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혹은 작품)은?




누군가 이런 거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려울 듯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재미있게 보고 괜찮게 여긴 건 많지만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게 뭔지 말하기 어렵다. 내가 뭐라고 이런 말을 하는지.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직 못 찾았다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찾을지. 죽을 때까지 못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거 만나면 다른 거 안 보는 거 아닐까. 어쩌면 이게 있으니 이제 다른 건 안 봐도 된다고 말할까 봐 아주 좋아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 읽은 책 하나 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쓴 《빨강 머리 앤》이다. 바로 여러 번 본 건 아니지만, 책은 여러 곳에서 나온 거 봤다. 열권짜리도 봤지만, 다른 건 거의 잊어버렸다. 첫번째 권 초록지붕 집 앤은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자잘한 걸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20221004








170 내가 쓰고 싶은 묘비명은?




 이건 재미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난 무덤 만들지 않을 거여서 묘비명 없어도 된다. 내가 이렇게 재미없다.



 재미없는 사람 여기 잠들다



 이게 좋겠다. 묻힐 땅도 없고 뼛가루를 납골당에 놓는다고 누가 찾아올 것도 아니니 어딘가에 뿌려 달라고 해야 한다.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뼛가루 나무 밑에 묻어달라고 하고 싶은데. 죽기 전에 그런 거 써둬야겠구나. 일찍 발견이나 되어야 할 텐데.


20231005








171 나를 짜증 나게 하는 것 5가지




 살다 보면 짜증 나는 일이 없지 않겠습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걸 하는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나는 거 아닐까요. 사람 때문이라니. 좋은 것도 사람 때문이겠네요.


 얼마전에 뭘 사러 가게에 갔더니, 거기에서 싸움이 벌어졌어요. 제가 갔을 때 그런 건 아니고 그전부터 분위기가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런 건지 전 모릅니다. 일하는 사람하고 손님이 험악한 분위기였어요. 일하는 사람이 경찰을 불렀다고 하니 더 심해졌습니다. 무서워서 그냥 나올까 하다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렸어요.


 무슨 일 때문에 싸운 건지. 둘 다 참으면 안 됐을까요. 명절이었는데. 서로 기분 나쁠 거 아닌가요. 경찰까지 부르고. 참으면 될 걸 화 내는 사람 보면 안 좋습니다. 남하고 싸우는 게 그렇게 좋은 건지. 둘레 사람까지 무섭게 만들고 말이에요.


20231006






 이번주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던 일이 일어났다. 디지털 카메라가 고장났다. 이제 사진 못 찍겠다. 어쩐지 슬프다. 이런 생각 몇 달 전에 했는데, 카메라가 고장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심했으면 괜찮았을지, 아니면 고장날 때가 된 건지.


 사진이 없는 생활. 휴대전화기는 없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있어서 이런 저런 사진을 담기도 했는데, 앞으로 못하게 생겼다. 요새는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기보다 책을 더 많이 찍은 것 같기도 하지만. 새로 살까 하고 찾아보니 내가 카메라 샀을 때보다 값이 오르고 종류도 별로 없었다. 스마트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 쓰는 사람이 줄어서 그런가 보다. 예전에 카메라 샀을 때는 디지털 카메라 쓰는 사람 많았는데. 몇 해가 지나고 이렇게 달라지다니. 세상이 참 빨리도 바뀐다.


 카메라가 좀 안 좋아서 조금 나은 걸 살걸 했는데, 고장나고 보니 아주 없는 것보다 그거라도 있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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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08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 하나 장만하시죠~!!
희선님의 묘비명은 ‘ 시 좋아하는 사람 여기 잠들다‘ 이렇게 바꾸시는게 ~!!

희선 2023-10-09 01:23   좋아요 0 | URL
연락할 사람이 없어요 아직은 없어도 그럭저럭 사는군요 그거 없어도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세상이...


