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낯선 곳으로 떠난 적 있어?




 어디 가는 거 싫어해서 잘 안 가. 거의 안 가지. 낯선 곳에 간 적은 아주 없지 않기도 해. 그날 갔다가 그날 오는 거. 잘 몰라도 잘 찾아가기는 해. 늘 그런 건 아니고 표지판 보고 찾았어. 그런 게 있으면 괜찮아도 없으면 못 찾을 거야.


 자신이 사는 곳이 아닌 곳은 다 낯선 곳 아닌가. 집 밖은 다.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아. 어딘가 아주 먼 곳이 아니고 다른 나라가 아니어도 말이야. 난 걸어서 가는 걸 더 좋아해. 차 타는 거 싫어. 차 오래 타야 할 일이 있으면 무척 걱정돼. 멀미할까 봐. 그러니 어디 가고 싶겠어. 안 가고 싶지.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가을이니 걸어야 할 텐데. 걸어서 잘 모르는 곳에 가는 것도 괜찮겠어. 앞으로 좀 먼 곳에 걸어 갔다 와야겠어. 거기는 모르는 곳은 아니야.


20230925







167 소외되는 것이 두려워 나다움을 숨겼던 경험이 있어?




 다른 사람이 하면 어쩐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거다. 나도 그저 끌려 가듯 뭔가 한 적 있을 거다. 잘 생각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혼자 밥 먹으면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여길 거야나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는 것도 이상하게 여길 거야 했다. 그렇다고 억지로 친구를 사귄 건 아니지만. 그때 친구는 그때뿐이었다.


 어릴 때 혼자여도 괜찮다 생각했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혼자구나. 인터넷에서도 거의 난 혼자 같다. 그런 것도 어쩔 수 없지. 다른 사람이 따돌리는 게 아니고 내가 끼어들지 못하는 거니. 실제로도 말 못하고, 글로도 말 못하니.


 나다움은 뭘까. 이것도 잘 모르겠다. 자기다움 같은 것도 정해두면 거기에 갇히지 않을까. 그러면서 내가 그러는구나. 그것보다 난 게을러서 하고 싶지 않다. 이런 거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많겠다.


20230926








168 어떤 모습을 볼 때 아름답거나 매력 있다고 느껴?




 이건 사람이겠지요. 어떤 모습이니.


 아름답거나 매력 있는 모습이라. 다른 사람을 돕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한테 아무 이득이 없다 해도 누군가를 돕는 거. 그런 거 쉽게 하기 어려울 거예요. 저도 잘 못합니다.


 만약 제 앞에서 아이가 넘어졌다 해도 저는 일으켜 세워주지 못할 겁니다. 자기가 일어나야지 생각할 거예요. 반대로 나이 많은 사람이 넘어졌다면, 그때도 돕지 못할 겁니다. 제가 하는 건 뭔가 떨어뜨렸을 때 주워다 주는 정도. 이건 그렇게 어렵지 않겠지요. 문을 열고 어딘가에 들어갈 때 뒤에 사람이 있으면 문 잡아주기. 길 물어봤을 때 알면 알려주기 정도. 이런 거 별로 도움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도 생각했을 때 적어두거나 하면 좋을 텐데. 그런 건 안 했습니다. 어떤 걸 보고 아름답다거나 매력 있다 생각한 적 있을 텐데, 생각하니 바로 떠오르는 게 없네요.


20230927






 이번주는 내일부터 명절 연휴여서 오늘까지 씁니다. 좀 편하네요. 세 가지만 쓰면 돼서.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겁니다. 한번 썼으면 끝까지 써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 쓰기 좀 어려워도 어떻게든 씁니다.


 모두 명절 연휴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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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9-28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낯선 곳에 가는 거 두려워하지만 여행 가면 이미 익숙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돌아다니게 되더군요^^
희선님 명절 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희선 2023-09-28 23:47   좋아요 1 | URL
낯선 곳이어도 가 보고 싶었던 곳이면 돌아다니고 싶을 것 같습니다 모르는 곳이어서 더 다니고 싶을지도...

연휴 첫날이 벌써 갑니다 거리의화가 님 남은 날 즐겁게 지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9-28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낯선곳에 가는거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혼자 가려면 조금 두려운 것 같기도 해요.
희선님!
추석 연휴 건강하고 즐겁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3-09-28 23:48   좋아요 1 | URL
잘 모르는 곳은 혼자보다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함께 가면 좀 낫겠지요 어디 가는 것도 덜 무섭고... 혼자 다녀도 안전한 세상이 되기를...

