산성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라 하면, 평온함과 생산성은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삶이 평온할 때, 생산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고.

평온함이란 무엇일까?
평온함은 '주관적으로 긍정적인 상태로서, 낮은 각성 수준을 나타내며 불안이 없는 것'이다. 특성적으로 불안이 높을 수는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불안은 상태다. 상황에 따라 있고 없을 수 있고, 강해졌다 약해졌다 할 수 있는 것. 관건은 평온함과 불안함이라는 상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가다.

몇 가지 착각을 바로잡기 위해 질문이 필요하다. ‘나는 진짜 바쁜가?'.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을 능력 있다고 본다. 분주한 자신의 모습에 내심 흡족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주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메일함과 SNS의 무의미한 새로고침... 우리는 생산성의 신기루에 속고 있다. 불행한 소식은 이러한 일들이 쉽게 도파민을 분비시켜, 의미 없이 번잡한 일에 점점 빠져든다는 점이다.

번아웃 탈출기의 큰 지분은 아날로그 세상에 있다. 디지털 방식은 효율이 필요한 활동에는 적합하지만, 우리 삶의 의미는 대체로 아날로그 방식에 담겨있다. 현실 세계에서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관계를 맺으며, 자연과 가까이(자연에서 온 먹거리를 먹는 등) 할수록 우리 삶은 더 의미로 가득 찬다.

“얼마나 가졌느냐와 관계없이 편안함, 평온함, 행복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손에 넣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삶에 존재하는 것을 음미하는 데서 얻어진다.”
_크리스 베일리, 『불안한 마음을 줄여드립니다』

더 발전하고 성취하기 위한 노력, 좋다. 그러나 삶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지금-여기에 충실하기. 그렇게 얻은 평온함을 토대로 우리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당신이 생산성을 발휘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부디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다가 뒤늦게 후회하지 않기를. 우리 모두의 삶에 평온함이 깃들기를.


이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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