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인문학 - 3천 년 역사에서 찾은 사마천의 인간학 수업
한정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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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가 저서 <역사의 역사>에서 동양 최고의 역사서라고 극찬한 바 있는 사마천의 <사기>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해설한 책이다. 저자 한정주는 <문장의 온도>,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율곡 인문학> 등 다수의 인문 고전 교양서를 집필한 고전연구가이자, 전국의 도서관에서 300회 이상 1만 명 이상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연한 바 있는 역사평론가이다. ​ 


수많은 고전 중에서 하필이면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 책이 훌륭한 역사서일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온 최고의 '인간학 교과서'라는 점을 든다. 이 책 <사기 인문학> 또한 <사기>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의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교훈과 지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 


제1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역사의 절대 법칙'에는 은나라 주왕, 제나라 환공, 노나라 주공, 초패왕 항우, 한고조 유방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잘난 사람은 자기보다 못났거나 덜 똑똑한 사람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기 쉽다. 그러다 보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게 되고, 어쩌다 사람이 모여도 그들의 진심 어린 조언이나 비판을 듣지 않아 파멸에 이르게 된다. ​ 


제2부 '창업의 전략과 수성의 전략'에서는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큰일을 도모하고 지속하는 방법을 배운다. 제3부 '싸우지 않고 적을 물리치는 필승의 비법'에서는 손자, 범저, 오기, 한신 등의 사례를 통해 싸움에서 이기고 천하를 평정하는 구체적인 기술을 배운다. 제4부 '최고의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는 한무제, 상양, 소하의 사례를 통해 성공하는 리더가 되는 방법을 익힌다. 제5부 '휘둘리지 않고 부를 다스리는 법'과 제6부 '권력을 가질 때 주의해야 할 것들'에서는 부와 권력의 속성에 대해 알아본다. ​ 


단순히 원전을 해설하거나 역사적 사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의 관심사에 따라 사례를 분류하고 독자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이나 방법을 조목조목 일러주는 점이 좋다. 기왕이면 원전을 읽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여러 제약상 원전을 읽기 힘들다면 이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역사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법칙, 부와 권력의 비밀, 인간의 본성과 심리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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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이병욱 2018-12-3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반도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면 중국의 역사부터 통달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 좋으나 싫으나 한반도는 이웃한 대국 중국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거든요 미치 황사 현상처럼 말입니다

키치 2019-01-01 14:2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도 중국 역사를 통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실천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소통사회 대한민국 키워드 - 넥스트 코리아를 읽는 13가지 정치.사회 핫이슈
김헌태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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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 이후 대한민국 사회 및 정치의 거시 트렌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조망한 책이다. 저자 김헌태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서 정치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강의하고 있는 대중정치 연구자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 컨설턴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재 한국 사회와 정치 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SNS 포퓰리즘, 예능정치, 정치팬덤, 로컬리즘, 페미니즘 행동주의, LGBT 등을 선정하고 각각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 


이 중에 나는 다른 키워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로컬리즘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해 보았다. 이 책에서 로컬리즘은 중앙 정부 및 수도 중심의 정치에 대비되는 지역 공동체 중심의 정치를 일컫는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빗 브룩스는 향후 유권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정치 흐름으로 로컬리즘의 부상을 예상했다. 지역 중심, 지자체 중심의 정치는 중앙 정부, 수도 중심의 정치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며 빠르게 성과를 낸다. ​


저자는 한국 정치에서 눈에 띄는 로컬리즘의 사례로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의 정치인들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든다.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이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 주목받는 인물로는 박원순, 이재명, 홍준표, 김경수, 원희룡 등 이 있다. 이는 인터넷과 SNS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중앙 언론 매체들의 영향력이 막강해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정치인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지역 정치인이 인터넷과 SNS를 활용해 자신의 활동을 전국에 알릴 수 있다. ​


지자체나 지자체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은 유권자들이 이념적 정체성보다는 생활 밀착형 정치를 선호하는 흐름으로 볼 수도 있다. 중앙정치에는 남북 및 외교정책, 거시경제정책, 노동정책 등 쉽게 풀 수 없는 대형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반면 지역정치는 정치가 아닌 행정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상시적 업무 비중이 높으므로 정치인의 행정 수행 능력을 발휘하기에 좋고, 유권자들도 정치인의 업무 능력을 가늠하기에 좋다. ​ 


이 밖에도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도와 미래를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알기 쉬운 해설이 이어진다. 6가지 키워드 외에도 한반도 평화 체제, 정치 개혁, 보수의 재구성, 초라한 진보 정권, 존중투쟁, 기본소득, 혼삶 등의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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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사했을 뿐인데 - 관계, 사랑, 운명을 바꾸는 감사의 힘
김경미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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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심리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상담심리전문가 김경미의 책. 감사하는 습관이 하루를 바꾸고 인생을 변화시키는 원리와 사례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왜 우리는 늘 행복해야 하는가?'에서는 행복에 이르는 여러 훈련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로 손꼽히는 감사에 대해 설명한다. 감사는 과거에 겪었던 고난과 역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도와준다. 삶의 의미를 발견한 사람은 전보다 훨씬 행복해질 수 있다. ​


