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 뷜뷜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것은 사람의 목숨이예요.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저 산들은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지켜보았겠어요. 수천 명은 되겠죠. 지난 일은 지난 일입니다. 또 다른 내일이 있겠지요. 어제와 같은 내일은 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옳을 겁니다. "

 37쪽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던 터라 터키에 관계된 책들을 참 많이 읽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얼마 전 읽은 <내 이름은 피라예>를 제외하곤 터키 여행서들을 주로 읽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을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나름대로는 터키의 지명과 인구 분포, 그리고 종교와 문화에 대하여 많이 안다고 생각했으나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쉽게 녹아들기가 어려웠다.

 우선 터키의 역사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교도인 아르메니아 여인을 사랑하고 그녀를 맞아들인 이유로 아들 제밀의 추방한 성주 베이오울루 야르오스만의 성이 어딘지, 뷜뷜로의 고향이라는 동쪽은 어딘지. 아름다운 쉬메이라와 현명한 술타나를 데리고 길을 떠난 제밀의 일행이 눈보라와 추위로 목숨의 위협을 받은 그 계곡과 산은 어디인지도 제밀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아름다운 들판은 또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어렴풋하게 아나톨리아 고원 어디쯤이 아닐까 상상을 했다. 답답하고 막연한 느낌을 그대로 가진 채로 나는 벌판의 바람과 말들의 울음 소리를 상상하면서 소설을 읽었다.

 

  소설은 두 개의 흐름을 갖고 있다.

 제밀의 이야기는 아르메니아 여인인 쉬메이라를 사랑한 죄로 아버지의 성에서 쫓겨나 넓고 광활한 땅을 떠돌며 시간 순서로 진행된다. 어린 시절부터 이스탄불과 바그다드, 파리에서 공부한 명석하고 시야가 넓은 제밀은 그러나 유약하고 섬세한 성품으로 아내들과 수하들에게 강인한 결단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는 하염없이 고민에 빠져 있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서 병이 나기도 한다. 많은 성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넓은 땅을 떠돌며 그는 점점 더 강한 성주로 자라지만, 그 원동력은 그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헌신을 보여주는 아내들 술타나와 쉬메이라에게서 나온다.

  뷜뷜로 빌랄의 이야기는 처음엔 역순행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얼음구덩이에 빠져서 의식을 잃었다 낯선 곳에서 깨어난다. 그의 머릿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아이들이 나오고, 그의 애마 네르기스가 배에 상처를 입은 영상이 혼재된다. 그는 오로지 제밀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를 구해 준 사람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사실 그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제밀이 아니라 그의 새 아내 아시아였다. 불을 섬기는 이교도인 어머니의 품에서 강제로 떨어져 나와 오로지 예니 체리의 길을 걷던 그에게 새로운 세상을 가르쳐 준 것은 장군의 여자인 누르하얄이었다. 그는 두려움과 사랑 속에서 괴로움을 겪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구세계가 침몰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혼란이 시작된 것이다. 구세계 질서의 일원인 빌랄은 어느 곳에도 소속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입는다.  

 

 "<이난나>는 오스만 제국 말기의 내밀한 사회 변화를 경험하게 하고, 우리에게 생소한 이슬람, 유목, 일부다처, 계층적 위계, 다종교 갈등 상황에서 삶을 헤쳐 가는 이슬람 여성들의 인간적 투쟁과 지혜가 독자를 감동시킨다."  이희수(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사실 소설의 내용이나 그들의 사고 방식이 우리에게 낯설다보니 소설의 내용에 완전히 몰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은 대화의 내용을 생략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경향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그들의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가끔은 앞 뒷장을 다시 읽으며 이해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우리 문화와도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웃어른에 대한 공대, 남을 배려하는 예의, 돌려 말하는 습관, 남존여비의 관습 등이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더욱 끌리는 것인가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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