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의 밤
올리비에 트뤽 지음, 김도연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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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로 가득 찬 이국적이고 지적인 북유럽 극지 스릴러!

설원에서 펼쳐지는 격정적인 다큐멘터리 문학!

LE DERNIER LAPON

라플란드의 밤

'눈의 여왕' 속에 등장하는 라플란드.

동화 속에나 존재할 줄 알았던 곳 라플란드가

극지 스릴러의 장소로 돌아오다니!!!

라플란드는 한 여름에는 24시간 해가 떠 있는 백야 현상이,

한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나타나는 신기한 곳이다.

극야 현상에다가 책 표지에서처럼 오로라까지 상상하며 매우 낭만적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것은 라플란드에 대해 1도 알지 못하는, 극히 일부만 본 것이었다.

'라플란드의 밤'을 읽어보지 못했다면 

라플란드 하면 그저 동화 속 이미지나, 오로라만 상상했겠지.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순록 치기가 있다는 것도, 순록 경찰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미족과 같은 소수 부족이 있다는 것도, 그들에게 소중한 샤먼의 북, 요이크 등...

저자인 올리비에 트뤽은 프랑스인이지만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 소설을 쓴다는 것이 특이하다.

북유럽 통신원으로 활동하며 이민 문제나 소수자 문제 등을 주로 다룬다고 한다.

그리고 '순록 경찰'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의 이런 활동들이 이번 작품 '라플란드의 밤'을 쓸 수 있도록 이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차례​

사미 북 상상도 & 라플란드 지도​

 

등장인물

 

 

프롤로그

1693년, 라플란드 내륙

사미족의 아슬락. 그는 도망치고 있는 중이다.

그가 가진 물건을 빼앗으려는 이들로부터 목숨을 다해 그들에게서 도망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목숨은 버리되 그 물건만은 지켜야 한다. 

 

제 1 주~​ 제 3 주

이제 이야기는 과거를 지나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1월 10일부터 1월 28일까지의 약 3주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1월 10일 월요일, 극야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험하고 추운 날씨, 순록치기들의 분쟁도 자주 일어나는 시기이다.

온 땅이 얼어붙어 눈만 잔뜩 쌓이는 이런 시기에 순록들도 먹이를 찾기 쉽지 않아  

다른 순록치기의 구역으로 넘어가 섞여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순록치기인 마티스의 순록이 또 다른 순록치기 요한 헨리크의 구역으로 넘어가버렸다.

순록 경찰 클레메트와 니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티스를 찾아갔다.

하지만 마티스는 이 문제를 그다지 해결할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 날은 마티스의 순록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다.

박물관에 보관 중이었던 사미족의 북이 도난당했다.

 

1월 11일 화요일

순록치기 마티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대체 마티스는 왜 살해당했을까?

사미족의 북은 대체 누가, 왜 훔쳐 갔을까?


이 두 가지 사건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p.61

스노모빌을 타고 달리다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바위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고가 난 스노모빌과 멀지 않은 곳에서 얼어 죽은 순록치기를 발견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순록치기는 북극권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다.


해가 잘 뜨지 않고, 영하 몇 십 도의 눈보라가 세차게 휘몰아치는 날씨에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순록치기들. 통신망도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을 그곳에서 만약 심하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들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연락이 된다 하더라도 그곳까지 가는 시간도 그렇고, 그 추운 곳에 있다가는 금방 얼어버릴 것 같다.

순록치기의 사고 외에도 또 하나 놀랐던 것이 순록의 사고에 관한 것이었다.

순록이 사고를 당하면 순록 경찰들이 확인을 하고 '순록 사고 보고서'를 쓰게 된다.

