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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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 작품.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저 '수능'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만, 그리고 대략의 줄거리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읽게 된 건 아무래도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서였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세계 최고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를 제대로 만나고자 합니다.

햄릿

 


두 파수병, 바나도와 프란시스코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바나도 거기 누구냐?

프란시스코 아니, 내가 할 소리. 멈춰라. 정체를 밝혀라! - page 11


한밤중,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합니다.


마셀러스 그래, 그게 오늘 밤에도 또 나타난 건가?

바나도 아무것도 못 봤어.

마셀러스 호레이쇼는 그저 우리의 망상이라며

도무지 믿으려 들지 않아,

우리가 두 번이나 목격한 그 끔찍한 광경을 말야.

그래서 내가 오늘 밤 와서 함께

경계 근무를 서자고 졸랐다네.

유령이 또 나타나면 우리 눈을 믿을 거고,

말을 붙여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 page 13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저번처럼 돌아가신 선왕과 똑같은 모습으로 유령이 나타났습니다.

무언가 입을 열어 할 말이 있어보이는 유령.

그들은 이참에 햄릿 왕자님께 이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합니다.


햄릿 왕자는 그들과 함께 유령을 만나러 갑니다.

어김없이 등장한 유령.

이번엔 유령이 왕자에게 손짓을 합니다.

마치 그에게만 긴히 하고픈 말이 있는 것처럼.

왕자는 주저함없이 유령을 쫓아갑니다.


드디어 입을 연 유령.

다름아닌 그의 아비 혼령이었습니다.


유령 추악하기 그지없는, 최선이라도 다를 바 없지만,

가장 추악하고, 해괴하고, 인륜에 반하는 살인이다. - page 59


햄릿 왕자에게 자신이 죽게 된 경위를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숙부가 아버지에게 증류액을 귀에 부어 넣어 동생의 손에 의해 목숨과, 왕관과, 왕비를 일순간 뺐겼고, 더구나 성체성사도, 고해성사도, 도유성사도, 결산 마감도 없이 죽게 되어 유령이 되어 떠돌게 되었다는 사실.

이 이야기를 들은 햄릿 왕자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숙부, 이런 게 당신이야. 이제 이게 내 신조다.

'안녕, 안녕, 날 기억해라.'

난 맹세했다. - page 65


그렇게 햄릿 왕자는 복수를 계획하게 됩니다.

우선 자신이 미친 척 합니다.

걱정이 된 왕과 왕비는 왕자가 왜 미치게 되었는지 이유가 궁금하던 그때.

플로니어스가 그 이유를 왕과 왕비 앞에서 고하게 됩니다.

자신에게는 여식 '오필리아'가 있는데 햄릿 왕자가 딸아이에게 사랑을 구애하고 그에 퇴짜를 맞아 슬픔에 빠져 내리막길을 가다가 마침내 미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곤 그에겐 다른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피살과 내용이 비슷한 연극을 숙부 앞에서 공연하는 것.

여기서 '햄릿'의 유명한 명대사가 등장합니다.

 


공연을 본 왕은 지난 자신의 과오에 반성을 하고 그 모습을 본 햄릿 왕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보다 확신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왕비는 햄릿 왕자에게 공연에 대해 비난하면서 아들의 행동 역시도 꾸짖다가 그만 플로니어스를 죽이게 되고 이로인해 그의 딸 오필리아도 미쳐서 물에 빠져 죽게 됩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동생마저 잃어버리게 된 '레어티스'.

아버지를 죽인 햄릿 왕자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뽑아듭니다.


복수의 복수.

그 끝은 참으로 '비극'으로 끝이나게 됩니다.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는 건 우리의 내면과도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되었습니다.

특히나 햄릿 왕자를 빗대어 '햄릿 증후군'.

그래서 책을 읽고나서도 '햄릿'이란 인물에 대한 진한 여운이 남곤 하였습니다.


4대 비극 중 하나를 읽고나니 나머지 비극도 궁금하였습니다.

그 비극들 속엔 어떤 우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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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권승호.김경희 지음 / 미스터제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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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짜릿할 때는 아마도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무심코 읽게 된 이 책.

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일기를 안 쓰는 1인으로 매일 일기를 쓴다는 그녀 '김경희'씨가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런! 데!!

굉장히 사적인 그 공간인 '일기'를 보았다는 남편 '권승호'씨.

거기에 덧붙여 답글을 쓰셨다는 점에서 뭔지 모르겠지만 '우와~'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은 게 현실이었습니다.


이렇게 사적인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이야기와도 같았기에, 아니 우리네 인생과도 같았기에 공감하면서 읽어내려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잊혀졌던 제 이야기마저 어렴풋이 떠올라 '그땐 그랬지!'라는 감정으로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선'으로 만나게 된 이들은 처음부터

'어멋! 우린 인연이야!'

