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지은 집 - 가계 부채는 왜 위험한가
아티프 미안 & 아미르 수피 지음, 박기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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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계와 과학적 기법을 이용해서 오늘날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왜 심각한 불황들이 발생하는가? 우리는 대침체와 그로 인한 결과를 막을 수 있었는가? 우리는 이런 위기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실증적인 증거에 기반을 두고 이러한 질문들에 답할 것이다."

 

<빚으로 지은 집>은 책 서두에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책 전반을 통해 답변을 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심각한 불황과 대침체가 일어나는 이유는 '소비의 감소' 때문이다. 즉, 수요 측면이 문제이다. 경제 상황은 수요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소비가 감소하는가? 바로 '빚' 때문이다. 왜 빚인가? 빚과 집값 폭락이 결합된 순자산의 감소는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출의 증가는 거품을 낳는다. 거품이 대출의 증가를 낳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실험을 통해 빌린 돈으로 구매하게 될 때 거품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거품은 꺼지게 되고 이는 집값 폭락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단순히 빚이 있는 가계뿐 아니라 빚이 없는 가계의 소비도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빚으로 산 집은 집값이 하락하면 압류가 되는데 이는 전체적인 집값 하락을 불러오는 외부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의 축소는 기업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빚으로 지은 집>에서는 위에서 간략히 살펴본 것처럼 빚이 바로 문제의 근원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빚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기본적으로 금융 시스템에는 돈을 빌리는 '채무자'와 돈을 빌려주는 '은행'혹은 '대부자'가 존재한다. 그리고 채무자가 대부자에게 '빚(debt)'을 지게 된다. 문제는 손실이 채무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손실이 채무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부의 불평등과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다. 대출이 많은 경제에서 집값이 폭락하면 순자산이 적은 채무자들이 손실의 가장 큰 부분을 감당하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도는 더욱 악화된다. 저축자가 손실을 입은 상황이 오더라도 상대적인 측면에서 이들의 상황은 오히려 개선된다. 위의 예에서, 집값 하락 이전 주택 소유자는 집값의 20퍼센트를, 저축자는 8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 소유자는 전 재산을 잃게 되고, 저축자는 집값의 100퍼센트를 보유하게 된다."
 
즉, 1억 원을 가진 사람이 5억 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4억 원을 빌려야 한다. 그런데 집값이 폭락해서 4억 원이 되면 1억 원을 가졌던 사람은 빈털터리가 되고 4억 원을 빌려준 사람은 기존에는 아파트의 80%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제는 100%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빚은 부의 불평등이 더 심해지는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물론, 집값이 6억 원으로 오르면 1억 원 가진 사람은 자산이 두 배가 되는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지만, 문제는 거품으로 형성된 가격은 언젠가는 폭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무분별한 대출은 이런 거품을 부추긴다. 또한, 빚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자산이 하락할 때, 순자산 감소 폭이 커지게 되고 결국 이는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내용을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빚은 보험과 정반대로 위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빚은 주택 소유와 관련된 위험을 분산시키기는 커녕 그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가장 적은 사람들에게 위험을 전가시킨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빚은 대침체기 동안 부의 불평등을 두드러지게 심화시켰다. 빚은 또한 압류를 통해 자산 가격을 떨어뜨린다. 떨어진 자산 가격은 모기지 대출을 이용한 주택 소유자의 순자산을 크게 감소시키며 이는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침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의 원인이 과도한 부채와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순자산 감소, 그리고 이어지는 소비의 감소에 있었으니 이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대침체는 방지하는 방법이다. 이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을 저자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부채탕감과 채무 계약의 경직성 완화이다.

 

먼저, 직접적인 부채 탕감이다. 정부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은행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은행이 파산하거나 마비되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위기가 온다는 논리가 항상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논리에 대해 '예금주와 지급 결재 제도는 보호되어야 하나, 이것과 은행의 장기 채권자와 주주를 지원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서 '실제로 주주와 장기 채권자들의 투자금을 완전히 없어지게 하면서도, 지급 결제 제도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책에서도 은행이 금융 중개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을 너무 우선시한 나머지 대침체의 주요 원인인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가계를 구제할 수 여러 방법들이 사장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중 한가지 방법이 적극적인 부채 원금 탕감이다. 

