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글자의 철학 - 혼합의 시대를 즐기는 인간의 조건
김용석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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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의식과 실천의 괴리는 우리의 삶을 부식하는 바이러스다. 실천없는 윤리 의식은 삶을 비극적으로 만들고, 윤리 의식 없는 행동은 삶을 희극적으로 만든다."-15쪽

"우리는 생명의 정의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뿐이다." (에밀리 디킨슨)-23쪽

"어떤 사람의 죽음도 나의 손실이다. 나는 인간사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묻지 말라. 종은 당신을 위해 울린다."(존 던)-45쪽

"생명체는 스스로 살려고 애쓰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것은 살아있는 한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초월하려는 내적인 경향을 갖는데, 언급했듯이 한스 요나스는 이것을 자유라고 파악한다. 즉 생명을 움직이는 동인과 원리가 자유라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수준의 아메바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지닌 존재양태이자 생명의 원리가 자유라는 것이다."-49쪽

"모든 사람은 죽으면서 뭔가를 잃는다. 다만 노예와 자유인은 잃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자유인은 죽음으로써 삶의 쾌락을 잃지만, 노예는 죽음과 함께 삶의 고통을 잃는다."(영화 <스팔타커스>의 대사)-52쪽

"그대는 자유로운가. 그렇다면 그대는 행복한 것이다. 그대는 행복한가. 그렇다 해도 나는 그대가 자유로운지 아닌지 모르겠다."
자유로우면 행복은 따라온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해서 반드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유를 지향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논리적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다. 자유의 일차적 정의는 분명하지만, 행복의 일차적 정의는 뭐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57쪽

"유혹의 본질은 상호 욕망의 실현에 있다. 유혹한다는 것은 상대의 욕망을 건드리는 것이다. 동시에 유혹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 과정은 곧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 향유'의 유혹 행위가 성립하는 것이다." -67쪽

"모든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유혹자가 있다. 행복이란 바로 그를 만나는 것이다."(키에르케고르)

인간관계가 점점 더 계산적으로 되어가는 시대에, 유혹이 정복하고 차지하는 기술과 전략이 아니라, 생명의 기운을 유지하고 즐겁게 살기 위한 근본 조건이자 삶의 지혜라는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보는 것이 유혹의 원초적 의미를 되살리는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혹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되고, 유혹 당하기는 단순하게 수동적 행위가 아니라 '유혹을 받아주는' 지혜를 발휘하며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행위가 된다. 결국 유혹은 즐거운 인간관계 맺기의 한 방식이 되는 것이다.-68쪽

"삶의 고통들이 번갈아 찾아오기 때문에 인생이 그래도 참고 살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프리드리히 헵벨)-75쪽

"고통받는 자는 구원을 갈구한다. 언젠가 고통에서 벗어나리라는 것을 희망한다. 고통은 역설적으로 희망의 동기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이 없을 수 없는 세상에서도 삶은 지속되는지 모른다. 고통을 없앨 수는 없지만 고통을 줄이며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지도 모른다." -76쪽

"고통은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 없이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아니 적어도 그런 희망이 있기 때문에 괴로워한다."(카사노바)-76쪽

"모욕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상대를 사회에서 배제시켜 모멸감의 정도를 상승시키고 결국 모욕을 완성하는 것이다. 당한 사람이 심하게 모욕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배제의 효과' 때문이다. 또한 배제된다는 것은 결국 모욕에 반박할 기회조차 순식간에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욕을 가한 사람은 '사회'안에 있고, 모욕을 당한 사람은 그 밖에 있기 때문이다."-155쪽

"면박은 둘이 마주 대면해서나 다른 사람들이 있는 데서 마음에 준비도 안되어 있는 상대를 불현듯 꾸짖거나, 심한 말로 상대의 말을 막아버리는 일종의 기습 공격의 성격을 띤다. 면박 받은 상대는 금방 무안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순간적으로 공격을 받아 위축되지만 속으로는 받은 상처 때문에 분을 삭이지 못한다."-158쪽

"웃음은 무엇보다도 교정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모욕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웃음은 그 웃음의 대상에게 고통스러운 느낌을 불러일으켜야한다."(베르그송)