 

p. 79

보고서 양식에는 순록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순록이 사고당한 부위에 동그라미를 쳐서 표시할 수 있었다. ~ 보고서 작성 후에는 사고 현장에서 가져온 순록 귀를 순록경찰의 냉동고에 보관했다. 순록이 사고를 당하면 순록경찰은 순록 귀를 잘라 보관한다. 주인의 고유 표식이 새겨진 순록 귀는 발생한 사고에 대한 증거물이기도 하고, 순록치기들이 동일한 순록으로 또다시 보상 요청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아마 나는 순록경찰의 냉동고는 절대로 열어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라플란드의 밤'을 단순히 추리소설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사실에 근거해 소설의 형식을 빌어 사미족의 역사와 아픔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소수민족이 겪었을 그리고 겪고 있는 아픔.

그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당한 불합리한 조건들.

그들의 잃어버린 땅들.

그들의 잃어버린 권리들.

그들의 사라져가는 문화.

인종차별.

그와 더불어 요즘 계속 문제시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것들까지

너무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였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두 사건은 이야기가 진행되며 여러 사건들과 얽혀 있었고

그리고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결국 눈물이 났다.

601페이지에 이르는 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생생한 묘사에 푹 빠져 읽었다.

북유럽이라고 하면

좋은 복지, 잡지에서 보는 세련된 이미지,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높은 교육수준과 같은 것들이 떠올랐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들이 자리 잡기 전에

 이러한 아픔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라플란드의 밤'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전혀 몰랐을 것이다.

 

읽는 내내 재미있었지만,

실제로 이런 아픔을 겪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단순히 재밌어라고 생각하기가 좀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의 역사와 아픔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을까.

 

 

 

* 이 서평은 달콤한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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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화군 - 불의 연인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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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소방관 멸화군의 스토리를 다룬

불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판타지 역사 로맨스

멸화군 불의 연인

 

멸화군이란 조선시대의 소방관이라고 할 수 있다.

불이 나면 불을 끄기도 하고, 그들에게 전해오는 능력과 부적을 사용해 화기를 잠재우기도 한다.

 

 

차례

 

 

인왕산의 한 동굴.

이성계가 가별치들을 이끌고 그곳에 자리 잡은 이무기를 없애려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그때, 무리와 함께 온 한 남자가 이상한 술수로 이무기로부터 그들을 구해냈다.

이무기는 진짜 이무기가 아닌 누르라는 화귀였고,

그 남자는 불과 싸우는 운명을 타고난 일족인 길환이었다. ​

돌아간 이성계는 조선을 세웠고,

그 일을 계기로 조선에 화재를 막는 관부인 '멸화군'을 두기로 했다.

 

길환은 그의 일족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그들의 숙명인 화귀와의 싸움을 이제 끝낼 수 있으니

자신과 함께 하자고 설득했지만 일부만을 제외하고 마을로 돌아가버렸다.

그들의 존재와 능력을 알리면 안 된다는 규율을 어기게 되어버린

길환을 비롯해 그와 함께하는 무리들은 이제부터 일족에서 추방되었다.

이제 그들은 '멸화군'이 되었다.

경회루의 완성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화기를 막기 위한 작업을 마치고 나가던 중 

우연히 기생 행렬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중에 그녀가 있었다.

어느 날 길환은 정안 대군 이방원 측으로부터 월선루로 오라는 간찰을 받았다.

월선루로 간 길환은 이방원으로부터 그와 함께 할 것을 제안받지만

자신은 임금을 위해 할 일을 할 뿐이라 하며 거절한다.

그는 궁궐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그들의 숙명을 이제 끝내고 싶을 뿐이다.

거절하고 돌아가려는데 그녀가 나타났다.

그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화기를 막기 위한 작업을 하던 중,

화재를 알리는 종소리가 났다.

화재가 난 곳은 그녀가 있는 월선루.

다급하게 월선루로 간 길환은 불이 난 방에 그녀, 홍연이 갇힌 것을 알고

불속으로 뛰어들어가는데...

