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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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추천한 2016년 올해의 책에 포함된 <슈독>이다. 나는 창업자도 아니고 기업가도 아니고 기업의 임원도 아니라서 사실 나이키의 창업 이야기인 <슈독>을 그렇게 읽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저 독서광이라고 알려진 빌 게이츠가 추천해서 조금 두껍지만 믿고 읽었다. 

 

지금까지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패, 좌절 등의 어려움을 겪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고 쉽게 회사를 설립하고 탄탄대로를 걸었다는 기업가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혼자 성공한 사람도 없다. 항상 성공한 이들 주변에는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단순 조력자가 아니라 파트너였고 동반자였다. 인생을 걸고 한 배를 탄 동료들이 있었다.

 

필 나이트의 나이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집념의 사나이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그의 주변에는 든든한 동료들이 버티고 있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항상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팀을 이루었고 회사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한마음으로 이겨내려고 하였다.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인터넷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사실, 난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슈독>에 나오는 내용만 봐서는 그는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진지한 상황인데도 그의 우스꽝스럽거나 위트 있는 생각들이 책 곳곳에 적혀 있었다. 호탕한 남자라는 이미지가 책을 읽으며 나에게 박혀 있었다. 실제로 사진을 찾아보니 현재 그는 턱수염을 기른 노인이었으나 나이에 비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만큼 총명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많은 사진에서 호탕하게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책에 있는 그대로였다. 그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담을 날릴 줄 아는 그런 사람 같았다.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면, 필 나이트는 오리건 출신으로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4살 젊은 시절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야 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심 다른 무엇인가를 꿈꾸고 있었다.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짧고, 한정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시간을 목표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써야 한다. 무엇보다 남들과는 다르게 써야 한다.
나는 내가 태어난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승리하고 싶었다. 아니, 남에게 지는 것이 싫었다."

 

그는 위대한 육상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육상 선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의 답은 바로 신발이었다. 그는 일본의 신발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았고 일본으로 직접 가서 미국 서부에 대한 판매권을 얻으려고 하였다. 그때 그가 찾아간 회사가 바로 오니쓰카 였는데 지금의 아식스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블루리본'이라는 회사 이름을 만들고 판매권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는 나중에 틀어지게 되고, 결국 그는 생산 공장을 발굴하여 자체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나이키 창업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육상 코치 빌 바우어만이다. 그는 올림픽 코치로 출전할 정도로 육상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그리고 필 나이트가 대학 육상 선수일 때 코치이기도 했다. 필 나이트는 오니쓰카 신발을 받자마다 바우어만 코치에게 보내주었다. 바우어만은 단순히 가르치는 코치가 아니었다. 그는 신발에 관심이 많아서 수없이 신발을 뜯어보고 개조하여 자기가 가르치는 선수들을 통해 테스트하였다. 즉, 그는 슈독(shoe dog, 신발에만 몰두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최초 나이키의 지분은 필 나이트가 51%, 빌 바우어만 코치가 49%를 가지게 된다. 이 두 명이 공동 창업자가 되어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때 설립한 회사는 블루리본이었다. 

 

처음 판매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었다. 그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신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믿음을 공감했다. 자신이 판매하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필 나이트는 믿었다.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신발을 파는 일은 왜 좋아하는 것일까? 그 일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마일 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나의 믿음에 공감했다. 믿음, 무엇보다도 믿음이 중요했다."

 

블루리본의 최초 영업사원들은 대부분이 육상 선수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누구보다 신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신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네트워크도 형성되어 있었다. 이것 또한 블루리본의 초기 매출이 급성장하는 큰 원동력이었다.

 

그는 회계사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회계 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 블루리본을 운영하였다. 즉 투잡이었던 것이다. 회계사였던 까닭에 그는 숫자에 밝았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기업가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 두 모습을 잘 절충하면서 블루리본을 이끌어갔다. 

 

"회계사인 나는 항상 이런 위험을 인식하지만, 기업가인 나는 가능성만 본다. 나는 이 두 가지를 절충하면서 블루리본을 계속 꾸려갔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 조달과 현금 흐름이었다. 제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에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거의 없었다. 지금과 같이 벤처캐피털도 없었던 시대였다. 최초 대출도 필 나이트의 아버지가 보증을 서서 받았다. 그러나 회사 매출액이 증가하며 규모가 커지자, 기존 대출을 받은 은행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될 필요가 생겼다. 매번 블루리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은행은 대출을 중단하게 되고 이때, 일본 무역상회인 니쇼가 더 많은 대출을 지원하여 나이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책 곳곳에는 회사 운영의 어려움 중 하나가 자금조달이었음을 알려주는 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여러 위기를 경험하면서 심지어 파산을 각오하기도 했다. 만약 파산을 하더라도 그 자체가 귀한 무형의 자산, 지혜가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실패할 운명이라면 가급적 빨리 실패'하기를 바랐다. 필 나이트의 철저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내가 만약 실패할 운명이라면 가급적 빨리 실패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어렵게 얻은 교훈을 써먹을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목표를 두고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는 몇 번이나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그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그리고 그의 회사가 만들어 놓은 경영 방침과 문화를 보존해야 된다는 생각이 커서 주식 공모 계획을 철회하였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물론, 나중에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공모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 결국, 상장을 하게 된다.

 

물론 자금 조달 이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회사의 직원이 배신하여 아이다스로 가기도 하고, 협력업체의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고 경쟁 업체들의 계략으로 큰 금액의 수입관세를 맞기도 하고 새로운 생산 공장을 발굴해야 하는 등 정말 셀 수 없는 어려움과 위기가 있었지만, 그들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결국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었다.

 

책에는 나이키 로고를 만든 일화와 회사 이름을 나이키(NIKE)로 정하게 된 일화도 나온다. 둘 다, 충분한 회의를 거치지 못하고 촉박하게 결정된 부분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 어떤 로고보다 멋있고 회사 이름도 잘 지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데 나이키가 성공한 회사라는 인식 때문에 그들의 나머지도 모두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후광효과 아닐까 싶다.

 

책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그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신이시여, 어찌 감히 처음부터 다시 살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신, 나의 경험과 인생 역전을 많은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하여 그들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와 위로가 되고 싶고, 때로는 충고가 되고 싶다. 젊은 기업가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화가, 소설가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마디로 사기꾼이다. 기업가는 때로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포기해야 할 때를 알고,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할 때는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포기는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가는 결코 중단해서는 안 된다."

 

"성공에는 행운도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 나는 행운의 위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운동선수, 시인, 기업가에게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훌륭한 팀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고, 머리도 좋아야 하고, 결단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행운이 결과를 결정할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 자신에게 믿음을 가져라. 이런 믿음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져라. 믿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정의하는 믿음이어야 한다. 믿음 그 자체는 당신의 마음속에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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