희선

페넬로페 2023-10-08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마트폰을 통화하는 기능보다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저도 묘지 필요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묘비명 한 번 생각해봐야겧어요.
재미없는 사람 여기 잠들다.
엄청 유머러스한데요~~

희선 2023-10-09 01:25   좋아요 1 | URL
스마트폰으로는 여러 가지 할 수 있어서 그러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가 비싸지고 새로 나오지도 않다니...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더 좋을 거예요 묘비명 만들지 않아도 생각해 보면 죽음을 생각하는 거기도 하겠습니다 죽음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겠습니다


희선
 




조금 쓸쓸할 때 찾아가게

내게도 친한 나무가 있으면 좋겠어

그건 꼭 하나여야 하는 건 아니겠군

어디에 있든

어떤 나무든

친한 나무다 여기면 되지


나무는 누구든 반겨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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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0-07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추석연휴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감기 조심 하시구요.
나무는 언제나 우리를 반기는 것 같아요.

희선 2023-10-08 00:01   좋아요 1 | URL
명절 연휴 길다고 생각했는데 빨리 가 버렸네요 이번주도 다르지 않군요 한글날까지는 빨리 갈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남은 이틀 잘 보내면 시간 길게 느껴지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밖에서 보는 나무도 자주 보면 자기만의 나무가 되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거 하나가 아니고 여러 그루 있어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말하면 비밀이 아니지

“비밀이야” 하고 말하지 마

말하고 싶다면

그냥 말해


비밀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해

좀 무거울까, 무서울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는 건

무겁기도 무섭기도 하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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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6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6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6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형사의 약속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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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는 사람보다 병을 본다는 말이 있다. 병도 보고 사람도 보는 의사가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의사보다 아픈 게 낫기를 바랄지도. 내가 병원에 간 건 아니지만, 병원에서 담당의사나 간호사 제대로 안 봤다. 간호사는 조금이 아니고 여럿이고, 어차피 잠시만 보는 거니 그랬구나. 그러면서 의사나 간호사가 친절하기를 바라다니. 드라마에서는 의사 간호사가 환자와 잘 지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거다. 작은 병원이라면 모를까. 큰 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만나는 시간 그리 길지 않다. 병원엔 아픈 사람이 가고 꽤 많기도 하다.


 경찰과 의사 비슷한 면 있지 않나. 사람보다 범죄와 병을 본다는 거. 마음 따듯하다고 할까, 형사에도 왜 범인이 죄를 저질렀는지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다. 경찰은 죄를 지은 사람을 잡기만 하고 벌은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재판에서 정해진다고. 재판이 잘못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겠다. 예전에 야쿠마루 가쿠 소설 《형사의 눈빛》을 보고 나츠메 노부히토라는 형사를 알았다. 시리즈가 되고 네번째까지 나왔다. 아직 두번째는 못 보고 세번째 《형사의 약속》을 먼저 봤다.


 첫번째 책에서 본 나츠메 형사가 이번 책 <호적 없는 아이>에서 달라 보여서 왜 그런가 했다. 나츠메가 형사가 된 건 딸이 묻지 마 폭행을 당하고 식물인간이 돼서였다. 자기 손으로 범인을 잡으려고. 첫번째에서 범인을 잡았지만 시효가 돼서 벌을 주지 못했던가 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좋지 않겠다. 그 책 《형사의 눈빛》 보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잊어버렸다. 나츠메는 생활 안전과 청소년계 후쿠치 히로코와 DVD 가게에서 DVD를 훔치려다 일하는 사람한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달아난 아이를 찾으려고 한다. 그 아이는 다른 경찰서에서 데리고 있다는 연락이 오지만, 아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츠메는 5시 15분에서 10초가 지나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아이 일을 알아봤다(경찰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15분이다).


