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품절


나는 홍이 팔을 잡고 그녀를 침대의 바다 속으로 끌고 간다. 외로웠고, 익사할 것만 같아 그녀에게 매달려 있고 싶었다. 두 사람은 사랑의 바다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그녀는 내가 가라앉지 않도록 꼭 끌어안았다. 우리는 입으로 전하는 호흡으로 부력에 저항하며 언제까지고 바다 밑에서 사랑했다. -64쪽

우리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것을 어딘지 모르게 두려워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홍이도 일부러 결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행복과 같은 양만큼의 불안도 있었다. 그 불안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행복의 질에 달려 있다. 그날 내 곁의 홍이는 틀림없이 행복 안에 있었다. 행복은 평생 이어지는 것이라고 그 날의 우리 두 사람은 믿으려 했다. -70쪽

고독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쓸쓸함은 사랑을 약하게 만든다. 슬픔은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거기에 젊음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위태로워진다. 밝은 색을 잃어버린 화가가 그린 그림과 같았다. -89쪽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 주지 않으면 난 앞으로 살기 힘들 거야."
내 간절한 호소에 칸나는 잘라 말했다.
"널 사랑할 수 없게 된 것 뿐이야. 더 이상의 이유는 없어."
어째서 사랑할 수 없게 되었느냐고 추궁했다. 칸나는 겨우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유는 나도 몰라. 갑자기 식어버렸어. 더 이상 널 사랑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든 것 뿐이야. 그런 느낌 또한 진실이고."
"그건 말이 안돼."
"그래. 준고. 말이 안돼. 이런건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니고, 또 더 이상 사랑할 수 업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114-115쪽

"두 사람은 아직 젊어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 시간을 들이면 오해를 풀 수도 있죠. 잘못한 것이 있어도 진심으로 사과하면 전해지게 마련이에요. 그렇지만 절대로 노력을 아껴서는 안되죠.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진실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알겠어요? 사랑은 결국 마음이죠. 준고 씨가 홍이 씨에 대한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마음이 닿을 거에요."-137-138쪽

"미안하다고 한 마디하면 되잖아."
"난 열심히 일하고 들어왔어. 놀고 온게 아니라고."
부드럽게 말할 생각이었지만, 목소리는 저절로 날카로워졌다.
평소 억누르고 있던 것들이 폭발할 것 같았다. 둘 다 뭔가 참고 있는 것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 젊음으로는 결코 메울 수 없는 무언가, 사랑만으로는 서로를 지탱할 수 없는 무언가...... .-178쪽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과 같은 입장에 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란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죠. 상대방의 마음을 제멋대로 거짓으로 꾸미는 게 보통이에요.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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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1-1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츠지 히토나리 글 오랜만에 보네요.
이번에도 등장인물 이름에 '준'이 들어가는군요 ^^
잘 읽었어요~

마늘빵 2006-01-1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정과 열정 사이>에도 이름에 '준'가 들어갔었죠? 흠... 이름이 뭐였더라.
이 사람 글 썩 끌리지는 않지만 계속 더 보고 싶어요. <츠지히토나리의 편지>를 구입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산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불안하다. 아기 때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불안했고, 조금 커서는 잘못해서 선생님과 엄마 아빠께 혼날까봐 불안했으며, 시험공부를 다 못해서, 나의 말실수로 친구들과 사이가 안좋아질까봐, 여자친구와 헤어질까봐, 취직할 수 없을까봐, 돈을 못벌까봐, 승진을 못할까봐, 퇴직당할까봐, 아내가 이혼하자고 할까봐, 불안해 한다.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하다. 두려움은 불안과 연결된다.

