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작고 가벼운 책에 든 을하의 마음은 얼마나 깊고 따스한지 모른다.
  '컬링'이라는 것을 텔레비전으로만 보고 이해도 못했었기 때문에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던 도중에야 컬링이 무엇인지 기억을 해 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 아이들은 그냥 컬링을 한다. 왜? 그냥 좋아서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차을하는 참 외로운 소년이다. 대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알 수 없는 괴롭힘을 많이도 당했다. 그리고 지금은 동생 연화의 아름다운 비상을 위해 서울로 전학까지 온 상태인 것이다. 전학이라는 것이 초등학생에게도 참 힘겨운 일이지만, 중고등학생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애들 말마따나 다들 이미 인맥이 형성되어 있는 지라 어디 끼기에도 어설프고, 행여나 반 아이들 중에 까칠한 애가 있으면 왕따 당하기도 십상인 게 바로 전학이다. 그러니 숫기 없고 자존심 강한 을하는 늘 외롭다. 게다가 집에서도 엄마는 항상 연화의 뒷바라지 하느라 정신이 없고, 아빠는 주말에만 잠깐 볼 정도이다. 그런 을하에게 접근한 것은 며루치와 산적 두 놈이다. 그 애들은 이상하게도 을하를 자기들 팀에 넣고 싶어 안달을 했고, 그것도 듣도보도 못한 '컬링'을 함께 하자고 한다. 요리조리 핑계를 댔지만, 며루치는 잘도 받아쳤고 산적에게는 그런 핑계조차 댈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을하는 컬링을 시작한다. 이리저리 넘어지고 엉덩이에 파스 냄새를 풍기지만, 이상하게도 을하는 조금씩 컬링을 좋아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도 거기엔 며루치와 산적이라는 친구가 있어서 일 것이다.

  언제나 뒤에 있는 아이 을하,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을하에게 함께 떠들고 싶은 아이들이 생긴 것이다. 컬링을 못 한다고 구박을 받아도, 언제나 말 한 마디 없이 삼각 김밥이나 주고 가 버리는 산적에게도 심지어 그 진정성이 의심가는 추리닝에게도 을하는 마음의 간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산적을 걱정하다가 집에 찾아가서 동생들과 놀아주고,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되자 온갖 위협을 받으면서도 친구를 구하려고 온 힘을 다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 주고 싶은 마음은 참 아름답다. 그가 어려운 일을 당하여 곤란에 빠졌을 때, 무엇이라도 하나 거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라니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그것도 '그냥' 말이다. 결코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들을 살아왔지만 그렇게 진심으로 위하고 싶은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났을까? 그렇게 큰 삶의 큰 비법을 알아버린 울하가 부럽기도 하다.

 

  "왜 나였냐?"

  "........."

  "왜 나야?"

  "너, 진짜 살기 싫은 표정이었으니까."

  " ...... 왜 하는 거냐?"

  "........."

  "왜 하는 거냐, 컬링?"

  "그게 ...... 중요하냐?"

  "듣고 싶다. 왜냐?"

  "그냥."

  "그. 냥."

  "숨통이 툭 트이더라. 왠지 모르지만, 그냥."

                                 274쪽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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