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 - 네 마음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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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동사라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한' 사람이 있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한다. '해야'한다. 일을 하고, 여행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행복도 마음먹고 몸을 일으켜서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는' 일들이 모두 그렇듯, 자꾸 해볼수록 잘하게 된다. 반복하고 연습해서 몸에 배면 연습을 안 한 이들보다 훨씬 쉽게, 별 힘 안 들이고도 행복'할' 수 있게 된다." (p.46)

 

그럴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니 행복인들 다를까. 여러 번 행복해 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익숙하겠지. 그래서 누군가가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횟수에 비례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불행 역시 여러 번 불행했던 사람이 처음 불행해 본 사람보다 덜 고통스럽지 않을까. 어쩌면 작은 불행쯤이야 오히려 편안할지도 모르잖아.

 

곽세라 작가의 <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전보다 생각이 많아지지 않을까. 작가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길 위의 현자들이 들려준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마치 동화와 같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왔던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물끄러미 바라보게도 되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나'와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게도 되지 않았을까.

 

"나는 당신이 밤에 홀로 깨어 우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나' 아닌 다른 것에 바쳐진 시간들이 아파서 뒤척이는 사람이길 바란다.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산노루 같은 심장을 가졌길 바란다. 내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서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있고, 당신은 이런 글을 읽고 있다." (p.204 '에필로그' 중에서)

 

작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책 속의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천리 앞을 내다보는 장님 해리,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 별을 이야기하는 소년 야란. 그들로부터 '나'는 진심 어린 충고를 듣기도 하고,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깊이 사랑받아보고, 행복의 힘으로 아주 먼 곳까지 가보고, 두려움 없이 쭉 뻗어본 이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올랐다. 아니, 다음 순간 마음을 바꿨다. 나부터 노련한 행복의 가이드가 된 뒤에 사랑을 꿈꾸기로. 이제부턴 아주 튼튼한 밑창을 댄 신발을 신고 여행하는 사람이 되기로. 멋지고 편안한 신발이 생기면 냉큼 내가 먼저 신고 축제의 거리를 향해 달려나가기로." (p.52~p.53)

 

꿈을 지키는 사람 파루는 '독버섯 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권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기 싫은 일들, 아무리 외로워도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들, 차라리 굶을지언정 내 몸에 들여서는 안 되는 경험들의 목록 말이다. 방학숙제처럼 괴롭히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게 아니라 '독버섯 리스트'를 작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마음 가는 대로 살다가는 어디로도 못 간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이 가도록 해야 한다. 누군가는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라고도 한다. 하지만 먼저 당신이 그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는다." (p.172)

 

나는 매일 아침 동이 트기도 전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들의 표정은 어느새 봄과 닮아 있다. 그들의 몸에서는 이따금 비릿맵싸한  싸리꽃 냄새가 나기도 하고, 달콤황홀한 라일락 냄새가 나기도 하고, 시큼텁텁한 철쭉꽃 냄새가 나기도 한다. 달포쯤 후에 어쩌면 녹음 무성한 길을 싱그러운 풋내를 풍기며 나타날지도 모른다. 곽세라의 <너는 어디까지 행복해봤니?>를 읽으면 소나무 울창한 길을 홀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멀리서 산새가 울고 솔향 그윽한 호젓한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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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이제는 콘텐츠다 - ‘장사의 神’ 김유진의
김유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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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은퇴 후 식당 개업 등 소위 '장사 전선'에 뛰어든 사람 몇몇을 알고 있다. 개중에는 '그 사람이?' 하고 화들짝 놀랄 정도로 평소 장사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고, '역시, 그랬구나.' 하면서 모두가 예상했던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장사의 결과마저 그 사람의 성격이나 적성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장사가 적성에도 맞고 잘할 것 같던 사람도 몇 년 지나지 않아 폭삭 망하기도 하고, 장사에는 영 젬병인 듯 보이던 사람이 의외로 대박을 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의외의 결과를 두고 사람들은 '운이 좋다'거나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형국'이라며 시샘 어린 말로 애써 그들의 노고를 깎아내리곤 했다.