"바로 이런 이유로 사회는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교정을 하라는 위협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창피함에 대한 예측이 떠나지 않도록 한다. 웃음의 기능이란 틀림없이 이와 같은 것이다. 그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언제나 약간의 모욕이 되는 웃음은 실제로 일종의 사회적인 골탕 먹이기인 것이다." (베르그송)-160쪽

"용서는 우리가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고 상처를 준 사람들, 우리가 '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을 포함해, 용서는 그들과 다시 하나가 될 수 있게 해준다."(달라이 라마)-172쪽

"복수심은 인간에게 기꺼이 주어진 것이라서, 사람들은 복수의 기회를 갖기 위해 모욕당하기를 바라기조차 한다. 그것은 철천지원수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그와 평소에 무관한 사람이거나, 심술이 가득 밴 농을 주고 받을 때는 심지어 절친한 친구에게조차 그런 묘한 감정을 갖는 것이다."(레오파르디)-173쪽

"그(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사랑하는 남녀는 그 순간 자신들의 의지로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은 자연의 의지 또는 '세계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남녀의 사랑이라는 현상도 세계의 의지가 표상된 것일 뿐이다."-221쪽

"인간이 자기 생각을 만들어갈 때 중요한 것은 결론 이상으로 과정이다. 더구나 어떠한 입장에 대해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지속적인 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위험하다. 진짜 소신을 중요시하는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생각해오던 것과 믿어오던 것을 수정할 줄 안다. 소신을 내세우고 지키며 굽히지 않는 것 이상으로 소신을 관리할 줄 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성실한 관찰, 치밀한 사고, 다른 사람과의 지속적인 대화, 포용적인 세계관 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실수와 오류를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소신은 강자앞에서 지키는 것이지 약자 앞에서 내세우며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소신이 그야말로 옳다고 확신하더라도 약자의 소신에 문을 열줄 알아야 한다. 진정으로 소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소신에 귀 기울이고 그것이 부각되도록 하며, 그것이 지켜지도록 배려한다. 이것이 소신있는 사람의 겸허함이다." -264쪽

"모든 일에 총명하게 대처하고 매사에 정의롭게 행동하며, 용기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의 에너지 한계를 넘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편안한' 상태의 자기를 유지하기 힘들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겸허의 자세이다. 즉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쓰던 에너지를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로 돌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에너지 사용을 적절히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겸허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때의 겸허는 자신의 능력을 가장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무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능력대로 삶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겸허는 일반적 정의에 따르면 다른 사람 앞에서 뻐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인 관계의 덕목이지만, 각 개인의 차원에서는 결국 자기 조절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자아 찾기의 덕목인 것이다."-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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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10-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마늘빵 2005-10-2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금방 아시네요? 221쪽의 문구 말씀하시는거죠?

코마개 2005-10-2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나요? 저자를 좋아하는데 넘 어려우면 지겨워서 못볼테니 난이도가어느정도인지..

마늘빵 2005-10-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 그냥 철학에세이라고 보시면 될듯. 저도 김용석씨 좋아해요. 일상에 밀착한 철학을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

이리스 2005-10-2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술집도 있어요. ^^;; 그 주인도 참.. ㅎㅎ

마늘빵 2005-10-2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별로 장사 안될거 같은데 술집 이름 치고는 참... ㅋ 어디에 있나요? 막걸리집??

이리스 2005-10-28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대입구역 부근에 있어요. 흐흐.. 지금도 만일 있다면요.
막걸리집이던가? 여하튼 복합적인 술집이었던듯.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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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까미 하루끼. 대단히 유명한 작가이고, 나도 그의 유명세에 힘입어 몇몇 작품을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작가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을 하는거야?! 라는 궁금증으로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읽은 작품이 <상실의 시대> 와 <해변의 카프카>. 두 작품 모두 괜찮은 느낌을 주었고, 하루끼는 뭐 대단하게 끌리는 작가는 아니지만 참 글을 재미나게 쓴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그가 데뷔 25주년 기념 작품을 내놓았단다. 굳이 사서 읽고픈 마음은 없었고, 아는 넘이 <어둠의 저편>을 읽고 있길래 빌려보았다.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괜찮은 느낌으로 당연히 이번 작품에도 기대를 하게 되었지만 결과는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뿐. 전작에서 볼 수 있는 긴박감이나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은 찾아볼 수 없고, 지루한 스토리 진행과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 전개가 지속된다.


