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창 세일! 엄마 아빠 팔아요 신나는 책읽기 29
이용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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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아저씨, 아니 용포 아저씨, 전 꼭 폭력배 같은 아저씨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용포 아저씨라고 부르고 싶어요. 한 번 들으면 잊어먹을 수 없는 이름이걸랑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 건 엄마 아빠도 팔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책의 주인공처럼, (주인공의 이름이 없어서 정말 불편해요. 누구야~ 라고 부를 수가 없잖아요. 다음부터는 반드시 주인공 이름을 지어주세요.) 어른들은 맨날 나를 보고 "지겹다, 짜증난다" 그러지만 사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가 지겹고 짜증날 때가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요 팔아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했어요. ㅎㅎ 

빨리 일어나라, 빨리 세수해라, 빨리 양치질해라, 빨리 밥 먹어라, 빨리 화장실에서 나와라, 빨리 숙제해라... 왜 그렇게 빨리 해야 할 것들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천천히 느릿느릿 할 때가 더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치약을 짜서 거울에 글씨 쓰며 놀다가 엄마의 호통 소리에 놀라 양치질도 안 하고 학교에 간 날도 있고, 목욕하러 들어가서 물놀이만 하다가 머리에 물만 묻히고 나온 날도 많아요.ㅎㅎ 그래도 뭐 아직 충치 하나 없는 걸요.    

우리 엄마의 잔소리도 마녀가 놀라 자빠질 정도지만 아빠도 만만치 않아요. 주말만 되면 늦게 일어나는 아빠 때문에 아침을 굶을 때가 많다고요.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픈데 10시, 11시까지 아침을 안 먹고 아빠가 일어나길 기다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요?  그 사이에 저는 냉장고 문을 수도 없이 열었다 닫았다 해야만 해요. 그뿐인 줄 아세요? 같이 좀 놀고 싶어서 쳐다보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구요,  2년 전에 사 주기로 한 축구화는 아직도 안 사주셨다니까요. 그러니 제 축구 실력이 더이상 안 늘 수밖에요.

엄마 아빠 하시는 걸 보면 저한테 잔소리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힘없고 나이 어리다는 죄로 늘 잔소리는 저만 들어야 한다니까요. 정말 억울해요.  

마침 이 책을 읽다가 우리 엄마 아빠도 마녀에게 팔았으면 좋겠다 싶어서 얼마에 팔까? 머리를 굴리는데 마침 엄마가 지나가면서 묻더라구요. "너도 왕창 세일해서 엄마 팔고 싶지?" 속으로 얼마나 찔렸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속마음을 숨긴 채 이렇게 대답했죠.  "저는 절대로 엄마 안 팔 거예요. 우리 엄마 같은 엄마를 어디 가서 구해요?" 저의 대답을 들은 엄마가 얼마나 좋았는지 천 년(?) 만에 피자까지 한 판 시켜주었다니까요. 그 피자 먹으면서 찔려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도 우리 엄마 아빠는 꽤 쓸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책 속에 나오는 아이의 엄마 아빠처럼 철이 없지는 않거든요. 코뿔소의 뿔이나 강시 부적, 악어 꼬리, 좀비 눈알. 상어 이빨 같은 걸 탐내지는 않아요. 그리고 시시때때로 싸우지도 않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판다고 광고를 했다가 진짜로 마녀가 엄마를 데려갈까 봐 겁도 나요. ㅎㅎ 아직 저는 엄마 아빠가 필요할 때가 더 많거든요. 

그래도 이 책 읽으면서 엄마 아빠를 팔아보기도 하고, 엄마 아빠가 고생하는 모습도 보니까 신이 나고 좋았어요. 요런 걸 어른들은 대리 만족이라고 하던가요?ㅋㅋ 

용포 아저씨, 우리 누나랑 저는 <내 방귀 실컷 먹어라 뿡야>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올해 중학교에 간 우리 누나 엉덩이에는 뿔이 안 났더라구요. ㅎㅎ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진짜로 속속들이 알아주는 용포 아저씨는 정말 짱이에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써 주세용. 

