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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가의 작품은 아마도 기억컨대 무라카미 하루끼의 몇몇 소설 밖에 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므로 나의 기억이 사실이라면 이번에 본 <연애소설>이라는 책을 쓴 가네시로 카즈키는 내가 접한 두번째 일본인 소설가이다. 그런데 겉표지를 한장 넘겨보니 이 사람은 순수 일본인이 아니다. 68년생으로 일본에서 태어났으며 마르크스주의자인 아버지로 인해, 조총련계의 학교를 다니고, 이후에도 재일교포로서 방황의 나날을 보내며 책과 영화와 음악에 빠져 살았다고 쓰여져있다. 그는 자신을 일본인으로도, 한국인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 또래 재일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국적도, 민족도 아닌 연애"라고. 그럼 나도 라고 할란다.
<연애소설>은 '연애소설'이다. 제목이 연애소설인 경우는 처음봤지만 검색해보면 몇 권 더 나온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연애소설>도 있다. 가네시로 카즈키의 연애소설은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애소설>이라는 책이 하나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것이 아닌, 세 개의 짤막한 이야기들을 묶어서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각각의 이야기에서 깊은 감동이 느껴지거나 눈물을 뚝뚝 흘리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분량이 짧고 이야기가 간단하다보니 감정이입할 단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이야기는 매우 슬프다. 그러나 한편으로 황당하기도 하다. 다소 좀 비현실적이라 생각되는 설정을 함으로써 '황당'으로 시작하여 '슬픔'으로 끝맺는다.
세개의 작품은 '연애소설' 과 '영원의 환' , '꽃' 이다. 개인적으로는 노년의 사랑이지만 '꽃'이라는 작품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감동이랄건 없고 가장 나았다. '연애소설'은 남녀 두 대학생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설정이 조금 황당하다. 주변에 사귀기만 하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운명같은 거 잘 모르겠지만, 늘 생각하는게 있긴 해. 있지. 제대로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거나 다름없는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 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거잖아?"
(연애소설 中)
'연애소설'의 한 대목이다. 설정은 황당했지만 두 남녀가 나누는 이 대화는 꽤 감동적이었다. 서로 어긋나는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그안에 담겨있는 의미들이. "안만나는 사람은 죽은거나 다름없는거야" "추억 속에 살아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버려"
가뿐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짤막한 소설들이다. 그렇게 되새기고 나중에 다시 보며 느껴야 할 소설은 아니지만 가볍게 사랑이야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선 적.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