 

다들 그렇게 말을 하는 바람에 이제껏 나도 그렇게만 생각해 왔다. 장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운과 자본력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김유진의 <장사, 이제는 콘텐츠다>를 읽고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장사만큼 철저한 전략과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장사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 무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이 책에서 공개하는 솔루션을 적용하면 수십 배, 수백 배 더 많은 고객을 사로잡고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단, 튼튼한 기초 없이는 아무것도 세울 수 없다. 전작 <장사는 전략이다>가 바로 그 기초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이 책을 읽기 전에 미리 또는 이 책과 함께 읽기를 권한다. 이제 수익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다리를 한 칸씩 공개할 것이다. 사다리를 오르는 건 오롯이 여러분의 몫이다." (p.12 '프롤로그')

 

유익한 실용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대체로 명확하다. 경험만 많고 이론적 지식이 없으면 독자들에게 전달이 어렵고, 반대로 이론적 지식은 풍부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으면 가슴에 닿는 것이 없이 공허하기 때문에 이론과 경험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사람이 쓴 책이라야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이론이라는 것도 사실 지역적 특성이나 소비자의 연령별 구성에 따라 상황에 맞게 변형되거나 추가 또는 삭제될 필요가 있는 까닭에 경험은 이론에 앞서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1994년부터 25년간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고, 15년간 외식업체 컨설팅 및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관련 종사자들에게 성공 노하우를 전수해왔다는 저자는 이 책을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저자의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1장 스포트라이트를 쏴라(자극하고 만족시키기), 2장 계란찜에 깃발을 꽂아라(드러내고 각인시키기), 3장 나만의 최초를 찾아라(선도하고 차별화하기), 4장 고충 해결사가 돼라(배려하고 신뢰 쌓기), 5장 "왜?"라고 3번 물어라(설계하고 현실화하기), 6장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라(증명하고 살아남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객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 비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소비는 과시다. 과시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건 바로 '신상'이다. 새로움은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자극이다. 자극은 반응을 낳는다. 반응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이제껏 없었던 자극을 발견하면 스스로 대견해한다. 물론 맛과 양은 기본이다." (p.95)

 

저자의 설명은 간결하면서도 구체적이다. 콕콕 핵심만 찌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을 붙잡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간이 없기는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들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친절히 설명을 조곤조곤 해본들 여유 있게 시간을 내서 진득하게 읽을 리 만무하다. 그보다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듯한 정말 필요한 말만 전달하는 게 정답이다. 장사 경험도 없고, 장사에 관련된 책도 읽은 적 없는 내가 읽어도 쏙쏙 이해가 되는 걸 보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웬만한 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남들이 귀찮아하는 작업이 결국 승리를 만들어낸다. 숙박업이든 병의원이든 배달업이든 제조업이든 프로세스를 담아 고객에게 선물하자. 고객은 상품을 사지 않는다. 고객은 만족을 산다. 병원을 기억하지 않고 의사를 믿고 따르듯, 식당이 아니라 식당에서 받은 배려와 접대를 높이 산다. 그러니 아무도 나를 쫓아오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면 프로세스를 기록하고 널리 알리자. 경쟁자가 쫓아올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p.316)

 

600만 자영업자 중 외식업계 종사자만 60만이라는 우리나라의 외식 환경에서 경쟁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3년 넘게 버티는 사람도 겨우 9만 명에 불과하다니 치열한 현장을 보지 않아도 잘 알 것만 같다. 그럼에도 창업을 꿈구는 예비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많다. 경쟁이 두렵지 않거나 돈이 아깝지 않아서 과감히 도전하는 것은 아닐 터, 저마다의 절실함이 있다면 미리 공부하고 노하우를 전수받는 게 답인 듯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하지 않던가. 책을 통해 나만의 색깔을 발견할 수 있다면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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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의 교실
야마다 에이미 지음, 박유하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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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집 <풍장의 교실>에는 표제작인 '풍장의 교실'을 비롯하여 '나비의 전족', '제시의 등뼈' 이렇게 세 편의 중편소설이 실려 있다. 야마다 에이미는 현대 일본 여성 작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되고 있지만, '풍장의 교실' 역시 그녀의 작품 중 결이 다른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육체가 관계의 매개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 작가는 그녀가 쓴 소설 속 여성들이 대개 '남자의 몸에 대한 욕망'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반면, '풍장의 교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의 어린 소녀라는 점과 주인공을 둘러싼 같은 반 여학생들의 '악의'가 소설의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모토미야 안은 유난히 전근이 잦은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여름방학이면 가족들이 다른 곳으로 이사할 준비를 하고, 여름방학 숙제에서 해방된 '나'(모토미야 안)는 혼자서 들판 같은 곳을 걸으며 시간을 소일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전학이 잦았던 '나'는 또래의 친구들보다 눈치가 빠르고 인간에 대한 이해도 높았다. 말하자면 '나'는 다양한 아이들과 만나며 일찌감치 애어른이 된 것이다.

