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새움 세계문학
알퐁스 도데 지음, 김명섭 옮김 / 새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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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는 초등학교 때 '마지막 수업'이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마지막 수업'을 읽고 어린 마음에 너무 슬퍼서 눈물을 펑펑 쏟았던 기억이 난다.

동생도 읽었고, 아빠도 읽으셨는데 동생의 말로는 그 책을 읽으신 아빠의 눈시울이 붉어지셨다고...

 

'마지막 수업'과 함께 읽은 이야기가 '별'이었다.

 

'마지막 수업'과 '별'은 읽었지만

알퐁스 도데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었다.

단편인 '별들' 한 편이 아니라 수록된 다른 작품들까지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원제는 '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이지만 한국어판은 '별'이라는 제목으로 많이 번역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어릴 때 읽었던 글의 제목도 '별'이었나 보다. 

정확히 번역하면 '별'이 아니라 '별들'이라고 한다.

 

 

Lettres de mon moulin

 

별들

 

 

차례

 

 

'별들'은 이 책의 저자의 이름이면서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알퐁스 도데가

창작 활동을 위해 파리를 떠나

프로방스에 있는 론 계곡의 한 제분용 풍차 방앗간으로 거처를 옮겨  

듣고 경험한 일들을 편지 형식으로 엮은 이야기이다.  

 

물론 '별들'은 소설이지만

그 속에는 알퐁스 도데가 직접 겪으며 느낀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도 하다.

 

 

여러 단편들 중

어릴 적 읽었던 단편 '별''별들'이라는 연작 소설을 구성하는 한 편의 이야기였다.

어릴 때 읽었던 별의 느낌과는 살짝 달랐다.

그때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좋아하는 어린 목동의 설렘 가득한 짝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제목부터 '별'이 아닌 '별들'로, 어린아이의 느낌을 주는 '목동'이 아닌 스무 살의 '양치기'로

잘못된 번역을 바로잡은 후 새로 읽은 이야기는

그때 내가 읽고 느낀 순수함과 설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작품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번역서들을 읽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번역가도 함께 고려하며 읽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물네 편의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이지만

그 이야기들을 따로 떼어놓으면 전체적으로 흐르는 글의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역자의 말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그 이야기들은

감동과 웃음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안타까움에 마음을 아프게도 했고,

아름다운 풍경 묘사에 빠져들어 읽는 것을 멈추고 상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여운을 주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했다.

 

p.53~54 (별들 中)

그리고 이따금 저는,

그 별들 중에 가장 고귀하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길을 잃은 채, 내 어깨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는…….

 

 

p.158 (빅슈의 가방 中)

그리고 온통 뒤엉킨 노란 말총 같은 것 두세 움큼이,

여자아이의 모자에서 삐져나온 것처럼,

삐져나온 커다란 봉투가 있었네.

그리고 봉투 위에는, 떨리는 굵은 글씨체로, 그 장님의 글이 쓰여 있었네. 

 

셀린의 머리카락. 5월 13일에 자르다. 아이가 그곳으로 간 날.

p.166 (황금 뇌를 가진 남자의 전설 中)

상상 속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전설은 진실입니다.

그들의 뇌를 갉아먹으며 사는 것을 강요받는 불쌍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하찮은 것들을 사기 위해,

그들의 골수와, 그들의 본질을, 고귀한 순금처럼 지불하면서요.

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이겠지요.

그리고 고통을 참아내는 것마저도 지쳐 버린다면……. 

 

 

역자의 표현대로

인상파 화가들처럼 그림이 아닌 글로 '문학의 인상주의'를 추구한

유난히 빛이 반짝였던, 서정성 가득한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들' 

 

'별들'

눈과 마음과 머리로 읽는 내내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름다운 책표지에 마음을 빼앗기고

알퐁스 도데의 아름다운 표현들에 또 한번 빠져들었다.

 

 

책 뒷부분에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위해 역자 노트작가 연보가 실려 있다.

역자 노트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 이 서평은 새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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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크리스틴 페레플뢰리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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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주로 책을 읽곤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어떤 삶을 하고 있을까?

어떤 책들을 읽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요즘은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보다는 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읽을 수도 있겠지만 종이책을 들고 읽는 사람을 잘 볼 수는 없었던 듯도.

나도 책을 읽긴 하지만

외출할 때는 휴대성 때문에 주로 종이책보다는 가벼운 전자책 리더기로 읽는 편이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여자

 

목차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쥘리에트.

그녀는 출퇴근 시간 동안 지하철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한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녀 자신이 책을 읽는 시간 보다 더 긴 시간을 그러고 있다.

