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림으로 본 고흐의 일생
이동연 지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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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파란만장한 인생으로 인해 많은 사연을 가진 화가라 그런지 고흐를 다루는 책들이

적지 않은데, 이미 고흐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그의 흔적을 추적한 '영혼의 친구, 반 고흐'나 '빈센트

나의 빈센트' 등의 책을 통해 나름 고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니

고흐의 작품과 그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도 고흐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그의 인생과 작품 세계를 차근차근 

살펴보는데 그를 대표하는 해바라기 그림들로 시작한다. 그가 화랑 직원으로 일했다는 건 다른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선 구필 화랑에서 유능한 화상으로 활약했던 시기도 있었다는 좀 의외의

사실도 알려준다. 그동안 고흐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거나 포기한 걸로 알았는데 사뭇 다른 면모였다.

화상으로 어느 정도 실력 발휘를 하던 고흐가 망가지기 시작한 건 첫사랑인 런던 하숙집 딸 외제니에게

실연을 당한 이후부터였다. 그의 연애사가 중간중간에 계속 다뤄지는데 고흐가 몽마르트르에 있던

탕부랭이란 카페의 주인 세가토리와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시켰으나 세가토리는 낭만적이고 혁신적인

예술가 고흐를 위해서라도 자신이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결심하고 아기를 지우고 고향인 이탈리아로

돌아갔다는 놀라운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고흐와 고갱의 짧은 동거는 유명한 얘기인데 이 책에선 너무 달랐던 두 사람의 예술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동기부여에 있다고 본다. 고갱이 문명과 대비된 원시적 동경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면, 고흐는

철저히 내적인 고뇌를 인류의 보편적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정리하는데 충분히 수긍할 만했다. 고흐의

귀 절단 사건에 대해서도 고흐가 언쟁을 벌인 고갱이 나가버리자 펜싱을 좋아하던 고갱을 달래기 위해

펜싱 검을 들고 가서 "연습이라도 하며 화를 풀라"고 말하려고 했다가 고갱이 돌아오지 않자 좌절감에

귀를 자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놓는다. 고흐가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만 팔았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선 외젠 보흐의 누나인 안나 보흐가 '붉은 포도밭'을 구입해준 것이라고 알려준다. 고흐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저자는 자살이 아닌 누군가 까마귀를 쫓기 위해 쏜 총에 맞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여러 가지로 기존에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어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는데 좀 아쉬운 부분은 관련된 그림들이 너무 작게 실려 있어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컬러로 그림을 제대로 수록하려면 책 가격이 올라가서 어려운 점이 있는 

건 알겠지만 책의 완성도를 감안하면 좀 더 큰 사이즈로 수록했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암튼

고흐의 삶과 작품 세계에 얽힌 다양한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다시 한 번 고흐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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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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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스탠드 얼론인 '킹덤'으로 잠시 외도(?)를 하면서 요 네스뵈와 재회를 했는데 다시 본처(?)인

해리 홀레 시리즈인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전편인 '목마름'을 읽은 지가 벌써 1년 반이 훌쩍 지난 상태라

기억이 역시나 가물가물한 상태였는데 앞부분에 해리 홀레 시리즈 각 편의 줄거리 요약과 등장하는

캐릭터까지 정리해놓아서 그나마 억지로 기억의 조각들을 대략이나마 맞출 수 있었다.


해리 홀레가 가는 곳에는 늘 사건이 끊이지 않지만 이번엔 그의 영원한 사랑 라켈이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시작해서 충격을 준다. 그동안 해리 홀레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늘 그의 허전한 가슴의 한쪽을

채워주던 라켈이 난데없이 칼에 찔려 살해된 채 집에서 발견되고 해리 홀레는 공식적인 수사에서는

배제되지만 가만히 있을 해리가 아니다. 게다가 라켈이 죽던 당시 술에 만취에 필름이 끊긴 상태였던

해리는 다행히(?) 이웃의 증언으로 알리바이가 있었지만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끈질기게 조사해도

딱히 유력한 용의자를 찾지 못한다. 한편 해리가 생물학적 아들인 발렌틴을 죽여서 해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라켈을 죽인 게 아닌가 의심을 받은 스베인 핀네는 여전히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성범죄를 저지르고

다니지만 라켈 사건에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어 거래를 통해 자유의 몸이 된다. 해리가 사건을 조사

하면서 새로운 증거들을 발견할수록 자신이 범인임을 가리키자 충격을 받은 해리는 자신에게 스스로

벌을 주려하는데...