 "독자는 작가의 손에서 떠난 작품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되는가?" 하는 문제제기를 해본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 이미 그의 것이 아니게 된다 라는 한 철학자의 해석학적 입장도 있듯 이미 작가의 손을 떠난 텍스트는 그 텍스트를 읽고 있는 각각의 독자들의 시각에서 다시 태어난다. 각각의 독자들은 각자 자신이 받은 다양한 감명을 토대로 작품을 쓴 작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의 또다른 작품이 세상에 내던져질 때 전작에 대한 기대를 품고 망설임없이 돈을 투자한다. 하루끼의 유명세는 분명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고, 그의 수많은 독자들은 전작에서 그가 뿜어낸 향기를 다시 찾아오게 된다. 나 역시 그 수많은 독자 중의 한명이었고, 내가 읽은 그의 작품에서 나는분명 다른 이들과 또다른 감명을 받았겠지만, 어쨌든 공통된 사실은 "내가 감명받았다" 는 것. 하지만 작가는 나를 배신했다. 엄밀히 그것을 '배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배신이었다.

 

 댄스를 하던 가수가 장르를 바꿔 록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정통락을 추구하던 록밴드가 하이브리드 핌프락을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취향은 바뀔 수 있고, 같은 것을 추구하더라도 표현방식이 늘상 같은 수는 없다. 젊어서의 하루끼는 이미 지금의 늙은 하루끼가 아니요, 그의 초기작들에서 보여지는 그런 냄새들이 지금에 와서 드러나지 않는다 하여 그를 탓할 수는 없을터. 되려 변화하지 않는 작가가 더 이상할 터이다. 변화는 늘상 일어날 수 있고,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하루끼의 <어둠의 저편>이 기존작들과 차이를 보인다고 해서 우리가 그를 비난할 것은 못되지만 나는 '개인적인' 실망감을 가졌음을 표하고 싶을 뿐이다. 나 뿐 아니라 그의 기존의 많은 팬들이 그런 배신감을 적잖히 느끼고 있고, 그것은 그들 독자에게 각각의 배신감을 안겨준 것이지만, 그는 이번 작품으로 또다른 새로운 독자와 조우할지도 모르는 사실.

 

  하지만 난 또 그의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전과 같은 기대를 품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실망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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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반양장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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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키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 하였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자체가 스러져 없어지는 것을 어찌하리오. 아무리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도 청춘의 정기를 잃으면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여 나는 사십이 넘은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드물게 본다. '원숙하다' 또는 '곱게 늙어 간다' 라는 말은 안타까운 체념이다. 슬픈 여자다. 여성의 미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약방문은 없는가보다. 다만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희망, 그런 것들이 미의 퇴화를 상당히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미>중)-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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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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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전에 정민 선생의 <미쳐야 미친다>를 일독했다. 그때가 작년 여름이지 싶다. 당시 <미쳐야 미친다>는 온갖 매스컴의 지원을 받으며 베스트셀러를 달리고 있었고, 베스트셀러라면 무조건적인 반발심이 생기는 성격 때문에 한참 지난 뒤에 비로소 사보았던 책이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감상문을 다시금 살펴보니 이렇게 쓰여져있었다.

"내용언급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이 책을 읽은 뒤의 느낌을 말하자면, 아쉬움이 크다고 하겠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은데다 그 내용은 짧아 이들의 삶의 진수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이야기다. 한시를 읽으면서도, 지식인들의 삶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도 나는 가슴에 뭔가 퍽 와닿기보다는 눈으로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무릇 고전이라는 것은 후대에 재차 읽음으로써 새롭게 다가와야하는 것인데, 이 책은 그저 고전의 겉모습만을 쑥~ 핥고 지나갔다는 느낌이다. 그다지 두껍지 않은 책에 많은 인물을 다루려한 것이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라도 이들을 소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썬 큰 수확이다."

  내가 접한 그의 두번째 저서 <죽비소리> 역시 이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이전에 이 사람의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엔 나의 감상이 어땠을까 하고 들춰보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깊이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사실 이번에는 깊이라고 할 만한 것 조차도 없다. 그저 그가 우리의 고전들을 읽다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글귀들을 모아놓아 120편을 선정해 책으로 엮은 것이고, 짧막한 개인적 감상을 기록해 놓은 것이 전부다. 그리고 그 개인적 기록이라는 것 조차도 댓글멘트 이상의 무엇을 건네주지 못한다.