 

원금 탕감을 이야기할 때 제기되는 두 가지 반론이 있는데 바로 은행의 이익 감소 및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다. 이와 관련해서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반론자들은 원금을 탕감하면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채무자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이 정책을 악용할 소지가 높다고 주장한다. 즉, 탕감 받을 것을 예상하고 돈을 빌려 가고 갚을 의지도 없고 애초부터 파산신청을 해서 원금을 갚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상황과 맞지 않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주택을 구매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대출을 받아서 사는 것이지 원금을 탕감 받을 것을 예상하고 계획적으로 빌리고 계획적으로 파산을 하려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다음의 이유를 들어가며 원금 탕감을 도덕적 해이와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는 또 다른 이유로 맞지 않는다. 집값 하락은 주택 소유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기 때문이다... 집값의 전반적인 하락 같은 경제 전반에 걸친 총체적 충격은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의 관점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책에서는 원금 탕감을 통해 '단순히 채무자의 부담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채권자가 아무에게나 무분별하게 대출해 주는 것을 막는 억제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원금 탕감을 받은 채무자들의 대출 상환율이 더욱 높을 뿐 아니라 채무 불이행이 다시 발생할 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수입과 고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서 나온 레버드 로스 관련 사레들에 대한 보다 긴 연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적극적인 가계 부채 재조정 프로그램은... 상환 부담을 크게 줄이며 채무 불이행과 압류를 경험하는 가계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은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고, 그 결과 집값이 더 하락하며, 실물 경제가 악화되어 채무 불이행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자기 강화적인 악순환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채무 계약의 경직성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의 계약 구조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채무자에게 너무나 불리한 계약 구조이다. 문제는 손실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총체적인 경제 문제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약은 '하방 위험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빚으로 지은 집>에서는 말하고 있다. 손실과 이득을 나누는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무(debt) 형태가 아닌 주식(equity) 형태로 계약이 이루어져야 된다. 책에서는 이 방식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금융 계약에 주식의 성격을 강화하면 경제 전체의 위험 분담 능력은 향상될 수 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 이득을 얻고, 집값이 폭락해서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방 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채권자가 부당하게 감당하게 하라는 주장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득이 발생할 때는 이득을 나누고,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나누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학자금 대출을 예로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자금 대출의 경우 기존 채무 방식에 의한 계약이기 때문에 원금이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호주나 영국은 학자금 대출 상환액이 졸업자가 버는 수입의 일정 비율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는 더 나아가 단순히 개인 소득에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에 연동시키는 것이 더 나은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끝으로,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전체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문제의 장본인은 빚이다. 그리고 해결책은 명약관화하다. 가계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위험에 연동된 주식 성격의 계약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 더 많이 채택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투자자들은 그러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가계는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정책도 은행권이나 가계로 하여금 융통성 없는 채무 계약을 쓰도록 유도하는 정책 보조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해결책들은 원칙적으로 매우 분명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매우 극소수이며, 이들 소수의 기득권층은 빚의 사용을 권장하는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어떤 시도도 관철되지 않도록 애쓸 것이다." 

 

<빚으로 지은 집>은 한 가지 주제에 충실한 책일 뿐만 아니라 기존 견해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 및 연구를 통해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예상 반론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예전에 유시민의 글쓰기를 들으며 좋은 글은 '주제가 분명하고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며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라고 설명하는데, 이 책이 딱 그에 맞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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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대디 2017-11-08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저명한 경제 학자들이 쓴 유명한 책이지요. 작년에 읽다가 이리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낸 저자들의 지식에 탄복을 했었습니다.

데굴데굴 2017-11-08 22:4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으면서 정리를 너무 잘한 책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유명한 책 답게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