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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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보니, 보라, 창백한 말이라.

그 위에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지옥이 그와 함께 따라다니더라.

창백한 말

 

 

 

차례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인간과 좀비와의 대치 상황을 중심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창백한 말' 좀 다른 것 같다.

인간과 좀비,

그리고 인간을 또 나누어 면역자보유자로 나뉜다.

그리고 그 두 부류가 사는 세상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면역자보유자로 나뉘는 세상.

면역자에게는 많은 것들이 보장되는 세상이다.

보유자에게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세상이다.

면역자에게는 프리 패스가, 보유자에게는 때마다 많은 확인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면역자와 보유자 간의 극심한 대우 차이는 당연히 그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보유자는 매일 약을 먹어야만 하는데 그 약 값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일을 구해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면역자들의 배려와 자비(?)가 없다면 그들은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또한 보유자들에게는 어림도 없는, 면역자들에게만 선택이 가능한 독특한 세상도 있다.

p.94

그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이곳이 인큐베이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온갖 지원과 헤택으로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게 보장한다. 일단 이 안으로 들어왔다면 전면적인 무상 보육과 교육, 의료, 법률 서비스 속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다. 강제적 규정은 단 두가지, ~

그리고 면역자도 아니고 보유자도 아닌 '시체', 즉 좀비들이 있다.

면역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면역자이지만, 보유자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또다시 보유자가 된다.

보유자가 먹어야 하는 비싼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것이다.

면역자가 가지는 특권의식은 보유자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 듯, 이런 사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보유자인 수진은 자신과 같은 보유자인 딸 미나와 함께 살고 있다. 

자신이 번 돈으로 겨우 생활을 꾸려가고 약도 사야 한다. 

정부에서 무상으로 공급하는 약이 있지만

그 약과 시중에 파는 약과는 품질 자체가 달라 비싼 약이지만 사서 먹여야 한다.

퇴근시간이 되어 급하게 집에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사장실로 오라는 말을 듣고 갔더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제 회사에 그만 나오라고 한다.

연구원인 세영과 기자인 동생 미영.

기자인 동생 미영이 갑자기 죽었다.

부검 결과 총상이었던 처음 사망원인이

갑자기 불법 게임장에 들어가 시체에게 물려 변을 당했다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동생이 불법 게임장에 들어갈 이유도 없었거니와

그동안 동생이 해온 일을 생각했을 때

동생의 죽음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미영은 한 제약회사의 뒤를 캐고 있었고,

그 회사가 판매용 약과 보급용 약을 달리 제조하고 있다는 증거를 잡았다. 

 

 

'창백한 말' 읽으며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시체들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인간인 것 같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그것은 인간을 좀비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오고 있는 지금의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좀비라는 존재는 없지만 좀비처럼 무서운 짓을 하고 다니는 인간들이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으며

이익이 된다면 어떤 불법적이고 잔인한 일도 서슴지 않고 하며

그 일로 피해를 볼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가지고 가져도 항상 굶주려 있는 듯한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려 애쓰는 사람들은 대개 소수이고

모든 조건이 불리한 약자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힘을 합쳐도 세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창백한 말'

좀비와 인간들, 면역자와 보유자로 나누어진 인간들 사이의 갈등을 통해

보는 듯하다.

디스토피아 시대의 한국을 그린 '창백한 말' 속의 세상이 너무나 우울하고 답답하고 화도 나지만  

그래도 그런 세상에 맞서 싸우고 싶어진다.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진다.

 

 

 

* 이 서평은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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