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 내 삶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이끌어갈 단 하나의 선택
남인숙 지음 / 해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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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에 대해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일종의 모순이 느껴졌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저자 남인숙은 자존감에 대해 공부하면서 일종의 모순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은 한 사람의 생애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부모와 가정 환경 등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막상 자존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건하려 하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저자는 어린 시절의 낮은 자존감을 스스로 극복하고 건강하고 빛나는 자존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남인숙의 신간 <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에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모르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다'는 말로 운을 뗀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한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알지 못하면 스스로 행복할 수 없고 사랑할 수도 없다.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좀 더 쉽게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좋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도 흔하지 않은 것이다. (17쪽)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과 욕구를 알기 전에 타인의 취향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배려하길 강요받는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눈치를 살피고, 학교에서는 교사의 가르침에 복종하고 친구들과 타협하며, 사회에서는 윗사람의 말에 '알아서 기고' 눈치가 빨라야 사회성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특히 여성은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주변과 조화해야 비로소 '여성스럽다'는 평가를 듣는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 바로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울타리에서 내쳐진다. 이런 양육 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여성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그렇다고 낮은 자존감의 원인을 부모 탓, 사회 탓으로 돌리고 억울하게 살 수만은 없다. 저자는 자신의 체험과 주변에서 발견한 사례들과 함께 낮은 자존감을 스스로 높이는 비결을 소개한다. 그중 하나는 문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남에게 선택을 미루거나 회피하지 말고 알 때까지 질문하고 당당히 맞서는 것이다. 카페에서 바닐라 라테를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없으면 꾹 참고 마시지 말고 직원에게 시럽이 덜 들어가진 않았는지 물어보자. 냉장고를 사는데 신용카드 혜택을 같이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으면 확실히 알 때까지 질문하자. 처음엔 주저되고 틀리면 창피할지 몰라도 비슷한 경험이 계속 쌓이면 익숙해지고 몇 번은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를 얻을지도 모른다.


자기 통제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접 움직여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69쪽) 


할까 말까 고민되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해본다. 틀려도 괜찮다. 망해도 괜찮다. 창업을 했다고 꼭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으로 키워야 하는 건 아니다. 연애를 시작했다고 반드시 결혼에 골인해야 하는 건 아니다. 망한 사람은 가만히 있었던 사람보다 경험치 하나를 늘린 것이다. 실패한 사람은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성숙하고 깊어진다. 저자가 작가가 된 것도 할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하기로 결심한 덕분이다. 저자는 대학 시절 상황극 대본을 쓰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걸 계기로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어린이책을 쓰게 되었다. 어린이책은 결국 출판하지 못했지만, 동화를 써본 경험 그 자체를 높이 평가받아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고 작가가 되었다. 


자존감은 여성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다. 저자는 자존감을 갉아먹는 인간관계는 바로 청산하라고 조언한다. 아무리 오래 만난 사이라도 정작 만났을 때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거나 나를 비난하고 지적하기에 급급하다면, 그래서 그 관계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건강하지 못한 사이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서투르다면 넓고 얕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여성들은 학창 시절부터 소수의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서 그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나쁘지 않지만 다양한 분야, 다양한 취미, 다양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알고 꾸준히 만나는 것도 괜찮다. 


단호해지는 연습도 중요하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꼭 해야 할 말을 면전에서 하지 못하고 뒤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거절도 잘 못한다. 거절했을 때 듣게 될 비난이나 원망이 두려워서 일단 승낙한 다음 울면서 하거나 나중에 못하겠다고 해서 더 큰 비난을 받는다. 저자는 단호해지고 싶다면 차라리 무조건 거절하는 습관을 들여보라고 조언한다. 누가 부탁을 해오면 '미안하지만 안 되겠다'고 무조건 거절한 다음 나중에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해주겠다고 한다. 


