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왕찬현 지음, 기해경 그림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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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남편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연하이고

남편이고

돈을 벌어주는 남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저와 하나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주부'의 생활은 안하지만 '연하'이고 '남편'의 심정은 어떨지......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그에게서 '주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부의 마음이란 이렇구나.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배우자를 위해 요리하고, 청소하고, 밤늦게까지 상대를 기다린다.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정성 들여 만든 요리를 맛있다고 말해주는 상대를 보니 마음이 자연스레 풀리는구나. 배우자는 고생하며 일을 하고, 나는 그런 배우자를 보필하며 고생스러운 집안일을 하고 있다. 건강한 가정을 위한 꽤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다. - page 8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전한 그의 '닭백숙' 이야기는 참으로 공감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밖에서 일하느라 고생하는 건 알지만......

가끔은 우리의 심정도 알아주면 안될런지......

남편에게 생색내는 것은 아니지만 넌지시 이 책을 권해주고 싶었습니다.


'연하' 남편인 그의 이야기에서 나의 남편이 한 때 했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요컨대 주장의 핵심은 연상 여친의 매력이라 하면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것. 누님의 행동과 말에는 어떤 권위와 품위가 묻어있다. 그건 강압적이지 않을 뿐더러, 재즈처럼 따뜻하고 바닐라 라테처럼 달달하다. 노련한 누나들은 본능적으로 어린 남자를 어떻게 다루는지 아는 듯 같다. 말을 놓았던 것도 상냥한 권위를 그대로 따랐을 뿐인데, 새삼 억울함이 밀려온다. 덕분에 투철한 예의범절로 무장했던 후배는 꼼짝없이 위아래도 모르는 시건방진 남자가 되어버렸다. 온기를 담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상대를 홀리는 품격, 그것이 내가 경험한 연상의 매력이다. - page 128 ~ 129

그래서 지금의 나의 연하 남편은 후회한다는......

'오빠'라 불리고픈 욕망을 채우지도 못한 채 오늘도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솔직히 제 주변에도 '결혼'에 조심스러운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 친구가 묻는 질문.

결혼을 하는 게 나을까?

안 하는 게 나을까?

이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찾았습니다.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만나 평생을 약속한다는 것이 여전히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을까? 결혼을 위한 무수한 고되들에 혼란스럽다. 성격, 수입, 대출, 집, 출산, 육아, 양가 부모님과의 관계 등,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더 복잡해지는 것만 같다. 이미 결혼이 손쉬운 포기의 선택지가 되어버린 시대에 평생의 반려자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낭만주의자라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결혼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는 아니기에,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그 누구도 이를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세상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반쪽을 만난다는 것. 그 이유만으로도 결혼은 그럭저럭 괜찮은 답지다.


부부로서의 삶은 고됨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옆에서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면 손끝까지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끼곤 한다. 더러 팍팍한 현실에 숨이 막힐 때, 적어도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안도감이야말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시시각각 흔들리는 위태로운 나를 포기하지 않을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꽤나 든든한 일이다. - page 229 ~ 230

그래도 결혼하기를 잘 한 건......

아마도 내 편이 되어줄 한 사람을 얻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님'과의 소소한 일상 속 로맨틱하고도 스릴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내 결혼 생활은 티격태격하기만 한 것 같기에 지난 세월이 아쉽기만 하였습니다.

마냥 바라보기만 해도 으르렁 거렸던 우리.

아마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그가 건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그.

책을 읽고나니 조금은 달라 보였습니다.

결혼하기 전 '사랑'이라 믿으며 '평생'을 약속했는데 지금의 우리는 왜 그토록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오늘은 그와 함께 가볍게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지난 감정을 떠올리며 서로의 소중함을 느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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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편지 - 삶을 긍정하는 유연한 어른의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NHK <클로즈업 현대+>·<시루신> 제작부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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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도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

그야말로 옛말로만 남은 것 같습니다.

말 한 마디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에......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문구에 그만 이끌렸습니다.

"말이라는 건

상처도 주지만

행복하게 만드는

단순한 문법이에요.


말로 지은 죄를

털어내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편지에 담아 위로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키키 키린의 편지

 


일본에서 빛나는 연기와 <인생 후르츠>에서 따스하고도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그녀, 키키 키린.

책에서는 그녀가 생전에 서신을 통해 일반인과 교류하며 주고받은 편지와 그녀가 전하고자했던 진심이 담겨 있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그녀가 직접 쓴 편지.