어느 날 출근길, 쥘리에트는 매일 보는 식상한 풍경이 아닌 다른 풍경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평소 가지 않는 다른 길로 걸어가기로 하였다.

 

모험과는 거리가 먼 그녀의 단조로운 생활 패턴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그녀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갈망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길을 걷던 중 자이드라는 한 여자아이와 부딪히게 되고, 

그 아이가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문틈에 끼여 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p. 29~30

그녀는 책 냄새 맡는 것을, 책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중고 책을 살 때 그랬다.

새 책도 어떤 종이를 썼는지, 제본할 때 어떤 접착제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냄새가 나지만,

책을 사 간 사람의 집 안에 가만히 머문다.

그 책들에게는 아직 이야기가 없다.

 

 

쥘리에트가 책을 빼내 든 그곳은 '무한 도서 협회'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그녀와 부딪혔던 소녀, 자이드의 집이기도 했다.

자이드는 쥘리에트에게 '전달자'라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느새 자신의 직장인 부동산 사무소가 아닌 '무한 도서 협회'에 발을 들여놓은 쥘리에트.

그녀는 그곳에서 책을 정리하는 솔리망을 만나게 된다.

 

솔리망은 그녀에게 어떤 제안을 하게 되는데...

 

 

책을 정말 좋아하는 쥘리에트의 일상은 언제나 책과 함께였던 것 같다.

무슨 생각을 하든 책과 엮였다.

그녀는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언제나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대한 애정이 보답을 받았나 보다.

 

 

쥘리에트와 솔리망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익숙한 누군가가 생각났다.

나 역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

힘든 일상으로 지칠 때면 책 속의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로 도피를 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쥘리에트의 말처럼

정말 그럴 수 있다 믿으니 말이다.

 

 

p.112

~ 그렇게 지나가다가 책의 표지를 스치거나 책에 와락 손을 대기도 했다.

아마도 단어들은 그렇게 종이 상자와 가죽을 통과해 피부 속으로 배어들고,

미한 빛 속에서 천천히 흔들리는 그의 야윈 몸에 혈액을 공급할 것이다.

 

p.129

"알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살펴 보는 사람이 아가씨 혼자만은 아니랍니다."

 

p.137

"인생에서 격려가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 자신의 눈으로, 우리의 열광으로, 우리의 열정으로 격려가 되는 것들을 찾아내야 해요…… 당신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잖아요." 

 

 

책에 등장하는 북 크로싱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전 들은 적이 있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라 생각해 우리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단지 생각으로만 끝나버렸다.

주변 친구들이나 작은 마을 또는 동네에서 북 크로싱을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분명히 재미있을 것 같다.

 

쥘리에트의 노란 미니버스 YS는 앞으로 어떤 여정을 하게 될지 그 후가 더 궁금해진다.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만큼 여러 작가와 작품들이 등장해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과 모르는 작가들이 대거 등장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다 읽어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책 뒤에 나오는 리스트라도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다.

 

 

 읽을수록 내 모습이 생각나는 듯한 이야기여서

책장을 덮은 후에도 쥘리에트와 나를 머리에 그려보았다.

 

자극적인 사건 사고는 없었지만

잔잔한 이야기들이 화창한 날에 햇빛 왕창 받으며 읽으면 좋을 분위기의 책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분명 많을 것 같다.

나처럼.

 

 

쥘리에트!

YS에 나도 태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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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캘리포니아
김수련 지음 / 헤르츠나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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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많은 이유로 난임이 많다고 한다.

그로 인해 받을 고통이 얼마나 클지... 내가 생각해 본 적이 있기나 했을까 싶었다.

오래 알아온 지인분이 난임으로 힘들어하셨을 때 마냥 위로해 드리며 막연하게 힘들겠다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하는 그런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다들 그렇게 위로했었다.

써 아이가 대학생이 된 아주머니도, 결혼해서 바로 아이를 낳은 선배도, 아직 결혼이 먼 이야기였던 우리들도 다 그랬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그 마음을 온전히 백 퍼센트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호텔 캘리포니아'를 읽고 나니

그분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 마음이 어땠을지,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많은 부분을 더 많이 헤아리게 되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분이 하셨던 이야기가 주인공의 아내 서영의 부분과 너무 겹치는 부분도 있어

그동안 그랬었구나 생각하니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다행히 그 모든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지금은 예쁜 아기를 낳아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신다.

그 ​아기는 올해 건강한 2살 아기가 되었다.