일도, 관계도, 생각도 내가 정말 함께하고 싶은 것만 선택해 사는 삶은 가볍고 단순하다. 물리적인 것들을 처분하고 비워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도 그렇게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175쪽)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자존감은 어떤지 진단해보았다. 나 역시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처럼 낮은 자존감 때문에 고민한 적도 많고, 남이 잘 되는 걸 보고 배 아파하거나 나의 단점이나 콤플렉스, 실패의 경험을 곱씹으면서 스스로 상처 준 적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 책의 저자처럼 집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골라내 버린다. 입기 불편한 옷이나 밑창이 닳은 신발을 버리고, 엉망으로 꽂혀있는 책들을 가지런히 꽂다 보면 머릿속이 개운해지고 없던 힘이 솟는다. 스팸 메일함을 비우거나 북마크 폴더를 정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 책처럼 힘이 되는 조언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을 읽으면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저자의 말대로 '낮은 자존감은 내 탓이 아니다. 그러나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자.' 이 책을 읽고 많은 여성들이 자신만의 자존감 높이는 법을 터득하고, 더 이상 낮은 자존감 때문에 고민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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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 - 영원한 세일즈맨 윤석금이 말한다
윤석금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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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힘>은 재계 32위(2011년 기준 자산 순위, 공기업 제외) 웅진 그룹의 창업주이자 우리나라 창업 부자 8위(상장사 주식부자 지분 평가액 8위, 2008년 재벌닷컴)에 오른 윤석금 회장의 성공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부모의 회사와 재산을 물려받아 자연스럽게 부자가 된 금수저 재벌들과 달리, 윤석금 회장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출발한 흙 수저 기업가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스물일곱 살에 들어간 브리태니커 한국지사에서 최고의 세일즈 실적을 올리며 판매 상무 자리에 올랐다. 윤석금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미래가 보장된 안정된 자리를 버리고 1980년 웅진씽크빅을 설립해 <헤임고교학습>, <어린이 마을> 등 히트 상품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후 웅진코웨이, 웅진식품, 코리아나 화장품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단지 사업을 확장하고, 이윤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그 안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있다. 내가 오늘 열정을 다해 새로운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사람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그 힘의 가치를 믿는다. (14쪽)


이 책에는 윤석금 회장이 38년 경력의 기업가이자 세일즈 전문가로서 남다른 가치를 만든 비결을 담고 있다. 윤석금 회장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세일즈, 교육, 역발상, 조직, 리더십 - 이렇게 다섯 가지다. 그리고 이 모든 가치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며 '사람'으로 향한다. 윤석금 회장은 세일즈맨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런 만큼 세일즈의 어려움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세일즈는 최일선에서 고객을 만나는 일이다. 기업이 가진 고민의 거의 대부분은 세일즈, 즉 영업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일즈는 어떤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개인의 역량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업무이다. 하지만 모든 세일즈맨이 세일즈맨으로서의 재능이나 매력을 타고날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뛰어난 세일즈맨이 될 수 있는 조언을 10가지로 추렸다. 윤석금 회장이 정리한 세일즈맨을 위한 10가지 조언은 끊임없이 공부하라, 습관을 바꾸어라, 정신력을 키워라, 긍정적으로 보라, 불만보다 개선점을 이야기하라, 정직하게 영업하라, 고객이 추천하게 만들어라, 고객의 정보를 활용하라, 제품을 스토리텔링하라, 꿈을 꾸어라 등이다. 


윤석금 회장은 1984년 <어린이 마을>을 발간했을 때부터 여성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고학력 주부를 여성 판매인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아이들이 읽을 책이니 엄마들의 지혜와 인맥, 정보력을 활용하는 것이 좋으리라는 판단에서였다. 여성이 가진 능력을 활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성 직원들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복지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을 출근시켜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 공식적인 미팅 시간이나 교육 시간을 오전 8시에서 10시로 늦추는 융통성을 발휘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당시로는 드물게 여성인 최정순 전무를 남성들의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경영기획부장으로 발령했다. 판매원, 평사원 급의 여성 비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팀장, 지역장 급의 여성 비율을 높이는 데에도 힘썼다. 그 결과 웅진은 2003년 노동부 남녀 고용 평등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윤석금 회장은 전두환 정권 당시 학생들의 과외가 전면 금지된다는 뉴스를 듣고 '과외 잘하는 사람을 뽑아 카세트테이프로 강의를 만들어서 공부하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전국 최고 강사의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는 <헤임고교학습>이다. 웅진코웨이도 창의적인 발상으로부터 탄생했다. 1990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윤석금 회장은 정수기 사업이 뜰 것으로 예상했다. 정수기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렌탈 서비스'를 창안했고 '코디'를 도입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창조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업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집중할 줄 알아야 한다. 금을 얻으려면 금이 묻힌 곳을 찾아서 파내야 하지 않겠는가. 창의력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찾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과정에서 금맥을 찾아내는 것이다. (161쪽) 