*** 아마 우리 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상상을 하지 않았을까? ㅋㅋ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아주 좋아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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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0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지우가 쓴 건 줄 알았어요.ㅋㅋ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렇게 멋진 독후감을 쓰시다니~ 이달의 당선작으로 추천해요!!

소나무집 2011-03-10 15:11   좋아요 0 | URL
지우가 이런 정도로 독후감을 쓰면 제가 맨날 업고 다닐 거예요. 울 아들은 독후감 같은 거 쓸 생각조차 안 한답니다. 그런 거 쓰다가 손가락에 뿔날까 봐 걱정스러워서인지... ㅠㅠ

희망찬샘 2011-03-1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우가 썼나 했어요. 글솜씨가 무척 뛰어나구나! 하면서 읽었지요. (앞부분 읽으면서 말이지요.) 지우가 이렇게 쓸 수 있다면 하산해도 되는거지요. 이 책이 막 읽고 싶어지는걸요.

소나무집 2011-03-15 09:06   좋아요 0 | URL
선우는 재미있기는 한데 유치하다고 하고 딱 지우 심리에 맞는 책이에요.
초등 1, 2, 3학년에게 읽히고 독후 활동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너희들은 언제 엄마를 팔고 싶니?" 1학년들의 반응은 어떨지도 궁금하네요.
 
핸드폰 악동 맹&앵 동화책 6
정우택 지음, 서하늘 그림 / 맹앤앵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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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들어 딸아이가 우리 반에 핸드폰 없는 아이가 딱 두 명 있다고 했다. 그 중 한 명이 자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너도 핸드폰이 필요하냐"니까 "아니 뭐 꼭 필요한 건 아닌데 그냥 뭐, 친구들이랑 문자도 보내고..." 하며 웃었다. 내가 핸드폰이 갖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모를 리는 없다. 그래서 "중학교 가면 사줄게."라는 말로 아이에게 희망을 남겨주었다.

하지만 난 정말 우리 아이에게 핸드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학교는 아파트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5분이면 걸어 갈 수 있고, 학교 끝나면 곧장 집으로 오니 시간 관리해줄 필요도 없고, 엄마가 밤낮 없이 바쁜 사람도 아니고... 거기다가 난 아이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때의 안 좋은 점을 너무 많이 알고 있고...  

그런데 지난 주 드디어 아이 입에서 "엄마, 우리 반 모군이 핸드폰 샀어. 학교에서 내내 자랑해." 딸아이가 이런 말을 집에 와서 하는 이유가 딱 하나라는 걸 난 안다. "엄마, 나도 핸드폰 갖고 싶어요~~~" 착한 우리 딸이 그 간절한 마음을 그렇게 표현했을 뿐이다. 핸드폰이 필요한 이유 같은 건 다 필요없다. 단지 자기 반에 핸드폰 없는 얘가 자기 하나라는 사실이 싫고 짜증이 났을 것이다.  

나도 이젠 좀 대범한 엄마가 되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에게 필수품이라는 핸드폰 하나 사주는 데 더이상 고민 같은 건 안 하기로 했다. 핸드폰에 매달려 제 할 일을 못할 아이도 아니니 예쁜 악세사리 하나 사준 셈치자고 생각했다. 나만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견뎌내게 하고 선생님이 문자 보낼 때 유일하게 엄마폰으로 문자 받는 아이를 만드는 게 아이 정신 건강에 더 안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젠 아이들의 필수품으로 핸드폰이 자리잡은 지 몇 년 되다 보니 핸드폰 관리에 많이 성숙해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쉬는 시간만 되면 게임을 하고 아직도 수업 시간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가 있긴 한가 보다. 그래서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핸드폰을 걷어서 선생님 사물함에 넣어두었다가 수업이 끝나면 찾아가게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핸드폰이 필수품인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 할 책이 있다. <핸드폰 악동>은 5학년 5반 아이들이 윤재아 선생님을 만나 핸드폰의 폐해와 올바른 핸드폰 사용법을 익혀가는 이야기다. 핸드폰의 나쁜 점만 들추는 게 아니라 핸드폰이 아이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알려 준다.  