 

 

 

차례

 

 

​p.43

"아무리 수백억을 준다고 해도 자기가 낳은 아이를 떠나보내는 대리모 마음은 어떨까요? ~"


"~. 어떤 백만장자 부부가 있었는데, 불임이었나 봐요. 그런데 시험관 아기를 시도하던 중에 그만 교통사고로 부부가 사망한 거예요. 그런데 그들이 남긴 냉동 배아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 배아에게 그 부부의 재산을 상속할 건지 아닌지, 법적 논쟁이 있었다고 해요. 즉, 배아를 생명으로 볼 건가 아닌가 하는 문제인 거죠."


p.129

재민은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 단호한 의지는 서영에 대한 그리움과 또 한편으로는 못다 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는 배아들은 잠시 울음을 멈춘 아이들이었다.

 

 

독일 유학 중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한동안 혼란스러웠지만 자신들에게 온 선물을 기쁘게 받아들인 서영과 재민.

하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온 선물은 그들에게 직접 안아 볼 기회도 주지 않고 그들을 떠나버렸다.

어렵게 임신이 되더라도 짧게는 몇 주, 길더라도 태동조차 느껴 보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들은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고

난임 전문 병원에서 시험관 아기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자신이 안 된다면 대리모를 써서라도 아이를 낳고 싶은 서영.

그것은 온전한 자신들의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대리모는 말도 안 된다는 재민.

그렇게라도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서영과 이번에도 안 되면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재민은 반복되는 과정에 점점 지쳐갔다.

외동으로 태어나고, 자라며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해외로 나가서도 옮겨 다니기를 반복했던 서영은 항상 외로웠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더 이해해주지 못하는 재민이 서운했다.

서영과 재민에게, 특히 서영에게는 더욱

임신이 일종의 희망고문같이 느껴졌다.

희망 뒤에 오는 실망.

그 모든 것을 견뎠을 서영.

내가 여자라 서영에게 더 감정이입을 해서 읽었는데

생각해 보면 임신의 모든 과정에서 여자들이 겪는 심리적, 신체적인 변화들이 남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크다.

그것이 난임을 경우, 임신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은 대부분 여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약, 주사, 부작용 등... 모든 과정이 너무 힘들다.

재민도 처음에는 그런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서영에게 관심을 가져주지만

시간이 지나고 매번 반복되는 과정과 고통들에 무뎌졌던 것이 아닐까?

항상 그땐 그렇게 아팠었고, 자신이 있다고 해서 덜 아픈 것도 아니며, 언제나 혼자서 그 고통을

이겨내왔던 서영이니까 이번에도 그냥 그러려니...

화가 났다.

계속 힘들었던 서영이 그랬다.

"아이를 나 혼자 낳는 것도 아닌데, 항상 나 혼자만 애쓰는 것 같아. 부부관계도 없이 낳는 아이인데, 그냥 남편도 없이 나 혼자 낳는 아이같이 느껴져서 너무." (p.329)

우리 둘의 아이라고. 그런데 혼자서만 애쓰는 것 같다는 서영의 말.

언제나 자신은 한 발 물러서 있는 것 같은 태도로 말을 하는 재민.

"왜 자기는 선택하지 않고?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잖아."

"그런데 당신이 키워야 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낳으라 마라 강요할 수가 없잖아."

"우리 아이인데 같이 키워야지." (p.233)

당연히 함께 해주어야지! 하며 나도 재민에게 서운해하고 화를 내며 읽고 있다 문득 떠올랐다.

지인분의 이야기가.

이야기 속의 서영과 재민의 대화와 너무나 비슷한 그분의 이야기.

 

아이를 낳기 위해 서영이 겪는 모든 일들을 읽으며

그 과정이 어떠한지,

그로 인해 어떤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알게 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난임인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난임 부부가 겪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닐지라도 읽으면서 지인분의 이야기가 계속 겹쳐

소설이지만 소설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배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해주지만

난임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게,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거라는 한 추천인의 말처럼

또 다른 서영과 또 다른 재민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재민처럼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서영이 그토록 원했던 자신을, 자신이 겪는 과정과 고통을 이해해주며 공감해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바랐듯이 서영처럼 그 과정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하고 안아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 본 포스팅은 헤르츠나인으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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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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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내가 먼저 있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되었다.

오랜만에 가볍게 시집이나 읽어볼까 했더니

소설 읽는 것만큼 오래 걸렸다.

시가 짧다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

이제 그만해야지... 

 

차례

 

 

시를 읽다 보면 왜 그렇게 생각나는 것들이 많은지.