그녀를 닮은 캐릭터가 자꾸만 시선을 잡았습니다.

(일본어를 모르기에 뭐라고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단 한 번의 인연도 소중히 여겼습니다.

특히나 자신의 출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1980년의 텔레비전 광고 '피푸 에레키반'의 로케 장소인 '피푸역'.

역사 재개발이 끝난 2016년, 재개장 기념으로 마을 차원에서 그녀에게 역사 방문을 타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붓으로 글과 자화상을 그리면서 애정과 정성을 담아 팩스 한 장을 보냅니다.

그리고는......

"제가 사는 지역에 1박 2일 일정으로 놀러오셨는데, 피푸 역에 가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일종의 추억 여행 아니었을까요?"

이 무렵 키키 키린의 몸 상태는 나카지마의 도움 없이 걷는 게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어쩌면 그​녀는 천천히 추억을 되짚어가며 다가올 마지막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 page 39

역사에 걸린 키키 키린으이 사진 두 장.

그녀의 마음씀씀이가 느껴지는 것 같아, 지금은 없는 그녀가 그리워 아쉬움이 남곤 하였습니다.


그녀가 자신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편지'라는 매개에 대한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편지는 자기와의 대화다. 사카이의 본질을 짚는 해석에 놀람과 동시에, 발신인의 마음을 읽고 편지 속 구절의 뜻을 최대한 느끼고 수용하려는 자세에 감명을 받았다. 실제로 키키 키린은 과거 한 방송에서 젊은 시절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깊은 어둠 같은 걸 껴안고 있었어요...

스기무라 하루코 씨는 대선배였고

나는 말단 연구생으로 "건방진 소리 마, 10년은 일러"하고 혼났을 정도로 떠오르는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던 아이였어요, 내가.

(NHK <The Creative Women> 2017년 6월 27일 방송)


키키 키린은 말로 타인을 상처 입혔던 과거를 되돌아보고, 이제는 말을 통해 청년들을 응원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 page 112 ~ 113


2년이 지난 지금 키키 키린의 편지는 키린의 편지는 사카이의 마음에 와서 꽂혔다. 5년 뒤든 10년 뒤든 그녀는 자기와 대면할 때마다 이 편지를 반복해서 읽어보려 한다.

"이미 편지의 내용이 제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껴요. 그저 흔한 편지가 아닌 것 같고요. 깊고도 무거운 뭔가를 물려받았어요." - page 117


키키 키린은 10여년의 암 투병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무색하게도 그녀는 다른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고 더 큰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한 땀 한 땀 남겨둔 편지가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녀에게 '죽음'이란......

키키 키린이 타계한 것은 2018년 9월 15일이다. 바로 이 튿날 부고를 들은 가지카와는 도쿄에 있는 키키 키린의 집으로 찾아갔다. 오랫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가지카와는 키키 키린의 머리맡에서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이전 키키 키린이 그에게 부탁했던 복제화였다. 수행 중임에도 오직 평온하기만 한 석가의 모습이 키키 키린의 모습과 겹쳤다.

"죽는다는 것은 타인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떠난 사람을 내 안에서 계속 살아가게 하는 일"

두 사람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 page 138 ~ 139


깊이 있던 메시지.

그리고 그녀의 애정어린, 인간적인 따스함이 묻어있는 편지를 읽노라면 나 역시도 사회에 닫혀있던 마음을 조금은 열 수 있었습니다.

과연 나에게 이런 애정어린 충고를, 위로를 전할 이는 있을까?

아니,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마저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말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가끔 위로라고 던진 말들 속에 나에게 화살로 다가온 말들이 많았기에, 그리고 훗날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나만 기억하면서 두고두고 상처로 남기기에 말보다는 글로, 책으로 위로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키키 키린이 살아 나를 본다면 어떤 위로의 편지를 건네줄까......

요즘 많이 지쳐 독서마저도 조금은 등한시하는 저에게 건넨 그녀의 위로에 조금은 기운을 내 봅니다.


더없이 지친 이들에게 전하는 그녀의 에세이.

자잘한 위로이지만 무엇보다 크게 자신을 안아줄 수 있기에 한 번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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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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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에 끌렸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드립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지 않지만 직장을 다닐 때 누구나 겪었을 것입니다.