아이들이 지혜로운 선생님의 작전에 의해 핸드폰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다. 핸드폰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핸드폰 중독 자가 진단 체크 리스트가 있고, 책말미에 꼭 지켜야 할 핸드폰 예절과 핸드폰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등이 실려 있어 엄마의 백마디 잔소리를 대신해준다.  

핸드폰 때문에 울고 웃는 3학년 이상 아이들과 엄마 아빠,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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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들썩들썩 채소 학교 맹&앵 동화책 7
윤재웅 지음,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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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아이들을 위해 쓰인 <들썩들썩 채소 학교>를 보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채소 학교'라는 단어 때문에 채소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단순한 동화책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읽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자꾸만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방법을 우화적으로 가르쳐주는 이야기였어요. 사람들보다 나은 채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인생살이 한 수를 배울 수 있어요.

모두 김치가 되려고 하는 채소 학교의 구성원은 대부분은 무와 배추예요. 모두 훌륭한 김치가 되어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교장선생님은 대머리 빡빡 무고요, 담임선생님은 자상하긴 한데 눈치가 꽝인 통배추 아줌마지요. 그리고 가지, 당근, 브로콜리, 호박, 양파 등도 채소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숫자가 많지는 않았어요.  

이 친구들은 색깔도 다르고 쓰임도 다르니 늘 무와 배추의 놀림거리가 되곤 했지요. 더구나 베트남에서 온 고수 트랑이라는 채소는 '넌 왜 그렇게 생겼느냐'고 추궁까지 당하기 일쑤였죠. 야채 친구들은 서로의 마음이 되어보자고 노래를 하네요.

   
 

초록 콜리에게 배추 소녀 되라 하지 말고  

배추 소녀, 네가 초록 콜리 마음 되어 봐! 

가지 보라에게 빨리빨리 무 되라 말고  

무야, 네가 까만 가지 보라 되어 봐! 

양파, 호박, 당근, 고수 트랑 마음속까지  

우리가 정말 친구라면 함께 들어가 봐!

 
   

가지나 브로콜리, 호박이나 트랑이 배추김치가 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이 색다른 야채들에게도 잘 할 수 있는 게 있었어요. 교통 사고를 당해서 의식을 잃어가는 교장선생님의 아들 털 무을 살려낸 건 바로 이 소수의 야채들이었으니까요. 제일 사랑하는 마음과 제일 위하는 마음과 제일 아끼는 마음을 담아 야채 스프를 만들기로 하고 마음을 모아 음악회를 준비합니다. 

결국 교장선생님도 감동을 받아 모두 김치가 될 필요는 없다며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었지요. 서로 달라도 받아들이면서 어울려 살고 하나가 아닌 다양함을 인정할 때 세상이 따뜻하게 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요즘 부쩍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잘 생기고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좋은 직장 들어가서 돈도 잘 벌면서 사는 것! 한때는 저도 그래야만 잘 사는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많이 똑똑하거나 돈이 많지 않아도 잘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구나 하고요.   

서로 잘 어울려 살면 된다는 것. 쉬울 것 같지만 결코, 결코, 쉽지 않은 게 바로 잘 어울려 사는 게 아닌가 싶어요. 더구나 요즘 세상은 어릴 때부터 어울림보다는 경쟁과 줄서기를 먼저 가르치고 일등을 강요하잖아요. 성장하면서 몸과 마음으로 어울림을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 어른이 된다고 잘 어울려 살 수 있을까요? 

초등 1학년 이상이면 낄낄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읽고 나서 엄마 아빠랑 나와 다른 것을 찾아보고 그것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좋구요.
 

고수: <식물> 산형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30~6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잘게 갈라진 우상 복엽이다. 6~7월에 작고 흰 꽃이 복산형 화서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둥글다. 잎과 줄기는 동부 유럽이 원산지로 절에서 많이 재배한다. [비슷한 말] 고수풀ㆍ코엔트로ㆍ향유3(香荽)ㆍ호유2. (Coriandrum sativum)(胡荽)_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향신료인 듯.(편집자가 알려준 정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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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사는 것 따위는 요원한 일인 것 같고,
어떻게 살아야 모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좀 해요.

