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남들과 다른, 달라도 너무나 달라 거부감마저 드는 사고방식의 사람들을 볼 때면 조금 섬뜩한 느낌이 든다. 그들은 대개 무슨무슨 부대나 무슨 전후회와 같이 군대 용어가 들어간 단체를 만들곤 하는데 그래서일까 그들의 사고방식은 때로 일반인의 상식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도드라진 것이 되곤 한다.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자면 일반 세포와는 확연히 다른 암세포를 떠올리게 된다. 암세포는 우리의 몸 속에서 무서운 속도로 증식하여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는데 그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도 그와 유사한 모습을 띠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위화감과 적대의식을 심어줌으로써 조직원 간의 상호 결속력을 다지고 외부인과 적대의식을 높임으로써 조직원 개개인의 투쟁의지를 높일 수 있을 테니까.

 

"이제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여 용서하자.", "위안부 할머니들이 희생해달라."

 

-본인의 딸이나 어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였어도 횽서할 수 있나?

"일본이 용서를 구하는데 용서를 해야지 어쩌겠나."

 

-OO부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

"대꾸할 가치도 없다. 당연히 나와는 반대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잇다. 그것까지 내가 침해할 필요는 없다. 비난하라면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의 올바른 가치를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위안부(성노예가 옳지만)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은 생각일 줄 알았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을 앞장서서 대변해주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내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딸이 피해자였어도 용서한다'는 말은 얼마나 해괴한가. 진실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인격적으로 완벽한 성인이거나 정신병자일 것이다.

 

일본 정치인들은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독일만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당하기는커녕 미국의 비호 아래 승승장구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반성을 하고 위안부 피해자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까. 개인이든 국가든 절실함이 없다면 변화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일본을 옹호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있다. 그들은 성인 아니면 정신병자다. 나는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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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1-06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밀양 ㅡ생각도 나고 ㅡ정말 열심히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용서라는 걸 해 보려고 찾아간 곳에서 그는 신의 자식이 되어 스스로 용서를 받았다면서 다른이의 용서는 필요 없다 ㅡ하죠.
다른 또 하나 ㅡ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ㅡ에서 였는데..사람이 사람에게 구해야 할건 용서가 아닌 위로라고ㅡ도 해요.
앞에선 살인자가 ㅡ뒤에선 ㅡ방관자가ㅡ 두 예는 저 글과 어쩌면 상 관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이 걸 거예요. 사람들은 사과하고 위로하고 애도하는데에 참 인색하다는 것..
개인도 그런데 좀 더 가진 사람은 높은 지위에 있거나 하다못해 권력이라도 가지거나 하면 그 고개는 더 뻣뻣해져서 수그러들줄 모르고 진정한 위로와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돈보다 더 많은 것을 할수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있단 걸 인정할 줄 모르는 것 같아요.진다고 생각하죠. 국격이 그로인해 낮아지는 걸까 ㅡ인정하고 안하고 ㅡ이미 지불하고만 돈은 그들이 죄를 가졌단 걸 인정한건데 ㅡ적든 크든 ㅡ이해 안가는 정치놀음이고 언론이고 그러네요. 거기에 누가 당사자 아닌 사람들이 받아주라 마라 하는지 ㅡ가만있는 것도 미안한데 ㅡ
우리는 서로 위로 해야하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꼼쥐 2016-01-07 12:59   좋아요 1 | URL
피해 당사자나 그들의 가족도 아닌 제3자가 용서를 해라 말아라, 희생을 해라 말아라 하는 꼴이나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호자찬을 하는 꼴이나 정말 가관이더군요. 이건 뭐 나라도 아니고 제대로 된 국민도 아닙니다. 언제부터 나라 꼬라지가 이렇게 되었는지...

[그장소] 2016-01-07 16:44   좋아요 0 | URL
ㅎㅎ그러네요..언제부터 ㅡ깜깜 하죠~휴~^^;;;
정신 바짝 차려야겠죠.지금 ..
 

