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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평점 :
그대 눈동자에 건배
9개의 이야기를 모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하나의 단편집
단편집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예외를 두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에는 어떤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을지 기대된다.
차례
새해 첫날의 결심
정월 초하루를 맞아 다쓰유키와 야스요는 새해 첫 참배를 올리기 위해 이른 아침에 집 근처 신사를 찾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한 신사에 가기 때문에 동네 신사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
신사에 도착하고 야스요는 새전함 앞에서 복장이 이상한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는 바로 그 지역 군수였다. 다쓰유키와 야스요는 경찰에 신고를 했다.
군수는 왜 신사에 그런 차림으로 쓰러져 있었을까? 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주된 사건이다.
군수의 일이 점차 해결되며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나는 그 사건의 전말이 참 허무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난리가 나다니...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의 태도도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초에 성가신 일은 피하고 싶어 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듯한...
내 마음처럼 다쓰유키와 야스요도 점점 화가 나고...
아무튼 경찰의 그런 수사 태도도, 군수의 일도 마지막 부분에 비하면 그저 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읽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사연을 읽고, 결심을 읽고 그들에게 잘하셨다고 응원을 보낸다.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이야기의 연속이다.
쓰다 치리코와 미네기시는 헤어진 후 10년 만에 재회를 하게 된다.
그것도 발렌타인데이에.
10년 전, 치리코와 미네기시는 행복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미네기시는 치리코로부터 헤어지자는 메일을 받게 된다. 메일에는 헤어지는 이유도 쓰여있지 않았고 그 후에도 치리코와 어떤 연락도 닿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한 미네기시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치리코를 찾아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소설가의 길을 걸으며 성공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팬레터를 받게 되었는데 발신인이 '쓰다 치리코'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쓰다 치리코.
둘은 결국 만날 약속을 하게 되고, 미네기시는 이번에야말로 그때의 이유를 듣고 말겠다 생각했다.
단순히 연인의 사랑, 헤어짐에 대한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역시 상상하지 못 했던 전개가 펼쳐졌다.
오늘 밤은 나 홀로 히나마쓰리
홀로 집으로 돌아온 사부로.
아내 없이 텅 빈 집안이 쓸쓸한 느낌이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외동딸 마호마저 집을 떠나 홀로 생활하고 있는 집이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가족 마호가 시집을 간다고 한다.
그것도 엄청난 집안의 장남과 결혼해 멀리 가버린다고 한다.
사부로는 딸아이가 꿈이었던 직업도 포기하고 그런 집에 들어가 자신의 아내처럼 고생을 할까 싶어 걱정이다.
아내도 강한 성격을 가진 시어머니를 만나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결국은 장기간의 스트레스로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딸아이도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부로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다 알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참 따뜻했지만 딸이 결혼한 후 홀로 남아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니 쓸쓸한 느낌도 들었다.
그대 눈동자에 건배
이십 대의 나이에도 한탕을 노리며 마권발매소를 들락거리는 사부로.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날도 마권발매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나가는 사람이 자신을 아는 척해 돌아보니 대학 동창 우치였다. 졸업 후 6년 만이었다. 우치는 젊은 나이에 마권발매소나 들락거리는 사부로를 마땅치 않게 여기면서도 그에게 미팅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거절할 이유가 없는 사부로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모모카라는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여자를 만나게 된다.
서로 취미도 같아 이야기가 잘 통하는 듯하였으나 그녀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녀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부로는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관심을 표하지만 그녀는 거부할 뿐이다.
알고 보니 이유 있는 거부였다.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도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와 마찬가지로 결말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렌털 베이비
에리는 이번 휴가 기간 동안은 평범하지 않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아기 로봇을 통해 실제 육아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고, 남자친구와 함께 아기 로봇을 키우기 시작한다.
아기 로봇은 피부, 배변활동 등 실제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어졌고, 아기를 키우며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돌발 상황들도 입력되어 있어 진짜 육아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일들을 경험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렇게 에리와 아키라는 열심히 육아에 적응하려 노력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에서 반전이 없는 이야기가 있었을까? 이번에도 방심했던 나는 또 한번 당했다.
고장 난 시계
몇 개월째 실업상태인데다 집세까지 밀려 조급한 나는 A가 제안한 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소 위험한 일이긴 했지만 보수를 들으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버린다. 일이 꼬였다.
지시받은 사항에는 없는 일이다.
아르바이트만 잠깐 하러 갔다가 엄청난 일을 해버렸다.
역시 사람은 죄를 짓고는 못 산다.
사파이어의 기적
사고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는 어린 미쿠.
다른 아이들이 자꾸 부러워지기 때문에 방과 후에는 주로 혼자 있는 일이 많다는 미쿠는 돈이 생겨 엄마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으로 근처 신사를 찾는다.
그러다 만난 길냥이 한 마리.
미쿠는 그 길냥이에게 이나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분홍색 벨트도 달아주며 혼자라는 외로움을 이나리와 함께 하며 달래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항상 신사에서 보았던 이나리가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미쿠는 길 건너편에서 익숙한 분홍색 벨트를 발견하게 되는데...
한 어린 소녀와 길냥이의 이야기가 과학을 만났다.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한 극단의 간판 배우인 쿠로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여류 각본가 모미키 야요이.
그들은 15살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사귀고 있다.
쿠로스가 이만큼 인지도를 얻는 데는 야요이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그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다른 여배우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야요이와는 헤어지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혹시나 그녀와의 헤어짐이 자신의 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러던 중 그의 일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야요이와 헤어지는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는데...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람이 죄를 짓고는 못 산다. 그리고 완전 범죄는 없다!
수정 염주
미국에서 배우로 성공하기를 꿈꾸며 철판구이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오키. 열심히 오디션도 보고 노력도 하지만 생각만큼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어느 날 일본에 있는 누나 기미코로부터 곧 아버지의 생신이니 일본에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지만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생긴 아버지와의 다툼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나오키는 망설인다. 하지만 아버지는 말기암이고, 이번이 아버지의 마지막 생신이 될 것이라는 말에 놀란 나오키는 망설이게 된다. 다음 날이 바로 중요한 오디션이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일본에 가기로 한 나오키는 공항에 도착하자 아버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끝까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 그 길로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친척들이 다 모인 곳에서 나오키는 친척 어르신들로부터 수정 염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수정 염주는 와라타이가의 당대 당주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인데 특별한 힘이 있어 부를 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오키의 아버지, 할아버지도 그 수정 염주를 사용하였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유서에도 수정 염주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아무래도 미신 같은 그 이야기를 나오키는 믿을 수가 없다.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공항으로 갈 신칸센을 타기 위해 역으로 간 나오키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총 9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단편집.
예상을 빗나가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도 있었고, 추운 날씨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도 있었다.
장편보다는 이야기가 짧으니 매일 한 편씩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결국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사건 전개가 빠르다 보니 답답한 느낌도 없고 잘 읽혔다. 단편의 장점이랄까.
그래도 나는 단편보다는 장편이 좋은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나왔다고 한다. 제목도 마음에 들고 줄거리도 재밌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장편으로 느긋하게 즐겨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