 

p.62

"기생 어미는 늘 기생의 삶은 불꽃같다고 했답니다. 환하게 타오를 때 누구나 경탄해 마지않지만 불꽃이 사라지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내가 기억하리다. 그 불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했는지 말이요." 

p.382

"어느 날,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외로움이 찾아왔답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다독이셨죠. 어르신은 늘 내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밖에서 고통받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큰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답니다.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이 모두 싫었습니다. 그저 가족이랑 같이 오순도순 살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어머니는 그게 바로 삶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니 제발 눈을 떠요. 나와 같이 우리 고향으로 가요."

 

  

 조선시대에도 소방관의 일을 하는 멸화군이 있었다니!

이제껏 알지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것을 새로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상상력의 범위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시대극을 좋아하고, 판타지도 좋아하는데 조선판 판타지라 더 새로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로맨스적 요소가 적어서 로맨스를 좀 더 기대했던 점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처음 멸화군이라는 군부가 생기고

그들에게 묵을 숙소도 주고, 옷도 주고, 녹봉도 주니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글쎄... 윗사람들이나 백성들이나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았다.

윗사람들은 그들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했고

그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없애려고 했으며

백성들도 불이 나면 불을 끄느라 고생한 그들에게 고마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잃은 것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았다.

조선시대에 이런 대우를 받았던 멸화군.

지금의 멸화군인 소방관들이 받는 대우들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 이 서평은 네오픽션 (자음과모음)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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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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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란만장한 세월을 자존감 있게 살아온,

여전히 귀엽고 호기심 충만한 아흔 살 할머니의 인생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핑크색 표지가 너무 예쁜 이 책의 주인공은 저자 무레 요코의 할머니 모모요이다.

손녀인 무레 요코가 그녀의 할머니 모모요의 이야기를 책에 담아낸 것이다.

'아흔 살의 나이라면'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고 나 자신이 너무 게으르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열심히 살아오신 모모요 할머니.

뭐든 쌓아두지 않고 시도해 보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그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일까?

모모요 할머니의 이야기이지만 모모요를 중심으로 한 이 가족이 참 따뜻하게 느껴져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모모요 할머니는 이런 사람!

 

 차례

 

♥ 호텔에서 혼자 자기

♥ 우에노 동물원에 가서 판다 보기

♥ 도쿄 돔 견학하기 

♥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

이 다섯 가지가 바로 아흔 살의 모모요가 도쿄로의 첫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평소 노인이 허리와 다리에 힘이 없으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운동을 해온 모모요.

가족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보란 듯이 호텔에서 혼자 자는 것도, 동물원에 가서 판다를 보는 것도 모두 혼자서 클리어했다.

오히려 모모요의 딸이 모모요를 쫓아다니느라 더 핼쑥해졌다.

 

모모요는 신체적인 건강함뿐만 아니라 정신도 아주 건강했다. 쇼핑 후 산 물건들을 바로 자신의 집으로 택배로 보내버리는 센스에 감탄했다. 

 

첫 도쿄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모모요. 집으로 돌아갈 준비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항상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던 모모요는 기차에 올라타 도쿄에 사는 딸과 손녀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이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딸의 말처럼 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도쿄 여행 일지도 몰라 아쉬웠던 것일까.

도쿄에서 돌아온 후 모모요의 일상은 전과 변함없이 흘러갔다.

스모와 야구를 즐겨 보고, 매일 뉴스를 챙겨 보며, 산책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모모요.

 

과자 도매점 3남매 중 둘째이면서 장녀로 태어난 모모요.

그녀가 태어나 자라서 한 가정을 이루고 아흔 살이 되기까지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며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이 나이라면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일단은 모모요처럼 다리와 허리의 힘을 길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p.44

주위 사람에게 민폐가 된다는 말에 아무리 모모요라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무릅쓰고까지 스페이스 마운틴을 탈 용기는 없었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이고, 남 눈치 보지 않는 것 같은 모모요가 두려워하는 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었나 보다. 노인이라서 힘이 없을 테니까 못 하게 한다고 하면 모모요는 전혀 납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p.90

모모요는 여전히 매달 노인회에서 가는 여행에 참가하는 것 같았다. ~ 노인회 최연장자이지만,

"내가 제일 건강합니다."