  삶 속에서 우리가 겪는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재미나게 풀어내는 이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이번에는 '불안'에 대해 사색해봤다. 그리고 자신의 사색의 결과물들을 우리에게 글로 풀어줬다. 그의 글은 언제나 어려운 듯 하면서 쉽다. 어려운 철학자들의 이름과 이론을 끄집어내면서 굳이 그들을 알지 못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해'라는 것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풀어준다. 그리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그의 모든 책은 철학책이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죽음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자살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섹스에 대해서, 마약에 대해서, 어떤 주제든간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쓴다는 것은,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생각한 바를 체계적으로 엮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 대해서 건드렸다. 모든 인간은 살면서 항상 불안해한다. 각자가 여러가지 이유로 불안해한다.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불안해한다. 가까이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할까봐, 그래서 하루가 너무나 짧아질까봐, 내 할일을 다 하지 못할까봐, 내일도 빈둥거릴까봐 불안해한다. 또 조금 더 멀리는 방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봐, 3월에 준비하는 시험에서 떨어질까봐, 돈을 헤프게 써 저축을 하지 못할까봐, 이별을 빨리 지워버리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 여기 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조차도 예외일 수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동시다발적으로 불안해한다. 또 우리는 사랑을 갈망한다. 사랑받고 싶어한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불안은 다 사랑받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보통은 여기에 주목한다.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불안해 하는 원인으로 '사랑결핍', '속물근성' , '기대' , '능력주의', '불확실성' 을 뽑는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서 '철학' 과 '예술' 과 '정치' 와 '기독교' 와 '보헤미아'라는 처방전을 내놓는다. 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원인과 처방전들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그래 지금 네가 여자친구와의 문제로 불안해하고 있지? 그렇다면 이렇게 이렇게 해봐 라고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읽어도 그저 그만인 헛소리를 하지도 않는다. 읽었을 때 추상적인 문제지적과 해답을 내놓는 책들이 있는 반면, 읽었을 때 이건 내 문제야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책들이 있다. 보통의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마냥 추상적인 이야기만 할것 같지만 그는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처방전을 주기 위해서 조금 일반화시켰을 뿐이다.

  그는 개개인의 작은 일상에 관심을 갖는다. 내가 처해있는 지금의 이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는 대답한다. 불안이라는 것도 개인에게 찾아오는 것이고, 개인의 일상을 논하지 않고는 치유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불안을 논하는데 있어 개인의 일상이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당연한 시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아니 이게 왜 추상적이야, 하고 딴지 걸진 마시라, 를 구체적인 단어로 탈바꿈해준다. 각자의 개인이 아닌 우리를 지칭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의 머리 속을 떠돌고, 가슴 속에서 마음 아파하는 일상적인 문제들, 어쩌면 진부하고 더이상 뭐 말할거나 있나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문제들을 보통은 지적하고, 어루만져준다. 그때의 불안이라는 것은 어쩜 알랭 드 보통 그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쩜 그의 '불안'에 대한 사유의 시작은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렇게 뛰어난 머리와 지식, 탁월한 글쓰기 실력을 지닌 그가 뭐가 아쉬워서 불안해해? 하지만 그 자신에게도 또다른 남모르는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그의 불안의 시작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세상을 살고 있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우리와 마주한다.

  거기 당신, 불안한가? 그럼 일단 읽어봐. 그리고 생각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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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1-13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도발적인데요?

마늘빵 2006-01-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H 2006-12-1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하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늘빵 2006-12-1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네. ^^
 
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가의 작품은 아마도 기억컨대 무라카미 하루끼의 몇몇 소설 밖에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므로 나의 기억이 사실이라면 이번에 본 <연애소설>이라는 책을 쓴 가네시로 카즈키는 내가 접한 두번째 일본인 소설가이다. 그런데 겉표지를 한장 넘겨보니 이 사람은 순수 일본인이 아니다. 68년생으로 일본에서 태어났으며 마르크스주의자인 아버지로 인해, 조총련계의 학교를 다니고, 이후에도 재일교포로서 방황의 나날을 보내며 책과 영화와 음악에 빠져 살았다고 쓰여져있다. 그는 자신을 일본인으로도, 한국인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 또래 재일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국적도, 민족도 아닌 연애"라고. 그럼 나도 라고 할란다.

