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동생 왕세일 꿈소담이 고학년 창작동화 2
노혜영 지음 / 꿈소담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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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동생 왕세일>이라는 책제목이 특이했다. 성을 다른 색깔 글씨로 더 강조했다. 책을 한 장 읽으면서 ''자와 ''자를 특별히 강조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성이 다르다는 것은 곧 아빠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이 다른 주호와 세일이가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주 유쾌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중학생 이주호는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지금의 총각 아빠에게 입양되었고, 왕세일은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해서 외롭게 자랐다. 세일이 엄마와 주호 아빠가 재혼을 했지만 주호는 새로 생긴 가족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곤충 키우기에만 열을 올린다. 세일이도 자신을 귀찮아하는 주호 형을 미워해서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까지 한다. 두 아이의 신경전이 실감이 난다. 특히 세일이의 천방지축 같은 행동은 이 책에서 맛있는 양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세일이 엄마와 주호 아빠는 주호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베푼다. 친구들 때문에 주호가 가출했을 때나 타이어 사건 때문에 경찰서에 잡혀 갔을 때도 주호의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했다. 엄마도 주호가 키우던 지네가 욕실에서 기어다는 걸 보고 놀랐지만 곤충은 자연에서 키우는 게 더 좋겠다고 말하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세일이는 엄마가 자꾸만 형을 감싼다고 속상해한다. 그러자 엄마는 주호 형은 어린 해바라기라서 뿌리를 든든히 내릴 수 있도록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도 주고 따뜻하게 햇빛도 비춰줘야 하기 때문에 조금 실수를 해도 혼내지 않는 거라며 세일이에게 이해를 구한다. 주호를 진짜 아들로 생각해주는 엄마의 마음이 정말 감동스럽다.

이런 식구들의 노력 덕분에 주호에게도 마음의 변화가 생긴다. 세일이가 깬 실내 분수대를 자신이 깼다면서 엄마에게 혼이 나고, 세일이가 쓰러졌을 때 자신이 보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육원에서 늘 외롭게 자랐던 주호가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모두 한 가족이 되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내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이주호와 왕세일>은 비록 서로 다른 것들이 있어도 사랑과 배려가 있다면 얼마든지 한 가족이 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재혼이나 입양, 한부모, 다문화 가족 등 요즘은 정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이 행복해지려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웃도 함께 노력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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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15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들이 정말로 이런 처지의 아이들 마음을 위로하고 밝게 끌어주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소나무집 2009-05-17 19:54   좋아요 0 | URL
새엄마 혹은 새아빠랑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밝게 다룬 작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새롭게 생긴 가족에 대해 긍적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주 재미있어요.
 
아이들이 스텔라처럼 회사를 세운다고 할지도
13살의 경제학,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 1218 보물창고 2
게리 폴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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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경제 개념을 가르쳐주는 동화책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 관념을 심어주고 효율적인 돈관리를 유도할 수 있어서 나도 가끔 경제 관련 책을 읽히곤 했다. 내가 워낙 경제 관념에 느슨하다 보니 아이들은 그렇게 살지 말았으면 싶은 마음도 있었고. 

두 아이가 서로 돌려가며 몇 번씩이나 읽기엔 나도 기대를 잔뜩 하고 책을 읽었다. 할머니에게 열세 살 생일 선물로 받은 잔디깎기 기계 덕분에 빈털터리 소년이 부자가 되어가는 이야기였다. 정말 운이 좋은 소년의 이야기였다. 우선 동네에 잔디밭이 넓은 이웃이 아주 많았고, 전에 잔디를 깎던 사람이 고객과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갔고,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투자해주는 아널드 아저씨를 만났고, 잘못 투자한 덕분에 힘센 권투 선수를 만날 수 있었고, 거래 처리가 잘못 되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고... 정말 행운의 연속이다.

하지만 나는 열세 살 아이들에게 읽히기엔 좀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가장 흥미 있어 한 부분은 빈털털이 아이가 부자가 된 부분이었다. 잔디깎기 소년이 부자가 되는 과정 속에 들어 있는 경제의 흐름보다는 부자가 된 것 자체만 부러워하며 자신들에게 그런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의 개념을 땀 흘려 일한 대가가 아닌 행운이 가져다 준 선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에 반듯이 부모가 함께 읽고 아이들과 많은 대화가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책제목에도 있듯이 열세 살 정도의 아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아직 경제 관념이 성립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에 요행이 아닌 정말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잔디 깎는 기계가 가져다준 행운은 실제로 아이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특히 주식 투자에 대한 부분과 권투 선수가 폭력을 쓰는 부분은 아이들에게 가르치기에는 너무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시작은 잔디를 깎는 노동이었지만 결국 소년을 부자로 만들어준 것은 주식 투자였다. 처음 투자한 40달러가 점점 늘어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너무 비약적이어서 주식 투자를 아주 간단한 투자 방법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주식 투자를 도와주던 아널드 아저씨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경찰보다 주먹이 먼저인 권투 선수(소년이 후원하는 선수임)를 불러 폭력을 쓰게 한 장면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법보다 주먹을 쓰는 사람을 더 든든해할 정도로 미국 사회가 헐렁했나?