잘 어울려 사는 것,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소나무집 2010-12-23 17:25   좋아요 0 | URL
의외로 가까운 형제나 이웃, 친구들과 티격태격 지내는 이들도 많더라구요.
저도 모나지 않게 둥글둥글 살아보려고 애쓴답니다.^^

꿈꾸는섬 2010-12-2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앤앵에서 또 좋은 책이 나왔군요.^^
다양성과 어울림,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소나무집 2010-12-24 11:24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이랑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에요. 우리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뻔뻔한 실수 신나는 책읽기 27
황선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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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였다고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우리 아들의 말이다. 볼펜을 분해해서 아주 못 쓰게 만든 것도, 물컵을 깬 것도, 엄마의 목걸이를 끊어놓은 것도, 옷에 구멍이 난 것도..... 이런 의심이 가는 실수가 있을 때마다 혼내려면 아들과 하루 종일 싸움만 하게 된다. 아들의 성향을 알게 된 지금은 이런 일들 앞에서 대담한 엄마가 되었다. "어, 그래, 실수였구나, 원래대로 해놔!" 원래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아들은 그래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모습을 보이기는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우리 아들과 꼭 닮은 대성이 때문에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일이 터지게 된 건 반장 영일이의 횡포 때문이었다. 반장이 된 기념으로 영일이 엄마가 교실에 수족관을 사다 놓았는데(요즘도 이렇게 반장 턱 내는 엄마가 있나?) 영일이가 물고기 먹이주는 걸로 아이들을 차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와, 정말 얄미워. 하지만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싶은 아이들은 영일이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대성이는 물고기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보미는 손톱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먹이를 줄 수가 없다. 정말 치사한 녀석이다. 그런데 보미가 몰래 물고기 먹이를 주려다가 영일이와 싸움이 벌어지고 마침 근처에 있던 대성이 앞으로 먹이통이 굴러왔는데... 대성이는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먹이통을 냉큼 주워서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대성이는 정말 얄밉고 치사하고 잘난 척이나 하는 영일이를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에 먹이통에다 가루비누를 넣은 후 수족관 옆에 가져다 놓는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하고 말이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은 먹이통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먹이를 주었다. 아이들은 넷째 시간이 되어서야 수족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산소 방울 대신 뽀글뽀글 비눗방울이 피어올라 아이스크림콘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죽어서 떠오르던 물고기들...

영일이는 죄없는 보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선생님은 고백하면 비밀을 지켜준다고 했지만 대성이의 입속에선 "실수라고요!" 이 말만 맴돌 뿐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성이는 아이들이 보미를 못살게 구는 걸 보다못해 고백을 하고 만다. 울먹울먹 "제가 그랬어요!" 정말 힘들게 고백했는데 아이들의 비난은 쏟아지고... 

대성이는 수족관을 원래대로 해놓겠다는 생각으로 고물을 모으기 시작한다. 다시는 대성이에게 말도 걸지 않을 것 같던 친구들도 대성이의 마음을 알고 나서는 폐품 모으는 일에 동참한다. 귀엽고 예쁜 열 살 아이들의 마음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책임을 지기 위해 폐품을 모으고, 진짜로 물고기를 좋아했던 보미의 마음도 알게 되는 과정에서 부쩍 철이 드는 대성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긴장감이 떠나지 않는 이야기 전개 때문에 단숨에 책을 읽었다. 역시 노련한 황선미 작가답다. 늘 실수하며 자라는 아이들과 자신이 벌인 일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은 엄마 아빠들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초등 저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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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9-1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찾아봐야겠어요.^^

소나무집 2010-09-18 07:06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울 아들 어쩐지 분위기가 저랑 비슷할 것 같아 책 안 읽겠다고 해서 킥킥~
 
콩 하나면 되겠니? 신나는 책읽기 26
배유안 지음, 남주현 그림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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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정리 편지>를 읽고 홀딱 반해버린 배유안 작가의 책이라서 무지 반가웠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도 나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 싶은 마음에 내내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할머니와 부뚜막, 콩과 맷돌, 지네와 개미 등은 모두 나의 어린 시절과 친숙한 것들이다. 