   <연애소설>은 '연애소설'이다. 제목이 연애소설인 경우는 처음봤지만 검색해보면 몇 권 더 나온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연애소설>도 있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연애소설은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애소설>이라는 책이 하나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아닌, 세 개의 짤막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각각의 이야기에서 깊은 감동이 느껴지거나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분량이 짧고 이야기가 간단하다보니 감정이입할 단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이야기는 매우 슬프다. 그러나 한편으로 황당하기도 하다. 다소 좀 비현실적이라 생각되는 설정을 함으로써 '황당'으로 시작하여 '슬픔'으로 끝맺는다.

   세개의 작품은 '연애소설' 과 '영원의 환' , '꽃' 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년의 사랑이지만 '꽃'이라는 작품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감동이랄건 없고 가장 나았다. '연애소설'은 남녀 두 대학생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설정이 조금 황당하다. 주변에 사귀기만 하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운명같은 거 잘 모르겠지만, 늘 생각하는게 있긴 해. 있지. 제대로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거나 다름없는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 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거잖아?" 
(연애소설 中)

   '연애소설'의 한 대목이다. 설정은 황당했지만 두 남녀가 나누는 이 대화는 꽤 감동적이었다. 서로 어긋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그안에 담겨있는 의미들이. "안만나는 사람은 죽은거나 다름없는거야" "추억 속에 살아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버려" 

  가뿐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짤막한 소설들이다. 그렇게 되새기고 나중에 다시 보며 느껴야 할 소설은 아니지만 가볍게 사랑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선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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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아프락사스님 우린 이렇게 라도 만나서 다행이에요

마늘빵 2006-01-0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릴케 현상 2006-01-0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근데 일본소설 빙점은 어릴 때 다들 보지 않았으려나^^

마늘빵 2006-01-0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점이 뭐래요. 전 모르는데.

깐따삐야 2006-01-0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만나지만 사무적인 대화에 겉도는 감정만 주고받는 사람도 저한텐 죽은 사람, 죽은 관계나 다름없이 느껴지던걸요.

마늘빵 2006-01-09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깐따삐야님 말씀도 맞네요. 흠. 근데 이상하게 일할 때는 제 자신도 그렇게 되어버리더라구요. 너무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저도 지나치게 사무적인 태도를 가질 때가 많아요. 흠. 고쳐야되는데.

히피드림~ 2006-01-0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네시로 카즈키의 [레볼루션 No.3]를 재밌게 읽어서 이 책도 샀어요.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을 사면 이 책도 준다길래 순간 이성을 읽고 '덥썩' 장바구니에 넣었지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님의 리뷰가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마늘빵 2006-01-10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펑크님 저랑 같은 케이스에요. 저도 <밤의 피크닉>사고 이거 덤으로 받았어요.

kleinsusun 2006-01-15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꽃>이 참 마음에 와닿았어요.
정말...."사랑해서" 그런건데 살다 보면 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것을 놓쳐 버리는 경우가 많쟎아요. 참 공감하면서 읽었던 소설이예요.

마늘빵 2006-01-1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아요. "사랑해서" 그런건데. 정말. 싸우고 틀어지고 헤어졌지만 서로의 마음 속에 간직한 두 사람의 사랑이 너무나 안타깝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절판


"운명같은 거 잘 모르겠지만, 늘 생각하는게 있긴 해. 있지. 제대로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거나 다름없는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 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거잖아?" (연애소설 中)-7쪽

"언제부터 밤이 무서워진 걸까......"
나는 잠자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상상력이 없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일 거야. 나는 머리가 좋다고 착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이 세계를 모두 알았다는 기분으로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것을 함부로 대하고......"
(영원의 환 中)-84쪽

"타인을 위해서 살인하는 인간은 없어. 인간은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동물이니까."
(영원의 환 中)-101쪽

