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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2월
평점 :
그 길에 내가 먼저 있었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새 시집이 출간되었다.
오랜만에 가볍게 시집이나 읽어볼까 했더니
소설 읽는 것만큼 오래 걸렸다.
시가 짧다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
이제 그만해야지...
차례
시를 읽다 보면 왜 그렇게 생각나는 것들이 많은지.
기억을 훑어가면서
좋았던, 행복했던 추억들 하나 둘
슬펐던, 아팠던 기억들 하나 둘
잊고 지냈던 사람들과
잊혔던 시간들이
되살아난다.
짧은 글 한 줄에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오랜만에 시를 읽으니 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다.
p.12
고맙다
기쁘다
힘든 날에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 비록 헤어져
오래 멀리 살지라도
너도 그러기를 바란다.
(네가 있어 中)
p.19
날마다 우리의 날들은
짧아만 지는데
너와 나는 너무 오래
만나지 못했다
너무 멀리
헤어져 있다.
(해거름 녁 中)
이 시들을 읽으니 친구들 생각이 너무 난다.
멀리 떨어져 살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그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p.74
오늘 가장 마음을 울린 시는 쌍가락지였다.
아마 지금 나의 상황과 비슷해서 이지 않을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으신 우리 엄마는 나에게
만약 엄마가 많이 아프면~,
만약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
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실 때가 있으시다.
그때 우리 엄마는 나에게 쌍가락지를 주시지는 않으시지만
어디에 뭐가 있다느니
그건 어떻게 하라느니 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이 시를 읽으니 그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시는 그때그때 상황과 마음 상태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다른 것 같다.
오늘은 쌍가락지였지만
내일은 또 어떤 시가 마음을 울리게 될까?
사람을 담고, 추억을 담고, 인생을 담고, 자연을 담고, 사랑을 담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오랜만에 읽은 시였는데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