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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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그의 작품을 읽어볼 유인이 있다. <읽는 인간>에서 오에 겐자부로는 그가 어떻게 독서를 했는지 어떤 책들이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에게는 뇌전증, 자폐, 지적장애를 동시에 앓은 아들 오에 히카리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아들을 키우는 과정을 소설로 그려내기도 했다.   

 

소설가인 그는 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엘리엇을 읽었고 오든을 읽었다. 그가 읽은 시들은 그의 소설의 내용과 문체에 영향을 주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그는 소중하게 여기는 책들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그가 소중히 여기는 책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이 영향을 받은 책뿐 아니라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특히 재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책 한 권을 처음 읽을 때, 우리는 언어의 라비린스, 즉 미로를 헤매듯 독서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하지만 한 번 더 읽을 때는 방향성을 지닌 탐구가 됩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서 그것을 손에 넣고자 하는 행위로 전환되지요. 그것이 rereading, 한 번 더 읽는 까닭입니다."

 

그는 또한 번역본을 읽을 때 정말로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부분을 각각 빨강과 파랑으로 선을 긋는다. 특히, 외우고 싶은 단어나 문장은 특별히 굵게 표시한다. 그리고 번역서에 표시한 부분을 원문과 대조하며 읽고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원서로 읽는다.  또 다른 독서 방식으로 3년마다 읽고 싶은 대상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읽는 방식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언어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인생의 습관'이 된 독서원리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배우기, 외우기, 나아가 깨닫기' 3단계이다. 특히 시가 어렵다고 느껴지면 일단 외웠다고 한다. 외우면서 되새기다 보면 이해가 되고 깨달아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단순히 정보를 얻는 차원이 아님을 그는 말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나 자신과 만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생각과 가치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그 안에서 나의 생각과 나의 가치관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독서는 지식을 얻는 수동적 행위가 아닌 나를 발견해가는 적극적 행위가 된다.

 

그의 인생은 그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소설을 쓰는 것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띌 만한 것이 없는 삶이었다. 그는 시와 소설, 문학을 사랑했고 즐거워했다. 좋은 시나 문장은 아예 통째로 외웠다. 끊임없이 독서를 통해 책과 저자와 소통하며 자신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인생이었다.

 

책과 더불어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도 이야기한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프랑스어를 가르쳐 준 이타미 군에 대해서도 여러 번 언급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우정을 나누며 함께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너무나 소중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읽는 인간>에서 그는 많은 책을 추천하는데, 아마르티아 센의 저서, Tom's midnight garden, 에드워드 W. 사이드의 저서, 단테의 신곡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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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는 제목에 혹해서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가 <심정섭의 대한민국 학군지도>를 쓴 사람이라서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학원 강사를 했던 저자가 부동산에 대한 책을 써서 놀랐었는데, 이번에는 교육에 대한 책을 써서 또 한 번 놀랐다.

 

먼저 책에서 말하는 탈무드는 우리에게 알려진 그 탈무드가 아니다. 지금 한국에 알려진 탈무드는 마빈 토케이어라는 랍비가 일본인들을 위해 쓴 소개서와 일부 우화에 불과하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 탈무드는 73권이나 되고 그 내용도 어렵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많은 내용이 귀담아들을만한데, 그중에서 특히 '탈무드를 많이 공부한 유대인은 가능한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탈무드와 토라는 남을 판단한 기준으로 나 자신도 판단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군대 생활에서 대화의 90%가 선임욕이듯,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대화의 90%가 상사욕이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상사욕을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고 욕이 욕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생각할수록 더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무드는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판단하는 내가 판단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토론을 할 때 이 주제가 토론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가 없는 토론이라면 침묵하는게 낫다고 조언한다. 물론, 토론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분별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지혜를 갖추고 있다면 이미 상당한 내공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토론을 하다 보면 결론 없이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토론할 만큼 지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씩 집고 넘어가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는데 집고 넘어갈 기반이 없다. 따라서, 가정만 무수히 늘어놓다가 토론이 끝나버린다. 혹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토론할 가치가 없는 경우이다. 책에서는 '신념과 믿음의 영역'이 바로 토론할 필요가 없는 주제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정통파 유대인들은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강조한다. 많은 랍비들이 직업과 매일의 일상이 바로 거룩한 삶의 시작이라고 가르친다. 진리를 깨달았다고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진리를 가르치고 가정을 잘 지키는 일을 제일 먼저라고 말한다. 저자는 히브리어 아보다Avodah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히브리어에서 아보다Avodah라는 말은 '예배'라는 뜻 외에도 '일', '직업'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즉, 일상이 예배이고, 예배를 보는 것은 일상을 충실히 사는 것이다. 안식일 하루만 거룩하게 사는 게 아니다. 거룩한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남은 6일도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

 

가정의 평화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데 모든 남편과 아빠들이 새겨 들어야 하는 말이다.

