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방법
아누 파르타넨 지음, 노태복 옮김 / 원더박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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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희망은 기회가 실제로 존재할 때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로 기회가 있다면, 심리적 에너지나 열정에 대한 끝없는 요구라든가 온갖 어려움에도 살아남는 영웅적 이야기의 남발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책의 저자는 핀란드 출신의 기자로 결혼을 계기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핀란드와는 다른 미국의 사회 시스템에 놀라게 되고 여러 지인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조사와 연구를 통해 핀란드와 미국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의 결론은 책 제목과 같다. 핀란드가 미국보다 조금 더 나은 미래라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사실 한국어 제목은 아주 겸손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인데 말이다.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핀란드는 북유럽에 위치한 노르딕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중 한 나라이다. 이 나라들이 미국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바로 교육 시스템, 의료보험 제도를 포함한 사회복지, 정부의 역할 등이다.

 

교육에 있어서 핀란드는 일단 대학까지 전부 무료이다. 유치원을 가든, 대학원에 가서 박사 과정을 밟는 모두 공립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등록금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대한민국처럼 좋은 학군으로 들어가기 위해 무리하게 이사할 필요도 없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할 필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더 건설적인 일에 쓰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의료보험 제도인데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복잡한데 일단 우리나라처럼 국가 차원에서 운영되지 않는다. 미국은 의료보험이 개별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회사가 가입을 하고 직원들이 그 회사에 고용이 되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고용된 상태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의료보험을 들기가 몹시 까다롭고 비용도 비싸다. 미국에서 개인 파산의 가장 큰 이유가 의료비라고 한다. 결국, 이런 시스템은 노동자들이 고용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을'이 될 수밖에 없고 휴가 쓸 때마다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일을 많이 하는데 주 90시간을 일해야 하고,  출산 후 몇 주만에 바로 복귀해야 하며, 육아휴가를 쓰는 것도 몹시 어렵다고 한다. 물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불안감과 스트레스도 뒤따라 온다.

 

반면, 핀란드는 이런 나라가 실제로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회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나가는 핀란드인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놀랍다. 먼저, 핀란드는 의료보험 제도가 '베버리지 모델'인데, 의료 서비스는 세금을 통해 정부가 제공하고 비용을 지불한다. 그리고 의사는 정부의 상근 직원이다. 정부가 협상을 통해 여러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 결과 중병 발생 시 비용 부담이 미국의 새 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적다. 물론 급하지 않은 수술은 오래 기다려야 되는 단점이 있는데, 같은 베버리지 모델을 도입한 영국의 경우는 많이 개선되어 대기속도가 미국에 이서 세계 4위라고 한다. 즉, 핀란드도 비록 지금은 대기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개선 가능하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따라서 미국처럼 의료보험 제도 때문에 고용주에게 종속될 필요가 없다. 물론 의료보험 제도만으로는 안된다. 다른 사회보장제도도 뒷받침되어야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가 갑과 을이 아닌 평등한 관계가 될 수 있다. 핀란드의 기본 방침은 의료 및 기본적 사회장 서비스는 개인의 고용 상황과 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다닐 때는 학생 수당을 제공하고 직장을 못 구하면 실업수당을 제공한다. 따라서 급하게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준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제공한다.

 

그래서, 핀란드는 노동자가 아무런 눈치 없이 자신의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 1년 병가를 신청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주는 휴식과 건강이 생산성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재직 1년 차부터 매달 2일의 유급휴가를 받게 된다. 따라서, 1년에 정기휴가가 4-5주나 된다. 우리나라와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출산 후, 3년을 쉴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된다. 남자도 물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책에 따르면 '20년 전에 아버지들은 집에 있으면 당혹스러웠지만, 지금 핀란드 아버지들은 휴가를 얻지 않으면 더 부끄러워한다.'라고 나와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예외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유명무실한 제도가 아니라 현실에 그대로 반영이 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단순히 법을 개정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모든 회사가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핀란드에서 중요시하는 정신은 바로 '독립성'이다. 진정한 독립성이 있을 때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장 좋은 예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이다. 부모 부양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오히려 부모와 자녀 관계는 더 건강해지고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나는 이 이론을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으로 부르고 싶다. 노르딕 시민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 면에서 개인의 자족과 독립이다.

"미국에는 부조가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뒤를 봐줘야 한다는 도덕적인, 어느 정도 합법적인,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부모가 자녀에 대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구시대의 매우 부담스러웠던 여러 경제적 의무에서 해방되면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를 순수한 인간적인 유대 위에 세울 수 있다. 또한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독립성과 더불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기회의 평등'이다. 미국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의 제도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사회보장제도는 오히려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고 게으르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설된 초기에는 이 말이 사실이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사람도 있으니깐.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니, 적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더 이상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진 자는 더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한다. 사실, 아예 게임이 안된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공하는 것은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도 이에 대해 '상향 사회이동은 미국에서 감소했으며, 다른 나라 특히 북유럽에서 그중에서도 노르딕 지역에서는 증가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이다. 이와 관련해서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바네르지오 뒤플로가 확인한 두 번째 교육관은 무엇일까? 이른바 '공급' 접근법이다. 여기서 교육은 부모가 원할 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으로 여겨진다. 이 목표는 개별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지 또는 한 가정의 처지가 어떤지와 무관하다."

 

즉, 교육은 기본적인 인권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는 부모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아이의 성적을 결정한다. 이것은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이고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코호트 연구'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이다. 결국, 공교육 시스템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한국도 미국도 기회의 평등과는 먼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시급한 문제이다. 재능 있는 가난한 사람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재능 없는 부자의 자녀가 기업을 운영하는 사회적 낭비가 동반되는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공립학교들이 모든 학생에게 무료 급식, 의료 혜택, 심리 상담, 개별 학생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만한, 정말 우리에겐 가까운 미래가 아닌, 먼 미래의 일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의료, 육아 서비스 등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다. 여기에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안희정의 <콜라보네이션>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오는데 이처럼 교육, 의료, 육아 서비스 등도 시장 질서에 맡겨야 되는 영역이 아니라 정부의 영역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경제 정책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시장 질서에 맡겨야 하는 영역이 있다. 두 영역을 재정립하면 좋겠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정치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경재 정책은 한정되어 있다. 정치와 정부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 환경에 맞게 일하는 방식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정리하면, 핀란드와 미국은 구조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이다. 그리고 정부의 역할이 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핀란드를 비롯한 노르딕 국가들은 똑똑한 정부를 창조했다. 그래서 기회의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공립학교를 통해 부모의 경제력과 관련 없이 아이들의 재능과 노력이 정직하게 결과로 반영되는 사회가 되었다. 노인들도 노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어 자녀와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노동자들과 고용자들과 어느 정도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이용하게 되었다. 이를 저자는 '인적자본을 키워왔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궁극적인 희망은 기회가 실제로 존재할 때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로 기회가 있다면, 심리적 에너지나 열정에 대한 끝없는 요구라든가 온갖 어려움에도 살아남는 영웅적 이야기의 남발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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