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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권승호.김경희 지음 / 미스터제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제일 짜릿할 때는 아마도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무심코 읽게 된 이 책.
『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일기를 안 쓰는 1인으로 매일 일기를 쓴다는 그녀 '김경희'씨가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런! 데!!
굉장히 사적인 그 공간인 '일기'를 보았다는 남편 '권승호'씨.
거기에 덧붙여 답글을 쓰셨다는 점에서 뭔지 모르겠지만 '우와~'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은 게 현실이었습니다.
이렇게 사적인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이야기와도 같았기에, 아니 우리네 인생과도 같았기에 공감하면서 읽어내려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잊혀졌던 제 이야기마저 어렴풋이 떠올라 '그땐 그랬지!'라는 감정으로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선'으로 만나게 된 이들은 처음부터
'어멋! 우린 인연이야!'
라는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
그는 도도하고 차가웠던 그녀.
그렇게 서로의 연락처는 각자 간직한 채 첫만남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그들은 '인연'이었나봅니다.
등 떠밀려 다시 만난 그들은 그때부터 조금씩 인연의 끈을 부여잡게 되더니 결국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설레면서도 두려운, 뒤숭숭한 마음을 다잡고 '가족'이 된 그들의 모습은 제 모습과도 닮아있었기에 다시금 결혼 전의 그 마음이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서로 남이었던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
저도 겪어보았지만 그리 순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혼한 사람들이 미혼인 이들에게
"넌 결혼하지말고 혼자 잘 살았으면 좋겠다!"
"결혼은 미친 짓이야!"
라고 외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티격태격......
그래도 부부싸움은 조금씩 서로를 위한 배려(?)로 그 상처들을 어루만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 아이가 태어나게 되고 비로소 '부모'의 자리에 서게 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제 모습과 비교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에게서 배운 점.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인지,
어떤 것이 가장 옳은 선택인지는 모른다.
우리는 그저 그 과정 위에서 최선을 다할 뿐. - page 85
그렇게 아이가 성장하는만큼 어른들도 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일까......
그들이 전하는 부모를 향한 이야기는 눈물 짓게만 하였습니다.
아마 제가 불효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이야기가 가슴에 새겨졌습니다.
사람의 생명이야 생사화복을 주관하는
절대자의 몫이기에 어찌할 수 없다 해도
있을 때 잘하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지금 어머님께 더운 밥 한 끼라도 내 손으로
대접할 수 있음이 그저 감사하고,
비록 힘은 없으시지만 아직은 두 다리로
정정하게 걸어 다니시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지.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본다. - page 136
이 책을 읽으면서 '일기'를 써야할 이유를 찾았습니다.
어릴 적 행복한 기억들이
지금의 아내를 여전히 행복하게 하고 있으니
추억이란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 page 151
기억엔 한계가 있기에,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변형될 수 있기에 기록으로 남겨 그때의 추억과 행복을 변형없이, 고스란히 받을 수 있기에 일기라는 것을 써야함을 깨닫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30여년의 시간과 함께 그들은 서로 존중하며 닮아가며 그렇게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속엔 때론 미움이, 다툼이 있을지언정 결국엔 그 모든 것이 '추억 속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저는 결혼 6년 차에 접어들기에 아직도 티격태격 서로 으르렁 거리면서, 아직 어린 아이들과 정신없이 지내기에 진정 이런 삶이 행복일까라며 스스로 묻고 때론 좌절하기에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그들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저 역시도 되돌아보면 이 시기가 '행복'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겠지요......
책을 읽고나니 마치 『그남자 그여자』의 결혼 후와도 같았습니다.
서로 자신의 심정을 담은 이 책, 『남의 일기는 왜 훔쳐봐 가지고』.
한창 신혼인 이들에겐 앞으로의 지침서처럼, 가정을 꾸리는 이들에겐 공감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일기를 훔쳐봐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덕분에 위로와 공감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