기억을 훑어가면서

좋았던, 행복했던 추억들 하나 둘

슬펐던, 아팠던 기억들 하나 둘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

잊혔던 시간들이

되살아난다. 

짧은 글 한 줄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오랜만에 시를 읽으니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p.12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네가 있어 中)

 

p.19

날마다 우리의 날들은

짧아만 지는데

너와 나는 너무 오래

만나지 못했다

너무 멀리

헤어져 있다.

 

(해거름 녁 中)

 

이 시들을 읽으니 친구들 생각이 너무 난다.

멀리 떨어져 살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p.74

오늘 가장 마음을 울린 시는 쌍가락지였다.

아마 지금 나의 상황과 비슷해서 이지 않을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으신 우리 엄마는 나에게

만약 엄마가 많이 아프면~,

만약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실 때가 있으시다.

그때 우리 엄마는 나에게 쌍가락지를 주시지는 않으시지만

어디에 뭐가 있다느니

그건 어떻게 하라느니 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 시를 읽으니 그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시는 그때그때 상황과 마음 상태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

오늘은 쌍가락지였지만

내일은 또 어떤 시가 마음을 울리게 될까?


사람을 담고, 추억을 담고, 인생을 담고, 자연을 담고, 사랑을 담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오랜만에 읽은 시였는데 너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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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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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보니, 보라, 창백한 말이라.

그 위에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지옥이 그와 함께 따라다니더라.

창백한 말

 

 

 

차례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인간과 좀비와의 대치 상황을 중심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창백한 말' 좀 다른 것 같다.

인간과 좀비,

그리고 인간을 또 나누어 면역자보유자로 나뉜다.

그리고 그 두 부류가 사는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면역자보유자로 나뉘는 세상.

면역자에게는 많은 것들이 보장되는 세상이다.

보유자에게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세상이다.

면역자에게는 프리 패스가, 보유자에게는 때마다 많은 확인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면역자와 보유자 간의 극심한 대우 차이는 당연히 그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보유자는 매일 약을 먹어야만 하는데 그 약 값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일을 구해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면역자들의 배려와 자비(?)가 없다면 그들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또한 보유자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면역자들에게만 선택이 가능한 독특한 세상도 있다.

p.94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이곳이 인큐베이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갖 지원과 헤택으로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게 보장한다. 일단 이 안으로 들어왔다면 전면적인 무상 보육과 교육, 의료, 법률 서비스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다. 강제적 규정은 단 두가지, ~

그리고 면역자도 아니고 보유자도 아닌 '시체', 즉 좀비들이 있다.

면역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면역자이지만, 보유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또다시 보유자가 된다.

보유자가 먹어야 하는 비싼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다.

면역자가 가지는 특권의식은 보유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 듯, 이런 사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보유자인 수진은 자신과 같은 보유자인 딸 미나와 함께 살고 있다. 

자신이 번 돈으로 겨우 생활을 꾸려가고 약도 사야 한다. 

정부에서 무상으로 공급하는 약이 있지만

그 약과 시중에 파는 약과는 품질 자체가 달라 비싼 약이지만 사서 먹여야 한다.

퇴근시간이 되어 급하게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장실로 오라는 말을 듣고 갔더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제 회사에 그만 나오라고 한다.

연구원인 세영과 기자인 동생 미영.

기자인 동생 미영이 갑자기 죽었다.

부검 결과 총상이었던 처음 사망원인이

갑자기 불법 게임장에 들어가 시체에게 물려 변을 당했다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동생이 불법 게임장에 들어갈 이유도 없었거니와

그동안 동생이 해온 일을 생각했을 때

동생의 죽음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미영은 한 제약회사의 뒤를 캐고 있었고,

그 회사가 판매용 약과 보급용 약을 달리 제조하고 있다는 증거를 잡았다. 

 

 

'창백한 말'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시체들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인간인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것은 인간을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오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좀비라는 존재는 없지만 좀비처럼 무서운 짓을 하고 다니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으며

이익이 된다면 어떤 불법적이고 잔인한 일도 서슴지 않고 하며

그 일로 피해를 볼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가지고 가져도 항상 굶주려 있는 듯한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려 애쓰는 사람들은 대개 소수이고

모든 조건이 불리한 약자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힘을 합쳐도 세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창백한 말'

좀비와 인간들, 면역자와 보유자로 나누어진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보는 듯하다.

디스토피아 시대의 한국을 그린 '창백한 말' 속의 세상이 너무나 우울하고 답답하고 화도 나지만  

그래도 그런 세상에 맞서 싸우고 싶어진다.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진다.

 

 

 

* 이 서평은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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