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됐지? 창비아동문고 247
김옥 지음, 홍정선 그림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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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난 두 가지 때문에 정말 당황스러웠다. 첫째는 이야기의 시작을 장식한 '처음 해본 그 놀이' 때문이었다. 열두 살 인생에서 가장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는 그 날 지효가 한 일은 바로 자위 행위였다. 작가는 자위 행위를 주인공의 성장 신호로 삼았다. 내가 남자가 아니다 보니 자위 행위가 정말 역사적이기까지 한 일일까 궁금했는데 이런 사항을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는 남편은 지금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동안 김옥 선생님의 동화 두 편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설레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름 재미있는 성장 동화라는 생각을 하면서 끝까지 읽기는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종교 때문에 동화에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두번째로 내가 당황스러웠던 이유다. 

교회라고는 여지껏 누군가의 결혼식 때문에 두어 번밖에 가본 적이 없는 내게 이 동화의 배경이라든가 바탕에 흐르고 있는 기독교적인 내용은 자꾸만 나를 밀어냈다. 책 서두에서 시작된, 교회와 하나님을 빼곤 인생의 어떤 부분도 허용하지 않는, 주인공 지효 아빠에 대한 답답함은 책 말미까지 계속되었다. 이런 기분이 나의 종교적인 편협함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기독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너무나 궁금하다.  

늘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가난하고 힘들고 지지리 운도 없는 지효네 집이다. 그래도 엄마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참고 견디고, 일하던 교회에서 버림받은 아빠는 기도만 한다. 이런 어른들에 비해 지효의 생각은 정말 솔직하다.

"하나님의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예수 그리스도는 왜 그 끔찍이도 고통스러운 십자가를 꼭 지효네 식구랑 함께 짊어지자고 하는 것일까? 끝까지 악랄하게 아이들을 괴롭히던 방조차도 자기가 바라는 학교로 갔고, 성경보다는 부동산 지도를 끼고 산다는, 돈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우영이네 엄마도 기도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는 엄마보다 훨씬 부자이고 행복해 보인다. 신을 몰랐더라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고장낸 자전거를 타다 죽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과 아들의 미래를 포함해 모든 걸 교회 안에서 해결하려는 아빠를 극복해 나가기에 열두 살은 너무 벅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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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1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완전 신간이군요. 김옥 선생님 책 좋아라 하는데

소나무집 2009-03-18 12:08   좋아요 0 | URL
읽어볼 만한 성장 동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