친정집에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콩농사를 짓는다. 초중학교를 다닐 때 호미를 들고 엄마를 따라 나가 콩밭을 맸던 기억, 그때 신작로를 따라 집에 가는 아이들이 보일라치면 창피한 마음에 얼른 콩밭에 엎드려 숨곤 했던 기억, 마당에 널어놓은 콩을 도리깨로 쳐서 타작하던 일도 생각나고...  

은이네 할머니가 개미들에게 콩을 나누어 주었듯 친정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가을걷이를 한 후에 친척들이 오면 꼭 흰콩, 검은콩을 종류별로 나누어 주신다. 고생하며 농사 지은 걸 알기 때문에 주지 말라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다. "나누어 먹는 재미가 돈을 버는 재미보다 더 크단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를 보고 배운 덕인지 나도 뭔가가 생기면 자꾸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나누면 그걸 받은 사람도 나누고 싶어지고... 나눔의 과정은 콩 하나가 콩 백 개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꼭 닮았다.

콩농사를 많이 지었으니 당연히 두부도 많이 해 먹었다. 이 책에 나온 은이네처럼 맷돌에 콩을 갈았는데 맏딸인 나는 초등 4학년 무렵부터는 엄마 혹은 할머니와 그 일을 함께 해야만 했다. 그 시절엔 두부를 하려고 콩 불리는 것만 보이면 정말 너무너무 싫었다. 동네에서 가장 넓은 우리집 마당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는데 그 마당에서 노는 소리를 들으면서 서너 시간씩 맷돌에 콩을 갈아야 했으니 힘도 들고 놀고도 싶었단 말이지...  

지금도 친정에 가면 엄마는 굽은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두부를 하신다. 두부를 하는 일이 손이 많이 가고 수고스러워 하지 말라고 해도 아들 딸이 간다고 하면 여전히 두부를 해서 내놓으신다. 자식들 맛나게 먹는 걸 보면 힘든 것도 다 잊고 행복한 모양이다. 옛날처럼 맷돌에 두부를 갈지는 않지만 불을 때서 가마솥에 두부를 끓이고 콩물을 자루에 부어 짜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간수를 넣어 휘휘 저으면 순두부가 몽글몽글 만들어지는데 마당에 서서 먹는 따끈한 순두부의 맛은 어떤 산해진미에 비할 바가 못된다.  

눈에 보이는 동네 사람이라도 있으면 불러서 막걸리 한 잔에 두부 한 모 썰어서 함께 먹는 일도 빼놓을 수가 없다. 인심이 넉넉한 덕인지 지금도 우리 친정집 마당은 동네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날이 많다. 이렇게 콩이라는 곡식은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어준다. 은이 할머니의 말처럼 콩 한 알이 콩 백 개가 된다는 말은 콩농사 짓는 집에서 자란 내가 직접 체험한 일이다. 콩 덕분에 얻은 사람들의 마음은 콩 백 개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콩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로 나오는 지네마저 껴안게 만든다. 은이 할머니는 두부를 할 때마다 개미에게 콩 하나면 되겠니? 콩 두 개면 되겠니? 하면서 콩을 나누어 주는데 어느 날 지네에게 물린 후 앓아눕게 된다. 은이는 개미를 따라 들어간 개미구멍에서 지네를 혼내주고 할머니의 기운을 되찾아 온다는 게 이 책의 줄거리다. 이웃에 사는 개미가 콩을 얻어오는 걸 보고 지네도 콩을 얻고 싶은데 주변머리 없는 녀석이 할머니를 꽉 물어버린 것이다.   

지네와 은이네가 콩 덕분에 화해를 하게 되니 콩이라는 곡식은 만병통치약 같다. 이웃에게 나누어주면 내 것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더 많은 것이 생긴다는 걸 은연중에 알려주는 책이다. 엄마가 유치원생이나 저학년 아이들에게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빠른 전개나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듬이 실린 짧은 문장으로 된 이야기라서 혼자서 읽을 때보다 소리내어 읽을 때 더 느낌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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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6-2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넘 궁금한 이야기네요

소나무집 2010-06-24 11:51   좋아요 0 | URL
이야기 속에 깊은 뜻이 있는 책이에요. 그런데 우리 딸은 그닥 재미가 없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