"행복하고 싶으면 불필요한 통찰력이나 상상력은 없는 편이 나아. 그리고 눈앞에 존재하는 죽음 따위 싹 무시하고 쾌락을 좇으며 사는 편이 훨씬 낫지.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살아."
(영원의 환 中)
-104쪽

"이 꽃 물망초란 꽃이야. 이름 정도는 들어 본 적 있지? 그리고 이 꽃에는 꽃말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진실한 사랑' 그리고...... 날 잊지 말아요. 날 잊지 말아요....... 날 잊지 말아요...... 날 잊지 말아요...... . 아, 이 얼마나 완곡한 방법인가. 그리고 이 얼마나 고리타분한 사랑의 형태인가. 하지만, 이렇듯 곱고 따스하다. 나와 도리고에 씨는 거의 동시에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엉엉. 꺽꺽. 흐흑흐흑. 아무튼 온갖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사방 아랑곳하지 않고 울었다."
(꽃 中)-115쪽

연애의 시작은 설레는 가슴과 미칠 듯한 그리움과 짙푸른 희망이다.
그리고 연애의 끝은 그 대상과의 결별이며 동시에 연애를 했던 자기 자신과의 결별이기도 하다. 활활 타올랐던 연애의 빨간 불길은 한 인간을 집어삼켜 재로 만들거나, 때로는 그 불길 속에서 새로운 인간을 낳는다. 타고 남은 재가 숨을 얻어 다시금 살아나는 것이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인간은 온갖 증오와 절망과 회한과 복수심으로 들끊는 가슴을 안고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소멸시킨다. 그 때 삶은 곧 죽음이다.
그러나 연애의 선물인 회한의 눈물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은 과거를 소중하게 껴안고, 그 기억을 삶의 버팀목으로 삼아 질기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사랑했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영원히 놓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옮긴이의 말 中)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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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연애는 언제나 하고 프죠.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도못했지만 힘든 연애를 해서 그런지 다음 생에서는 여우같은 플레이걸이 되고싶더군요

마늘빵 2006-01-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아직 미혼인지라 연애를 더 할 수 있지만 저도 연애 경험이 많진 않습니다. 예전엔 이 사람 아니면 절대 안된다 라는 마음이 드는 단 한 명 찾아내서 결혼하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갈수록 연애관이 바뀌네요. 일단 만나보자. 그리고나서 이 사람이다 싶으면 결혼하는거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요. 그래서 예전엔 한 사람과의 사랑이 끝나고 나면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은거 같아요. 그래 넌 내 운명이 아니구나. 그러고 말아요. '상처'를 받는게 아니라 '화'가 납니다. 날 차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그녀를 보며.

2007-01-24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 김혜니 교수 에센스 세계문학 1
토마스 불핀치 지음, 김혜니 옮김 / 타임기획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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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의 피에 넥타르를 뿌렸따. 피와 넥타르가 섞이자 마치 연못 위의 빗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거품이 일어났다. 그 거품 속에서 석류꽃 같은 핏빛 꽃이 한 송이 피어났다. 이 꽃을 아네모네라고 부른다. 아네모네는 그리스 말로 '바람의 꽃'이라는 뜻이다. 바람이 불어서 꽃을 피게 하고, 또 바람이 불어서 꽃잎을 지게 한다는 것이다." -67쪽

"제우스는 여신이 또 땅을 돌보지 않을 것을 염려해 신들을 불러 대책 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석류 네 알을 먹은 페르세포네를 일 년 중 넉 달 동안만 저승에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여 페르세포네는, 매년 넉 달 동안은 저승에 있게 되었다. 그리고 딸이 저승에 있는 넉 달 동안, 데메테르는 화가 나서 땅을 돌보지 않았다. 그 동안 땅은 꽁꽁 얼어 나무나 곡식이 얼어 죽고 찬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딸이 저승에서 돌아오면 데메테르는 일을 활발하여 하여, 다시 땅이 따뜻해지고 풀이 돋고, 곡식이 자라는 봄을 열어 주었다. 인간 세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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