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캘리포니아
김수련 지음 / 헤르츠나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많은 이유로 난임이 많다고 한다.

그로 인해 받을 고통이 얼마나 클지... 내가 생각해 본 적이 있기나 했을까 싶었다.

오래 알아온 지인분이 난임으로 힘들어하셨을 때 마냥 위로해 드리며 막연하게 힘들겠다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일반적으로 하는 그런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다들 그렇게 위로했었다.

써 아이가 대학생이 된 아주머니도, 결혼해서 바로 아이를 낳은 선배도, 아직 결혼이 먼 이야기였던 우리들도 다 그랬었다.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었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은 이상 그 마음을 온전히 백 퍼센트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호텔 캘리포니아'를 읽고 나니

그분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 마음이 어땠을지,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많은 부분을 더 많이 헤아리게 되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분이 하셨던 이야기가 주인공의 아내 서영의 부분과 너무 겹치는 부분도 있어

그동안 그랬었구나 생각하니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다행히 그 모든 힘든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지금은 예쁜 아기를 낳아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신다.

그 ​아기는 올해 건강한 2살 아기가 되었다.

 

 

 

차례

 

 

​p.43

"아무리 수백억을 준다고 해도 자기가 낳은 아이를 떠나보내는 대리모 마음은 어떨까요? ~"


"~. 어떤 백만장자 부부가 있었는데, 불임이었나 봐요. 그런데 시험관 아기를 시도하던 중에 그만 교통사고로 부부가 사망한 거예요. 그런데 그들이 남긴 냉동 배아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 배아에게 그 부부의 재산을 상속할 건지 아닌지, 법적 논쟁이 있었다고 해요. 즉, 배아를 생명으로 볼 건가 아닌가 하는 문제인 거죠."


p.129

재민은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 단호한 의지는 서영에 대한 그리움과 또 한편으로는 못다 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냉동고에 보관되어 있는 배아들은 잠시 울음을 멈춘 아이들이었다.

 

 

독일 유학 중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한동안 혼란스러웠지만 자신들에게 온 선물을 기쁘게 받아들인 서영과 재민.

하지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온 선물은 그들에게 직접 안아 볼 기회도 주지 않고 그들을 떠나버렸다.

어렵게 임신이 되더라도 짧게는 몇 주, 길더라도 태동조차 느껴 보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들은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고

난임 전문 병원에서 시험관 아기도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자신이 안 된다면 대리모를 써서라도 아이를 낳고 싶은 서영.

그것은 온전한 자신들의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대리모는 말도 안 된다는 재민.

그렇게라도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서영과 이번에도 안 되면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재민은 반복되는 과정에 점점 지쳐갔다.

외동으로 태어나고, 자라며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해외로 나가서도 옮겨 다니기를 반복했던 서영은 항상 외로웠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더 이해해주지 못하는 재민이 서운했다.

서영과 재민에게, 특히 서영에게는 더욱

임신이 일종의 희망고문같이 느껴졌다.

희망 뒤에 오는 실망.

그 모든 것을 견뎠을 서영.

내가 여자라 서영에게 더 감정이입을 해서 읽었는데

생각해 보면 임신의 모든 과정에서 여자들이 겪는 심리적, 신체적인 변화들이 남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크다.

그것이 난임을 경우, 임신을 하기 위해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은 대부분 여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약, 주사, 부작용 등... 모든 과정이 너무 힘들다.

재민도 처음에는 그런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서영에게 관심을 가져주지만

시간이 지나고 매번 반복되는 과정과 고통들에 무뎌졌던 것이 아닐까?

항상 그땐 그렇게 아팠었고, 자신이 있다고 해서 덜 아픈 것도 아니며, 언제나 혼자서 그 고통을

이겨내왔던 서영이니까 이번에도 그냥 그러려니...

화가 났다.

계속 힘들었던 서영이 그랬다.

"아이를 나 혼자 낳는 것도 아닌데, 항상 나 혼자만 애쓰는 것 같아. 부부관계도 없이 낳는 아이인데, 그냥 남편도 없이 나 혼자 낳는 아이같이 느껴져서 너무." (p.329)

우리 둘의 아이라고. 그런데 혼자서만 애쓰는 것 같다는 서영의 말.

언제나 자신은 한 발 물러서 있는 것 같은 태도로 말을 하는 재민.

"왜 자기는 선택하지 않고?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잖아."

"그런데 당신이 키워야 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낳으라 마라 강요할 수가 없잖아."

"우리 아이인데 같이 키워야지." (p.233)

당연히 함께 해주어야지! 하며 나도 재민에게 서운해하고 화를 내며 읽고 있다 문득 떠올랐다.

지인분의 이야기가.

이야기 속의 서영과 재민의 대화와 너무나 비슷한 그분의 이야기.

 

아이를 낳기 위해 서영이 겪는 모든 일들을 읽으며

그 과정이 어떠한지,

그로 인해 어떤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알게 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워졌다.

난임인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난임 부부가 겪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닐지라도 읽으면서 지인분의 이야기가 계속 겹쳐

소설이지만 소설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배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해주지만

난임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게,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거라는 한 추천인의 말처럼

또 다른 서영과 또 다른 재민이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재민처럼 후회하지 않길 바란다.

또한 서영이 그토록 원했던 자신을, 자신이 겪는 과정과 고통을 이해해주며 공감해주는 단 한 사람이라도 바랐듯이 서영처럼 그 과정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하고 안아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 본 포스팅은 헤르츠나인으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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