 

"일단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결코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을 몸속 깊은 곳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사는 곳이 바뀐다 해도,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은 변할지언정 기본적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쓸데없는 저항을 일찌감치 단념하고, 어딜 가든 나 자신을 바꾸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p.16)

 

도회지에서 시골의 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나'는 처음에는 예쁜 용모와 도회지 출신 다운 세련된 미적 감각을 지닌 탓에 동경의 대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점차 따돌림을 받게 된다.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요시자와 선생님과 에미코에게 있었다. 쾌활한 성격의 총각인 요시자와는 체육을 담당하는 인기 선생님이었다. '나'에 대한 요시자와 선생님의 편애가 반장인 에미코의 심기를 자극했고 그때부터 에미코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나는 내가 제물이 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것은 내가 제일 걱정하던 일입니다. 물처럼 잔잔한 인생. 나는 그것만을 바랐는데, 교실에선 언제나 제물을 필요로 하는 종교가 판을 칩니다. 나는 몇 번이고 전학을 하면서 그것을 실감했습니다." (p.38)

 

'나'에 대한 집요한 따돌림과 보복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고 담임 선생님조차 아이들과 동조하는 듯했다. 학급에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악코가 유일했다. '나'는 메모지를 통해 악코에게 속내를 털어놓고는 했지만 악코는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내 피부 한 꺼풀을 벗겨 내면 슬픔의 덩어리가 있다는 걸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알아야 하는 선생님들조차. 하긴 어린애에 불과한 선생님들한테 그런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실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p.41)

 

"절망, 그건 인간에게서 감정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몸이 나른해집니다. 나는 턱을 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내 마음은 항상 쭈그리고 앉은 모습입니다. 일어서기가 귀찮습니다. 검은 장막을 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게 고작입니다." (p.48)

 

어느 날 에미코를 향해 웃었다는 이유로 '나'를 향해 아이들의 무차별적인 폭력이 있었고, 이를 목격한 요시자와 선생님이 '나'를 양호실로 보내주었다. '나'는 양호실에서 더럽혀진 교복을 벗고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채 잠이 들었다. 그러나 일어나 보니 속치마가 사라지고 없었다. 교실로 돌아왔을 때 '나'의 속치마는 적셔진 채 '나'의 얼굴에 씌워졌고, '나'는 그때의 충격으로 인해 자살을 결심한다.

 

"인간이 짐승의 눈이 될 때, 거기엔 도덕도 상식도 없고 심지어 감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거기에 존재하는 건 습성뿐입니다. 그리고 그 습성을 끝까지 완수하기 위해 끓어오르는 욕망뿐입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요시자와 선생님에게 어깨를 맡긴 채로 교실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p.57)

 

자살을 결심한 '나'는 유서에 남길 말을 고민한다. 그날 밤 '나'를 걱정하는 엄마와 언니의 대화를 듣고 마음을 고쳐 먹은 나는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했던 그동안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놀리고 괴롭히는 아이들을 향해 공격적인 방법으로 대항한다. '나'는 그들을 철저하게 경멸하는 것이다.

 

"내가 탄생시킨 살인법은 경멸이라는 두 글자였습니다. 인간을 죽인다는 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남자아이의 신발에 욕망을 느끼는 내가 인간이라면, 나는 그녀들을 나와 똑같은 위치에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선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끌어내립니다. 그러고 나서 조금씩 죽여나가는 것입니다." (p.78)

 

