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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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망하면 은행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돈이나 귀중품은 어떻게 될까? 2014년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부문 1위를 차지한 D. M. 풀리의 소설 <데드키>는 지금처럼 예금자보호법이나 은행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에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한 은행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도산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던 은행의 '대여금고'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 


이야기는 1978년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에 비서로 고용된 십 대 소녀 베아트리스와 1998년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설계도를 작성하기 위해 파견된 건축공학 기술자 아이리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건축사무소에 취업한 아이리스는 20년 전 파산한 후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설계도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귀신의 집처럼 으스스한 분위기의 건물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아이리스는 20년간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대여금고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아이리스는 우연히 '수전'이라는 여인의 책상에서 547번 대여금고의 열쇠를 찾고, 금고를 열어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욕망과 싸운다. ​ 


가까스로 수전의 연락처를 알아낸 아이리스는 수전으로부터 그 금고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베아트리스라는 이름을 듣는다. 베아트리스는 1978년 이모의 소개로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에 취업한 소녀로, 고아에 미성년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이후 여러 서류와 물건에서 베아트리스의 흔적을 발견한 아이리스는 베아트리스가 547번 대여금고는 물론 은행의 파산과도 무관하지 않은 인물임을 직감하고 관련된 정보를 찾아 나선다. 아이리스가 과거의 사건에 호기심을 느끼며 파고들수록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며 말린다. "묘지에서 절대로 훔치지 마라. 귀신들의 잠을 깨울 수도 있으니까." 급기야 회사에서도 아이리스에게 과거를 들쑤시고 다니지 말고 설계도 작성에만 집중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데, 그럴수록 아이리스는 이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547번 대여금고 열쇠가 숨기고 있는 진실 찾기에 골몰한다. ​ 


시대는 다르지만 사회 초년생인 두 젊은 여성이 직업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 재정적 어려움 등을 미스터리의 한 요소로 활용한 점이 신선했다.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의지할 수 없는 두 여성의 상황이 아무도 믿지 못하고 믿어서도 안 되는 미스터리 소설의 속성과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긴장과 흥분을 야기한다. 내로라하는 유명인들과 부유층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대여금고라는 설정과 파산 후 20년간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은행이라는 공간적 배경 또한 매력적이다. 파산 직전의 은행에서 고군분투하는 베아트리스의 모습과, 파산한 지 20년이 된 은행에서 홀로 과거의 진실을 파헤치는 아이리스의 모습은 반드시 영화로 보고 싶을 정도다. 영화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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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기술 - 단단하지만 홀가분하게 중년 이후를 준비한다
호사카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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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신과 의사 호사카 다카시가 인생 후반을 활력 있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발상을 전환하는 방식이나 생활 습관을 들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정신과 진료실에서 살아갈 목적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 도박 혹은 알코올 중독자, 노후의 외로움으로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 또는 그 예비군을 적지 않게 봤다. 이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재정적 조건이나 사회적 지위, 생활 환경보다도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노후에 대한 사고방식에 따라 노후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듯 보였다. 이 책은 총 6장에 걸쳐 나이 듦을 즐겁고 여유롭게 받아들이는 구체적인 기술을 소개한다. ​ 


제1장 '매일이 즐거워지는 마음가짐'에서는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라, 구체적으로 원하는 모습을 그려라, 별것 아닌 일도 재미있어하는 습관을 들이자 등의 조언을 제시한다. 저자는 스스로 '내가 점점 좋아지는 간단한 비결'을 깨닫고 실천하는 중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외모도 능력도 별로고, 어디 하나 크게 잘난 곳이 없어도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내가 봐도 이런 점은 썩 괜찮은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크게 칭찬하는 것이다.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뽀얀 피부에 자신이 있다면 "피부가 참 희고 곱네. 화장품 매장 직원도 인정하는걸."이라고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말하는 식이다. ​ 


제2장 '인생의 버팀목이 되는 취미와 공부'에서는 젊은 시절 좋아했던 취미를 떠올려보라, 노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 취미를 시작하라, 퇴직 후에 활동할 모임을 만들라 등의 조언을 제시한다. 학위나 자격증 취득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공부를 시작해도 좋고,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공부나 취미에 임해도 좋다. 정년퇴직 후에도 일을 계속할 거라면 퇴직과 함께 자신의 경력 인생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현역 시절과 달리 퇴직 후에는 업무의 양과 질도 줄고 수입도 줄어든다. 현역 시절의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와 퇴직 이후의 처지를 비교할수록 힘든 것은 자기 자신이다. ​ 


이어지는 제3장 '부담 없이 산뜻한 인간관계'에서는 노후의 인간관계에 대해, 제4장 '마음을 흩뜨리지 않는 삶의 방식'에서는 노후의 재테크와 소비 방식에 대해, 제5장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에서는 노후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제6장 '바로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방법'에서는 삶을 정리하고 죽음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조언이나 충고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며,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인생 전환기를 맞은 중장년층은 물론, 인생 전환기를 아직 먼 일처럼 여기는 청년들도 미리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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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스피드
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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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남자의 사랑. 철모르던 시절부터 팬픽이니 BL이니 하는 것들을 적잖이 섭렵하고, 커서는 본격적인 퀴어 소설, 퀴어 만화, 퀴어 영화, 퀴어 드라마 등을 꾸준히 봐왔던 나로서는 전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읽은 두 권의 퀴어 소설집,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와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그것은 이 두 권의 소설집이 한국 문학계에서는 보기 힘든 퀴어 소설인 데다가, 두 작품 모두 퀴어 소설로는 드물게 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게 한남 문학과 결별하고 싶고 이성애 서사에 따분함을 느끼는 독자들의 취향이 반영되어 생긴 경향이라고 보는데 어떨까. 경향이라는 단어로 함축하기에는 두 작품이 그 자체로 좋기도 하지만. ​ 


