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는 제목에 혹해서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가 <심정섭의 대한민국 학군지도>를 쓴 사람이라서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학원 강사를 했던 저자가 부동산에 대한 책을 써서 놀랐었는데, 이번에는 교육에 대한 책을 써서 또 한 번 놀랐다.
먼저 책에서 말하는 탈무드는 우리에게 알려진 그 탈무드가 아니다. 지금 한국에 알려진 탈무드는 마빈 토케이어라는 랍비가 일본인들을 위해 쓴 소개서와 일부 우화에 불과하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 탈무드는 73권이나 되고 그 내용도 어렵다고 한다.
책에 나오는 많은 내용이 귀담아들을만한데, 그중에서 특히 '탈무드를 많이 공부한 유대인은 가능한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탈무드와 토라는 남을 판단한 기준으로 나 자신도 판단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군대 생활에서 대화의 90%가 선임욕이듯,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대화의 90%가 상사욕이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상사욕을 하다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고 욕이 욕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생각할수록 더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탈무드는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판단하는 내가 판단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토론을 할 때 이 주제가 토론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가치가 없는 토론이라면 침묵하는게 낫다고 조언한다. 물론, 토론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분별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지혜를 갖추고 있다면 이미 상당한 내공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토론을 하다 보면 결론 없이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토론할 만큼 지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씩 집고 넘어가서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는데 집고 넘어갈 기반이 없다. 따라서, 가정만 무수히 늘어놓다가 토론이 끝나버린다. 혹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토론할 가치가 없는 경우이다. 책에서는 '신념과 믿음의 영역'이 바로 토론할 필요가 없는 주제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정통파 유대인들은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을 강조한다. 많은 랍비들이 직업과 매일의 일상이 바로 거룩한 삶의 시작이라고 가르친다. 진리를 깨달았다고 거창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진리를 가르치고 가정을 잘 지키는 일을 제일 먼저라고 말한다. 저자는 히브리어 아보다Avodah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히브리어에서 아보다Avodah라는 말은 '예배'라는 뜻 외에도 '일', '직업'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즉, 일상이 예배이고, 예배를 보는 것은 일상을 충실히 사는 것이다. 안식일 하루만 거룩하게 사는 게 아니다. 거룩한 안식일을 지키기 위해 남은 6일도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
가정의 평화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데 모든 남편과 아빠들이 새겨 들어야 하는 말이다.
카네기의 말을 가정생활에 적용해보자.
"옳은 사람이 되길 원합니까? 평화로운 삶을 살길 원합니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가정에서는 평화가 제일 우선이다. 때로는 나의 고집과 생각을 꺾고 평화를 위해 가족들과 타협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말이 이해가 되는 사람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이렇게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자기만의 생각과 고집이 견고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책은 이어서 남편과 아빠들에게 지나치게 화를 내면 안된다고 부언한다.
유대인에게 가정은 단순히 아이를 낳고 기르고 쉬는 공간이 아니라 성전과 같은 곳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전통과 가치의 전수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유대인 가정은 현대 사회에서도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 성막과 성전이 세워지기 전의 원형 성전이 가정이라고 말한다.
탈무드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를 수 있는 것은 바로 논리력이다. 그리고 이 논리력은 변화무쌍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토론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적으로 상당한 훈련을 받게 된다. 단순히 단답형 답을 얻고 외우는 것이 아닌, 논리적으로 추론해가는 사고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요약본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는 것으로는 탈무드를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 책에서 언급하듯이, 1,000년에 가까운 시간과 2,000명에 가까운 랍비들의 토론 중에서 제대로 된 해석과 논리만이 살아남은 것이 바로 탈무드이기 때문이다.
논리력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탈무드를 공부한 사람은 윤리적인 실천을 시작한다. 하루하루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선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탐구, 교육, 실천의 선순환이 삶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선행의 대상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의 서두에 길고 긴 탈무드 토론을 마치고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것이 결국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가정과 함께 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