소설의 말미에서 '나는 생각한다. '죽은 사람을 들에 내버려 두는 것을 풍장(風葬)이라고 한답니다. 그건 잔혹한 풍습일까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들의 따돌림과 집단 괴롭힘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직장 내에서의 따돌림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인성 교육의 부재나 윤리 의식의 상실에서 비롯된다고 보지 않는다. 과학이 발달하고 이런 추세에 따라 오프라인에서의 접촉이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사람들은 인간관계와 이해 충돌의 해결책을 학습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우리는 사회성이 결여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끝없이 양산하고 있는 셈인데 그것을 오직 법으로만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 본래의 모습을 숨긴 채. 우리는 지금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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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 수업 - 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우에니시 아키라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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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준이치의 <둔감력>을 읽었던 건 몇 년 전의 일이다. 지금이야 비슷한 제목의 책이 몇 권 더 출간되는 바람에 '둔감력'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지만 와타나베 준이치가 책을 출간했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대개 '둔감한 것도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나?' 하면서 의아해했었다. 그러나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하,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둔감한 것보다 예민한 게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책.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둔감한 게 능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언제부터였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것만은 확실하다. 육체노동이 주가 되지 않는 시대에 사람들은 육체적 질병보다는 정신적 질병을 더 두려워하게 되었고, 둔감하다는 건 육체적 내성에 버금가는 정신적 내성의 큰 축으로 작용한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우리는 세균으로부터 육체를 보호하기 위해 페니실린이 필요한 것처럼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둔감력이 요구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내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그래, 그것까지는 알겠어. 작은 일에도 파르르 화를 내거나 흔한 질책에도 세상 다 잃은 것처럼 의기소침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말이지. 그렇다면 타고난 천성이 예민한 사람은 도대체 어쩌란 말이야?' 하는 생각. 본성을 바꾸어 다시 태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둔감해지자' 하고 어느 날 갑자기 결심한다고 해서 무 자르듯 뚝딱 바뀌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심리학 박사이자 현직 카운슬러이기도 한 우에니시 아키라는 자신의 책 <둔감력 수업>에서 다른 사람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힘, 즉 '둔감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완벽함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죠.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다른 사람에게 완벽함을 바라던 마음도 조금씩 사라집니다. 동료가 실수를 저질러도,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어도 둔감하게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다른 사람에게 완벽함을 바라지 않으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민이 사라집니다." (p.59)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힐 수 잇는 여러 상황을 각각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제1장 '예민한 마음에 삶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제2장 '주변에 함께하기 불편한 사람이 생겼다면?', 제3장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면?', 제4장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면?', 제5장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처했다면?', 제6장 '얼굴 빨개지는 일을 마주했다면?', 제7장 '분노라는 감정을 이겨내기 힘들다면?', 제8장 '욕심이라는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에 빠졌다면?', 제9장 '인생의 방향에 의문이 생겼다면?'으로 장을 나누고는 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감정은 위에 나열한 하나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두 개 이상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고로워하는 게 아닐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분리화, 즉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면 '상황을 글로 쓰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욱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 효과가 큽니다. 노트를 갖고 다니며 일상에서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마다 그 상황을 글로 적습니다." (p.167)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분노의 근원도, 경제적 상황이나 인간관계의 악화로 인한 고민의 근원도 결국은 '나'의 마음에 달린 문제일 뿐이다. 둔감력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욕심과 분노에 휘둘리지 않게 해주는 '유연한 마음의 힘'이다. 그러므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여유는 둔감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둔감력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일과 관계, 감정의 중심에 항상 '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누군가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나는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길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들 각자가 다 다른 사람이구나 하고 감탄하곤 하는 것이다. 이제껏 몰랐던 걸 처음으로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들 모두가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그리고 각자의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나의 기준으로 그들을 재단하려 했음을 깨닫게 된다. 나의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나의 기준에 끼워 맞추기 위해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고, 나도 다른 누군가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과도한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결국 '다름'을 인정하면 모든 게 편안해질 텐데 순간순간 그 사실을 잊곤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따금 그 사실을 놓지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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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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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집 <공주님>의 표제작이기도 한 '공주님'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도발적인 소설의 첫 문장에 꽤나 당혹스러워했거나 조금쯤 놀라지 않았을까. '목을 매단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내가 겨우 다섯 살이었다는 게 다행이다.'라니.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도, 그때 나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는 사실도, 그리고 다섯 살짜리 꼬마가 어머니의 죽은 모습을 발견했다는 사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커튼레일에 매달려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간식을 먹는다고 서술한다. 나와 같은 순진한 독자들로서는 가히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충격적이라기보다 엽기적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편으로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녀는 죽음으로써 나에게 그 후의 삶에 지침과 같은 걸 마련해주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리면 죽을 자유조차 가질 수 없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되면 그 사람의 자유를 빼앗게 된다는 것도. 나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쉽다고 생각하고 싶다. 기억은 쌓여가지만 그 기억 속에 어떤 불순물도 섞이게 하고 싶지 않다." (p.19~p.20)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인 '나'(도키노리)의 성격 형성이 그 장면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나'는 어머니가 죽은 후 외삼촌의 집에서 성장한다. 외삼촌 집에는 4살 위인 사촌 형 세이이치와 여동생 세이코가 있었다. 외숙모와 외삼촌은 '나'를  무척이나 배려해주었고, 세이이치 역시 '나'에게 잘 대해주었다. 그러나 여동생 세이코는 '나'와 성격이 비슷해서 반항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세이코는 '나'를 이성의 감정으로 '나'를 좋아하는 까닭에 '나'의 방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나'의 사생활을 감시한다. 대학생이 된 '나'는 선머슴 같은 동기생 여사친 '아사코'를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속내를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어찌 보면 동성의 친구보다도 더 허물없는 사이였다.