라고 했다.

이미 또래들이 전부 세상을 떠나고 자신이 가장 연장자가 되어 있지만 가장 열심히 운동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도 모모요이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기 위해 항상 건강에 신경 쓰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솔직하게 생활을 하는 것이 그녀의 건강 비결일까?

p.122~123

당시에는 일흔 살에 자영업이라면 몰라도 굳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러 나가는 사람이 적었다. ~ 간접적으로 슬슬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라고 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모모요는 씩씩하게 공장에 다녔다. 

그런데 공장이 전면적으로 기계화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 전원이 그만두게 되었다. ~

"이제야 집에 계시겠네."

하고 모모요의 퇴직을 기뻐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생각을 비웃듯이 모모요는 마지막 근무를 마친 그길로 새 파트타임 일을 찾아서 두 사람은 기가 막혔다.

큰 아들이 결혼한 후 집안 살림은 며느리에게 맡기고 바로 일자리를 찾아 파트타임 일을 시작한 모모요. 아들 부부의 만류에도 일흔 살에 가까운 나이까지 유산균음료 공장에서 일했다. 드디어 공장의 기계화로 모모요가 퇴직하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 아들 부부. 자세한 사정을 모른 채 나이 드신 어머니를 일하게 만들었다고 주변에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까 봐 마음이 불편한 참이었다.

하지만 모모요는 마지막 근무를 마치자마자 가구점 공방에서 새 파트타임 일을 찾았다. 그리고 거기서도 10년을 더 즐겁게 일했다. 모모요의 몸을 걱정한 자식들의 애원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그만둔 모모요.

아마 나라도 우리 엄마가 그 연세까지 일을 하신다고 하시면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이야기할 것 같았다. 하지만 모모요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것이 과연 엄마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들 시선을 의식한 나 자신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모요가 일을 그만둔 후로 뭔가 갑자기 늙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p. 134

"누가 본다고 그래요, 몸매에 신경 쓸 나이도 아니고……"

혼잣말처럼 다카시가 중얼거린 말에 모모요는 마음속으로 반론했다. 일을 그만두고 3킬로그램이나 찐 것은 모모요에게 충격이었다. 젊은 사람한테만 충격이고 노인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다.

'저 녀석은 여자 마음을 하나도 몰라.'

엄마도 여자다라는 말이 한때 많이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 말이었는데, 노인이라고 해서 여자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나도 뭔가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할머니를 볼 때 여자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그냥 할머니라는 존재로만 보아왔던 것 같아 아차 싶었다. 우리 엄마도 할머니가 되실 테고, 나도 할머니가 될 텐데.

p.246

"그렇다면 틀림없다."

하고, 다카시의 안목을 칭찬했다. 그리고 점점 어깨의 짐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7남매를 둔 모모요의 남편이 아직 한창 돌봐야 할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었던 모모요는 가장이 되어 생활을 꾸려야 했다. 두부 장사도 하고, 텃밭도 가꾸고, 옷도 지으며 생계를 열심히 꾸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키웠다.

그렇게 키운 큰 아들이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왔다.

어깨의 짐이 가벼워짐을 느꼈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모모요가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삶을 잠시 되돌아보았다. 모모요가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았지만 결혼하고 남편이 죽자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니 너무 짠했다. 자신을 위한 것은 없고 오직 자식들을 위한 삶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자식들을 다 키워낸 후 모모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오직 자신을 위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손녀인 무레 요코가 쓴 그녀의 할머니 모모요의 이야기.

이 책의 원서가 초판이 나올 당시에는 모모요 할머니가 살아계셨다고 한다.

