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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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사랑에 빠지고 20년 뒤에 만난 조지와 리아나. 조지는 20년 동안 그녀를 잊은 적이 없다. 그러나 라이니는 사실 조지를 범죄에 이용하려고 계획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조지는 20년 만의 만남과 그 모든 정황이 이상하지만 라이니가 시키는 대로 다 실행한다. 라이니는 말 그래도 조지의 사랑을 아낌없이 빼앗아 자신의 완벽 범죄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과거에 범죄를 저지르고 수배가 내려진 용의자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돈을 훔치고 잠적하려고 한다. 공범인 다른 남자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선 자신의 죽음을 위한 목격자가 필요한데 바로 '조지'였다.

 

조지는 마지막에 가서 이 모든 퍼즐을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완벽히 이용당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라이니가 살아 있음을 확신하고 그 증거를 찾으러 그녀가 머물렀던 집에 찾아간다. 이미, 경찰들이 대부분의 증거가 될만한 자료는 압수해간 상태이지만 조지는 그녀가 어떤 단서를 남겼으리라 확신하고 집 내부를 살피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책에서 엽서를 발견하고 그 엽서에 있는 사진이 있는 곳으로 떠나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아직 덜 빼앗긴 사랑이 남아서 더 빼앗기고 싶어서인지, 아님 여전히 그녀를 사랑해서 조지 자신도 과거를 지우고 그녀와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라이니의 마지막 계획에 멕시코에서 조지와 같이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도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니는 대학 때 조지와 사랑에 빠졌고 그때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조지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라이니는 범죄를 계획하며 접근할 때 조지에게 보상으로 만 달러를 주게 되는데, 결국 조지는 이 돈을 가지고 멕시코로 가게 되는 것이다. 라이니가 보상을 줄 때 아마 그 돈을 사용해서 멕시코로 올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도 함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녀도 조지가 멕시코로 와서 이제 모든 과거를 지우고 둘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혹은 20년 전의 사랑을 계속 이어가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새롭게 출발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학생활을 하는데, 사회생활을 하는데 첫 이미지가 너무 나쁘게 인식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본래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실수로 그런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한 번 이미지가 박히면 미운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밉게 보이는 것이다. 믿는 대로 보인다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 같다. 이럴 때, 우리는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 나의 과거를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학교,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출발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새로운 회사로 간다고 해서 나의 본성, 과거까지 바뀔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비단, 학교나 회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외모,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원하는 가족, 내가 원하는 외모, 내가 원하는 이름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되어야 비로소 조금의 선택권이 생기지만, 특히 가족은 나이가 들어도 이미 선택된 것이라서 바꾸거나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라이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영화 룰루처럼 새로운 나를 만들어 냈다면 그게 원래 모습보다 더 솔직하고... 진정한 내가 아닐까? 아무도 가족을 선택할 수 없어. 이름이나 외모,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선택권이 생기고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그렇지만, 이름을 바꾸고 외모를 바꾼다고 해서 나의 모든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지는 다음과 같이 다시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아. 네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난 그냥 과거로부터 달아난다거나, 부모와 의절할 수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거야.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그럼 사람은 변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냐. 누구도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좋든 싫든."

 

잠시 후 그들은 다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넌 가정환경이 좋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부모님도, 고향도, 뉴잉글랜드도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고향에서 두 시간도 안 걸리는 대학을 선택했겠지. 가족 안에서 이방인이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넌 몰라."

 

"그래. 인정해. 알았으니까 진정하라고. 네 말에 극구 반대하는 건 아냐. 다만... 어른이 됐을 때가 어릴 때보다 더 진정한 나에 가깝다는 말에는 완전히 동의할 수 없어. 잠깐만, 끝까지 들어봐. 난 두 모습 다 진정한 나라고 생각해. 사람의 태생을 무시할 순 없어. 아무리 그러고 싶다 해도 불가능해. 그건 늘 존재하고, 우리의 실체이기도 해."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벗어나려고 하는 나와 지금의 나를 끊임없이 붙잡으려고 하는 과거의 나. 이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인간의 내면이 어쩌면 조지와 라이니의 대화가 같지 않을까.

 

조지는 사람은 과거로부터 달아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20년 뒤, 라이니를 다시 만나고 범죄에 연루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뀐다.

 

"하지만 바다에서 부활한 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수중에 다이아몬드가 있을 테고-이것만은 확실했다- 새로운 신분을 얻을 것이다. 머리를 새로운 스타일로 바꾸고 새 이름을 얻어 머나먼 어딘가에서 살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재능이었다. 변신. 조지에게는 저주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재능이고 장기이며 능력이었다. 라이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고, 그러고 나면 예전의 자신을 쉽사리 죽여버렸다. 그 과정에 연루된 사람들도 모조리. 변신이 그녀의 재능이라면 조지는 그녀가 왜 자신에게 끌렸는지 알 수 있었다. 조지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늘 똑같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왜 그녀가 자신에게 끌렸는지를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변신하는 그녀와는 달리 그는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조지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했고 다시 사랑을 찾으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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