라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

그는 도도하고 차가웠던 그녀.

그렇게 서로의 연락처는 각자 간직한 채 첫만남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들은 '인연'이었나봅니다.

등 떠밀려 다시 만난 그들은 그때부터 조금씩 인연의 끈을 부여잡게 되더니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설레면서도 두려운, 뒤숭숭한 마음을 다잡고 '가족'이 된 그들의 모습은 제 모습과도 닮아있었기에 다시금 결혼 전의 그 마음이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서로 남이었던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

저도 겪어보았지만 그리 순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한 사람들이 미혼인 이들에게

"넌 결혼하지말고 혼자 잘 살았으면 좋겠다!"

"결혼은 미친 짓이야!"

라고 외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티격태격......

그래도 부부싸움은 조금씩 서로를 위한 배려(?)로 그 상처들을 어루만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아이가 태어나게 되고 비로소 '부모'의 자리에 서게 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제 모습과 비교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에게서 배운 점.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어떤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인지는 모른다.

우리는 그저 그 과정 위에서 최선을 다할 뿐. - page 85

그렇게 아이가 성장하는만큼 어른들도 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일까......

그들이 전하는 부모를 향한 이야기는 눈물 짓게만 하였습니다.

아마 제가 불효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이야기가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사람의 생명이야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절대자의 몫이기에 어찌할 수 없다 해도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 어머님께 더운 밥 한 끼라도 내 손으로

대접할 수 있음이 그저 감사하고,

비록 힘은 없으시지만 아직은 두 다리로

정정하게 걸어 다니시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본다. - page 136


이 책을 읽으면서 '일기'를 써야할 이유를 찾았습니다.

어릴 적 행복한 기억들이

지금의 아내를 여전히 행복하게 하고 있으니

추억이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 page 151

기억엔 한계가 있기에,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변형될 수 있기에 기록으로 남겨 그때의 추억과 행복을 변형없이, 고스란히 받을 수 있기에 일기라는 것을 써야함을 깨닫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30여년의 시간과 함께 그들은 서로 존중하며 닮아가며 그렇게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속엔 때론 미움이, 다툼이 있을지언정 결국엔 그 모든 것이 '추억 속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저는 결혼 6년 차에 접어들기에 아직도 티격태격 서로 으르렁 거리면서, 아직 어린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내기에 진정 이런 삶이 행복일까라며 스스로 묻고 때론 좌절하기에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그들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저 역시도 되돌아보면 이 시기가 '행복'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겠지요......


책을 읽고나니 마치 『그남자 그여자』의 결혼 후와도 같았습니다.

서로 자신의 심정을 담은 이 책, 『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한창 신혼인 이들에겐 앞으로의 지침서처럼, 가정을 꾸리는 이들에겐 공감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훔쳐봐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덕분에 위로와 공감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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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 -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든 상식과 만나는 시간
이현민 지음 / 북스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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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끌렸던 건 이 한 문장이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쌓여 우리 삶의 상식이 된다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든 사건이 상식이 된 순간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일상을 바꾼 이야기의 순간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프랑스의 백성들이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을 잘라 버림으로 백성에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사건.

대개 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추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

바로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민주주의가 아닌 '단두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신분제를 없애고 사람의 삶을 평등하게 만들어 주었을 뿐이었지 아직 죽음까지 평등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잣거리 아무개의 모가지와 고귀하신 왕의 목을 똑같은 단두대에서 자른 것은 인간을 죽는 순간까지 평등하게 만들어 준 사건이었다. 즉, 단두대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 역할을 한 것이다. - page 4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이제서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순간'을 알려주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았습니다.


총 네 가지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식사, 유행, 쓸모, 혁명.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며 살아왔던 일상들 속에 갖가지 이야기의 순간들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아하!'하며 또 하나의 순간을 '캐치'할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빨대는 맥주를 먹기 위해 탄생했다>.

솔직히 술을 빨대로 마셔본 적이 있는데 취기만 금방 오를 뿐 마시는데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조금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빨대로 맥주를 마신 이유가 있었습니다.

수메르인들이 맥주를 만든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커다란 항아리에 빵을 짓이겨 물과 함께 넣어서 자연적으로 발효가 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한 효모가 빵 속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토해내면서 맥주가 되었다. 맥주는 물컹해진 빵찌꺼기와 함께 뒤섞여 매우 탁한 상태로 항아리에 담겨있게 되었다. 이것을 걸러 먹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수메르인들의 선택은 빨대였다. - page 77 ~ 78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술집에선 온도가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푸라기를 이용해 위스키를 빨아 먹는 게 유행이었던 적도 있었다니!

