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 한국문학의 정상성을 묻다
오혜진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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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출판사에서 나온, 믿고 읽는 저자의 책이다.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문학 연구자는 더더욱 아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없지 않았지만,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와 조선희의 <세 여자>처럼 최근 한국 문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나 역시 흥미롭게 읽은 문학 작품에 대한 비평은 수월하게 읽혔고, 여성 서사와 퀴어 서사 등 현재 한국 문학계에서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에 관한 글이 많아서 어려워도 읽을 만했다.


누군가를 착취해야만 성장 가능한 이 시대에 '자아실현'이라는 신화에 스스로를 기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말로 최은영의 인물들이 앓는 "우울증"의 정체다. 최은영의 소설은 '성별, 학력, 나이, 지역, 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실력만 있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진 '알파 걸'의 시대에 '성장'을 일종의 '외상(trauma)'로 경험해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다. (268쪽) 


누가 봐도 엄연히 동성애서사를 써놨는데 그게 동성애서사로 읽히지 않아서 좋다니, 그게 무슨 미덕이고 칭찬이겠는가. (4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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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왕생 3
고사리박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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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책이 나왔다. 기다리지 않고 웹툰으로 봐도 되지만, 종이 만화 세대인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웹툰을 보는 게 어색해서 단행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극락왕생>도 딜리헙이라는 웹툰 플랫폼에서 유료 결제하면 최근 연재분까지 순식간에 볼 수 있지만, 역시 나는 단행본이 좋다. 그림도 크고, 어떤 장면이 나올까 고대하며 책장 넘기는 맛, 포기할 수 없어...! 


대학 진학을 계기로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던 자언은 스물여섯 살 때 돌연 죽음을 맞게 되는데, 관음보살의 자비(?)로 고등학교 3학년 때로 돌아가 다시 한번 살게 된다. 지긋지긋한 고3 수험 생활을 다시 하게 된 건 끔찍하지만,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그때는 몰랐던 친구들의 장점이나 비밀 등을 알게 되면서, 자언은 어른이 된 후에는 알 기회가 없었던 - 혹은 잊었던 -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런 자언과 함께 고3 수험 생활을 하면서까지 자언의 곁을 지키는 도명은 대체 어떤 자일까. 3권에서 자언은 문수보살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대화 끝에 사람(혹은 보살)은 많은 말을 해도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자신이 도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은 결국 도명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런 자언을 애태우며 찾는, 결국엔 찾아내는 도명. 다음 장면이 너무 궁금한데, 4권 나올 때까지 과연 기다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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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Vol.1 - 인류의 탄생 사피엔스 : 그래픽 히스토리 1
다니엘 카사나브 그림, 김명주 옮김, 유발 하라리 원작, 다비드 반데르묄렝 각색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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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벨기에 출신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다비드 반데르묄렝과 프랑스의 예술가 다니엘 카사나브가 그래픽 노블로 재구성한 책이다. <사피엔스>도 좋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재미와 감동이 훨씬 크다. <사피엔스>는 책이 무척 두껍고 다루는 주제가 방대해 읽기가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았는데, 이 책은 <사피엔스>의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도 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원문의 내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기발하고 재미있게 표현한다. 


5년 전에 읽은 <사피엔스>의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역사학자인 저자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인류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모르면 프랑스혁명처럼 인류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도 하나의 동물이며, 역사 속의 모든 것은 물리와 화학, 생물 법칙을 따른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많은 수의 개인, 가족, 집단을 묶는 불가사의한 '접착제'에 있다. 이 접착제는 종교이기도 하고, 예술이기도 하고, 국가나 기업 같은 허구의 관념이기도 하다.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건 이러한 허구의 관념을 꾸며 내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만약 국가나 기업 같은 허구의 관념을 모두가 동시에 믿지 못하게 되면, 법은 무용지물이 되고 돈은 쓰레기로 전락할 것이다. 인간은 또한 생태계를 파괴한 주범이기도 하다. 인간의 발길이 닿은 곳마다 육지의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사라졌고,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이후에는 수많은 해양 동물이 멸종되었다. 인간은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이며, 이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기가 아쉬웠는데, 총 4권이 나올 예정이라니 다행이고 기쁘다. 어서 2권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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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완전판 3
다케우치 나오코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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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가 너무 예뻐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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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완전판 3
다케우치 나오코 지음, 안은별 옮김 / 세미콜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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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완전판을 드디어 완독했다. 1권부터 10권까지 다 읽으려면 제법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비슷한 장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이야기 구조나 서사가 단순한 편이라서 이해하는 데 어려운 점이 없었고, 작화가 너무 예뻐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본편보다는 외전이라고 해야 할지, 각 캐릭터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다룬 에피소드들을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머큐리, 주피터의 서사도 좋았지만 역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건 마스 X 비너스 에피소드일까나... 전체 캐릭터 중에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우라누스다. TV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 초반만 보고 중반 이후부터 못 봐서 우라누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도 극 중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는 몰랐는데, 만화로 보니 이건 뭐... (턱시도 가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외적으로도 멋있고 능력도 출중하다. 만화 속 모습과 애니메이션 속 모습이 또 다르다고 하니, 언제 기회가 되면(과연?) 애니메이션도 보는 것으로... 


만화 자체는 마법소녀물로도 볼 수 있고 전대물로도 볼 수 있고 SF 물로도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든 핵심은 츠키노 우사기의 성장 서사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어린애였던 츠키노 우사기가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어린아이를 돌보면서 점차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에 헌신하는 사회적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이다. 이런 서사는 비슷한 시기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만화 <슬램덩크>에도 등장한다. 근데 왜 나는 당시에 <세일러 문>을 안 보고 <슬램덩크>를 봤을까(남자가 많이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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