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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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모르는 그 이전의 역사, 맵디매운 추위를 견뎌내며

이 땅에 도달한 바이칼호 나그네들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뜁니다.

p. 61

세 번째 만나는 이어령 교수의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제목은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이다. 1권이 별의 지도, 2권이 땅속의 용이 울 때였는데 1권은 천(天), 2권은 지(地) 그리고 3권은 인(人)이다. 바로 하늘과 땅과 사람의 이야기를 각 권에 담았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인데, "바이칼 호"라는 낯선 지명이 등장한다. 바이칼호는 러시아의 호수인데, 이 바이칼호와 한국인의 얼굴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인종 이야기가 등장한다. 흑인(니그로이드), 백인(코카소이드), 황인(몽골로이드)로의 구분한 용어가 실제 상당히 인종차별적이고 특정 인종의 우월성을 뜻하는 말이라는 내용과 함께 과거 몽골병이라고 불렸던 병(다운증후군)은 몽골인 형 백치라고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 병에 걸린 아이들이 몽골인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니 씁쓸하기만 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루시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데, 바로 현생인류가 흩어졌다고 보인다. 그중 몽골로이드는 북방계와 남방계로 나누어지는데, 어느 곳으로 이주해서 살게 되었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시베리아의 추운 기후를 견디며 정착한 이들은 북방계(신 몽골로이드)이고, 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한 이들은 남방계(고 몽골로이드)가 된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바이칼호는 바로 북방계로 우리나라는 북방계가 60% 이상이라고 한다. 코카소이드에 비해 코가 낮고 뭉툭하고, 쌍꺼풀이 없이 두툼해진 눈을 가졌으며, 광대뼈도 튀어나온다. 저자는 바로 이런 한국인의 얼굴이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한다. 맹렬한 추위를 이겨낸 한국인의 피 속에 바로 그런 유전적 요소가 얼굴로 드러났다고 말이다. 바로 바이칼호의 추위 속에서 살아남은 한국인들 말이다.

책에는 얼굴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역시 이어령 교수만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다. 얼굴 속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 표정들, 수천 년을 이어진 미소와 성형과 화장 그리고 눈빛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인의 얼굴을 풀어낸다. 얼굴과 이름. 내 것이지만, 나보다 남이 더 많이 부르고 보는 게 바로 얼굴과 이름이라는 것. 그렇기에 얼굴도 이름도 어찌 보면 나보다 남을 위해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는 데 나 역시 공감한다. 당장의 우리는 미남과 미녀를 원하지만, 내 얼굴 안에는 그동안 조상들이 뿌리를 내리며 버티고 살아온 역사가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너무 원망하고 미워하지는 말자.

이번에도 이어령 교수의 책을 읽으며 예상치 못한 포인트들을 여럿 만났다. 한국인이라 하지만, 한국인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꿰뚫고 이야기하는 그의 안목에 다시 한번 놀랐다. 천지인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고, 앞으로 이어지는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표현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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