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클래식 클라우드 22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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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고등학교 시절이지만, 헤르만 헤세가 평생 어떤 문제로 고민했고 무슨 의도로 작품을 집필했는지 '알고' 읽은 건 대학 시절 정여울 작가님이 쓰신 헤세에 관한 에세이들을 읽고 나서부터다. 


클래식 클라우드 <헤세>는 정여울 작가가 직접 헤르만 헤세와 관련이 있는 장소들을 여행하며 쓴 책으로, 장소에 관한 정보 외에 헤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서 헤르만 헤세를 이제 막 읽기 시작했거나 이미 충분히 읽은 독자도 많은 정보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여울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면, 영혼을 뒤흔드는 것에 반응하고 헌신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헤세로부터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삶을 사는 것보다는 불안해도 영혼이 충족되는 삶을 사는 게 더 낫다는 것을 배웠고, 실제로 그 후 장래가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외적으로는 불안정해도 내적으로는 훨씬 더 편안하고 행복한 예술가가 되는 편을 택했다.


이십 대 시절 내내 정여울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나도 작가님 같은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는 어디에 와 있는 걸까. 매일 좋은 책을 읽고 훌륭한 작가님들을 만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 깊은 곳부터 행복하고 영혼이 충족된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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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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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여름의 빌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백수린 작가님의 첫 산문집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빠짐없이 들어있는데, 하나는 '빵'이고 다른 하나는 '책'이다. 


어릴 때부터 빵을 무척 좋아했던 저자는 지금도 글을 쓰고 번역을 하고 강의를 하는 틈틈이 직접 빵을 반죽하고 과자를 구우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저자에게 베이킹은 소설 쓰기와 '똑 닮은 작업'이다.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그저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알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18쪽)에서 그렇다. 


책은 소설가이며 번역가인 저자에게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저자에게 책, 그중에서도 문학책은 지난날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체이자 지금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며 오지 않은 날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선물이다. "사람들은 쉽게 타인의 인생을 실패나 성공으로 요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은 언제나, 어떤 인생에 대해서도 실패나 성공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221쪽) 깊이 공감한 문장들과 함께 저자가 추천한 책들을 독서 노트에 따로 적어두었다.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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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 오직 나의 행복을 위한 마음 충전 에세이
삼각커피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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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돈이 전부가 아니라지만 돈 걱정 좀 안 하고 살아 보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터 삼각커피의 신간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을 읽다가 너무나도 내 마음 같아서 나도 모르게 밑줄을 그어버린 문장이다. 졸업 후 몇 번의 취직의 쓴맛에 나가떨어지고 현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저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데, 항상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수입은 적고 불규칙하고 지출은 계속 늘고 물가마저 빠르게 올라서 계획 없이 소비하면 무조건 적자를 보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런 저자의 생활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다. 일단 옷은 무난한 색과 기본 디자인의 옷 몇 개만 구비해 놓고 다양하게 코디해 입는다. 먹고 싶은 음식은 가능하면 직접 만들어 먹거나 외식 횟수를 줄이고, 정말 먹고 싶으면 최대한 할인을 받아서 주문한다. 쇼핑은 한 사이트에서만 주문해 쿠폰, 적립금 혜택을 받고, 간단한 물품은 지역화폐를 사용해서 캐시백을 받는다. 넷플릭스는 정기 4, 3, 4개월로 나눠 텀을 두고 보고, 머리는 미용실에 가지 않고 직접 자른다. 짠순이가 따로 없지만, 어쩔 수 없다. 덕분에 소액이지만 청약 통장도 가입하고, 가끔은 저렴한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고된 하루를 보낸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인간관계가 힘에 부칠 때나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질 때, 저자만의 기운 회복법도 나온다. 일단 방에 들어가자마자 전기 매트의 전원을 켜고 바로 욕실로 직행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친 후에는 하루 종일 고생한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고 보들보들한 재질의 잠옷을 입는다. 그런 다음에는 따뜻한 뱅쇼를(없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음료를) 마신다. 한숨 돌렸다면 잘 데워진 이불 안으로 쏙 들어가서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본다. 별것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리프레시 리추얼을 정해 놓으면, 난데없는 일을 당하고 화가 나거나 울적해진 날에 '시발 비용'을 쓰지 않고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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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색다른 여행 - 재밌고 힐링이 가득한 여행지
이종원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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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라도 떠나고 싶다!', '안전하면서도 색다른 여행지를 찾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여행 전문가 이종원의 책 <안전하고 색다른 여행>이다. 이 책에는 비대면 시대에 걸맞게 안전 수칙을 준수하면서 여행의 장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여행법과,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해외 못지않은 풍광과 재미를 보장하는 국내 여행지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에 따르면 국내에도 해외 못지않게 유니크한 관광지가 많이 있다.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 도성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도성 기능을 수행한 유서 깊은 관광지이다. 하루에 전부 돌기가 부담스럽다면 며칠에 걸쳐서 돌아보는 건 어떨까. 서대문 안산자락길은 한양도성길에 비해 길이가 짧고, 걷는 내내 다양한 나무와 꽃을 감상할 수 있어서 부담이 적다. 한국판 장가계로 불리는 동해 베틀바위, 한국판 산토리니로 불리는 신안 기점, 소악도, 한국판 몰디브로 불리는 제주 우도의 산호사 해변 등도 내로라하는 풍광을 자랑한다. 


바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는 한곳에 오래 머무르며 푹 쉬는 여행을 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도 있다. 서울 근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숲으로 저자는 가평의 잣향기푸른숲을 꼽는다. 이곳의 자랑인 잣나무 길 사이를 걸으며 피톤치드를 들이마시거나 곳곳에 마련된 명상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능 프로그램 <캠핑 클럽>에서 이효리가 절경을 보고 극찬한 경주 건천의 명상 바위와 편백나무숲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바뀐 일상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이곳에서 풀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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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맵 - 에너지·기후·지정학이 바꾸는 새로운 패권 지도
대니얼 예긴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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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문제에 대응하지 않으면 새로운 냉전도 가능하다." 클린턴부터 트럼프까지 미국 4대 행정부의 에너지부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한 에너지 및 국제 관계 전문가 대니얼 예긴의 신간 <뉴 맵>의 요지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의 국제 관계는 근본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좌우된다. 그중에서도 에너지와 관련된 미국의 위치 변화, 성장하고 있는 재생 가능 에너지 자원의 위상, 그리고 기후 문제 등에 주목하면 국제 관계의 해법이 보인다. 


이 책은 크게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의 핵심 용어는 '셰일 혁명'이다. 셰일 혁명이란 미국에서 셰일(shale)이라고 불리는 퇴적암에 포함되어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면서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 국가 및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 된 것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유류 소비 국가였던 미국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제1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국 반열에 올랐고, 침체되어 있던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무역적자를 상당 부분 해소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문제는 주변국과의 관계다. 셰일 혁명으로 석유 수출국의 지위에 오르면서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이를 눈여겨보는 국가는 단연 러시아와 중국이다. 저자는 2장과 3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에너지 정책 및 대미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소개한다. 저자는 러시아와 중국이 한편이 되어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냉전 질서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이 안에서 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바뀌며 크고 작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변수가 기후 위기다. 현재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 있는 화석 에너지는 그 매장량에 한계가 있으므로 지속 가능성이 0에 수렴한다. 반면 태양 에너지나 풍력 같은 에너지는 환경 오염도 적고 지속 가능성도 높아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의 경제 활동이 주춤해지고, 셰일 혁명으로 신기술 개발에 대한 수요가 낮아진 것도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향후 국제 관계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지정학, 에너지, 기후'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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