(하지만 역설적으로 술의 맛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빨대는 갈대대롱에서 시작하여 종이빨대로, 플라스틱빨대의 발전과정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의미있는 현재 빨대의 역습.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베트남 전쟁에서 사람을 살린 순간접착제>.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목숨을 잃는 가장 큰 이유는 과다출혈이었다고 합니다.

전쟁 속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란 기대하기 어려웠기에 제대로 된 지혈을 하지 못해 별 것 아닌 부상으로도 죽어가는 병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쿠버는 사람의 피부조직도 빠르게 붙여버리는 순간접착제의 특성을 활용하여 병사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동안 지혈로 스프레이 형태 순간접착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로 많은 목숨들을 살리지만 FDA는 이를 의료용으로 허가하기를 거부합니다.

이유는 순간접착제 성분인 시아노아크릴레이트는 분해되면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성이 없는 옥틸계 시아노아크릴레이트가 개발되면서 FDA도 순간접착제를 의료용으로 승인 해주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 하나의 물건이 다양한 역사와 함께 그 용도마저도 다양해지는 과정을 보니 모든 것의 이야기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할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유튜브 지식 채널 '티슈박스'가 궁금하였습니다.

그가 알려주는 상식이 5분 안팎으로 짧지만 깊숙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책에서 소개해준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다시 보아도 재미있었습니다.

종종 그의 채널을 구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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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름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2
루치루치 지음 / 북극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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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인형마다 이름을 지어주곤 합니다.

유치원 친구들의 이름.

동생 이름.

엄마 아빠 이름.

모든 인형들에게 이름을 부르며 일명 '선생님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던지는 아이.

"엄마! 왜 내 이름이 ○○○예요?"

음......

어떤 대답을 해 주어야할지 모르던 찰나 이 동화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이름

 


책장을 펼치니 아빠 곰이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를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동화 『최고의 이름』.

마침내 아빠 곰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기 곰.

아기 곰에게 최고의 이름을 지어 주기 위해서 숲속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에디슨'처럼 똑똑하면 좋겠어요.

코끼리처럼 튼튼해야 오래 살지.

멋진 모험도 하면서 살아야지.

영웅.

모든 동물이 우러러보는 왕.

어린 왕자처럼 따뜻한 마음.


좋은 의미를 담아 드디어 완성된 아기 곰의 이름.

 


와~!

정말 최고의 이름이 탄생하였습니다.


그렇게 '곰 에디슨 덤보와 앨리스 슈퍼맨과 원더우먼 저 푸른 초원의 심바 어린 왕자와 장미'는 무럭무럭 자라 친구들과 신나게 놀게 됩니다.

꼭 꼭 숨어라~!


그러다 그만 풍덩!

연못에 빠져버린 '곰 에디슨 덤보와 앨리스 슈퍼맨과 원더우먼 저 푸른 초원의 심바 어린 왕자와 장미'.

아빠 곰은 눈물을 흘리며 곰순이, 아니 '곰 에디슨 덤보와 앨리스 슈퍼맨과 원더우먼 저 푸른 초원의 심바 어린 왕자와 장미'를 구하러 숲속 친구들과 함께 연못으로 달려갑니다.


멋진 하마 아저씨.

꿀꺽 꿀꺽

무사히 아기 곰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빠 곰은 또다시 아기 곰의 이름을 지어줍니다.

 


우리 아이.

아기 곰 이름만 읽으면 꺄르륵~ 웃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엄마! 나는 이 아기 곰 이름을 못 외우겠어요! 근데 왜 이름을 길게 지어준거예요?"

"엄마랑 아빠가 아기를 사랑해서 그래. 그래도 너무 길면 나중에 이 아기 곰처럼 위험할 때 안 좋겠다. 그치?"

"네! 너무 긴 이름보다 지금 제 이름이 좋아요!"

"응! ○○도 엄마랑 아빠가 너~무 사랑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거야! 알겠지?!"


그림책을 읽고나서 아이에게 이런 이름도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또다시 배꼽을 잡는 아이.


그러고보니 책도 있었습니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이번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이름을 다시 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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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 최인호 여행산문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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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그만 이끌렸습니다.

산다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노력만하면 마냥 행복하게 살 것 같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기에 삶의 무게에 그만 휘청이기도 일쑤.

그래서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자 '여행'을 택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인호 작가는 20년의 시간, 200개의 도시, 50개의 문학과 철학의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여느 여행책과 달리 여행 속에 '사유'가 담겨 있었기에 느리고 천천히 오감으로 여행에서의 '낯섦'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 <트래블러 - 아르헨티나> 프로그램을 열심히 시청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거대하고도 낯선 땅 '아르헨티나'.

저에게 인상깊었던 '탱고'.