꼭 한 명씩!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는지 꼭 집어서 '나'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있어서 참으로 많은 한숨을, 술을 기울이며 아침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붙잡으며 다녔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과거지만......


하지만 제 주변 직장을 다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한결같습니다.

"일이 힘든 건 이해하겠지만......

사람이 괴롭히는 건 너무 힘드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없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알고보니 <하얀 거탑> 각본가 이노우에 유미코 원작이라고 합니다.

너무나도 열심히 보았던 드라마!

우리나라에서도 '김명민' 배우가 열연을 펼쳤던 그 드라마.

이 소설은 무조건 읽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걱정 말게. 최강의 상사를 보내줄 테니."


해러스먼트 게임


해가 뜨기 전까지 한 시간이 승부처다.

배의 바닥을 두드리는 파도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낚싯줄을 늘어뜨렸다. 바다는 아직 먹물을 떨어뜨린 듯 어둡다. - page 9


아침 물때라고 불리는 새벽 시간대에 낚시를 하는 그, 아키쓰 와타루.

오늘도 짠내를 풍기며 종업원들보다 조금 일찍 도야마 추오점에 출근한 그는 점포에서 입는 초록색 앞치마를 다리미로 꼼꼼히 다리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확인합니다.

"매장은 저희한테 맡기고 따뜻한 커피나 한잔하시고 오세요."

"잘 부탁합니다. 오늘도 완전 편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아주세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옵쇼!" - page 12

파트타임 주부들과 일제히 도야마 사투리로 "어서 옵쇼!"를 외치며 개점을 하는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점장님, 본사 인사부에서 전화 왔어요." - page 13


왜 전화가 왔는지 전혀 짚이는 게없는 아키쓰는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듭니다.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인사부장의 감정 없는 목소리.

"아키쓰 와타루 씨, 당신에게 인사이동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동 근무지는 도쿄 본사로,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네? 이 시기에 이동이라고요?" - page 13

왜 하필 나인가?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도쿄롤 부랴부랴 달려가게 됩니다.


그가 다시 도쿄로 불러들이게 된 사건이 벌어지기 두 시간 전.

마루오 슈퍼 고객상담실에 갑자기 젊은 여자의 성난 목소리가 들여옵니다.

"우리 아이가 죽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 page 14

사건의 전말은 다섯 살 아들이 아침식사로 크림빵을 먹고 있었는데 빵 안에서 1엔짜리 동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크림빵은 마루오의 오리지널 브랜드 상품이면서 곧 있으면 시나가와점의 오픈까지 있기에 회사 차원에서는 이 컴플레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마코토가 더 참지 못하고 시계를 보았을 때 비로소 마루오 사장이 일어섰다.

"새로운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을 임명하도록 하죠. 신속하게 조사를 시켜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는지 찾아내도록 말이오."

인사 담당인 아오키 이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럴 때 긴급 인사이동을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컴플라이언스실은 사장실 직속이오. 나한테 임명권이 있어요."

"물론 규정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대체 누가 이런 화급한 시점에......"

"마루오 전 직원 천팔백 명, 그중 이 궁지를 헤쳐나갈 인물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런 인물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어리둥절해 있는 마코토를 보며 마루오 사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안심하게. 반드시 최강의 상사를 보내줄 테니."

"...... 최강." - page 21 ~ 22


'최강의 상사' 아키쓰의 등장.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아키쓰는 그녀에게 '선배'라고 하는 '마코토'.

B&Y법률사무소의 야자와.

이렇게 세 명은 '최강'의 콤비를 자랑하며, 아니 무대포로 행동하는 아키쓰를 따라다니면서 환상의(?), 아니 환장의 콤비를 활약하며 컴플레인을 해결하게 됩니다.


동시에 마루오 사장은 왜 '아키쓰'를 불러들였는지에 대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오버랩되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김과장>

왠지 이 소설이 드라마로 재현된다면 아키쓰의 역으로는 김과장의 '남궁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엉뚱하지만 결국은 사건의 전말을 해결해 나가는 그의 모습.

주변에서 같이 일하기는 힘들지라도 그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최강'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로 파워 해러스먼트를 줄여서 '파와하라'라고 하는 신조어를,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를 줄여 '세쿠하라', 말이나 태도에 의한 정신적 폭력인 모럴 해러스먼트를 '모라하라'라고 불리는 것을.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해러스먼트가 있음에 새삼 놀라웠습니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말과 행동의 횡포가 많았다니......


