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의 약속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의사는 사람보다 병을 본다는 말이 있다. 병도 보고 사람도 보는 의사가 있어야 할 텐데.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의사보다 아픈 게 낫기를 바랄지도. 내가 병원에 간 건 아니지만, 병원에서 담당의사나 간호사 제대로 안 봤다. 간호사는 조금이 아니고 여럿이고, 어차피 잠시만 보는 거니 그랬구나. 그러면서 의사나 간호사가 친절하기를 바라다니. 드라마에서는 의사 간호사가 환자와 잘 지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 많지 않을 거다. 작은 병원이라면 모를까. 큰 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만나는 시간 그리 길지 않다. 병원엔 아픈 사람이 가고 꽤 많기도 하다.


 경찰과 의사 비슷한 면 있지 않나. 사람보다 범죄와 병을 본다는 거. 마음 따듯하다고 할까, 형사에도 왜 범인이 죄를 저질렀는지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다. 경찰은 죄를 지은 사람을 잡기만 하고 벌은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재판에서 정해진다고. 재판이 잘못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구나.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겠다. 예전에 야쿠마루 가쿠 소설 《형사의 눈빛》을 보고 나츠메 노부히토라는 형사를 알았다. 시리즈가 되고 네번째까지 나왔다. 아직 두번째는 못 보고 세번째 《형사의 약속》을 먼저 봤다.


 첫번째 책에서 본 나츠메 형사가 이번 책 <호적 없는 아이>에서 달라 보여서 왜 그런가 했다. 나츠메가 형사가 된 건 딸이 묻지 마 폭행을 당하고 식물인간이 돼서였다. 자기 손으로 범인을 잡으려고. 첫번째에서 범인을 잡았지만 시효가 돼서 벌을 주지 못했던가 보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좋지 않겠다. 그 책 《형사의 눈빛》 보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잊어버렸다. 나츠메는 생활 안전과 청소년계 후쿠치 히로코와 DVD 가게에서 DVD를 훔치려다 일하는 사람한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달아난 아이를 찾으려고 한다. 그 아이는 다른 경찰서에서 데리고 있다는 연락이 오지만, 아이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츠메는 5시 15분에서 10초가 지나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아이 일을 알아봤다(경찰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15분이다).


 아이는 자신과 함께 살던 사람도 말하지 않고 아빠로 보이는 사람도 아이를 모른다고 한다. 아이와 아빠는 사정이 있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가 호적을 얻고 시간이 흐르면 아빠를 만날지. 나츠메는 두 사람한테 있었던 일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실제 그런 형사 있을까. 두번째 <불혹>에서는 나츠메가 조금 달라 보였다. 앞에 사건이 일어나고 시간이 흘러설까. 두번째에서는 나츠메가 다닌 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여기에서는 소년법 이야기를 하는 건가 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를 뉘우치고 그 죄를 잊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야쿠마루 가쿠는 어릴 때 죄 지은 사람이 그 죄를 잊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아무리 형무소에서 형을 살고 나온다 해도 자신이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츠메는 동창인 쿠보타가 가진 다른 마음도 알아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마음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텐데. 상대가 상처 받는다 해도. 상대가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면.


 세번째 네번째 <피의자 사망>과 <마지막 거처>에서도 나츠메는 그 사람이 왜 그 일을 했는지 알아낸다. <피의자 사망>에서는 범인이 왜 사람을 죽였는지 헤어진 아내한테만 알려준다. 그런 걸 세상에 말하면 상처받을 사람이 있으니. <마지막 거처>를 볼 때는 초고령화 사회도 생각나고 좀 그랬다. 자식이 죄를 지어서 부모가 자식과 인연을 끊었다 해도 부모는 자식을 생각한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랐다기보다 자식이 피해자를 생각하고 속죄하고 살기를 바랐다. 억울한 일이 있다 해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안 되겠다. 참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자신보다 둘레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안 좋은 마음 먹었다 해도 둘레 사람을 생각하면 멈출 텐데. 아니 나도 모르겠다.


 이번 책 보면서 식물인간이 된 나츠메 딸이 깨어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이야기 <형사의 약속>에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오래 잠들어 있어서 앞으로 사는 게 쉽지 않겠지. 나츠메는 딸 에미가 살아가는 걸 지켜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약속도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마음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아쉬웠다. 형사와 범인 식구여서 나츠메가 그 아이를 생각해도 만나러 가지 않았겠지. 나츠메가 그 아이를 가끔 만났다면 달랐을 것 같기도 한데,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구나.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자신한테 마음을 써주면 그게 힘이 되겠지. 나이가 어릴 때는 더.




희선





☆―


 “지금 당장 답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정말로 내게 소중한 것이 무언인지 알게 될 때까지 충분히 헤매고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불혹은, 쓸데없는 세상 가치관에 미혹되지 않고 내가 내 삶 주체가 되어 끊임없이 헤매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 나는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기로 했어.”  (182쪽)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있는지조차 모르는 답을 찾아 외롭게 헤매는 건지도 모르겠다.  (183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10-05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죄 보다 사람을 봐야죠.
몇년 전에 이 비슷한 일본 영환가 드라마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그것도 원작이 있었는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기억력이 원망스럽군요. 흐흑~
암튼 뭔가 훈훈한 소설일 것 같아 읽어보고 싶네요.^^

희선 2023-10-05 23:47   좋아요 1 | URL
다른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츠메 형사 이야기 드라마(<형사의 눈빛>) 만들기도 했어요 첫번째 책으로... 그것만 나온 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저도 그거 본 지 오래돼서 잊어버렸네요

어쩔 수 없이 죄를 짓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군요 그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됐나를 생각해야 할지... 가끔 그런 게 아주 없는 사람도 있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