이 밖에도 38년 경력의 윤석금 회장의 영업과 세일즈에 대한 애정과 철학, 구체적인 방법론이 자세히 나와 있는 책이다. 영업맨, 세일즈맨은 물론 마케터와 기업가,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으로 경영하고 싶고 사람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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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태양 10 - 개정판
타카노 이치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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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이치고의 <꿈꾸는 태양> 개정판이 드디어 완결을 맞았다. 그동안 타이가 씨한테 차이기도 하고 타이가 씨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던 시마나가 이제 좀 편하게 사랑하려나 했더니, 커플이 된 후에도 타이가 씨의 밀당이랄지 츤데레랄지, 아무튼 미운 짓이 계속되어 '설마 이러다 마음 바뀌어서 헤어지는 거 아냐?' 싶었다(물론 그런 일은 없습니다요...^^). 


타이가 씨의 전근을 하루 앞두고, 시마나는 타이가 씨와 하루 종일 함께 있고 싶다는 얘길 꺼낸다. 그리하여 타이가 씨는 아이들한테 교복을 빌려 입고 하루 동안 학교생활을 함께 하게 되는데, 만화 속에서나 가능한 상황이지만(실제로 이러면 불법 침입으로 잡혀갈 듯) '만화 속의' 우리 시마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으아~ 그토록 꿈꿨던 타이가 씨와의 학교생활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즐거웠던 기분이 순식간에 날아가는데, 그것은 타이가 씨가 시마나의 학교 친구들 앞에서 시마나의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난 그냥 집주인에 불과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왜 이러시나요, 타이가 씨... 시마나 마음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들려 ㅠㅠ


다행히 예전 같으면 시마나의 기분을 알지도 못했을 타이가 씨가 이번에는 시마나의 기분을 빠르게 눈치채고 마음을 풀어주려 갖은 노력을 한다. 시마나 역시 타이가 씨가 예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것이 곧 타이가 씨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증거라고 받아들인다. 


이제 겨우 두 사람 사이가 단단해졌는데, 야속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타이가 씨가 후쿠오카로 전근을 갈 때가 다가온다. 타이가 씨는 간다는 인사도 없이 떠나고, 시마나는 타이가 씨의 빈자리를 보며 망연자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이 둘한테는 적용되지 않게 해주세요...! 





한편, 시마나와 친구들은 타이가 씨의 아버지가 타이가 씨를 법조인으로 만들기 위해 타이가 씨가 교사가 되는 걸 방해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마나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공부해서 타이가 씨와 같은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데 과연 잘 될까? 


2년 넘게 재미있게 본 만화인데 끝이라니 너무 아쉽다. 젠과 사에코의 사랑 이야기도 궁금한데 번외편 안 나오려나. 시마나와 타이가 씨의 결혼 후 모습을 그린 보너스 만화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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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모노노케안 8
와자와 키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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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가 보이는 고등학생 아시야 하나에와 겉보기엔 냉미남이지만 실상은 요괴들이 모이는 '모노노케안'의 주인인 아베노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 <불쾌한 모노노케안 > 8권이 출간되었다. 


