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왕찬현 지음, 기해경 그림 / 파람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에게도 남편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연하이고

남편이고

돈을 벌어주는 남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저와 하나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주부'의 생활은 안하지만 '연하'이고 '남편'의 심정은 어떨지......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


그에게서 '주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부의 마음이란 이렇구나.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배우자를 위해 요리하고, 청소하고, 밤늦게까지 상대를 기다린다.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정성 들여 만든 요리를 맛있다고 말해주는 상대를 보니 마음이 자연스레 풀리는구나. 배우자는 고생하며 일을 하고, 나는 그런 배우자를 보필하며 고생스러운 집안일을 하고 있다. 건강한 가정을 위한 꽤나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다. - page 8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전한 그의 '닭백숙' 이야기는 참으로 공감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밖에서 일하느라 고생하는 건 알지만......

가끔은 우리의 심정도 알아주면 안될런지......

남편에게 생색내는 것은 아니지만 넌지시 이 책을 권해주고 싶었습니다.


'연하' 남편인 그의 이야기에서 나의 남편이 한 때 했던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요컨대 주장의 핵심은 연상 여친의 매력이라 하면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것. 누님의 행동과 말에는 어떤 권위와 품위가 묻어있다. 그건 강압적이지 않을 뿐더러, 재즈처럼 따뜻하고 바닐라 라테처럼 달달하다. 노련한 누나들은 본능적으로 어린 남자를 어떻게 다루는지 아는 듯 같다. 말을 놓았던 것도 상냥한 권위를 그대로 따랐을 뿐인데, 새삼 억울함이 밀려온다. 덕분에 투철한 예의범절로 무장했던 후배는 꼼짝없이 위아래도 모르는 시건방진 남자가 되어버렸다. 온기를 담으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상대를 홀리는 품격, 그것이 내가 경험한 연상의 매력이다. - page 128 ~ 129

그래서 지금의 나의 연하 남편은 후회한다는......

'오빠'라 불리고픈 욕망을 채우지도 못한 채 오늘도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솔직히 제 주변에도 '결혼'에 조심스러운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 친구가 묻는 질문.

결혼을 하는 게 나을까?

안 하는 게 나을까?

이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찾았습니다.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만나 평생을 약속한다는 것이 여전히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을까? 결혼을 위한 무수한 고되들에 혼란스럽다. 성격, 수입, 대출, 집, 출산, 육아, 양가 부모님과의 관계 등,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더 복잡해지는 것만 같다. 이미 결혼이 손쉬운 포기의 선택지가 되어버린 시대에 평생의 반려자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낭만주의자라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겠다. 결혼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는 아니기에,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그 누구도 이를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세상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반쪽을 만난다는 것. 그 이유만으로도 결혼은 그럭저럭 괜찮은 답지다.


부부로서의 삶은 고됨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옆에서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면 손끝까지 채워지는 충만함을 느끼곤 한다. 더러 팍팍한 현실에 숨이 막힐 때, 적어도 한 사람은 내 옆에 있다는 안도감이야말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시시각각 흔들리는 위태로운 나를 포기하지 않을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꽤나 든든한 일이다. - page 229 ~ 230

그래도 결혼하기를 잘 한 건......

아마도 내 편이 되어줄 한 사람을 얻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님'과의 소소한 일상 속 로맨틱하고도 스릴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돌이켜보면 내 결혼 생활은 티격태격하기만 한 것 같기에 지난 세월이 아쉽기만 하였습니다.

마냥 바라보기만 해도 으르렁 거렸던 우리.

아마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기에 그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그가 건넨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그.

책을 읽고나니 조금은 달라 보였습니다.

결혼하기 전 '사랑'이라 믿으며 '평생'을 약속했는데 지금의 우리는 왜 그토록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오늘은 그와 함께 가볍게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지난 감정을 떠올리며 서로의 소중함을 느껴보려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