여자들은 어떤지 몰라도 남자들만의 모임에서는 간혹 "얼굴만 예쁜 여자와 성격만 좋은 여자 중 고르라면 너는 누구를 고를 것 같니?"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수컷들의 모임이란 종종 본능 이외의 일에는 무관심해지곤 하는 법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뉠 리 만무하지만 남자들이 아니라면 그런 극단적인 흑백 논리의 질문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선호하지도 않을 것이다. 남자들의 단순성은 동성의 입장에서 보면 순수함이지만 여자들은 간혹 '변태'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단순한 것과 변태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단순한 질문이 등장하는 이유는 모르긴몰라도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에서 친한 사람들끼리의 모임에서나마 마음 편하고 단순해지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솔직한 속내가 드러나기 때문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결혼한 남자들의 대부분이 성격 좋은 여자를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혼전이나 돌싱이 된 남자들은 여전히 얼굴이 예쁜 여자를 선호하고 말이다. 돌싱은 결혼 생활을 겪어보았으니 성격 좋은 여자를 선호할 만도 한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남자들은 대개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쉽게 잊는 듯하다. 그것도 아마 단순해서 그렇겠지만.

 

안 그런 남자들도 많다고 반론을 펼치거나 남자들을 싸잡아 도매금으로 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하실 분이 많을 줄로 안다. 그러나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십보백보일 뿐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남자와 사적인 자리에서의 남자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뭉뚱그려 말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지금 사적인 자리에서의 남자를 말하고 있다. 남자는 대체로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서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어쩌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공적인 자리에서의 남성과 사적인 자리에서의 수컷이라고 보는 편이 옳지 않을까 싶다. '남자의 단순함은 아메바보다 한 수 위다'라는 말처럼. 문득 생각난 것을 두서도 없이 썼다. 그냥 웃자고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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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1-03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얼굴만 잘 생긴 남자를 만나보고 싶어요. 현빈 같은? ㅎ
꼼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꼼쥐 2016-01-04 10:23   좋아요 1 | URL
세실 님 반갑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제는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로 보이곤 하더군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장소] 2016-01-0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자고 하셔서 웃었습니다~^^

꼼쥐 2016-01-04 10:23   좋아요 1 | URL
ㅎㅎ

서니데이 2016-01-04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쥐님, 친구신청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꼼쥐 2016-01-04 20:03   좋아요 1 | URL
제가 무지해서 그런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16-01-04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꼼쥐 2016-01-04 20:04   좋아요 1 | URL
제가 오히려 고맙죠. 사실 그런 게 잇는 줄도 모르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새해가 되면 나는 가급적 이동을 삼간 채 꼼짝 않고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어쩌다 외출을 하더라도 가까운 산을 가볍게 오르거나 집 근처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정도의 지극히 제한적인 활동만 한다. 마치 동면을 하듯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단지 귀찮아서일 뿐인데, 이 시기에 어쩌다 뉴스를 보게 되면 내가 마치 상당히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바닷가까지 차를 몰고 가자면 대여섯 시간은 족히 걸리는 그 험난하고 무대책의 고속도로를 향해 사람들은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불편도 감수하겠다는 듯 용감하게 길을 나서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혹시 나는 어린왕자가 사는 B612 소행성에서 태어난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뒹굴뒹굴 시간만 보내다가 볼 만한 책을 뒤적이고 있다. 뒤적뒤적~~

 

 

내가 황경신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모두에게 해피엔딩' 을 읽은 후였다. 그때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도, 글이 이루어지는 신선한 문체도, 작품의 소재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전작 읽기를 시도한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그럭저럭 읽다 보니 거지반 읽은 듯하다. 작가의 신작이 왠지 반갑다.

 

 

 

 

 

 

 

 

작가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마도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을 통해서였겠지만 나는 그 책이 그닥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책이 형편없다는 게 아니라 작가의 역량에 비해 작품이 떨어진다고 할까, 아니면 대중을 타깃으로 쓴 상업적 성격이 짙다고 할까 아무튼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나는 그녀가 쓴 '마음의 서재'나 '헤세로 가는 길'이 더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생텍쥐페리를 소재로 쓴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인지라 은근 기대가 된다.

 

 

 

 

 

 

 

방송작가 김경희의 부탄 여행기를 고른 이유는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제목에서 딱 멈춰섰을 수도 있고, '김경희'라는 이름에 시선이 갔을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 이맘때면 움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나의 성향에 대한 반발심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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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마지막은 슬픈 소식으로 마감하고 있다. 그것이 자신의 임기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던 대통령의 공명심에 기인하든, 미국의 압력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든 간에 대한민국 정부는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교부 장관은 어제 이렇게 말했다.

"일본 정부와 함께 이 문제(일본군 위안부)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 라고.