지난 7권에서 아시야와 아베노는 누명을 쓰고 체포된 북실이를 구하기 위해서 은세의 사법을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 사법이 체포하려고 한 건 북실이가 아니라 북실이의 곁에 있던 아시야. 사법은 아시야가 입법의 직원이 아니라 모노노케안의 직원, 그것도 은세에 함부로 들어와선 안 되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아시야를 찾는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사법이 있는 백주옥에 도착한 아시야는 북실이를 돌려달라고 사정하고, 사법은 북실이를 데려가는 대신 조건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북실이 대신 아시야가 백주옥에 남는 것. 의도치 않게 입법과 행정, 사법의 다툼에 말려든 아시야는 머리가 어질어질. 이런 아시야를 구하기 위해 아베노가 나서지만... 


아베노와 행정 간의 싸움이 예상보다 거칠어지면서 아베노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은세의 권력자들에게 함부로 대들었다는 오명을 쓰게 된다. 이들은 자꾸만 아시야를 가리켜 은세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라고 하는데, 대체 아시야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힘이 있는 걸까. 8권이 되도록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답답하다. 





은세에서 돌아온 아시야와 아베노는 아시야의 요괴 탐지 능력을 기르는 강화 합숙을 떠난다. 친구들이 주변 풍경을 즐기고 온천을 하면서 노는 동안, 요괴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진땀을 흘리는 아시야가 불쌍했다(그리고 귀여웠다 ㅋㅋㅋ). 


8권에서 처음 등장하는 요괴 '갓파'도 엄청 귀엽다. 갓파는 물에 사는 어린애처럼 생긴 요괴인데,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요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버전의 갓파를 보았지만 <불쾌한 모노노케안>의 갓파가 가장 귀여운 듯. 북실이도 그렇고 갓파도 그렇고, 요괴가 너무 귀여워서 퇴치를 못하는 아시야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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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 묻는다
사소우 아키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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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렀다. 참다못한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변기를 닦고 술을 나르며 하루 종일 일해도 멀쩡한 신발 한 켤레를 못 산다. 치하야에게 인생이란 죽어야 벗어날 수 있는 지옥 그 자체다. 그런 치하야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나타난다. 치하야가 무심결에 걷어찬 지팡이의 주인, 앞이 보이지 않는 청년 이치타로다.


치하야는 지팡이를 걷어차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이치타로는 사과 대신 보이는 풍경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10분이면 되니까 내 눈이 되어줘." 처음으로 같이 집으로 가는 중학생 커플, 시험 점수가 나빴는지 체육복이 담긴 주머니를 발로 차며 걷는 초등학생, 개미구멍을 들여다보는 할머니, 편의점에서 산 크로켓을 먹다가 떨어뜨린 회사원... 이치타로의 눈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던 치하야는 갑자기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깨닫는 순간, 너무나도 슬퍼질 때가 있거든." 





사소우 아키라의 <꽃에게 묻는다>는 불우한 처지의 여성과 시각 장애인 남성의 사랑을 그린 감동적인 만화다. 치하야는 거친 여자다. 머리카락도 아무렇게나 묶고 다니고, 옷도 점퍼에 헐렁한 바지 차림이고, 표정도 항상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웬만해선 미간에 잡힌 주름이 펴지지 않는다. 


이치타로는 부드러운 남자다. 이치타로는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부모와 떨어져 이모와 단둘이 사는데도 세상에 대한 불평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얼굴은 항상 미소 짓고 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치하야는 처음에 이치타로의 부드러움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치하야만큼 세상이 원망스러울 텐데, 원망은커녕 감사의 말만 늘어놓으니 뭐 이런 별종이 다 있나 싶다. 하지만 점점 이치타로의 부드러움이 치하야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람들이 이치타로만 보면 웃고 말 걸고 잘 해주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치하야가 이치타로를 만난 후 자기한테 주어진 삶에 감사함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 또한 치하야처럼 마음이 열리고 눈이 새롭게 뜨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인생은 지옥 같지만, 지옥에 있다고 해서 나까지 악마가 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로는 이치타로 같은 천사를 만날 수도 있고, 때로는 나부터 이치타로 같은 천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가난도 장애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치하야와 이치타로, 이 둘이 함께라면 극복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마음을 치유해주는 만화를 만나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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