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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짝꿍 - 니이미 난키치 아동문학상 수상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1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고향옥 옮김, 정문주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평점 :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개학 첫날 담임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집에 오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썼던 딸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맨날 옛날 이야기나 주절대는 최악의 할아버지 샘을 뛰어넘을 짝꿍을 만났기 때문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짝꿍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딸아이의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친구들 모두가 싫어하는 아이와 짝꿍이 되었다면? 정말 최악일 것이다. 바로 소메야가 그런 아이다. 툭하면 소리나 지르고, 발음도 아기처럼 하고, 침도 잘 뱉는 울보에다 코딱지까지... 친구들은 세균이 옮는다며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 당연히 소메야에게는 친구가 없다. 이런 소메야가 가오루의 짝꿍이 되었다.
가오루는 맞벌이인 엄마를 대신해서 소풍 도시락도 싸오고 공부도 알아서 잘하는 마음이 깊은 아이다. 하지만 가오루의 마음속에는 딸보다 회사일이 더 중요한 부모님에 대한 서운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건드리면 터질 듯한데 최악의 짝꿍까지 만났으니... 그래도 착한 가오루는 소메야에게 공부도 가르쳐주면서 최선을 다한다.
소풍을 갔던 날 가오루는 소메야에게도 다른 아이들에게 하듯이 평범하게 대해주면 절대로 소리를 지르거나 침을 뱉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원래 그런 얘'라고 놀리고 따돌리지만 않는다면 소메야는 화도 내지 않았다. 가오루가 소메야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그러니까 네가 아이들에게 놀림받지!"다. 이렇게 솔직한 가오루 덕분에 소메야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절대로 친구가 될 수 없었던 소메야와 가오루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다.
가오루가 볼거리에 걸려 2주 동안 결석을 한다. 그동안 소메야는 선생님을 부른다는 게 실수로 가오루의 이름을 부른다.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준 가오루를 선생님보다 더 좋아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가오루까지 놀림의 대상이 되고 만다. 가오루는 아이들의 놀림, 아플 때마저 곁에 없었던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토끼(애완견의 이름)의 죽음을 계기로 착한 아이는 졸업을 하기로 한다.
농구에서 이겼을 때의 가오루의 마음과 소메야의 마음이 정말 대조적이다. 소메야는 가오루에게 이용당한 줄도 모르고 농구에서 이긴 것만 기분이 좋다. 반면에 가오루는 소메야를 이용해서 아이들과 싸우는 게 짜릿하고 통쾌하기만 하다. 어느 날 도시락도 제 손으로 싸온다고 놀리는 친구와 한바탕 싸운 가오루는 방학을 앞두고 할아버지 댁이 있는 시골로 가버린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소메야가 그리운 친구 가오루를 찾아나서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이다. 형에게 길을 묻고 지도를 든 채 불안에 떨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모험은 가오루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오루를 찾아 떠나는 소메야의 모습에서 마음을 알아준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큰 위로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최악의 짝꿍이 최고의 짝꿍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최악의 짝꿍은 없다는 사실이다. 서로 관심을 갖고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최악의 짝꿍도 언제든지 최고의 짝꿍, 아이들의 표현처럼 BF(베스트프렌)가 될 수 있다.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고민하는 4학년 이상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