1900년에 태어난 모모요는 아흔여섯 해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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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탱고 - 그림책 들고 너에게 사뿐
제님 지음 / 헤르츠나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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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림책을 참 좋아한다.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이야기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

대부분의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 내용이 길지 않고 교훈적이거나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가끔 마음이 힘들 때나 스스로 예민해져 있다 느낄 때 그림책을 읽으면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지금은 조카가 자주 놀러와 조카와 함께 보려고 그림책을 고르기도 하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책 들고 너에게 사뿐

그림책 탱고

 

그림책에 관한 책 '그림책 탱고'.

저자 제님은 그림책을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 큐레이터이다. 그림책 큐레이터라는 것이 있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림책 큐레이터가 소개하는 선물하기 좋은 33권의 다양한 그림책 이야기.

차례 

책 선물은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서는 어찌 보면 좀 부담스러운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받는 사람의 취향이 어떤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라면 선물 받는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는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둘 다 행복하지 못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책 선물은 항상 조심스러워 잘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림책이라면 어떨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p.6~7 참고)

그림책은 우선 그런 염려가 전혀 없으며, 그림책을 건네는 자리에서 3분, 길게는 5분이면 함께 읽을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공감대의 여지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서먹한 자리에서도 그림책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물꼬를 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니 이는 또한 미술 작품 못지않은 훌륭한 예술이라고 하는 그림책의 장점 중 하나가 되겠다.

저자 제님은 수많은 그림책들을 4가지 주제를 두고 분류해 각각의 주제에 해당하는 그림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그림책의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자연스럽게 그림책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1부: 옆자리에 놓인 것 / 2부: 내 마음이 하는 말 / 3부: 추억보다 깊은 곳 / 4부: 삶이 전하는 선물)

소개된 그림책 외에도 '함께 선물하면 좋을 책선물 꾸러미'를 통해서 매번 다양한 그림책들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너무 좋은 작품들이 많아 구입할 리스트가 점점 늘어나 버렸다.

그림책의 이야기와 함께 등장하는 그림책의 표지와 그림 일부를 한참 들여다본다. 그림 자체를 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생각하며 보기도 한다. 그림책 또한 훌륭한 예술 작품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p.108

『곰씨의 의자』는 관계 맺기에서 한 발 더 들어가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생기는 소소한 불편이 커다란 갈등을 불러오는 내밀한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깊어지는 관계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결이 전율처럼 온몸에 여과 없이 전해져옵니다.

p.113
달그락달그락 냄비는 발목을 잡는 기억일 수도, 마음의 깊은 상처일 수도, 콤플렉스일 수도, 육체적인 장애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냄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거지요. ~ 어쩌면 냄비를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냄비는 점점 작아질지도 모릅니다. 아니, 확실히 작아지겠지요. (p.116 실제로 다운증후군 딸을 둔 엄마로 살아온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작은 소망이 따뜻하게 녹아 있어 더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그림책 큐레이터인 작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전해주는 설명 또한 그림책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단순히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감상하고, 관련된 생각을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 그림책을 쓰고 그린 작가의 배경을 알면 알수록 이야기들이 새롭게 읽힌다.

책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책의 일부를 보는 재미도 있고, 이 페이지를 보며 전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져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함께 선물하면 좋을 책선물 꾸러미'

다른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겠지만 우선은 나와 조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책 소개를 보니 수집 욕심도 난다.

그림책이 너무 많다 보니 무슨 책을 사야 할지 고민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림책 탱고'의 도움으로 나의 그림책 리스트가 새롭게 수정되었다.

신간 그림책이 나왔을 때 궁금했던 책들도 소개가 되어 있어 덕분에 어떤 내용의 책인지도 알게 되었고, 몰랐던 좋은 그림책도 새로 알게 되어 나의 그림책 리스트가 엄청 길어졌다.

 

 

나의 사랑, 그림책.

다른 책들은 읽고 나면 다시 읽는 일이 잘 없는데 그림책은 다르다.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수시로 반복해서 여러 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림만 한참 보고 있기도 하고, 이야기만 읽기도 하고...