라켈의 죽음도 충격이었지만 점점 해리 홀레가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이 되면서 과연 어떤 진실이 드러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설마 해리일 턱은 없고 유력한 인물들이 하나씩 제외되면서 결국 지옥까지

갔던 해리는 부활해서 정말 생각도 못한 범인을 밝혀낸다. 또 한 번의 충격을 안겨주는데 이 작품으로

요 네스뵈는 중요 인물들을 두 명이나 퇴장시키는 강수를 쓴다. 범행 동기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는 좀 아쉬운 부분이다. 여자들을 홀리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해리를 상대로

무모한 도전(?)을 했다가 결국은 스스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 범인이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암튼 해리는

여러 문제들을 일망타진하는 묘수를 선보이면서 가까스로 마무리를 하는데 또다시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된 해리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해서 다음 편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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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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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인 이주헌 작가의 책은 '지식의 미술관' 등 여러 권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의 미술관' 중

역사편에 해당하는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그림의 소재 중 역사적인 장면을 담은 소위 역사화를 미술

장르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선 역사화 자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역사화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실 등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이 책은 총 네 장으로 나누어 인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과 역사 속 여자들의 얘기, 충격적인

죽음들, 당대의 정신을 담은 그림들 등을 다룬다. 먼저 첫 파트에선 알렉산드로스, 아우구스투스, 루이

14세, 이반 뇌제, 스탈린을 그린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앞의 세 사람은 서양사에서 많이 등장하는 인물

이라 그들을 다룬 작품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았지만 러시아 최초의 차르인 이반 뇌제는 약간 의외의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스탈린도 자신을 이상화한 작품들을 많이

만들게 했다. 두 번째 파트에선 먼저 클레오파트라와 퐁파두르 부인이 먼저 등장하는데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을 클레오파트라급으로 대우하는 건 좀 어색했지만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에서

봤던 작품 등으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 매춘과 오달리스크(오스만

제국 술탄의 여자 노예)라는 요즘 관점에서 보면 좀 민감한 주제들을 다룬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세 번째 파트에선 요즘 가장 친숙한(?) 전염병과 처형된 왕들이 여럿 나오는데, 영국 헨리 8세의 아들

에드워드 6세가 죽은 후 에드워드 6세의 유언에 따라 헨리 8세의 여동생인 메리 튜더의 외손녀인 제인 

그레이가 2주 동안 왕위에 올랐다가 헨리 8세의 장녀인 '피의' 메리에게 쫓겨나면서 처형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인류 전체를 충격에 빠뜨린 1차세계대전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 파트에선 '카리스마', '종교개혁', '그리스의 지성', '다비드의 역사화', '네이처리즘'을

다루는데 요즘 흔히 쓰는 '카리스마'가 원래 초기 기독교에서 '하느님의 은사'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단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각 주제마다 끝에 따로 심화학습(?)도 시켜주었는데 미술작품들을 소재로

역사속 흥미로운 얘기들을 많이 들려줘서 미술과 역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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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장편소설 4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박경리 외 지음, 채호석 외 엮음 / 리베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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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 단편소설 75 하권'을 읽어봐서 한국 대표 단편소설들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국 중장편소설 40권을 엄선하여 소개한다고 하니 과연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고 내용이 어떤 작품들일지 궁금했다. 40권 중 교과서 등을 통해 대략의 줄거리나마 아는 작품이

적지 않았지만 사실 제대로 다 읽어본 작품은 드물었다. 중단편은 어느 정도 분량이 되기 때문에 마음

먹고 시간을 투자해야 읽을 수 있다 보니 학교 다닐 때 읽었던 심훈의 '상록수', 강석경의 '숲속의 방'과

회사 다니면서 읽었던 김훈의 '남한산성', 가장 최근에 읽은 '이문열 중단편 수상모음집'에 수록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정도만 확실히 완독을 했다고 할 수 있어 이 책을 통해 여러 작품들을 만나

볼 기회가 생겨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앞서 본 '단편소설 75'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각 작품마다 작가 소개, 작품 길잡이, 