경제의 흐름을 크게 이해할 수는 있지만 경제 원리와 경제 용어 몇 가지를 익히기 위해 읽기엔 너무 흥미 위주로 이끌어가서 정말 2% 부족한 책이었다. 꼭 부모가 함께 읽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말도 들려주길. "얘들아, 돈을 꼭 이렇게 벌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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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3-2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룡소에서 나온 <만화광 스텔라 게임 회사를 차리다>와 비교하며 읽으며 더 좋을 것 같다.
 
작가가 될거야! 이야기 보물창고 14
헬렌 레스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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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업을 하면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글을 잘 쓰는 아이도 있고, 못 쓰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잘 쓰는 아이들은 늘 선생님 말에 귀를 귀울이고 열심히 쓰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잘 못 쓰는 아이들은 자신은 원래 글을 못 쓴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잘 써 보려는 노력도 안 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노력을 안 하는 그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작가도 처음부터 글을 잘 썼다거나 작가를 꿈꾸었다면 내가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그리 간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힘들게 시작을 했고, 글을 잘 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작가는 처음부터 글을 잘 썼을 거라는 편견도 깰 수 있어서 더 좋았다.  


학교에 가기 전에는 해독할 수 없는 그림 문자를 써서 엄마에게 주었고, 학교에 가서는 거꾸로 글씨를 쓰는 바람에 거울 글씨 작가가 되었던 아이.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되었다.  

서커스 단원을 꿈꾸던 아이는 학교 선생님이 되었고, 어린 시절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는 작가까지 되었다. 글쓰기를 세상에서 가장 힘들어하던 아이가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주 솔직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습작 시절 작가는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쓴 작품을 출판사에 보냈다. "내 책을 출판하게 되다니 운이 좋은 사람들이군." 하지만 요건 모든 초보 글쟁이들의 착각일 뿐.



첫번째 작품으로 대박을 내는 작가는 거의 없다. 이 작가도 출판사에 작품을 보낼 때마다 거절을 당했다. 거절당할 때마다 절망을 느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글솜씨가 늘었고, 드디어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이 그림을 보면 작가들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멋진 낱말들을 딱 맞는 순서대로 늘어놓고 얏! 하고 외치면 훌륭한 책이 되어 나올 거라고.  


하지만 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듯  작가들도 고민을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교실에서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한다고 고백한다. 

이야기를 쓰는 일은 너무 너무 힘들 때가 많아요! 때로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중간에 이야기가 막히는가 하면, 제목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모르겠고, 편집자의 도움말에 따라 글을 고쳐야 하는 것도 어렵고, 연필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내가 왜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갈피를 못 잡고, 내가 아주아주 절망적인 기분에 빠지기도 해요.(23쪽)


작가가 사인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왼쪽 유명 작가 앞에는 많은 아이들이 줄을 서 있고, 오른쪽 새내기 작가 앞에는 아무도 없다. 둘 중 이 책을 쓴 작가는 누구일까? 작가가 되어서 기대에 부풀어 처음 사인회를 했을 때 작가의 마음이 어땠을지 이 그림 하나에 다 들어 있다.   

글쓰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을 하다 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줘서 정말 마음에 든 책이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저학년 아이들에게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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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9-03-3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었어요.^^

소나무집 2009-04-02 14:32   좋아요 0 | URL
그죠. 이 책 두고 두고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어요.
 
준비됐지? 창비아동문고 247
김옥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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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난 두 가지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다. 첫째는 이야기의 시작을 장식한 '처음 해본 그 놀이' 때문이었다. 열두 살 인생에서 가장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는 그 날 지효가 한 일은 바로 자위 행위였다. 작가는 자위 행위를 주인공의 성장 신호로 삼았다. 내가 남자가 아니다 보니 자위 행위가 정말 역사적이기까지 한 일일까 궁금했는데 이런 사항을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는 남편은 지금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동안 김옥 선생님의 동화 두 편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설레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름 재미있는 성장 동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끝까지 읽기는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종교 때문에 동화에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두번째로 내가 당황스러웠던 이유다. 