사람들이 모여

하나로 맞댄 가슴과 네 개의 다리로 추는 춤

탱고를 췄다

 - JTBC <트래블러 - 아르헨티나>에서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반도네온의 슬픈 노래에 맞춰 슬프고도 아름다운 춤, 탱고.

하지만 이 글을 읽고나니 더없이 씁쓸하였습니다.

그 옛날 지친 육신을 달래기 위해, 자신들의 가난한 욕망을 위로하기 위해, 서로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추었던 춤이 이제는 생계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삶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탱고가 빛을 잃고 어두운 골목을 헤매고 있는 모습이 애잔하기까지 하다.


"인간의 몸은 인간의 영혼을 보여주는 최고의 그림이다."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의 이런 옹호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춤추는 몸은 아름다움을 상실한 채 가냘픈 하이힐에 힘겹게 매달려 살아가는 시든 장미였다. - page 59

그럼에도 탱고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아르헨티나 영화 <탱고>에서 중견감독역의 마리오는 젊고 아름다운 탱고 무용수 앨레나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육신이 쇠약해질수록 정신은 더 왕성해지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젊은이들처럼 살면 왜 흉해 보이는 걸까?"

그는 자신의 육체는 늙어가지만 사랑의 욕망은 더 젊어지고 뜨거워진다는 사실을 애원하듯 그녀에게 쏟아낸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은 육신과 정신의 엇갈림 속에서 눈물을 흘린다. 아! 모순된 인생과 사랑이여, 슬프도록 아름다운 탱고여. - page 64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기 때문인가봅니다.

또다시 방송에서 보았던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다음장으로 떠나려는 발걸음을 잠시 늦추었습니다.


그는 여행의 모습에서 방황하던 저에게 던진 질문과 답이 있었습니다.

"오지의 고산 부족을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찾아 헤맨 여행객은 처음 만났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들을 찾아다닌 겁니까?"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은 내가 나에게 벌써 했어야 하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찾으려고 온 건 분명한데......"

그러자 그는 되물었다.

"이들의 삶이 특별한가요? 당신이 찾는 건 당신과 다른 삶 아닐까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내가 찾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어떻게 찾아요?"

"맞아요, 찾을 수 없죠. 아마도, 나는 찾을 수 없는 것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안개 속에서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말예요."

린은 다시 말했다.

"그럼, 영원히 못 찾겠네요."

"아마도 그럴 걸요. 음...... 하지만 찾을 필요가 없을지도 몰라요. 그것들은 단지 흔적일 테니까요." - page 128 ~ 129

내가 그토록 방황했던 이유.

결국은 찾을 필요가 없는 무언가를 마냥 좇았던 것은 아닌지 되물어봅니다.


우리가 그토록 '여행'을 갈망하는 이유.

그에 대한 답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게으르고 자유로운 삶을 좇는 여행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걸까? 그것은 이성의 허영심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결과물이다. 우리들은 이성의 완전성을 감탄하며 그의 노예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인으로서의 이성은 우리를 시계태엽 속으로 밀어넣어 권태롭게 만들었다. 그러자 비합리적이며 볼품없어 보이던 감성들이 작은 들꽃처럼 저항하듯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성의 위선들로부터 자신들을 멀리 떠나보내기 위해 몸부림 쳤다. 작은 감성들의 반란이 배낭을 메게 만든 것이다. - page 258

절망의 늪에 빠져 있는 나를 찾기 위해......


낯선 곳으로의 떠남.

그 곳에서 만나는 떨림과 두려움, 자유로움과 고독함.

이 모든 것은 내 존재의 필연적 존재이기에 떠나야함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제목은 파블로 네루다의 <산책>의 일부였습니다.



그는 이 시를 통해 자신이 떠나야 할 이유를 찾았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우리는 너무 빨리 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달리고만 있는 건 아닌가? 이제 우리는 저 만치서 헐떡이며 쫓아오는 우리의 영혼을 위해 하던 일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바람에 영혼을 실어 무지개가 있는 곳으로, 당신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고독하게 떠나야 한다. 사람들과 반대로 걸어가야 한다. - page 353


종종 이 여행에세이를 꺼내읽어야겠습니다.

더이상 지친 몸을 이끌 자신이 없기에......

소리 없이 우울함 속에서, 권태로움 속에 빠져있을 내가 가엾기에......

잠시나마 책을 읽으며 사색으로의 여행을 떠나고자 합니다.


책을 읽고나서 문득 떠오른 노래가 있었습니다.

홍진영의 <산다는 건>

어느 구름 속에 비가 들었는지 누가 알아
살다보면 나에게도 좋은 날이 온답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래요 힘들고 아픈 날도 많지만
산다는 건 참 좋은 거래요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 홍진영의 <산다는 건> 중에

산다는 게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참 좋은 거라는 이 노래가사가 참으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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