페넬로페 님 남은 명절 연휴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언제나 모자란 마음입니다

그댄 괜찮다고 했군요


누구나 괜찮지 않아도

남한텐 괜찮다고 하겠지요


있는 그대로를 봐주는 사람한테는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참아야 할 말도 있겠지만,

참지 않아도 되는 말도 있어요


그대가 괜찮기를 바라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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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8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3-09-27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을 때에도, 괜찮지 않을 때에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사람도 상황도 분명 있죠.
그럴 때에는 또 그냥 슬쩍 본심을 숨겨도 괜찮을 것 같아요.

희선님께서 늘 괜찮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희선 2023-09-28 00:10   좋아요 0 | URL
솔직하게 말하라고 썼지만 그게 쉽지 않겠지요 괜찮을 때는 해도 괜찮지 않을 때는... 말해야 할 때가 있기는 하겠습니다 아주 힘들 때는... 슬쩍 본심을 숨겨도 괜찮다고 하셔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감은빛 님 고맙습니다 감은빛 님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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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이야기 하기에 좋은 분위기는 어떤 걸까. 늦은 밤, 비가 오는 밤, 눈에 갇힌 밤. 밤은 빼놓지 않는구나. 난 무서운 이야기 해 본 적 없다. 아는 게 없으니. 겪은 일도 없다. 아니 한두번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무서운 일은 아니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에는 소설가가 야간 경비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소설가는 종교시설에서 야간 경비를 하면서 소설을 쓰려고 한다. 한차례 그곳을 돌아보고 와서 소설을 쓰려고 했는데, 소설가 자신이 쓰지도 않은 말이 공책에 쓰여 있었다. 이 말 왜 하느냐 하면 나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다. 컴퓨터 쓰면서 뭔가 쓰려고 한 것 같은데 그때 무척 졸렸다. 졸린데 난 뭘 쓰려고 했던 걸까. 잠깐 졸다가 깨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니 글 제목 쓰는 칸에 ‘지옥에나 가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때는 깜짝 놀라 글쓰기 누르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다. 남겨두는 건데. 내가 그걸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건, 그때 난 그런 생각 안 해서다. 안 좋은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누가 쓴 걸까. 여전히 수수께끼다. 야간 경비하던 소설가가 쓴 말이 ‘지’여서 그 일이 생각났다.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겼을 때 ‘지’지만.


 미쓰다 신조는 호러와 추리를 섞은 이야기를 쓴다. 어떤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만, 어떤 이야기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기도 한다. 미쓰다 신조는 세상에는 그런 것도 있다고 말한다. 괴담은 그저 괴담으로 받아들이자고. 그건 그렇겠지. 세상엔 인과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일도 있다. 무서운 이야기는 더 그럴지도.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는 건 부조리하지 않나. 앞에서도 말했듯 난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미쓰다 신조 소설은 조금 봤구나. 미쓰다 신조는 다른 사람한테 들었다면서 글을 쓰기도 한다. 그건 정말 다른 사람한테 들은 이야길지 뭔가를 보다가 알게 된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쓴 건지. 이 책 《우중괴담》은 다른 사람이 경험한 일을 미쓰다 신조가 듣고 여러 가지를 바꿔서 썼다는 설정이다.


 얼마전에도 미쓰다 신조 소설을 봤는데 또 봤구나. 미쓰다 신조 소설에는 어린 남자아이와 할머니가 나오기도 하는데. 지난번에도 그런 게 나왔고 여기 담긴 <은거의 집>에도 나왔다. 미쓰다 신조는 할아버지가 없어서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해서 소설에 자주 썼나 보다. 미쓰다 신조 소설을 몇해 동안 보다보니 어떤 공통점을 알게 됐구나. 소설을 본다고 미쓰다 신조 작가를 알 것 같지는 않다. 어린이는 무서워하면서도 하지 마라 하면 그걸 하기도 한다. <은거의 집>에 나온 아이도 다르지 않았다. 아이는 집에서 먼 곳에서 이레를 지내야 했는데 자신을 돕는 할머니가 한 말에서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이 말 시키면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어겼다. 그래도 아이는 큰일을 겪지 않고 끝났다. 큰일은 죽는 거겠지. 아이는 자라고 어른이 되고 어릴 때 일을 작가한테 말했다.


 여기 담기 이야기는 모두 다섯 편이다. <은거의 집> <예고화> <모 시설의 야간 경비> <부르러 오는 것> <우중괴담>. 앞에서 어린이가 하지 마라는 거 한다고 했는데, <부르러 오는 것>에서도 그랬는데, 거기 나온 사람은 어린이가 아니다. 그거 읽으면서 하지 마라는 거 왜 하는 거야 했다.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이 그걸 어겨서 할머니나 어머니가 죽지 않았을까 싶은데. 자신이나 딸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그 사람은 조심했다. 지금도 조심하고 살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뭔가가 사람을 부르러 오는 건 미쓰다 신조 다른 소설에서도 본 것 같은데. 같은 작가니 비슷한 걸 쓰기도 하겠지. 그리고 비.