제2장 '감사함, 행복에 이르는 강력한 도구다'에서는 감사함이 바꿔놓은 삶의 작은 기적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헬렌 켈러의 책 <3일만 볼 수 있다면>의 일부를 인용한다. "만약에 내가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꼭 보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첫날에는 친절과 우정으로 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의 얼굴을 볼 것입니다. ... 둘째 날은 인간 발전의 발자취를 보려고 박물관으로 갈 것입니다. ... 3일이 되는 마지막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 우리가 누리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어떤 사람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제3장 '감사함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들'에서는 감사함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소개한다.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존감이 향상되고, 대인관계에 힘이 생기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심지어 잠도 잘 잔다.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공동체의 선(善)을 생각하게 되며, 학교와 직장에서 활력을 경험할 수 있다. 제4장 '감사함을 방해하는 것들'에서는 삐딱한 마음, 물질주의, 사회비교, 높은 자기애 등 감사함을 방해하는 구체적인 요인들을 설명한다. '어차피 난 혼자야', '다 의미 없어' 같은 말들은 상대방의 선의와 친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방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로막는다. 부정적인 마음으로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인생 또한 부정적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


제5장 '감사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와 제6장 '감사함도 훈련이 필요하다'에서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감사 습관이 정리되어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감사함 수업, 부부나 연인이 함께하는 감사함 수업, 일터에서 하는 감사함 수업, 자기 자신의 변화를 위한 감사함 수업 등이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어 있어 독자의 실천을 돕는다. 책 중간중간에 감사 일기를 쓰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고 감사의 힘을 느꼈다면, 직접 감사 일기를 작성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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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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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에 필적하는 핀란드의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 '칼사리캔니(kalsarikanni)'를 소개하는 책이다. 칼사리캔니는 속옷을 뜻하는 핀란드어 '칼사리(kalsari)'와 취한 상태를 뜻하는 '캔니(kanni)'의 합성어이다. 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 이 책의 제목인 '팬츠드렁크'이다. ​ 


팬츠드렁크는 말 그대로 어디도 나가지 않고 오직 집에서 속옷 차림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를 의미한다. 팬츠드렁크가 독창적인 이유는 이러한 행위 자체라기보다는 이 행위가 주는 효과다. 팬츠드렁크의 핵심은 '의미 있는 무의미함'이다. 인위적인 행동이나 실천을 강조하는 휘게, 라곰과 달리, 팬츠드렁크는 사람을 혹사시키거나 소진시키지 않는다. 집 밖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누구를 만나기 위해 자신을 꾸밀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자신의 집 안에서 마음껏 술을 마시며 하고 싶은 행위를 하면 그만이다. ​ 


이 책에는 핀란드 사람들이 팬츠드렁크를 즐기게 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요인을 비롯해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과 구체적인 기술이 나온다. 핀란드 사람들이 팬츠드렁크를 즐기게 된 것은 핀란드의 기후와 무관하지 않다. 핀란드는 1년 중 9개월 보름 정도가 우울하고 어두침침한 눈비 날리는 날씨다. 이런 날씨에는 어디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제일이다.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서비스가 크게 발전해 팬츠드렁크를 즐기는 시간이 훨씬 다채롭고 편리해졌다. ​ 


집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집 안에서 푹 쉬는 걸 선호하는 집순이로서, 이 책이 강조하는 팬츠드렁크의 효과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핀란드가 전 세계적으로 행복 지수 1위인 이유 중 하나가 팬츠드렁크라면, 핀란드 사람들만큼이나 집에서 혼자 뒹굴며 술 마시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은 왜 핀란드 사람들만큼 행복하지 않은지 의문이다. 지금보다 더 많이, 자주 팬츠드렁크를 해야 한다면 환영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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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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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망하면 은행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돈이나 귀중품은 어떻게 될까? 2014년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한 D. M. 풀리의 소설 <데드키>는 지금처럼 예금자보호법이나 은행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에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은행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도산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은행의 '대여금고'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 


이야기는 1978년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에 비서로 고용된 십 대 소녀 베아트리스와 1998년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설계도를 작성하기 위해 파견된 건축공학 기술자 아이리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건축사무소에 취업한 아이리스는 20년 전 파산한 후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설계도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귀신의 집처럼 으스스한 분위기의 건물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아이리스는 20년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대여금고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아이리스는 우연히 '수전'이라는 여인의 책상에서 547번 대여금고의 열쇠를 찾고, 금고를 열어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욕망과 싸운다. ​ 


가까스로 수전의 연락처를 알아낸 아이리스는 수전으로부터 그 금고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베아트리스라는 이름을 듣는다. 베아트리스는 1978년 이모의 소개로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에 취업한 소녀로, 고아에 미성년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이후 여러 서류와 물건에서 베아트리스의 흔적을 발견한 아이리스는 베아트리스가 547번 대여금고는 물론 은행의 파산과도 무관하지 않은 인물임을 직감하고 관련된 정보를 찾아 나선다. 아이리스가 과거의 사건에 호기심을 느끼며 파고들수록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말린다. "묘지에서 절대로 훔치지 마라. 귀신들의 잠을 깨울 수도 있으니까." 급기야 회사에서도 아이리스에게 과거를 들쑤시고 다니지 말고 설계도 작성에만 집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데, 그럴수록 아이리스는 이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547번 대여금고 열쇠가 숨기고 있는 진실 찾기에 골몰한다. ​ 


시대는 다르지만 사회 초년생인 두 젊은 여성이 직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 재정적 어려움 등을 미스터리의 한 요소로 활용한 점이 신선했다.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의지할 수 없는 두 여성의 상황이 아무도 믿지 못하고 믿어서도 안 되는 미스터리 소설의 속성과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긴장과 흥분을 야기한다. 내로라하는 유명인들과 부유층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대여금고라는 설정과 파산 후 20년간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은행이라는 공간적 배경 또한 매력적이다. 파산 직전의 은행에서 고군분투하는 베아트리스의 모습과, 파산한 지 20년이 된 은행에서 홀로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아이리스의 모습은 반드시 영화로 보고 싶을 정도다. 영화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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