주로 아이들이 보고 읽는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어른이 보기에도 전혀 유치하지 않다.

그림책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는 내용도 많다.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상의 기본을 가장 지키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어른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림책은 순수하고 따뜻함이 넘쳐나는 책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좋은 그림책들을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충분히 즐기고 감상하고 이야기하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본 포스팅은 헤르츠나인으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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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
에이의 취향 지음, 박지영 그림 / 더난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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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

 

 

 

꽁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보면 길고양이와 종종 마주치게 된다. 

꽁지는 이곳저곳 냄새 맡느라 코를 바삐 움직이는 반면 고양이들은 멀리서 그런 꽁지를 바라보며 경계를 한다.

길고양이들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내게 될까? 

다행인 것은 길고양이들과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네 작은 공원에는 이들을 안타깝게 여기시는 분들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찬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도록 쉴 공간을 만들어 두신 곳들이 몇 곳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양이들을 위한 사료와 물을 가져다주는 초등학생 꼬마도 있었다.

차례

<길고양이 새벽이의 지구별 여행기>의 주인공 새벽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10월의 어느 새벽에 태어난 길고양이이다. 새벽에 태어나서 이름이 새벽이가 되었다.

어느 날 함께 있던 가족이 사라진 후 혼자가 되어버린 새벽이는 씩씩하게 길거리 생활을 시작하기로 한다.

혹독한 첫 겨울을 보낸 새벽이는 자신을 챙겨주던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행복을 찾아 나서게 된다.

 

행복해지는 법을 알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길을 떠난 새벽이.

고양이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아오시마 섬을 시작으로, 미국 뉴욕, 모로코 탕헤르, 호주 시드니, 터키 이스탄불, 독일 베를린, 그리스 아테네, 미국 LA, 프랑스 라로셸, 네덜란드 스키담, 인도 캘커타, 대만 허우통을 거쳐 다시 대한민국 서울로 돌아오기까지 새벽이는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 많은 것을 듣고 보고 알게 된다.

그곳이 고양이의 천국인 이유는 맛있는 것이 많아서도,

넓고 좋은 집들이 있어서도 아니었어요.

그곳에는 그저 우리를 죽게 하는 것들이 없었어요. (p.29 일본 아오시마 섬 中)


석양 속에서 서울의 친구들을 떠올렸어요. 태어나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했죠. 생명을 가진 존재들 중에 스스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한 경우는 없잖아요. (p.66 그리스 산토리니 中)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산토리니 사람들의 눈빛이

적오도 제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이

죄는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p.68 그리스 산토리니 中)

케디의 말대로 공존의 출발점은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었어요. (p.106 터키 이스탄불 中)

새벽이가 본 행복한 고양이는 눈빛과 표정부터가 달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보다는 편안함이 있었다.

그 편안함은 자신이 깊이 잠들어도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따뜻한 눈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데서 오는 것이었다.

잠조차 마음 편히 잘 수 없는 길고양이의 삶을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춥고, 배고프고, 무섭고, 졸리고... 

 

새벽이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동물의 권리도 인간과 같이 중요하게 생각해 법으로 제정해 둔 나라도 있고, 그렇게 까지는 아니지만 생명 자체를 중요시 여기는 나라도 있었다. 그리고 길고양이들과 공존하고 있는 곳이 있는 반면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 다른 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강제로 수를 줄이려고 하는 곳도 있었다.

여러 나라들의 상황을 보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잠시 생각해 본다.

꽁지를 키우기 전만 해도 이런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명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작은 동물에게서 받는 행복과 위로가 너무 크다 보니 나와 함께하는 이 작은 생명체로 인해 그 범위가 점점 넓어져 간다.

생명을 가진 존재들 중에 스스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한 경우는 없다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어떻게든 길고양이들과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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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1-01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자기한 맛이 있네요 .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