 

"나와 아사코의 기본은 닮은 듯하면서 전혀 다르다. 그녀의 기본은 갈망하는 것을 선택했고, 나는 거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부족한 걸 항상 갖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걸 채워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기본을 가르쳐줄 세이이치와 같은 남자를." (p.64)

 

아사코와 나는 연인이 아닌 친구로서 늘 붙어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연극을 보는 도중에 속이 좋지 않았던 '나'는 그만 토하게 되고, 걱정이 되었던 아사코가 '나'와 함께 집으로 간다. 그런 인연으로 아사코는 결국 사촌 형의 애인이 된다. 세이이치의 연인이 된 아사코는 조금씩 변해간다. 가장 친한 남동생 같았던 아사코의 돌변이 달갑지 않았던 '나'. 사촌 여동생 세이코가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나'는 세이코의 보호자로서 여행에 동반한다. 세이코는 '나'를 자극이라도 하려는 듯 급조한 남자 친구를 대동하지만, '나'와 세이코의 다정한 모습을 오해한 그는 결국 달아나고 만다. 세이코의 남자 친구인 다케시는 세이코가 피자 배달을 시키면서 만난 피자 배달부였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세이코와 잤다.

 

"수면에 반사되는 햇빛이 눈부셨다. 태양 아래에 있으면 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빛 아래에 있으면 날이 밝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그 순간에 없는 걸 갖고 싶어 한 적이 없다. 낮에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원하지 않으며 밤에 푸른 하늘을 동경하지도 않는다. 그 순간에 존재하는 것만이 내 세계의 전부다. 그걸 전부 먹는다. 씹어 삼켜 포식하고 눈을 감았을 때 세계는 마침내 끝난다. 그런 느낌이 든다." (p.56)

 

세이이치는 아사코의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아사코는 세이이치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지만 세이이치는 결혼을 결정한 후 처음으로 아사코의 집을 방문한다. 아사코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은근히 소심했던 세이이치는 쑥스러웠던지 '나'를 대동한다. 아사코가 만든 요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만 나는 마시지 않았다. 아버지가 먼저 자리를 털고 잠자리에 들자 술에 취한 세이이치마저 술에 취해 쓰러지고 만다. '나'는 싫다고 거부하는 아사코를 범하게 된다.

 

세이이치는 아사코가 임신하는 바람에 결혼을 서두르게 되고, 결혼식장에 참석하기 전 세이코는 '나'에게 학교를 졸업하면 집을 나가 함께 살자고 제의한다. 양복을 입고 결혼식에 참석했던 '나'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에 들른다. 집 앞에서 '나'는 세이코가 양복 주머니에 넣어 준 쪽지를 읽고 집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다케시와 그가 데려온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야마다 에이미는 여자 '무라카미 류'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성애를 전면에서 다룬다. 그러나 그의 소설이 외설적이라거나 난잡하다고 비판받지 않는 까닭은 솔직하고 간결한 문체 때문인 듯하다. 그럼에도 인간의 연애 심리를 잘 포착하고 있다. 소위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성이라면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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