  고전, 그중에서도 그의 말마따나 중국과 서양의 고전이 아닌, 순수하게 우리의 고전을 엮어놓은 책은 별로 없고, 따라서 접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학자들의 글을 모아 엮어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그것 이상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 자신을 일깨우는 소리를 듣지도 못했고, 그닥 감명을 받지도 못했다. 단지 아 이런 사람이 이런 말을 남겼구나 하는 고전사전 정도로 다가왔을 뿐이다. 솔직히 이 책의 유명세로 인한 나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또한 이 책이 왜 그토록 유명한지도 '납득불가' 이다.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일까. 이 책은 아무것도 내게 전달해주지 못했다. 읽은 글귀들을 필요할 때 찾아 써먹는 사전으로서 보관할만은 하다. 언제 써먹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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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품절


"자기를 온전히 잊는 몰두가 없이 이룰 수 없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잊는다는 것은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을 해서 출세에 도움이 될지, 먹고 사는데 보탬이 될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자체로 좋아서,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한다는 말이다." -37쪽

"천지는 만물에 있어 좋은 것만 다 가질 수는 없게 하였다. 때문에 뿔 있는 놈은 이빨이 없고, 날개가 있으면 다리가 두 개 뿐이다.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 구름은 쉬 흩어진다. 사람에 이르러서도 또한 그러하다. 기특한 재주와 빼어난 기예로 뛰어나게 되면 공명이 떠나가 함께하지 않는 이치가 그러하다."
(이인로, <파한집> 중)-66쪽

"사람은 벗을 가려 사귀지 않을 수 없다. 벗이란 나의 어짊을 돕고 나의 덕을 도와주는 존재다. 유익한 벗과 지내면 배움이 날로 밝아지고, 학업이 나날이 진보한다. 부족한 자와 지내면 이름이 절로 낮아지고, 몸이 절로 천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개와 개가 사귀면 측간으로 이끌고, 돼지와 돼지가 어울리면 돼지우리로 이끄는 것과 같다." (성현, <부휴자담론>중)-94쪽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 그늘진 뜨락에서 이따금 새가 지저귄다. 부채를 들어 책상을 치며 외쳐 말했다. "이것은 내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이고,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다. 오색 채색을 문장이라고 한다면 문장으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나는 책을 읽었다."(박지원, <답경지지이> 중)

-144쪽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마땅히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마땅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일 것이다. 군자의 침묵은 현묘한 하늘 같고 깊은 연못 같고 진흙으로 빚은 소상같다. 군자의 말은 구슬 같고 혜초와 난초같고, 종과 북 같다."
(신흠, <어묵편>)-190쪽

"말은 행동을 가리지 못했고, 행동은 말을 실천하지 못했다. 한갓 시끄럽게 성현의 말씀을 즐겨 읽었지만, 허물을 고친 것은 하나도 없다. 돌에다 써서 뒷사람을 경계한다." (허목, <허미수자명>)-198쪽

"남을 살피느니 차라리 스스로를 살피고, 남에 대해 듣기보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해 들으라."(위백규, <좌우명>)-248쪽

"자기의 허물은 살피고, 남의 허물은 보지 않는 것은 군자다. 남의 허물은 보면서 자기의 허물은 살피지 않는 것은 소인이다. 자신을 점검함을 진실로 성실하게 한다면 자기의 허물이 날마다 제 앞에 보일 터이니, 어느 겨를에 남의 허물을 살피겠는가? 남의 허물만 살피는 자는 자신을 검속함이 성실치 못한 자다. 자기의 잘못은 용서하고 남의 허물은 살피며, 자기의 허물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남의 허물은 들춰내니, 이야말로 허물 중에 큰 허물이다. 자기의 허물을 능히 고치는 사람은 허물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만하다."
(신흠, <검신편>)-276쪽

"소동파가 말했다.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듯, 글을 지으려면 뜻을 써야한다." 참으로 맛이 있는 말이다. 대저 시장 가운데 물건이 숱하게 많지만, 돈이 없고 보면 내 것으로 만들 수가 없다. 옛사람의 책 속에 문자가 수도 없지만 뜻이 없으면 내가 가져다 쓰지 못한다. 뜻을 버리고서 옛책을 읽는 것은 돈 없이 저자의 가게를 어슬렁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임상덕, <통론독서작문지법>)-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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