 아이는 자신과 함께 살던 사람도 말하지 않고 아빠로 보이는 사람도 아이를 모른다고 한다. 아이와 아빠는 사정이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가 호적을 얻고 시간이 흐르면 아빠를 만날지. 나츠메는 두 사람한테 있었던 일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실제 그런 형사 있을까. 두번째 <불혹>에서는 나츠메가 조금 달라 보였다. 앞에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흘러설까. 두번째에서는 나츠메가 다닌 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여기에서는 소년법 이야기를 하는 건가 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그 죄를 잊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야쿠마루 가쿠는 어릴 때 죄 지은 사람이 그 죄를 잊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아무리 형무소에서 형을 살고 나온다 해도 자신이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츠메는 동창인 쿠보타가 가진 다른 마음도 알아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마음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텐데. 상대가 상처 받는다 해도. 상대가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세번째 네번째 <피의자 사망>과 <마지막 거처>에서도 나츠메는 그 사람이 왜 그 일을 했는지 알아낸다. <피의자 사망>에서는 범인이 왜 사람을 죽였는지 헤어진 아내한테만 알려준다. 그런 걸 세상에 말하면 상처받을 사람이 있으니. <마지막 거처>를 볼 때는 초고령화 사회도 생각나고 좀 그랬다. 자식이 죄를 지어서 부모가 자식과 인연을 끊었다 해도 부모는 자식을 생각한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랐다기보다 자식이 피해자를 생각하고 속죄하고 살기를 바랐다. 억울한 일이 있다 해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안 되겠다. 참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자신보다 둘레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안 좋은 마음 먹었다 해도 둘레 사람을 생각하면 멈출 텐데. 아니 나도 모르겠다.


 이번 책 보면서 식물인간이 된 나츠메 딸이 깨어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이야기 <형사의 약속>에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오래 잠들어 있어서 앞으로 사는 게 쉽지 않겠지. 나츠메는 딸 에미가 살아가는 걸 지켜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약속도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마음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아쉬웠다. 형사와 범인 식구여서 나츠메가 그 아이를 생각해도 만나러 가지 않았겠지. 나츠메가 그 아이를 가끔 만났다면 달랐을 것 같기도 한데,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구나.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한테 마음을 써주면 그게 힘이 되겠지. 나이가 어릴 때는 더.




희선





☆―


 “지금 당장 답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정말로 내게 소중한 것이 무언인지 알게 될 때까지 충분히 헤매고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불혹은, 쓸데없는 세상 가치관에 미혹되지 않고 내가 내 삶 주체가 되어 끊임없이 헤매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어.”  (182쪽)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있는지조차 모르는 답을 찾아 외롭게 헤매는 건지도 모르겠다.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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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05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죄 보다 사람을 봐야죠.
몇년 전에 이 비슷한 일본 영환가 드라마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그것도 원작이 있었는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기억력이 원망스럽군요. 흐흑~
암튼 뭔가 훈훈한 소설일 것 같아 읽어보고 싶네요.^^

희선 2023-10-05 23:47   좋아요 1 | URL
다른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츠메 형사 이야기 드라마(<형사의 눈빛>) 만들기도 했어요 첫번째 책으로... 그것만 나온 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저도 그거 본 지 오래돼서 잊어버렸네요

어쩔 수 없이 죄를 짓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군요 그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됐나를 생각해야 할지... 가끔 그런 게 아주 없는 사람도 있군요


희선
 




기억하고 싶어서 모아둬도

시간이 가면 잊어

슬픈 현실이야


기억하고 싶다면

마음 써야 해

어려운 일이야


어느 날 잊은 게 떠오르면

잠시 멈춰

예전과 같은 마음이 아니면 어때

어쩌다 한번 생각해도 괜찮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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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10-04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일상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잊게 되죠. 그러다 또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기도 하구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이젠 슬펐거나 힘들었던 일들도 다시 돌아보면 그 추억도 소중하게 느껴져요. 기억들을 최대한 잊지 않고 살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 알라딘 서재가 제겐 중요해요. 거의 20년 정도 잊을만하면 한번씩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곳에 남겨두었기에, 제게는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 되었네요.

희선 2023-10-05 02:19   좋아요 0 | URL
어떤 일은 잊지 못할 거다 하는데 시간이 가면 잊더군요 어릴 때는 잊지 않아야지 한 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잊으면 어쩔 수 없지 하기도 하는군요 시간은 많은 걸 잊게 하니... 시간 탓을 하다니...

잊고 싶지 않은 건 자꾸 생각해야 하죠 그것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어도 시간이 가면... 또 시간을 말했네요 어떤 일은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죠 좋은 것뿐 아니라 안 좋은 것도...

감은빛 님은 여기에 이런 저런 일을 남겨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따님하고 일이나 친구 여러 사람들 이야기도, 예전에 쓴 글 우연히 보고 그때를 떠올리는 것도 괜찮죠


희선

2023-10-05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5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