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강신주.강풀.김진숙 외 6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제목을 보면 어떤 사람은 수능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책인 줄 알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본 학생들이 빌려달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그래 다 빌려줄게 시험 끝나고^^)

 제목부터 독특한 이 책 <@좌절 + 열공>은 '정동문예아카데미의 팔로우Follow 특강'의 강연들을 모은 강연집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우리는 누구나 좌절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좌절'에서는 '좌절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주제로 다섯 분의 강연이 있다. 가끔씩은 그 좌절의 무게가 나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을 만큼 무거워서 정말 확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이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 그게 다 옛이야기가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희망 곱빼기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좌절'이라니요. 의아하게 바라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주변에 만연한 이 좌절 바이러스의 근원을 먼저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적과 싸우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니까요. 일단 두려움을 몰아내면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머리말 6쪽)" 라는 머리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좌절이라는 것의 원인과 실체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그 다음의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우리 시대의 성공 멘토라 해도 과언이 아닌 다섯 사람의 좌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회구조적인 좌절인 좌절시스템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가를 이야기하는 법학자 조국 교수는 그 좌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실천이라는 주문을 한다. 한 때 가장 핫한 인물로까지 주목을 받았던 조국 교수의 강연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우리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 해결책으로 이끌어낸다. 해고노동자의 집단 트라우마를 연구하는 정신분석학자 정혜신,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노동운동가 김진숙, 우리 시대의 시인 도종환, 그리고 인기 웹툰 작가인 강풀까지 내로라하는 유명인사인 그들의 좌절 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내게도 그 강연장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진지하고도 재미있었다. 특히 도종환 선생님의 '이이러니한 좌절의 연금술'은 함께 공감하는 부분이 더욱 많아서인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최고의 교육은 좌절하는 아이들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라는 말은 가슴이 아프게 들렸다. 학교 교육의 실종과 교실 붕괴라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만 탓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하는 아이들만 끌고 가고, 나머지는 버리면서 가자는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이 받은 상처, 울분, 분노, 상실이 폭발할 때 사람들은 큰일이 났다면, 아이들이 달라졌다며 떠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잘못 만든 구조 속에서 아이들이 견딜 수 없어서 내는 비명 소리일 겁니다."(본문 135쪽) 버릇없고 이기적인 아이들의 모습이 어쩌면 갈 데 없어서 내지르는 비명일 수도 있다는 말은 교실의 아이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초등학생까지도 장래 희망이 안정적 직업이어야 하는 우리 사회는 정말 잘못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이 역시 나의 좌절이 아닐 수 없다.

  '@열공'에서는 '이 시대 우리가 진짜 열나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원하는 사랑의 철학자 강신주, 여성주의 인문학자(??이런 말도 있을까?) 정희진, 청춘의 인문학자 엄기호, 지식 채널e PD 김진혁의 강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려운 학문을 공부하는 강신주 선생의 강연은 생각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어서 철학을 한 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인생의 가장 짧은 순간인 1초마저도 어떤 경우엔 가장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지식채널'의 내레이션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우주의 시간 150억 년을 1년으로 축소할 때 인류가 역사를 만들어 간 시간은 1초(science)". 아무리 잘난 체 해도 우리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말이다. 지식채널의 프로그램들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우리를 겸허하게 한다. 그의 강연 역시 따뜻하고 차분했다.

 누구나 좌절하고, 누구나 쓰러지지만 누구나 다시 일어난다. 우리의 영원한 언니 캔디도 괴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듯이 말이다. 우리 시대의 훌륭한 이분들과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이 세대는 살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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