 

카네기의 말을 가정생활에 적용해보자.
"옳은 사람이 되길 원합니까? 평화로운 삶을 살길 원합니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가정에서는 평화가 제일 우선이다. 때로는 나의 고집과 생각을 꺾고 평화를 위해 가족들과 타협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말이 이해가 되는 사람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이렇게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자기만의 생각과 고집이 견고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책은 이어서 남편과 아빠들에게 지나치게 화를 내면 안된다고 부언한다. 

 

유대인에게 가정은 단순히 아이를 낳고 기르고 쉬는 공간이 아니라 성전과 같은 곳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전통과 가치의 전수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유대인 가정은 현대 사회에서도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 성막과 성전이 세워지기 전의 원형 성전이 가정이라고 말한다.

 

탈무드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를 수 있는 것은 바로 논리력이다. 그리고 이 논리력은 변화무쌍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토론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적으로 상당한 훈련을 받게 된다. 단순히 단답형 답을 얻고 외우는 것이 아닌, 논리적으로 추론해가는 사고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요약본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는 탈무드를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책에서 언급하듯이, 1,000년에 가까운 시간과 2,000명에 가까운 랍비들의 토론 중에서 제대로 된 해석과 논리만이 살아남은 것이 바로 탈무드이기 때문이다. 

 

논리력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탈무드를 공부한 사람은 윤리적인 실천을 시작한다. 하루하루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선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탐구, 교육, 실천의 선순환이 삶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선행의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서두에 길고 긴 탈무드 토론을 마치고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것이 결국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가정과 함께 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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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소액 투자의 기적 - 불황에는 무피와 단타로 승부하라
장재호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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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소액 투자의 기적>을 읽으며 부동산에도 단타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또한 내 자본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무피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경매에 관심을 가지며 책도 읽어보고 여러 자료도 찾아보다가 결국 흐지부지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경매에 대해 급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작은 불이 소멸되지 않도록 불씨를 잘 관리하고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경매와 관련된 많은 노하우를 전달한다. 첫 번째는 바로 순차 등기이다. 순차 등기를 하면 투자금을 30%에서 10%로 줄일 수 있다. 일단 순차 등기를 하려면 명도가 필요 없는 주거용 공매 물건을 낙찰받아야 한다. 낙찰받고 보증금 10%만 걸고 잔금 기일 전에 매수자 돈으로 잔금을 납부하는 것이다. 단순히 투자금을 줄일 뿐 아니라, 대출 실행에 필요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이라든지 중도상환수수료 등이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 순차 등기를 하게 되면 공단에서 낙찰자 그리고 매수자로 명의의 등기가 넘어가게 된다. 핵심은 하루에 순차적으로 등기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제 까페 회원들과 입찰하여 낙찰받고 매도한 수많은 사례를 보여주는데, 정말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 가격 하락인데, 5-6개월 만에 exit 하는 단기 투자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의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단기 투자로는 절대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집고 넘어간다.

 

"보통 낙찰 후 한 달 뒤 잔금을 납부하고 약 1~2개월 뒤 명도를 완료한 후, 1~2개월 뒤 매도 후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가정한다면 평균 5~6개월의 기간이 지나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단타의 핵심은 명도 기간을 최소화하거나 명도가 없는 물건을 낙찰받는 것이다. 저자는 수탁 공매 물건들이 공실로 매각되어 매도하기에 좋은 물건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일반 경매는 실내 조사가 불가하지만 수탁재산 공매는 90& 이상이 내부 공개가 가능하다고 팁을 준다.

 

저자가 말하는 또 다른 팁은 여름 휴가철이나 연말을 이용해 입찰하는 것이다. 이 기간이 되면 다들 휴가를 가기 때문에 입찰 경쟁률이 떨어진다.