소설의 마지막 그의 모습.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인 아키쓰입니다. 편히 생각하시고 말씀해주세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일하기 쉬운 환경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page 350

왠지 재킷을 휘날리며 또다시 컴플레인을 해결할 그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는 시대.

이 대사가 부디 마지막이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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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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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책으로 만날 수 있기에 더없이 값진 이 책들.


이번에는 '장엄한 우주'를 주제로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주제가 반가웠던 것은 조금씩 읽고 있던 책과도 연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스모스』

광활한 우주 속 우리는 한 점, 아니 눈에도 보이지 않을 티끌과도 같지만 그런 우주 속 별에서 등장한 우리의 이야기.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이번 주제는 '천문학'과 관련된 학문이었습니다.

그럼 우선 천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천문학의 연구 대상은 태양과 태양계, 항성, 성간물질, 은하, 블랙홀과 같은 것이지만, 우주적 관점을 통해 인류의 미래와 인간의 정체성을 다른 차원에서 한층 더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page 5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서 비롯하여 우리의 정체성까지의 긴 여정.

그 여정을 이 책을 좇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우주에는 영원하고 불변하는 법칙이 있으며 우연적인 사건들은 그 법칙 외의 현상이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생각.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해 고대로부터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특히나 우리에게 친숙한 이 '플라톤'이 등장합니다.

그는 세계라는 활동사진을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그림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를 다른 소심한 철학자들처럼 오직 질서만을 사랑했고, 아테네 민주정치의 소란에 놀라서 개인의 가치를 극적으로 무시했다. (...) 그의 국가는 정적이다. (...) 이 국가에는 과학만 있고 예술은 없다. 이 국가는 과학적 정신에 소중한 질서만을 찬양하고 예술의 정수인 자유는 전적으로 무시한다. - page 26

플라톤을 비판했던 현대 철학자 듀란트.

그의 과학에 관한 인식 역시도 플라톤 시대에 머물러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이런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함없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세상은 생기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살아 있음은 자연의 매우 기본적인 상태였고, 오히려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은 '죽음'이었다. 만물에 생기가 가득한데 왜 어느 순간 생물은 죽음을 맞이하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생명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이 우주의 기본적인 상태인 것처럼 보인다. 현대인들은 이제 고대인들과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죽음의 공간인 우주에서 생명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기적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우주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page 70

더없이 별들이 반짝일 수 있는 곳.

광대하고도 먹먹한 우주라는 공간.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 우리에게는 죽음의 공간인 그 곳에서의 우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우주란 무엇인지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져있었습니다.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에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별의 진화, 별의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도 만들어졌고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들이 지구에 마련되었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러니 만약 하늘의 별에 관해 알기 원한다면 저 하늘을 보기 전에 먼저 거울 앞에 선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당신은 우주 역사의 체현이다. - page 200


마지막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는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약 6500만 년 전 혜성과 지구의 충돌은 공룡을 멸종으로 이끌었지만 전 지구적 관점으로 볼 때 생명은 여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았고 포유류가 번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자신을 적응시키며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은 생명의 위대한 특성이다. 이런 생존 능력은 결국 생명의 진화를 이끌어낸다.

진화할 수 없는 것은 생명이 아니다. 생명이라는 현상을 태초부터 미리 정해진 '원형'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고정된 질서는 생명에게 죽음을 뜻할 뿐이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긴다. 과연 생명은 어느 정도의 극한 환경에서까지 적응이 가능할까? 과학기술 문명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산소가 없어나 온도가 100도인 환경에서 영구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은 그만큼 연약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생명은 연약하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미생물의 세계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초기 지구의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그 변화도 심했다. 그럼에도 지구에는 생명이 출현했고 번성했다. 생명은 결코 연약하지 않다. - page 238 ~ 239

우리는 연약하더라도 결코 쓰러지지않음에.

강인한 생명력으로 생명의 진화를 이끌어가지만 결코 자만하지 말기를 일러주었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 우주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견하고 깨달아야함을 전해주었습니다.


오늘도 밤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과연 우주에서 바라본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탄생과 소멸 속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지며 살아가야할지 광대한우주만큼이나 생각이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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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 유럽 여행
권경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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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좋아하는 1인이라 그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무조건 읽어봅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맥주 한잔으로 만나는 더 리얼한 유럽!