인물 관계도, 구성과 줄거리를 먼저 요약해 소개한 후 해당 작품의 중요 부분을 일부 수록한 후 핵심 

내용을 만화로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생각해 볼까요'를 통해 교사와 학생의 작품 관련 문답을 실은 후 

해당 작품과 관련한 중요 키워드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한다. 사실 '단편소설 75'와 같이 선정된 

작품 전부를 다 읽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역시나 중단편은 분량의 문제가 있어 극히 일부분만 

발췌해 소개하는 점이 좀 아쉬웠다. 선정된 작품 중에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은 

최소 10권 이상의 책들이니 원작을 전부 읽는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록된 작품의 면면을 

보면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를 필두로 최초의 근대장편소설인 이광수의 '무정'을 거쳐 

단편소설에서도 만났던 염상섭, 채만식, 김동인, 이태준 등 친숙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좀 낯선 작가로는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와 윤흥길의 '장마' 등 3편, 이순원의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등이었고, 동화작가로 유명한 권정생의 '몽실언니'는 어릴 때 드라마로 봤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해주었다. 마지막에 '더 읽어볼 작품'으로 최인훈의 '광장'을 비롯해 김려령의 '완득이'까지

6권을 추가로 소개한다. 이 책의 기본 목적이 청소년들에게 한국 대표 중장편들을 소개하여 각종 시험에

대한 대비는 물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목적에는 충분한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성인도 이 책을 통해 소개된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서 한국 대표 중장편 소설의 가이드북으로 삼기에도 손색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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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미술 산책 - 모방에서 시작해 예술 선진국이 되기까지, 프랑스 미술사 500년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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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읽어봤지만 특정 국가의 미술 역사만 집중해서 다룬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정 화가나 사조, 특정 미술관을 중심으로 하는 책들은 많이 소개되어 있는 반면

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책은 드문 것 같은데 이 책에선 프랑스의 미술사 500년을 정리하고 있다. 프랑스

미술의 역사가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선 15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는 500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왕실의 미술애호가가 큰 역할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후원자로도 유명한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 화파를 도입한 얘기로 시작하는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르네상스의 대표 화가와 유파들을 도입해 프랑스 미술의 기초를 닦은 시기라

할 수 있다. 퐁텐블로 파가 매너리즘과 고전주의로 기반을 닦으면서 본격적인 프랑스 미술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고전주의 회화의 창시자로는 니콜라 푸생과 클로드 로랭을 소개한다. 미술을 후원하는

세력이 왕이나 귀족이다 보니 자연스레 프랑스 역사와 미술의 역사는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왕이 선호하는 화가나 장르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루이 14세 때 만들어진 아카데미가 프랑스

미술계를 주도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17세기에 프랑스에서 루벤스 파와 푸생 파의 대립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성을 중시하여 고대와 르네상스로 회귀하려 했던 푸생과 감정을 중시하여 바로크 풍의 그림을

그렸던 루벤스를 추종하던 세력 사이의 대립은 소묘를 중시하는 푸생의 선과 색채를 중시하는 루벤스의

색의 대립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앵그르와 들라크루아의 대립으로도 이어진다. 


왕의 시대였던 17세기를 지나 귀족의 세기였던 18세기에는 로코코 양식이 유행했고 이어 미술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신고전주의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데 나폴레옹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대표

화가라 할 수 있다. 이후 들라크루아로 대표되는 낭만주의가 유행하면서 신고전주의의 후계자인 

앵그르와 대립한다. 프랑스 미술은 당시 선진 미술(?)을 모방하면서 성장하였는데 무리요를 필두로

하는 스페인 화가들의 영향이 컸다. 벨라스케스와 고야로 이어지는 스페인 미술의 대가들이 연이어

소개되는데 갑자기 프랑스 미술 역사가 스페인 미술 역사로 바뀐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스페인

미술에 영향을 받은 프랑스 화가들이 많았는데 마네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치와

미술'에선 루브르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데 프랑스 모더니즘의 시작인 쿠르베로 마무리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345점이나 되는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좋았는데 작품들 사이의 연관성 등을

알 수 있는 풍부한 설명이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프랑스 미술 역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인상주의 이후는 다루지 않는 점인데 그럼에도 르네상스 시대 이후의 500년 프랑스 미술의

역사를 관련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제공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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