 

 

또한 저자는 다른 경매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 가기도 하고 차를 말고 강원도로 가기도 한다. 매번 간다고 해서 좋은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지만 비록 낙찰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지역을 탐방하는 기회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뿌린 씨앗들이 쌓여서 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자는 자신이 처음 경매를 배웠을 때를 이야기하며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 또한 경매 투자를 책으로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경매 서적을 틈이 나는대로 읽으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지은 이 책이 정답이니 이 책만 보라고 하지 않고 다른 책들도 보라는 저자의 말이 꽤나 인상적이다.

 

낙찰에 매번 실패하는 이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위로의 조언을 하는데 단지 경매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도 적용 가능한 말이다.

 

"떨어졌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입찰하는 것이다. 10건, 20건 낙찰받은 분이 10건, 20번 입찰했겠는가? 그렇지 않다. 이분들은 100번, 200번 입찰한 결과 10번, 20번 낙찰받은 것이다. 이렇듯 경매는 10번 중 9번 떨어지고 한 번 낙찰받는 확률이라 생각하자."

 

이 내용은 <부모 공부>에도 잘 나와 있다. 창의적인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은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이다. 많은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얻어걸리는 아이디가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셰익스피어, 피카소, 아인슈타인 등의 경우도 이들 작품 중 90% 이상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잊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경매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입찰하는 금액이 적당한 지이다. 잘못 판단하여 너무 높게 쓰면 승자의 저주에 걸리게 되고  반대로 너무 낮게 적으면 낙찰받을 수 없다. 따라서, 경매물건이 나오면 권리 분석을 하고 그 건물 주변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 시세보다 최소 10-20%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바로 매도가 가능하다. 특히 상가의 경우 저자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알아볼 것을 조언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적정 임대가와 시세, 그리고 월세 수입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1. 이 동네의 평균 임대 가격과 공시율을 확인하라
2. 해당 건물의 관리 상황을 알아보라
3. 현 임차인의 매출을 알아보라
4. 미납된 관리비 여부를 알아보라

 

마지막으로 저자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라고 말한다. 일단 경매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매일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또한 작은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사실 경매에 대해서 1도 모른다고 봐도 무방한데 책에서 자주 나오는 사이트는 바로 온비드 사이트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예 온비드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았다. 매일 한 번씩은 꼭 들어가 볼 생각이다.

 

'컬쳐300 으로 부터 제품을 무상으로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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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그 나라 그 장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건축물 만큼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대하고 웅장하고 상징적인 건물일수록 그냥 지어진 경우는 없다. 그 당시의 모든 사회적, 과학적 학문 지식이 총동원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과 논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걷고 싶은 거리는 우연성과 이벤트가 넘쳐나는 거리이다. 그럼 우연성과 이벤트는 어떻게 만드는가? 단위 면적당 블록 코너의 개수가 많을수록 보행자는 선택의 경우가 많아지게 되고 이는 우연성과 이벤트로 연결된다. 또한 단위 면적당 상점의 개수도 마찬가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걷고 싶은 거리가 바로 '명동'이다. 명동 거리를 보면 위에서 말하는 것과 맞아떨어진다. 특히, 명동은 보행자 전용거리라서 건너편 상가와도 밀접하게 붙어 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저자는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형 콤플렉스 건물을 만들 더라도 거리와 접한 면에는 작은 소규모 가게들이 많이 배치되도록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도시의 통일성과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현대에 들어 다양한 재료의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형태가 아닌 재료를 통한 다양성이 발생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도시를 보면 재료는 통일되고 형태가 다양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를 권력 때문이라고 한다. 펜트하우스는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여 다른 모든 사람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은 남들에 의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꼭대기라 하더라도 옥탑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왜냐하면 옥탑은 아무나 넘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꼭대기 층인 펜트 하우스만 같은 공간만이 권력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감시하는 자와 감시받는 자라는 두 계층이 발생하게 된다.

 

감시라는 것은 물론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책에서 나오는 단적인 예가 바로 공원이다. 폭이 너무 넓은 공원은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 밤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는 공간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주변의 고층건물이나 주거 건물에서 내려다볼 때 전체가 보일 수 있는 폭의 공원은 오히려 감시로 인해 안전한 공간이 된다. 초등학교의 경우도 밤에 지나가면 으슥한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주변에 카페나 레스토랑 같은 시설이 들어선다면 '학교 중심의 공동체 형성과 학교의 보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또한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말하는데, 지나가며 한 말이지만 의미심장한 말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이제 홍대 앞에서 쫓겨난 예술가들과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쫓겨나는 건축가들이 가는 지역이 어디인지 알아봐야 할 시점이다."