 

나는 이 말이 대한민국 국민의 의사라고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 대통령과 정부는 분명 내년 총선을 대비한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급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국가의 미래와 역사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협상을 그렇게 무성의하게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것에는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의 마누라인 아키에는 합의가 있던 어제 보란 듯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법적으로 배상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우리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합의에 응햇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일본 측은 외교장관 회담 당시 우리 측에게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뿐인가. 소녀상 이전 문제도 그렇다. '방구 뀐 놈이 성낸다'는 옛말처럼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아무것도 속 시원히 해결된 게 없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단돈 10억 엔에 일본이 껄끄러워 하는 모든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줬다.

 

이러한 국민 정서에 대해 정부의 관계자들은 아마도 속으로 이렇게 비웃을지 모른다.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고 말이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일본군 성노예 합의에 대해"일본의 이번 한국과의 합의가 양심이 깨어난 데 따른 결정이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따른 정치적 선택이라는 측면이 더욱 크고 이는 또한 유감"이라고 논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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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2-2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나라 팔아 먹을 ....이란 욕이 새로 생겨야...할지도..

꼼쥐 2015-12-30 17:07   좋아요 1 | URL
어떤 변명으로도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을 듯합니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딴 짓을 했는지...

[그장소] 2015-12-30 19:23   좋아요 0 | URL
불가역적 ㅡ이라니...참 ,
뭐라 할 말이 없어요.
본인들이 아무 합의를 본 일이 없는데
나라가 ㅡ이래서는 안되죠.
이전에 어느 영화에서 그랬죠.
우리 나라 여자분이 해외에서 불법 감금에 오랜 시간 복역까지 한 사건을 영화화 했을때..늬들 나라가 나쁘다 ㅡ고...확실히 ㅡ그렇습니다.

꼼쥐 2015-12-31 18:01   좋아요 1 | URL
저는 불가역적이라는 말을 열역학 제2법칙에서 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협상으로 우리 전체 국민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 셈이지요. 박씨 부녀에 의해 대한민국 체면은 추락에 추락을 더하였습니다.

[그장소] 2016-01-02 17:19   좋아요 0 | URL
권력이란게 그런것일까요...존경받는 인물로 내내
지지를 받던 그가 돌연 그런 면모를 보이기 시작하니...어쩌면 다른 그림을 또 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단 ..한 줌 희망을 가져도 보지만..그런 것 있잖아요..적은 더 가까이 ..ㅎㅎㅎ
어쩐지 대통령을 적으로 두라 ㅡ하는 의미가 되다니..하 ..말세 맞죠..지금 .
그것도 제 희망일 뿐 ㅡ그밥에 그나물이 아니란 법도 없으니..권력 속성 무섭습니다...속을 스캔해 볼 수도 없고...

[그장소] 2015-12-3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不可ㅡ에 대한 단어를 찾아 이 단어 저 단어 붙여보던 시기가 있었어요.제게는...어쩌려고 그럴까 ..싶어 암담하네요..

꼼쥐 2016-01-02 16:09   좋아요 1 | URL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마저 이제는 대권도전을 노골화 하는 것 같더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번 협정을 대놓고 칭찬할 리가 없겠지요.
 

새벽 공기는 소프라노의 고음처럼 차고 건조했다. 잠이 덜 깬 나를 질책이라도 하려는 듯 걸음을 뗄 때마다 찬 공기는 중무장한 나의 운동복 틈새를 비집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달빛이 밝았다. 불투명의 달빛을 배경으로 쭉쭉 뻗은 나무 그림자가 마치 멍키바의 간격처럼 등산로를 규칙적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숲은 고요했다. 날씨 탓인지 산을 오르는 등산객의 발길도, 산짐승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발밑에 밟히는 낙엽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히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던 <걷기 예찬>의 저자 다비드 르 브르통. 그는 책에서 "자신의 몸을 땅과 수직으로 꼿꼿하게 세우고 걷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비로소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으며, 인간과 우주의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기 시작하였다."고 썼다. 나는 이따금 그의 책에 나오는 다른 멋진 문구를 생각하곤 한다.

 

달빛은 여전히 밝았다.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앗던 지난 며칠, 나는 황사 마스크를 쓴 채 답답한 산길을 걸었었다. 그래서인지 밝은 달빛이 지나친 호사로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때로는 분에 넘치는 호사보다 익숙한 가난이 더 편안한 법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발걸음을 앞으로 밀어내는 것은 그 무시무시한 괴로움의 씨앗이 아니라 자기변신, 자기 버림의 요구,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길과 몸을 한덩어리로 만드는 연금술을 발견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여기서 인간과 길은 행복하고도 까다로운 혼례를 올리며 하나가 된다."

 

낮이 되어도 기온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춥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2015년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오늘, 비로소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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