<여름, 스피드>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보다 세 달 먼저 퀴어 문학임을 표방하고 나온, 김봉곤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에는 '컬리지 포크', '여름, 스피드', '디스코 멜랑콜리아', '라스트 러브 송', '밝은 방', 'Auto' 등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고, 여섯 편 모두 성소수자 남성의 사랑과 이별을 절절하게 그린다. 여섯 편 중에 나는 '컬리지 포크'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도 이 년 넘게 같이 살다가 그에게 새 애인이 생기자 쫓겨나듯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온 '나'는 일본 생활에 잘 적응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하루하루가 외롭고 지겹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소설 창작 수업을 맡고 있는 '에하라 교수'의 성적 취향을 알게 되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에하라 교수에게 다가간다. 두 사람은 그동안 입에 올렸던 작가들과 작품들이 서로를 향한 구애의 메시지였음을 인정하는 듯이 급속히 가까워진다. 


'컬리지 포크' 다음으로는 '여름, 스피드'와 'Auto'가 비슷하게 좋았다. '여름, 스피드'는 '나'가 오래전 대시했던 후배 '영우'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 메시지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나'는 당황한 마음을 숨기고 짐짓 괜찮은 체하며 만나자는 요청을 받아들이는데,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우'는 친구로 남자고 했다가, 조금만 더 같이 있자고 했다가 하면서 '나'의 마음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Auto'는 강렬했던 사랑이 일방적으로 끝난 후 남겨진 사람의 심정을 일종의 오토 픽션의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단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앞의 다섯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읽으니 다섯 작품의 화자가 한 사람으로 수렴되고, 소설집 전체가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다시 읽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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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한혜원.김미정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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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도시 도쿄의 최신 여행 정보를 담은 책 <도쿄 셀프트래블> 2019~2020년 최신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정보는 2018년 12월까지 저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현지 사정에 따라 요금과 운영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여행 전 한 번 더 확인하면 좋다. 


이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Try Tokyo'에는 휴가 내지 않고 꽉 찬 주말을 즐길 수 있는 도쿄 2박 3일 코스, 쇼핑과 다이닝에 올인하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도쿄 2박 3일 코스, 초보티를 벗은 도쿄 여행자를 위한 도쿄 2박 3일 코스, 가족과 함께 버라이어티하게 즐기는 도쿄 3박 4일 코스, 외곽지역까지 연계한 여유로운 도쿄 5박 6일 코스 등이 소개되어 있다. 여행 일정과 취향, 인원수에 맞춰 알맞은 코스를 선택해 참고하면 좋겠다.


'Mission in Tokyo'에는 도쿄를 찾는 여행자들이 반드시 도전해볼 만한 먹거리, 놀거리, 즐길거리 등이 나와 있다. 도쿄를 대표하는 먹거리로는 스시, 돈부리, 라멘, 몬자야키, 스위츠 등이 소개되어 있고, 한국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편의점, 체인 레스토랑, 커피숍, 브런치, 노포 맛집 정보도 나와 있다. 일본 여행 명소 중 하나인 돈키호테 필수 쇼핑템은 물론, 드러그스토어, SPA 브랜드 정보도 정리되어 있다. 일본 여행 시 묵으면 좋을 고급 체인 호텔, 비즈니스 중급 호텔, 에어비앤비 정보도 실려 있다. 


'Enjoy Tokyo'에는 구체적인 지역별 여행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도쿄 여행 1번지로 손꼽히는 신주쿠를 비롯해 시부야, 이케부쿠로, 하라주쿠, 롯폰기, 긴자, 지유가오카, 에비스, 다이칸야마, 우에노, 아사쿠사, 마루노우치, 기치조지, 시모키타자와, 오다이바 등의 여행 정보가 소개되어 있다. 도쿄를 찾는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 맛집, 쇼핑 스폿 정보가 꼼꼼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일본 여행 초보부터 고수까지 만족할 만하다. 


'Enjoy around Tokyo에는 요코하마, 가와고에, 가마쿠라, 에노시마, 닛코, 하코네 등 도쿄 근교의 여행 명소가 소개되어 있다. 나는 요코하마, 가마쿠라, 에노시마에는 가봤고, 가와고에, 닛코, 하코네에는 못 가봐서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가보지 못한 명소들을 방문해보고 싶다. 'Step to Tokyo'에는 도쿄 일반 정보, 출입국, 교통, 여행 준비, 여행 회화 정보가 실려 있다. 책의 구성이 깔끔하고 내용이 알차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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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영어로 읽어도, 그리고 중국어나 한국어로 읽어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죠. 아시아인 독자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단절입니다. 즉 자신이 사회와 별개의 삶을 사는 것, 부모와 별개의 삶을 사는 것, 그런 것을 제소설에서 찾아내고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 같아요. 51

이야기가 조금 빗나가는 것 같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
고 급속하게 서양화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굉장히 이기적으로 변했다고 어느 한국인이 그러더군요. 개인주의가 몹시시해서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려 한다.
는 겁니다. 반면 일본인은 서양화되면서도 의외로 전체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인은 그런 점을 보고 배워야 한다.
면서요.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인은 개인주의가 아니라 가족에서 자신의 동일성을 인식하는, 말하자면
‘패밀리 에고family ego‘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은 개인과 개인이 관계와 그 위험성을 늘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 온 서양의 개인주의와는 다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패밀리 에고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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