 

즉,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 독특한 문화와 색깔을 가지게 되면서 자본이 몰리게 되고 집값이 상승하게 된다. 그럼, 가난한 예술가들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또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뉴욕과 홍대에서 발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화재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남다르다. 남대문의 경우 그 재료인 나무가 오래되어서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바로 문화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남대문이 불타서 최신 재료로 새로 지웠다고 해서 결코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중국의 만리장성도 마찬가지이다.

 

교회 건축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독교는 초기의 제사 중심의 예배에서 군중 설교 체제로 예배의 형식이 바뀌면서 점점 대형화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모세의 성막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솔로몬의 성전, 예수가 전 인류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는 제사를 다 수행했기 때문에 기존의 제사가 필요 없게 된 점, 카타콤, 국교로 제정되는 전체 흐름을 훑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흐름을 설명하면서 기독교의 핵심 교리(진리)까지 포함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만약에 저자가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이 복음 전도의 한 방편으로 쓰일 것을 고려하며 집필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악에서 예수가 십자가에 죽은 후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지성소와 성소를 나누는 이 커튼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다고 나온다. 이 사건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죄로 인해서 막혔던 관계가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해소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둘로 나누었던 공간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수가 희생양이 되어서 한 번의 십자가형으로 제사를 대신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믿기만 하면 되는 기독교가 된 것이다."

 

다음 주제는 마당이다. 계속해서 바뀌는 마당은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한다. 따라서 아무리 넓은 거실이 있더라도 마당을 따라잡을 수 없다. 저자는 '마치 마당은 매일매일 벽지와 가구가 바뀌는 거실'이라고 표현한다. 

 

사무실과 관련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먼저 형광등이다. 대부분의 사무실은 천장이 3m를 채 넘지 않는다. 공간 활용을 최대한으로 하기 위해 천장 높이는 최소화되는 것이다. 만약, 형광등이 없었다면 이런 구조가 불가능하다. 햇빛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햇빛이 들어오기 위해서 천장 높이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천장 높이가 높은 사무실이 창의적인 환경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소개한다.

 

한옥과 아파트를 비교하며 아파트의 방들에 있는 창문이 거실 쪽으로 나 있었으면 가족들간에 좀 더 많은 대화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문은 그대로 존재하여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되 창문을 통해 서로 건너다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문을 닫고 있어도 느슨한 관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거리의 건물들이 조금은 새로워 보이고 앞으로 어떤 집을 짓고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구조가 관계와 소통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고 마당이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가지게 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나니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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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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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내가 읽은 마스다 미리의 세 번째 책이다. 전에 읽은 것과 달리 이번 책은 한 주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성되어 있다. 싫은 사람에 대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는데 많은 부분이 공감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좋아할 수 없고 불편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만난 사람은 어떻게 보면 단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맨날 같은 걸 물어보는 사람', '배울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 '고맙다는 말도 안 하는 사람' 등등. 저자는 '사소한 일이지만 쌓이다보면 묵직해진다'라고 표현한다.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서 뭐라고 반응하면 '농담'이라고 넘어가버리는 사람. 나도 자주 느끼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진짜 화가 난다. 

 

책에 나오는 또 다른 유형은 싫은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결혼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물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여기, 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차이. 한 글자 차이밖에 안 나는데 여기에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

 

나도 대학교 1학년 때 내가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당시 룸메이트였던 형이었는데, 사실 처음 1년 동안은 참고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숨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나 자신을 숨기는 것도 불가능했고 그 형의 단점을 못 본 척하기도 힘들었다. 더군다나 같이 살고 있으니 매일 그 단점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친한 척을 하고 잘 대했지만 속에서는 온갖 불만이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결국, 최소한 사랑할 수 없다면 미워하지는 말아야겠다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정신 수양을 해야 했다. 그 형이 나한테 직접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언행불일치의 모습이 너무나 커서 도저히 사랑할 수 없었다.

 

이처럼, 대면 대면한 관계는 사실 미워할 기회도 별로 없다. 그러나 점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면 안 좋은 점이 하나둘씩 보이고 반복되는 행동에 질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 정신줄을 꽉 붙잡는 것이다. 자꾸 안 좋은 점이 보이고 싫어진다고 해서 마음 가는 데로 그대로 두면 안 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약한 부분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동시에 약함과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모난 돌이 서로를 깎으며 점점 둥글둥글 해지듯이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부딪히기 싫어서 회피하면 깎을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조금씩 부딪히며 그 사람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나의 약함을 인정할 때 모난 부분이 깍이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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