저마다 특색있는 맛을 간직한, '맥주'의 본고장에서 맛보는 '맥주'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맥주 한잔, 유럽 여행


저 역시도 꿈꾸는 여행이었습니다.

맥주를 즐기면서 현지에서 맛보게 되는 맥주의 맛이......

그리고 더불어 유럽 여행.

그래서 이 책이 더 매력있게 다가온 것은 단순히 '어디에 다녀왔다'라는 여행이 아닌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를 보여주었기에 그들의 여행에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떠나게 된 곳은 '독일'.

맥주순수령으로 맥주의 종주국임을 자랑하는 나라, 독일.

이곳에서 마주하게 된 슈바이네학센과 소시지, 그리고 맥주.

맥주의 본맛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대형 양조장의 라거 맥주는 특별한 풍미도 향도 없기에 오로지 빨리, 또 차갑게 마실 수 있는 마케팅을 오랫동안 펼쳐 왔다. 때문에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럽의 맥주 온도는 미지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탄산을 강하게 주입하여 톡 쏘는 맛을 강조하고, 밋밋한 맛을 감추기 위해 더 차갑게, 더 빨리 마시게끔 하는 마케팅을 한 탓에 맥주 본연의 맛을 느껴볼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유럽에서 제공되는, 우리나라 펍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미지근한 온도의 맥주 맛을 느껴보면,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 절로 생각날 것이다. '맥주가 무슨 맛이 있어? 그냥 마시는 거 아니야?'라며 소맥을 말아왔던 수많은 이들이 '아~ 맥주에도 맛이 있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 page 28 ~ 29

요즘은 우리도 수제맥주 뿐만아니라 다양한 맥주들이 선보이면서 맥주 본연의 '맛'을 강조하기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유럽'이라는 이미지 때문일까......

우리의 '치맥'처럼 그들의 '족맥'이 너무나 부럽게 느껴졌었습니다.


이 책은 맥주 양조장을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나라의 일정 중간 중간에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로컬 펍을 찾아가 만난 매력적인 맥주 한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서는 음식과 어우러진 맥주의 이야기가, 진정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맥주의 맛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의 로망인 '체코'에서의 이야기는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체코'에 대한 로망이 있기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큰 감흥을 가진 1인이기에) 언젠가는 그곳에서의 맥주 한잔을 즐기고파 이 나라에서의 이야기는 다른 나라보다 한 자 한 자 열심히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일의 학센과 흡사한 체코 전통 돼지 족요리인 '콜레뇨'와 맥주 한잔.

필터링 되지 않은 밀맥주의 효모에서 나오는 향긋함과 강한 탄산의 경쾌함이 입안을 말끔하게 리프레시 해 준다. 무슨 연유로 세송이의 장미라는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무조건 알 것 같다고 믿고 싶어졌따. 맛 들인 요리에 멋들어진 맥주, 그리고 펍의 분위기까지.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문밖의 프라하가 우리를 재촉하고 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어느 것 하나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말 최적의 여흥을 갖고 펍을 떠났다. - page 182 ~ 183

기약없지만 언젠간 만날 그들.

입안의 군침을 삼키며 다음 여행을 쫓아다녔습니다.


책 속에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니 어차피 선택은 자신의 몫, 평소 즐기는 스타일의 맥주를 주문하든, 아니면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선택하든 본인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다수는 '우멀 억을까?'가 '무엇을 마실까?'에 앞선다. 술을 그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음식을 먹을 때 거드는 정도로 '안주가 맛있으면 어떤 술을 마시든 무슨 상관이야?'하는 인식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그렇다 보니 국산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혹평이 나오고, 항상 대형 공장의 양산 맥주에 대한 비평이 많다. 하지만 역으로 맥주 제조사의 항변을 들으면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만들고 출시해도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카스,하이트로 간다는 것이다. - page 237 ~ 238

우리 역시도 맥주 강대국이 될 수 있는데......

'맥주'를 그 자체로 인정해 주는 일.

'소주'가 세계화 속에서 자리잡은 것처럼 조금만 인식의 변화를 준다면 충분히 우리의 맥주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맥주를 위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맥주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여행인 『맥주 한잔, 유럽 여행』.

이 책을 보다 재미나게 읽기 위해선 옆에 캔맥주 하나 정도의 센스!

맥주를 즐기는 그의 모습에 마냥 부러웠습니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녹아 있는 맥주의 매력.

조금은 '알딸딸'한 취기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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