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절판


"운명같은 거 잘 모르겠지만, 늘 생각하는게 있긴 해. 있지. 제대로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 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거나 다름없는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 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거잖아?" (연애소설 中)-7쪽

"언제부터 밤이 무서워진 걸까......"
나는 잠자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마, 상상력이 없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일 거야. 나는 머리가 좋다고 착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이 세계를 모두 알았다는 기분으로 함부로 대해서는 안될 것을 함부로 대하고......"
(영원의 환 中)-84쪽

"타인을 위해서 살인하는 인간은 없어. 인간은 자기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동물이니까."
(영원의 환 中)-101쪽

"행복하고 싶으면 불필요한 통찰력이나 상상력은 없는 편이 나아. 그리고 눈앞에 존재하는 죽음 따위 싹 무시하고 쾌락을 좇으며 사는 편이 훨씬 낫지.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살아."
(영원의 환 中)
-104쪽

"이 꽃 물망초란 꽃이야. 이름 정도는 들어 본 적 있지? 그리고 이 꽃에는 꽃말이 두 가지 있어. 하나는 '진실한 사랑' 그리고...... 날 잊지 말아요. 날 잊지 말아요....... 날 잊지 말아요...... 날 잊지 말아요...... . 아, 이 얼마나 완곡한 방법인가. 그리고 이 얼마나 고리타분한 사랑의 형태인가. 하지만, 이렇듯 곱고 따스하다. 나와 도리고에 씨는 거의 동시에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엉엉. 꺽꺽. 흐흑흐흑. 아무튼 온갖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사방 아랑곳하지 않고 울었다."
(꽃 中)-115쪽

연애의 시작은 설레는 가슴과 미칠 듯한 그리움과 짙푸른 희망이다.
그리고 연애의 끝은 그 대상과의 결별이며 동시에 연애를 했던 자기 자신과의 결별이기도 하다. 활활 타올랐던 연애의 빨간 불길은 한 인간을 집어삼켜 재로 만들거나, 때로는 그 불길 속에서 새로운 인간을 낳는다. 타고 남은 재가 숨을 얻어 다시금 살아나는 것이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인간은 온갖 증오와 절망과 회한과 복수심으로 들끊는 가슴을 안고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소멸시킨다. 그 때 삶은 곧 죽음이다.
그러나 연애의 선물인 회한의 눈물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은 과거를 소중하게 껴안고, 그 기억을 삶의 버팀목으로 삼아 질기게 살아남는다. 그리고 사랑했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영원히 놓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옮긴이의 말 中)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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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연애는 언제나 하고 프죠.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보지도못했지만 힘든 연애를 해서 그런지 다음 생에서는 여우같은 플레이걸이 되고싶더군요

마늘빵 2006-01-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전 아직 미혼인지라 연애를 더 할 수 있지만 저도 연애 경험이 많진 않습니다. 예전엔 이 사람 아니면 절대 안된다 라는 마음이 드는 단 한 명 찾아내서 결혼하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갈수록 연애관이 바뀌네요. 일단 만나보자. 그리고나서 이 사람이다 싶으면 결혼하는거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요. 그래서 예전엔 한 사람과의 사랑이 끝나고 나면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은거 같아요. 그래 넌 내 운명이 아니구나. 그러고 말아요. '상처'를 받는게 아니라 '화'가 납니다. 날 차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는 그녀를 보며.

2007-01-24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