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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 - 짚문화 ㅣ 우리 문화 그림책 13
백남원 글.그림 / 사계절 / 2008년 5월
평점 :
지금은 운동화, 쌀통, 채집통등으로 플라스틱등의 다양한 물체를 이용해서 물건을 만든다. 그럼 과거에는 어땠는가? 농민들의 생활용품 대부분의 차지했던 것이 바로 짚이었다. 벼짚, 밀짚, 보리집등을 통틀어 짚이라 하는데 이 짚을 엮어가는 농민들의 생활모습을 그림을 통해 표현해냈다.
조선시대에 신분 차별이 있었다면 당연히 쓰는 물건의 질도 차이가 났을 것이다. 양반이나 귀족은 가난하거나 몰락한 가문 또는 매우 청렴결백한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 매우 좋은 물건을 썼다. 농사를 짓고 남은 짚으로 농민들은 신을 만들어 신기도 하고, 여치집도 엮고, 낟알과 씨앗을 보관해 두는 통도 만들었다.
지금은 이 짚을 통해 물건을 만드는 문화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색깔을 가진 두 줄을 꼬아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놀이도 생겨났기 때문이다. 짚을 엮는 것 자체는 일종의 노동이 될 수도 있지만, 쌓인 피로를 풀고 남과 대화하는 기회로 만들자면 이런 것은 사람들에게 여가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농사를 지은지 무척 오래되었듯이, 그만큼 짚문화도 무척 오래되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시는 짚 속에는 이 땅에서 살아가면서 오래도록 고통받은 그 삶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짚은 아름다운 것이다.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자연에서 만들어져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재순환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아름다운 것이다. 플라스틱 하나를 버리면 몇 백년이 가고, 유리 조각이 땅에 떨어지면 수천년을 간다. 짚은 다르다. 필요한만큼 만들면 다 쓰고 다시 필요한 만큼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짚을 통해서 배울 점은 참 많은 것 같다. 외국에서는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쓰고, 먹을 만큼만 먹는다. 짚은 자신이 태어나서 해야할 일만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재탄생 되어 또다시 쓰인다. 지금 삶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쓰레기를 통해 생명의 순환을 기대해 보기란 힘들다, 마치 쓰레기 산에서 커다란 해바라기 꽃을 발견하길 기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모두가 다시 짚처럼 자연으로 되돌릴 줄 아는, 조금 불편을 느껴도 커다란 지구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