 비가 오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비가 오면 낮인데도 세상이 어둡다. 그럴 때 마물 같은 게 나오기 쉽겠다. 미쓰다 신조 소설에는 비가 올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가 여러 편이다. 비 올 때만은 아닌가. 나가면 안 되는 곳을 나가거나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들어가도 그렇구나. 사람 뒤를 따라오고 사람을 무섭게 하는 정체는 뚜렷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건 뭘까. 정체를 모르기에 무서운 거겠다. 무언가 뒤를 따라올 때 돌아보면 거기엔 뭐가 있을까. 자기 자신. 자신이 잘 아는 누군가. 이건 별로 무섭지 않을까.


 누군가 그린 그림이 실제 일어난 일 있을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꿈에서 보면 그걸 예지몽이다 하는데 그림도 그럴지. <예고화>는 내가 놓쳐서 잘 몰랐던 것도 있었다. 나중에 그걸 알고 아쉽게 여겼다. 그걸 안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여기엔 추리할 것도 있다. 아이는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힘이 있다는 걸 알고 그렸을지. 아주 모르지 않고 어렴풋이 알았을 것 같다. 그 그림에 담긴 저주 같은 것에서는 달아날 수 없나 보다. 아니 자신이 살려고 그림에 다른 그림을 그려서 안 좋게 끝났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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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25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공포체험 하셨군요..과연 누가 썼을까요? 설마?? 귀신??

희선 2023-09-26 00:28   좋아요 1 | URL
정말 그때 그걸 누가 썼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 못하는 거고 제가 썼을지...


희선

감은빛 2023-09-27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끔 우리가 겪는 어떤 일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우리는 미스테리나 귀신 등 초자연 현상으로 연결시키기도 해요.
저는 어려서부터 몇 차례의 이상한 일들을 겪었어요.
그걸 그저 귀신이나 심령현상 등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쉬운데,
정말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해 파헤치기는 쉽지 않죠.
당장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근데 희선님께선 정말 그런 말을 쓰실 것 같지 않은데,
누가 썼을지 궁금하네요.

희선 2023-09-27 23:47   좋아요 0 | URL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알기 어렵기도 하겠습니다 그런 걸 파헤치면 알지... 평생 그런 거 한 사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저 신기한 일이 다 일어났네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아주 많이 믿거나 아주 믿지 않거나 하지 말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멋대로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감은빛 님은 이상한 일 여러 번 겪으셨군요 귀신이라고 해서 다 무서운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도와주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희선
 




뭘 해도 잘 안 되는 날엔

날씨도 안 좋지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너는 나를 떠나고

우산은 뒤집어지고

발은 물웅덩이에 빠졌네


세차게 달리는 차에 물세례를 맞고,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는 건

빗물인지 눈물인지


운 나쁜 날은

더 길게 느껴져


그래도

하루는 저물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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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3-09-27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인간에게 죽음은 정말 축복이구나 싶어요.
끝이 없다는 것만큼 무서운 저주는 없을 것 같아요.
이 불행한 삶에도 언젠가는 끝이 온다는
그 당연한 사실 덕분에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희선 2023-09-27 23:38   좋아요 0 | URL
사람은 누구나 죽는군요 평소에는 그런 거 잊어버리고 살기는 하는데... 저도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사람은 다 죽고, 죽으면 끝이야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든 끝이 있기는 하겠지요 좋은 날도 안 좋은 날도... 그런 게 없다면 사는 게 참 안 좋을 것 같아요 운이 안 좋은 날도 갑니다 오늘도 가고... 다른 오늘이 오겠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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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한 가지가 아닌 다섯 가지 커피, 좋네. 이름도 ‘버라이어티 팩 세트’가 아닌가. 다섯 가지에서 딱 하나 안 마셔 봤다. 안 마셔 본 게 있어서 좋기도 하구나. 그때는 왜 안 샀을까. 커피 안 사는 달도 있는 거지. 커피는 마시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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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9-26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게 있었군요. 근데 마침 품질이네요. 전 그냥 인스턴트 먹지만 관심이 가네요. ㅋ

희선 2023-09-27 23:21   좋아요 1 | URL
이상하게도 제가 사고 쓰려고 하면 품절일 때가 있더군요 이건 다시 나올지 모르겠지만, 다른 건 나중에 다시 나오기도 했어요 커피맛 다 알지는 못하지만, 여러 가지여서 괜찮기도 합니다 알라딘에서 드립백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이거 안 마실 때 원두 커피 생각나기도 해요 생각나는 건 카페인일까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