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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7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자기 나라가 없는 설움 모른다. 난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았으니 그렇구나. 어릴 때 내가 일제 강점기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조금 했지만 모르겠다. 사는 게 쉽지 않아도 그냥 살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은 어떻게 될까 조선은 독립을 할까, 그런 생각 조금 했겠다. 독립운동 하던 사람은 조선이 독립한다 믿고 힘들어도 그걸 했겠지. 자기 대에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엔 되겠지 했을까. 독립운동은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드러내놓고 한 사람도 있지만 보이지 않게 독립운동 한 사람도 많았겠다. 그런 사람은 그저 조금 돕는다고 여겼을지도. 한복이가 그렇게 보이기도 하는구나. 그동안 한복이 힘들었겠다. 아버지나 형 죄를 갚는 마음으로 했겠다.
몇해도 아니고 거의 마흔 해가 흘렀으려나. 《토지》 1권에서 《토지》 17권까지. 엄청나다. 이런저런 사람을 보고, 처음에 어렸던 길상은 아들이 둘에 쉰이 넘었나. 큰아들 환국이도 아이 아버지다. 그런 거 보면 재미있기도 하다. 어두운 시대 때문에 때로는 사람 때문에 힘든 사람들. 사람은 거의 그렇게 살겠다. 《토지》 17권, 5부 2권을 보았다. 동학을 하던 사람이 대를 이어 의병에 독립운동도 했는데, 관수가 죽고는 더는 사람을 묶어두지 못하게 됐다. 이제는 동학과는 상관없는 몇 사람만 남았다. 길상은 한번 감옥에 갇혀서 또 잡혀갈 수 있는가 보다. 일본은 대체 왜 그랬는지. 길상이 여러 사람과 만나고 이제 동학으로는 흩어지자고 한다. 그런 거 시원섭섭했을 것 같다. 겨우 몇 사람이 뭘 하기는 어려웠겠지. 만주는 멀고. 남쪽 사람과 뭉치기도 그렇고.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진주 술도가 집 이도영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들인 이순철이 아버지 마음을 모르겠다고 해서. 그때 사람은 금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됐나 보다. 가지고 있는 금은 나라에 팔아야 했다. 금을 사고 조선을 빠져나가면 밀수로 여겼다. 홍이 아내 보연은 몸이 아파 쉬러 친정에 갔다가 금장신구를 사 왔다. 그 일로 홍이와 보연은 조선으로 와야 했다. 금보다 돈으로 갖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다행하게도 홍이는 쉽게 풀려나고 보연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홍이는 식구들과 통영이나 진주에 살려나 했는데 보연과 아이들은 조선에 남겨두고 홀로 만주로 가려 했다. 그런 홍이를 보니 실제 그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홍이도 만주에 관수가 있어서 괜찮았던 것 같은데. 주갑은 죽었을까.
관수 아들 영광은 어머니가 홍이를 만나러 가라고 해서 통영에 간다. 관수가 죽었을 때 홍이가 여러 가지 도움을 줘서. 영광은 우연히 양현이를 만나고 함께 기차를 타고 간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은 거의 잘 안 되는데. 양현이와 영광이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양현이보다 영광이가 그걸 넘지 못할 것 같다. 양현이는 최참판집에서 살고 지금은 의전에 다니고 의사가 될 테니. 두 사람 이야기는 아직 크게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 생각했구나. 조금 다르지만 인실과 오가타는 다시 만난다. 찬하가 우연히 인실이 일하는 약국에서 약을 샀다. 그런 일 일어날 수 있겠지. 찬하는 인실과 오가타 아이를 자신이 기르게 됐다고 말하고 아이 이야기를 오가타한테 말하라고 한다. 그건 언제까지나 비밀로 하려나 했는데. 오가타는 인실이 아이를 버린 것에 충격받았지만 자기 아이가 있고 자주 만났다는 걸 알고 기뻐한 듯하다. 전쟁이 끝나면 두 사람은 만날지.
평사리에 오래 살고 남의 안 좋은 말을 하던 봉기노인이 죽었다. 봉기노인은 오래 살았구나. 조준구는 아직 살아 있지만 얼마 안 남았단다. 홍이는 만주로 가기 전에 평사리에 들렀다. 많은 사람이 홍이를 반겨주고 아버지 용이를 떠올리기도 했다. 누구나 알고 반겨주는 모습 좋아 보였지만, 난 그런 건 싫을 것 같다. 석이 어머니와 야무네 그리고 천일네는 함께 모여 홍이 점심을 했다. 그 모습이 따듯해 보이면서도 슬프게 보였다. 따듯한 것만 생각해야 하는데 슬픔도 느끼다니. 세 사람 삶이 생각나서였을지, 딸이나 며느리 눈치 안 봐도 된다는 말 때문이었을지도.
사람들은 일본이 전쟁에서 질 거다 여겼다. 일본도 그런 거 느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더 빨리 전쟁을 끝내지 왜 더 끌었을까. 17권은 1941년이다. 일본에서도 전쟁에 나간 사람 많을 거다. 앞으로 조선 사람도 강제로 전쟁에 나가야겠지. 남자뿐 아니라 여성, 아니 여자아이도 끌려가겠다. 평사리에도 군에 간 사람이 있다. 바로 죽은 우서방 막내다. 둘째 개동이는 면사무소 서기가 됐는데 그걸로 마을에서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 이름이 개동이라니. 개한테는 잘못이 없지만 이름대로 가는 느낌이 들기도, 여기에는 개동이가 대표처럼 나왔는데 일제 강점기 때 별거 아닌 힘을 가지고 그걸 휘두른 사람 많았겠다. 일본 사람보다 조선 사람이 더 악독했다. 같은 민족이고 사람인데 그러다니.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