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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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울만을 몰랐지만 <동급생>을 읽으니 그가 어떤 작가였고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 궁금해졌다. 그만큼 <동급생>은 강렬한 소설이다. 내용이 그렇게 길지도 않다. 빨리 읽는 사람이면 1-2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동급생>은 193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유대인 의사의 아들인 한스 슈바르츠와 독일 귀족 소년인 콘라딘 폰 호엘펠스, 열여섯 두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한스의 1인칭 관점에서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마치 저자의 개인 경험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한스. 그의 반에 한 전학생이 등장하게 된다. 그의 등장은 처음부터 심상치, 아니 범상치 않았다. 바로 교장 선생님을 대동한 등장이었고 교장 선생님도 뭔가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독일 귀족 집안의 자제였다. 독일 귀족의 이름에는 작위와 <폰>이 붙는데, 그래서 그의 이름에도 <폰>붙어 있었던 것이다. 한스 반에 있는 똑똑하고 잘난 여러 아이들이 콘라딘에게 다가갔으나 콘라딘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스가 콘라딘을 친구로 삼으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마음먹었다고 물론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한스는 콘라딘이 어느 날에는 자신의 친구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발표도 하고 체육 시간에 먼저 나가 시범을 보이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마침내 그들은 친구가 된다. 한스가 취미 생활로 모집하던 오래된 동전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나아가 콘라딘은 한스 집에 자주 놀러도 오고 철학과 예술 등을 토론하며 함께 놀러도 다니는 등 깊은 우정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우정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었다. 바로, 그 때의 시대적 상황에 한스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순수하게 오래 지속될 우정이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라는 옷이 입혀지면서 그 우정은 지속될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짧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느낌을 받은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마도 콘라딘과의 우정을 이야기할 때의 생생함, 순수함, 희망, 열정 등의 분위기와 그 이후 자신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 친구들을 이야기할 때의 무미건조함, 단순한 서술, 딱딱함 등의 분위기가 너무나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마치 꿈과 같은 환상의 도시에 있다가 빠르게 현실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열여섯, 열일곱 소년의 우정에 대해 한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데 깊이 공감이 간다. 대개 고등학교 때까지만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대학을 진학하면 그런 우정을 경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에 동의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한스의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었다.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있는 소년들은 때때로 천진무구함을 심신의 빛나는 순결함, 완전하고 이타적인 헌신을 향한 열정적인 충동과 결부시킨다. 그 단계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강렬함과 독특함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귀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역대급 반전 및 엔딩이라 할 정도로 큰 울림을 준다. 몇 번이고 그 문장을 읽었다. 마치 영화가 마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극장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그 여운을 느끼듯, 책을 덮고 마지막 문장을 수없이 되새김질하며 잠시 동안 멍하니 책의 여운을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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