교회라고는 여지껏 누군가의 결혼식 때문에 두어 번밖에 가본 적이 없는 내게 이 동화의 배경이라든가 바탕에 흐르고 있는 기독교적인 내용은 자꾸만 나를 밀어냈다. 책 서두에서 시작된, 교회와 하나님을 빼곤 인생의 어떤 부분도 허용하지 않는, 주인공 지효 아빠에 대한 답답함은 책 말미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기분이 나의 종교적인 편협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기독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너무나 궁금하다.  

늘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가난하고 힘들고 지지리 운도 없는 지효네 집이다. 그래도 엄마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참고 견디고, 일하던 교회에서 버림받은 아빠는 기도만 한다. 이런 어른들에 비해 지효의 생각은 정말 솔직하다.

"하나님의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예수 그리스도는 왜 그 끔찍이도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꼭 지효네 식구랑 함께 짊어지자고 하는 것일까? 끝까지 악랄하게 아이들을 괴롭히던 방조차도 자기가 바라는 학교로 갔고, 성경보다는 부동산 지도를 끼고 산다는, 돈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우영이네 엄마도 기도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는 엄마보다 훨씬 부자이고 행복해 보인다. 신을 몰랐더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고장낸 자전거를 타다 죽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아들의 미래를 포함해 모든 걸 교회 안에서 해결하려는 아빠를 극복해 나가기에 열두 살은 너무 벅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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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1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완전 신간이군요. 김옥 선생님 책 좋아라 하는데

소나무집 2009-03-18 12:08   좋아요 0 | URL
읽어볼 만한 성장 동화예요.
 
최악의 짝꿍 - 니이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수상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1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정문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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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개학 첫날 담임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집에 오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썼던 딸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맨날 옛날 이야기나 주절대는 최악의 할아버지 샘을 뛰어넘을 짝꿍을 만났기 때문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짝꿍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딸아이의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친구들 모두가 싫어하는 아이와 짝꿍이 되었다면? 정말 최악일 것이다. 바로 소메야가 그런 아이다. 툭하면 소리나 지르고, 발음도 아기처럼 하고, 침도 잘 뱉는 울보에다 코딱지까지... 친구들은 세균이 옮는다며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 당연히 소메야에게는 친구가 없다. 이런 소메야가 가오루의 짝꿍이 되었다.  

가오루는 맞벌이인 엄마를 대신해서 소풍 도시락도 싸오고 공부도 알아서 잘하는 마음이 깊은 아이다. 하지만 가오루의 마음속에는 딸보다 회사일이 더 중요한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건드리면 터질 듯한데 최악의 짝꿍까지 만났으니... 그래도 착한 가오루는 소메야에게 공부도 가르쳐주면서 최선을 다한다.

소풍을 갔던 날 가오루는 소메야에게도 다른 아이들에게 하듯이 평범하게 대해주면 절대로 소리를 지르거나 침을 뱉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원래 그런 얘'라고 놀리고 따돌리지만 않는다면 소메야는 화도 내지 않았다. 가오루가 소메야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러니까 네가 아이들에게 놀림받지!"다. 이렇게 솔직한 가오루 덕분에 소메야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었던 소메야와 가오루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다.

가오루가 볼거리에 걸려 2주 동안 결석을 한다. 그동안 소메야는 선생님을 부른다는 게 실수로 가오루의 이름을 부른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준 가오루를 선생님보다 더 좋아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가오루까지 놀림의 대상이 되고 만다. 가오루는 아이들의 놀림, 아플 때마저 곁에 없었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토끼(애완견의 이름)의 죽음을 계기로 착한 아이는 졸업을 하기로 한다.  

농구에서 이겼을 때의 가오루의 마음과 소메야의 마음이 정말 대조적이다. 소메야는 가오루에게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농구에서 이긴 것만 기분이 좋다. 반면에 가오루는 소메야를 이용해서 아이들과 싸우는 게 짜릿하고 통쾌하기만 하다. 어느 날 도시락도 제 손으로 싸온다고 놀리는 친구와 한바탕 싸운 가오루는 방학을 앞두고 할아버지 댁이 있는 시골로 가버린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소메야가 그리운 친구 가오루를 찾아나서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이다. 형에게 길을 묻고 지도를 든 채 불안에 떨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모험은 가오루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오루를 찾아 떠나는 소메야의 모습에서 마음을 알아준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큰 위로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최악의 짝꿍이 최고의 짝꿍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최악의 짝꿍은 없다는 사실이다. 서로 관심을 갖고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최악의 짝꿍도 언제든지 최고의 짝꿍, 아이들의 표현처럼 BF(베스트프렌)가 될 수 있다.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고민하는 4학년 이상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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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6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03-16 20:07   좋아요 0 | URL
와, 고마워요.

2009-03-17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03-18 12:08   좋아요 0 | URL
즐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