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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러스먼트 게임
이노우에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이 문구에 끌렸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해드립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지 않지만 직장을 다닐 때 누구나 겪었을 것입니다.
꼭 한 명씩!
내가 전생에 죄를 지었는지 꼭 집어서 '나'를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있어서 참으로 많은 한숨을, 술을 기울이며 아침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붙잡으며 다녔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과거지만......
하지만 제 주변 직장을 다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한결같습니다.
"일이 힘든 건 이해하겠지만......
사람이 괴롭히는 건 너무 힘드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없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
알고보니 <하얀 거탑> 각본가 이노우에 유미코 원작이라고 합니다.
너무나도 열심히 보았던 드라마!
우리나라에서도 '김명민' 배우가 열연을 펼쳤던 그 드라마.
이 소설은 무조건 읽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걱정 말게. 최강의 상사를 보내줄 테니."
『해러스먼트 게임』
해가 뜨기 전까지 한 시간이 승부처다.
배의 바닥을 두드리는 파도의 감촉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낚싯줄을 늘어뜨렸다. 바다는 아직 먹물을 떨어뜨린 듯 어둡다. - page 9
아침 물때라고 불리는 새벽 시간대에 낚시를 하는 그, 아키쓰 와타루.
오늘도 짠내를 풍기며 종업원들보다 조금 일찍 도야마 추오점에 출근한 그는 점포에서 입는 초록색 앞치마를 다리미로 꼼꼼히 다리면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확인합니다.
"매장은 저희한테 맡기고 따뜻한 커피나 한잔하시고 오세요."
"잘 부탁합니다. 오늘도 완전 편한 마음으로 손님들을 맞아주세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옵쇼!" - page 12
파트타임 주부들과 일제히 도야마 사투리로 "어서 옵쇼!"를 외치며 개점을 하는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점장님, 본사 인사부에서 전화 왔어요." - page 13
왜 전화가 왔는지 전혀 짚이는 게없는 아키쓰는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수화기를 듭니다.
수화기 넘어로 들리는 인사부장의 감정 없는 목소리.
"아키쓰 와타루 씨, 당신에게 인사이동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이동 근무지는 도쿄 본사로,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네? 이 시기에 이동이라고요?" - page 13
왜 하필 나인가?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도쿄롤 부랴부랴 달려가게 됩니다.
그가 다시 도쿄로 불러들이게 된 사건이 벌어지기 두 시간 전.
마루오 슈퍼 고객상담실에 갑자기 젊은 여자의 성난 목소리가 들여옵니다.
"우리 아이가 죽었으면 어쩔 뻔했어요!" - page 14
사건의 전말은 다섯 살 아들이 아침식사로 크림빵을 먹고 있었는데 빵 안에서 1엔짜리 동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크림빵은 마루오의 오리지널 브랜드 상품이면서 곧 있으면 시나가와점의 오픈까지 있기에 회사 차원에서는 이 컴플레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마코토가 더 참지 못하고 시계를 보았을 때 비로소 마루오 사장이 일어섰다.
"새로운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을 임명하도록 하죠. 신속하게 조사를 시켜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는지 찾아내도록 말이오."
인사 담당인 아오키 이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럴 때 긴급 인사이동을 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컴플라이언스실은 사장실 직속이오. 나한테 임명권이 있어요."
"물론 규정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대체 누가 이런 화급한 시점에......"
"마루오 전 직원 천팔백 명, 그중 이 궁지를 헤쳐나갈 인물이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런 인물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어리둥절해 있는 마코토를 보며 마루오 사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안심하게. 반드시 최강의 상사를 보내줄 테니."
"...... 최강." - page 21 ~ 22
'최강의 상사' 아키쓰의 등장.
그리고 그의 하나뿐인, 아키쓰는 그녀에게 '선배'라고 하는 '마코토'.
B&Y법률사무소의 야자와.
이렇게 세 명은 '최강'의 콤비를 자랑하며, 아니 무대포로 행동하는 아키쓰를 따라다니면서 환상의(?), 아니 환장의 콤비를 활약하며 컴플레인을 해결하게 됩니다.
동시에 마루오 사장은 왜 '아키쓰'를 불러들였는지에 대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오버랩되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김과장>
왠지 이 소설이 드라마로 재현된다면 아키쓰의 역으로는 김과장의 '남궁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엉뚱하지만 결국은 사건의 전말을 해결해 나가는 그의 모습.
주변에서 같이 일하기는 힘들지라도 그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최강'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로 파워 해러스먼트를 줄여서 '파와하라'라고 하는 신조어를,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해러스먼트를 줄여 '세쿠하라', 말이나 태도에 의한 정신적 폭력인 모럴 해러스먼트를 '모라하라'라고 불리는 것을.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해러스먼트가 있음에 새삼 놀라웠습니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말과 행동의 횡포가 많았다니......
소설의 마지막 그의 모습.
"컴플라이언스실 실장인 아키쓰입니다. 편히 생각하시고 말씀해주세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일하기 쉬운 환경이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page 350
왠지 재킷을 휘날리며 또다시 컴플레인을 해결할 그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하는 시대.
이 대사가 부디 마지막이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